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3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80세에 첫 詩集...
2017년 03월 20일 18시 48분  조회:3663  추천:0  작성자: 죽림

'나의 바다' 펴낸 김옥례 할머니
바다가 공책, 손가락이 연필… 2014년 본격적으로 습작
 

열두 살 소녀는 모래사장에 손가락으로 이름 석 자 썼다. 김옥례. 밀물 몰고 온 모래들이 다 덮어 버렸다. 이번에는 개펄에 들어갔다.

"밀물 썰물이 몇 번이나 들락날락 했건마는/ 이름 석 자 이름 석 자 지워지지 않고/ 쓴 그대로 살아 있네/ 나의 바다 나의 개펄/ 개펄 이고 지고 가고 싶네"(김옥례 시 '나의 바다' 중)
 
팔순 시인 김옥례씨가 월세방에서 이면지에 시를 쓰고 있다. 그는 “시 짓고 그림 그리는 곳이 꽃밭이요, 천국”이라고 했다.
팔순 시인 김옥례씨가 월세방에서 이면지에 시를 쓰고 있다. 그는 “시 짓고 그림 그리는 곳이 꽃밭이요, 천국”이라고 했다. /목포=김영근 기자
시인이 되고팠던 소녀는 60여 년 후 꿈을 이뤘다. 작년 12월 그의 시집 '나의 바다'가 출간됐다. 지난 6일 전남 목포 자택에서 만난 김옥례(80) 할머니는 13㎡(약 4평)짜리 월셋집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김씨는 "두 번째 시집에 넣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1937년 전남 무안군 운남면 동암리 원동마을에서 태어났다. 딸 넷 중 막내였다. 원래 머슴을 수 명 부릴 정도로 집이 부자였지만, 부친이 세상 떠나고 가세가 기울었다. "언니들 모두 시집가고 홀로 어머니 모시고 사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래도 12세 때 야학 다니면서 겨우 한글을 깨쳤다. "뻘 나가서 공부했어요. 바다가 공책이고, 평생 닳지 않는 내 손가락이 연필이었어요."

 
6·25 전쟁 통에 모친을 떠나보냈다. 모친 유언대로 수녀가 되고 싶었지만 "학교 못 나와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목포 사는 언니 집에 와서 고무신 공장에 다녔다. 그러다 남편을 만났다. "죽도록 나를 따라다니더니 결혼하니까 죽도록 못살게 굴고 돈 한 푼 안 줬다"고 했다. 남편에게 사정해서 "(재봉)틀 하나만 가져다 달라"고 했다. "내 친구 재봉틀/ 낮에도 달달/ 밤에도 달달/ 쉴 새 없이 달달/ 너는 나의 친구/ 너는 나의 힘이었고/ 너는 나의 생명줄"(시 '재봉틀' 중)

재봉틀은 남편 대신 그의 "인생 동반자"가 됐다. "팬티, 파자마, 월남치마를 만들어 전국 돌아다니며 팔았고 그 덕에 아들딸 7남매를 먹이고 입혔다"고 했다. 그중 딸 둘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냈다. 김씨는 "그때, 쉰 살쯤부터 시를 썼다"고 했다. "장사하려고 열차 타고 창밖으로 자연을 보면 시가 써지는 거요. 손으로 쓰는 게 아니라 머리로 쓰는 거요. 종이도 없고, 연필도 없으니께."
 
김옥례씨가 이면지에 쓴 시들. 띄어쓰기 못 하는, 서툰 볼펜 글씨로 80년 인생을 써내렸다.
김옥례씨가 이면지에 쓴 시들. 띄어쓰기 못 하는, 서툰 볼펜 글씨로 80년 인생을 써내렸다.
남편은 김씨가 번 돈을 모두 탕진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남편이 너무 밉다"고 했다. 그래도 이런 시를 썼다. "당신 막차 나랑 꼭 합승하게요/ 함께 합승하면 차비 절약/ 우리 사랑하는 자식들/ 고생 모두 한 번에 끝낼 수 있어요/(…)/ 혹시라도 행여라도/ 당신 길 잘못 찾을까 봐 그래요/ 합승 승낙한 줄 믿고 그리 준비할게요"(시 '인생의 막차' 중)

그는 2014년부터 목포 공공도서관에서 본격적으로 시를 배웠다. 집에서 목포 공공도서관까지 4㎞ 거리를 걸어 다녔다. "2011년 교통사고 이후 차 타는 게 두려워서, 차비를 아끼려고" 느린 걸음으로 왕복 4시간이 걸리는데도 걸었다. 수업은 오후 2시부터 시작했는데, 1시간 일찍 도착했다고 한다. "30명이 수업 들었는데 모두 고졸 이상이고. 대학도 나왔더라고요. 또 애송이 방실방실 새댁들하고 무슨 대화를 허요. 저는 시 써와라 그러면 꼭 써 가고 그랬어요."

시 수업을 한 이대흠 시인이 김옥례씨를 눈여겨봤다. 그는 "주로 이면지에, 띄어쓰기도 못 하고 서툰 볼펜 글씨로 시를 써 왔는데, 인생의 진솔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 시인은 할머니 습작이 쌓이자 시집을 내기로 했다. 시인과 화가들이 돈을 모아서 '나의 바다'를 출간했다. 김옥례씨는 "공부 못 해 서럽던 한을 이제야 풀었다"고 했다. "발이 땅에 닿는지도 모르지. 날아다니는 것 같고."

그가 자신의 시 중 제일 좋아하는 시는 '짝사랑'이다. "모르리 모르리 그대 내 맘 모르리/ 양 떼 몰고 가다 말고 그대 얼굴 보고파 숲에 숨은 내 맘 모르리". 할머니는 "저 짝사랑한 분을 세어 보자면 열 손가락도 모자라지요" 하며 웃었다. 할머니에게 봄이 왔다.
ⓒ 조선일보/ 목포=전현석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163 볼세비키/ 정세봉(제목 클릭하기... 訪問文章 클릭해 보기...) 2024-07-13 0 1132
2162 프랑스 시인 - 기욤 아폴리네르 2021-01-27 0 4589
2161 미국 시인 -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2021-01-26 0 3138
2160 미국 시인 - 월러스 스티븐스 2021-01-26 0 3258
2159 미국 시인 - 로버트 프로스트 2021-01-26 0 3106
2158 미국 시인 - 엘리엇 2021-01-26 0 3532
2157 미국 시인 - 에즈라 파운드 2021-01-26 0 3323
2156 미국 시인 - 엘리자베스 비숍, 에이드리언 리치 2021-01-26 0 3318
2155 미국 시인 - 제임스 디키 2021-01-26 0 3020
2154 미국 시인 - 필립 레빈 2021-01-26 0 3147
2153 미국 시인 - 리처드 휴고 2021-01-26 0 2840
2152 미국 시인 - 시어도어 레트키 2021-01-26 0 3133
2151 미국 시인 - 존 베리먼 2021-01-26 0 3225
2150 미국 시인 - 앤 섹스턴 2021-01-26 0 3362
2149 미국 시인 - 실비아 플라스 2021-01-26 0 2857
2148 미국 시인 - 칼 샌드버그 2021-01-26 0 3363
2147 시적 개성 목소리의 적임자 - 글릭; 노벨문학상 문턱 넘다... 2020-10-09 0 3312
2146 고대 음유시인 - 호메로스 2020-03-09 0 4615
2145 프랑스 시인 - 폴 엘뤼아르 2020-03-01 0 4751
2144 한국 시인, 생명운동가 - 김지하 2020-01-23 0 4449
2143 한국 최초 시집... 2019-12-16 0 4577
2142 조선 후기 시인 - 김택영 2019-12-06 0 4513
2141 토속적, 향토적, 민족적 시인 - 백석 2019-11-18 0 6745
2140 한국 최초의 서사시 시인 - 김동환 2019-10-30 0 4303
2139 한국 순수시 시인 - 김영랑 2019-09-29 0 6372
2138 [시인과 시대] - 문둥이 시인 2019-08-07 0 5010
2137 일본 시인 - 미야자와겐지 2018-12-18 0 5114
2136 "쓰레기 아저씨" = "환경미화원 시인" 2018-11-15 0 4708
2135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고추밭 2018-08-20 0 5055
2134 동시의 생명선은 어디에 있는가... 2018-07-09 2 4262
2133 인도 시인 - 나이두(윤동주 흠모한 시인) 2018-07-09 0 5001
2132 저항시인, 민족시인, "제2의 윤동주" - 심련수 2018-05-28 0 5835
2131 페르시아 시인 - 잘랄 앗 딘 알 루미 2018-05-04 0 6131
2130 이탈리아 시인 - 에우제니오 몬탈레 2018-04-26 0 6118
2129 프랑스 시인 - 보들레르 2018-04-19 0 7489
2128 윤동주가 숭배했던 시인 백석 2018-04-05 0 6063
2127 일본 동요시인 巨星 - 가네코 미스즈 2018-03-31 0 5993
2126 영국 시인 - 월리엄 블레이크 2018-03-22 0 3923
2125 오스트리아 시인 - 잉게보르크 바하만 2018-03-06 0 5093
2124 미국 시인 - 아치볼드 매클리시 2018-02-22 0 5691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