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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상(詩想), 시정(詩情), 시흥(詩興)을 깨울줄 알아야...
2017년 04월 02일 22시 07분  조회:2459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박종헌 


1. 소재 찾기 

1) 시의 소재는 무한하다 

시의 소재는 시를 쓰고자 하는 이에게 감동을 준 것 -사물, 현상 등-이라면 어느 것이나 좋다. 

그러나 일반적인(평범한) 감동은 시를 쓰고자 하는 이에게 시상(詩想)이나 시정(詩情), 시흥(詩興)을 일으키지 못한 채, 이내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이 감동을 준 사물이나 작용, 현상 등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거기에서 무한히 잠재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시정과 시적 흥미를 느끼게 된다. 

즉, 시의 소재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어느 하나 시의 소재가 되지 않는 것이 없다. 다만 그 많은 소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어떻게 표현하여 자신의 시 속에 용해시키느냐가 문제다. 시는 바로 소재를 어떤 관점과 의식에서, 어떤 가치관을 드러내기 위해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바꾸어 말하면 소재를 '발견'하는 노력과 의식에 따라 시는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2) 소재의 발견은 의식이다 

불도저가흙을밀었다········· 

불도저가흙을밀었·········다 

불도저가흙을밀·········었다 

불도저가흙을·········밀었다 

불도저가흙·········을밀었다 

불도저가·········흙을밀었다 

불도저·········가흙을밀었다 

불도·········저가흙을밀었다 

불·········도저가흙을밀었다 

·········불도저가흙을밀었다 


밀린 흙은 밀린 쪽의 흙이 되었다 


<불도저> 장원상 


위의 시에서 우리는 놀라움을 발견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장난처럼 보이는 이 행위적인 시는 소재의 발견과 동시에 한 편의 시가 완성되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첫행부터 마지막행까지 모두 다 읽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시이다. 

이 시를 시로서 자리매김 하려한 시인의 의지는 마지막 행에 있다. 그러나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을 이 끝 행으로 해서 시를 시로서 확인시켜 주고 있다. 시인은 어쩌면 시는 소재의 발견만으로 시가 될 수 없다고 믿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밀린 흙은 밀린 쪽의 흙이 되었다>는 진술을 통해 힘과 권력, 인간의 세상살기가 다 그렇다는 삶의 진리를 드러내고 만 것이다. 어쩌면 많은 독자가 마지막 행으로 인해 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면 장원상이란 시인이 불도저의 작업을 보고 밀린 흙이 밀린 쪽의 흙이 된다는 진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그것은 바로 '의식(意識)이며, 부동산 업자가 불도저의 작업을 보았을 때 땅 값의 상승과 차익을 떠올리도록 할 것이다. 그러나 80년대를 살고 있던 시인은 불도저가 흙을 밀어내고 있는 작업광경을 보고 밀리고 밀리는 힘의 이동을 보았으며, 데모대와 전경들의 투석전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2. 시의 소재와 주제의 관계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상아탑』 5호 (1946년 4월호)에 실린 박목월 시 <나그네> 


거적장사 하나 산 뒤 옆비탈을 오른다 

아-따르는 사람도 없이 쓸쓸한 길이다 

산가마귀만 울며 날고 

도적갠가 개 하나 어정어정 따라 간다 

이스라치전이 드나 머루전이 드나 

수리취 땅버들의 하이얀 복이 서러웁다 

주물같이 흐린 날 동풍이 설렌다 

시집 『사슴』(1936년)에 실린 백석 시 <쓸쓸한 길> 

두 시의 소재는 다같이 '길'이다. 그러나 시 속에 흐르는 정서는 완전히 정반대이다. 일제치하의 시대적 배경이 같으면서도 시의 소재를 다루는 시각은 정반대의 흐름에 있다. 또한 같은 길을 소재로 하면서도 주제 의식은 시대의식을 도외시한 낭만적 주제가 되었거나(나그네), 시대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고통스럽게 그려내면서도 향토성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시(쓸쓸한 길)가 대조적이다. 

우리의 삶이란 모든 사물과 직·간접으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길에 생쥐 한 마리가 등장해도 그것을 무심코 바라보면 그만이지만, 그것에서 의미를 찾으려면 한없이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구상 <현대시 창작 입문>). 

< 생략> 

쥐는 점점 납작해졌고 
평평해지면서 
쥐는 쥐도 아니고, 한 마리도 아니어서 
그 죽음의 그림자마저 스러져버렸다. 

그저 납작한 것이 한 장 
햇빛을 받으며 젖혀져 있었다. 
오노 도사브로 <쥐> 


위의 시는 누구나 경험했을 길바닥에 깔려 죽은 쥐의 모습을 통해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있다. 현대문명의 냉혹함과 비정을 늘 염두에 두던 시인의 눈에 차 바퀴에 깔려 납작해진 종이장 같은 쥐의 시체는 더러움 이전에 현대문명의 희생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시인의 인식 세계가 어떠하냐에 따라 소재를 달리 해석해내고 있음을 보여 준다. 평범한 사람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쥐의 흔적을 보면서 무심할 수 없던 건 시인의 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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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신경림(1935년∼ )

산기슭을 돌아서 언 강을 건너서 기름집을 들러 떡볶이집을 들러 처녀애들 맨살의 종아리에 감겼다가 만화방도 기웃대고 비디오방도 들여다보고

큰길을 지나서 장골목에 들어서서 봄나물 두어 무더기 좌판 차린 할머니 스웨터를 들추고 마른 젖가슴을 간질이고 흙먼지를 날리고 종잇조각을 날리고

가로수에 매달려 광고판에 달라붙어 쓸쓸한 소리로 축축한 소리로 울면서 얼어붙은 거리를 녹이고 팍팍하게 메마른 말들을 적시고



‘시인 신경림’ 하면 시 ‘농무(農舞)’를 떠올리는 독자가 많을 테다. 특히 ‘민족문학권’ 후배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농무’를 비롯한, 기층 서민들의 한과 애환을 ‘우리끼리 퍼질러 앉으면 삶은 편하고/더러는 훈훈하기도 해서’(시 ‘진도 아리랑’에서)의 정조로 꽹꽹 울리는 농악 리듬이나 남도민요 가락에 담은 선생의 시편들은 ‘원한도 그리움이 되던가?’(시 ‘연어’에서), 그 삶을 지긋지긋하게 잘 아는 이들에게는 물론이고 모르는 이들에게도 가슴 시큰하거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바람은 안 가는 데 없겠지만 시인의 바람은 나지막하고 허름하고 흔한 곳, 이름 없는 곳으로 간다. 시인의 마음 가는 곳 따라, 돌아서, 건너서, 들러, 감겼다가, 기웃대고, 들여다보고, 지나서, 들어서서, 들추고, 간질이고, 날리고…. 종결 어미 없는 동사(動詞)들로 이어지는 바람의 행로에 재개발이 되려다 만 우리 동네같이 친근한 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도록 비어 있는 점포 유리문에는 지금도 ‘비디오’라는 글자가 적혀 있지. 윤기 없이 까칠한 거리를 ‘흙먼지를 날리고 종잇조각을 날리고’ 달리는 바람. 그러나 봄바람이다. ‘봄나물 두어 무더기 좌판 차린 할머니 스웨터 들추고 마른 젖가슴을 간질이는.’

삶의 모든 습기 다 거둬가 먼지처럼 가벼이 말라가게 하는 바람, 언젠가부터 선생 시에서 종종 만나는 바람이다. 허무가, 따뜻한 허무가 깃든 바람…. 그러나 인생무상이거나 말거나 삶은 무상하지 않다고, 선생의 시는 그침 없이 거침없이 ‘쓸쓸한 소리로 축축한 소리로’ 우는 바람처럼 ‘팍팍하게 메마른’ 세상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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