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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그렇게도 사랑했던 덕화 남평 길지籍 허봉남 문학가
2017년 02월 23일 19시 56분  조회:2691  추천:0  작성자: 죽림
둘째형님의 책장
                                허두남
 
“야, 딸은 가져가도 되지만 책은 안된다!”
 
ㅡ사위가 책을 빌리려 할 때 둘째형님이 한 말이다. 
 
그렇다고 나의 형님을 몰인정한 랭혈인간이라고 보지 말라! 딸 셋밖에 없는 “가라지농사군”이지만 자식들을 금쪽같이 여기는 정 많은 아버지이다.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더 따르는 조카들이 줄줄이 그 증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에게 비긴것은 책을 더없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남의 책을 빌리는자는 머저리이다.
남에게 책을 빌려주는 자도 머저리이다.
남의 책을 빌려갔다가 돌려주는 자는 더욱 머저리이다.”
 
ㅡ이것은 어느 작가가 책장앞에 써붙인 글이란다. 
 
한쪽 벽을 다 차지한 책장, 세계명작들이 어깨를 비비며 서있는 책장을 흐뭇하게 올려다보면서 이 말을 외우던 형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참 교묘한 말이다. 세마디밖에 안되는 말에 책을 빌려주지 않는 정당성을 빈틈없이 박아넣었다. 더구나 세번째마디는 그 말밖에 진의가 있다.  “나는 책을 빌려갔다가 돌려온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것이다. 주인이 철같은 리론으로 방어선을 쳐놓고 앉아있는데야 누가 감히 부끄러운 손을 내밀수 있겠는가?  
 
책장앞에 그 글귀를 써붙이지는 않았지만 형님은 언녕 마음에 써붙이고있었다.
 
형님은 늘 금고문 채우듯 책장문에 자물쇠를 꽁꽁 잠그었다. 동생들인 우리도 책을 빌리려면 먼 바다로 떠나는 어부가 하늘을 살피듯 형님 낯빛을 살펴야 했다. 하지만 하늘을 살펴도 날씨를 제대로 예측할수 없는때가 많은법이다. 
 
“그 책이 어디 들어가 꽂혔는지 모르겠다.”
 
“책장열쇠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어째 도서관에 가서 빌리지 못하니?”
 
구실은 단조로왔지만 책장안은 풍부하기만 했다. 도서관에 없는 좋은 책도 형님에게는 많았다.
 
형님 친구들은 형님이 세집을 열몇번이나 옮기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입에 올릴 때가 있다. 재산이라곤 아글타글 모아놓은 책뿐이라 이사할때마다 비닐마대들에 책을 담아가지고 휘주근해서 거리를 일주하던 일… 책을 더러 골라서 팔아치우라고 권고하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더란다. 살아가기 힘들다고 조강지처를 내쫓겠냐는듯이. 
 
강은 원천이 있고 꽃은 수분과 자양분을 보내주는 뿌리가 있듯이 책에 대한 형님의 남다른 사랑에는 아픈 사연이 슴배여있다. 
 
형님은 어렵게 책을 모았다. 도적놈이 얼굴 붉힐지경으로 집이 가난했기때문이다. 형님이 고중에 붙던 해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해 남평중학교에서 현소재지고중에 녀학생 둘과 형님까지 셋만 붙었다. 선생이 와서 蔚진학소식을 알리자 우리집은 마치 초상이라도 난듯 했다. 뒤바라지 할 일이 너무나도 막연했던것이다. 아들이 어서 초중을 졸업해서 밭일할 일군이 한사람 불어나기를 은근히 바라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공부 잘하는 아들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결국 형님은 고중에 갔다가 몇달만에 경제휴학을 했고 한해 지나서 손아래 누이(나의 둘째누나)가 공급판매합작사에 취직해서야 누이의 도움으로 고중을 마칠수 있었다.
 
형님은 고중에서 기숙사생활을 할 때 책을 사기 위해서 3전씩 하는 국도 먹지 않았다. 집에서 가지고 간 고추장에 밥을 먹으면서 식비를 절약해서는 한책에 2, 3원도 넘는“세계문학선집”들을 샀다. “동키호테” “하이네시선” “쉑스피어희곡선”… “동키호테”를 읽으며 희비극이 뒤엉킨 주인공의 운명을 두고 울고 웃던 그때 책 한권을 위해 한달은 꼬장꼬장한 수수밥을 강다짐으로 삼켜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도 비탄과 허구픈 웃음을 쏟아야 했다…
 
책이 책장안에 넘쳐났지만 형님은 전혀 성차하지 않았다. 눈에 드는 책이 있으면 값을 따지지 않고 사들였다.
 
한국책이 밀려들자 돈을 많이 들여서 원래의 명작들을 보기 좋은 한국판 새책으로 바꿔놓은 형님, 환난을 같이 한 조강치처를 한층 폼내주려고 멋진 시체옷으로 단장시킨것이라고나 할가? 자신은 한평생 멋부리는것과 인연이 없었지만 책들을 위해선 주머니사정따윈 전혀 헤아리지 않았다. 
 
아빠트에 들자 형님은 객실 한켠벽을 책장으로 만들고 건축설계사가 고층빌딩을 설계하는 정성으로 알심들여 장서했다. 낡은 책과 겉보기에 못한 책들은 안쪽에, 표지가 멋스러운 책과 양장본으로 된 책들은 바깥쪽에ㅡ이렇게 두겹으로 모셨다. 
 
한평생의 품을 들여 “완미한 책장”을 만들어놓은지 얼마 안되여 형님은 손에 책을 쥔채 병으로 쓰러졌다. 
 
먹을것, 입을것을 아끼며 수십년을 하루와 같이 열심히 책을 모아놓은 형님, 형님에게 책은 과연 무엇이였던가?
 
 그것은 허구한 날 갖은 세파속을 헤쳐나온 정신적 버팀목이였고 삶의 보람이였으며 인생 전부였다. 
 
식당은 흥성하나 도서실은 썰렁한 현실이지만 소를 팔아 자식을 공부시킨다는 미덕은 이 책장안에 살아있다. 세 딸의 성장을 견실하게 이끌어준것이 유일한 가보인 책들임을 책장은 알고있다. 아버지가 책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서면 독수리 병아리 채듯 낚아다가 걸탐스레 읽군 하던 딸들의 풍성한 삶을 책장은 똑똑이 보았다. 새 신문이 나지면 어서 빨리 보려는 욕심에 세 자매가 한면씩 쪼개가지고 읽던 모습, 잡지 하나를 가져다가 책심을 빼고 나누어서 서로 넘기면서 읽던 모습은 감격 그 자체였다. 
 
 아버지가 서점에 다닐때(注; 존경하는 허봉남선생님은 "허씨네 3형제 작가" 중 둘째로서 중국 조선족작가 중견소설가이다. 필자가 드문드문 화룡에서 연길로 갔다가 일 다 본후 신화서점과 고서점 및 길거리 헌책파는 가게를 찾는것이 버릇 아닌 버릇으로 굳어진지 오래된 터, 길거리 헌책파는 가게에서 종종 허봉남선생님을 만났었는데 만날적마다 이미 그의 옆구리에는 본인이 맘에 드는 헌책들로 두둑히 끼워있었었다... 서로 인사를 나는후 봉남선생님은 어디론가'선배님께서 좋아하시는 책장으로' 발길을 옮기시는 뒷모습이 지금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데 항상 참 너무나도 거룩해보였었다... 봉남선생님의 쾌유를 빌면서 하루 빨리 길거리 헌책파는 가게가에서 만나기를...)마다 졸졸 따라다니던 셋째딸은 이미 청화대학 박사연구생을 마쳤다. 산동대학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그 애가 한문으로 책 두권을 냈고 지금 아버지를 그리는 장편수필을 쓰고있다는것을 형님이 안다면 얼마나 대견해하랴!
 
 형님은 몇년째 병석에 누워있다. 일생동안 알심들여 모은 책들이 눈길을 끄는 정성껏 장식해놓은 책장앞에… 바퀴 달린 작은 침대에 말없이 누워있는 형님의 얼굴에서는 좋은 책을 얻었을때의 기뻐하던 표정도 누가 책을 다쳤나 책장을 살피던 때의 걱정어린 표정도 찾아볼수 없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형님은 리기영과 함께 “고향”을 둘러보며 조선문학을 담론하고있을것이라고. 래일은 그리고리와 어깨 나란히 말 타고 돈강가를 거닐것이며 그 다음날엔 사형장에서 자기를 향해 총을 쏘는 병사들을 지휘하는 등에의 장렬한 최후를 지켜보면서 비장한 눈물을 훔칠것이라고.
 
책과의 끈끈한 정으로 수십년을 이어온 형님, 언제나 혼신을 바쳐 사랑할수 있는 책이 있어 고생속에서도 행복했다면 오늘은 사랑하는 책이 병상을 지켜주어 빈방에 홀로 누워있어도 외롭지 않을것이다.

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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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둘째형님의 책장
허두남
 
“야, 딸은 가져가도 되지만 책은 안된다!”
ㅡ사위가 책을 빌리러 갔을때 둘째형님이 한 말이다. 그렇다고 나의 형님을 몰인정한 랭혈인간이라고 보지 말라! 딸 셋밖에 없는 “가라지농사군”이지만 자식들을 금쪽같이 여기는 정 많은 아버지이다.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더 따르는 조카들이 줄줄이 그 증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에게 비긴것은 책을 더없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남의 책을 빌리는자는 머저리이다. 남에게 책을 빌려주는 자도 머저리이다. 남의 책을 빌려갔다가 돌려주는 자는 더욱 머저리이다.”
ㅡ이것은 어느 작가가 책장앞에 써붙인 글이란다.
한쪽 벽을 다 차지한 책장, 세계명작들이 어깨를 비비며 차렷자세로 서있는 책장을 흐믓하게 올려다보면서 이 말을 외우던 형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참 교묘한 말이다. 세마디밖에 안되는 말에 책을 빌려주지 않는 정당성을 빈틈없이 박아넣은것이다. 더구나 세번째마디는 그 말밖에 진의가 있다.  “나는 책을 빌려갔다가 돌려온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것이다. 주인이 철같은 리론으로 방어선을 쳐놓고 앉아있는데야 누가 감히 부끄러운 손을 내밀수 있겠는가?  
책장앞에 그 글귀를 써붙이지는 않았지만 형님은 언녕 마음에 써붙이고있었다.
형님은 늘 금고문 채우듯 책장문에 자물쇠를 꽁꽁 잠그었다. 동생들인 우리도 책을 빌리려면 먼 바다로 떠나는 어부가 하늘을 살피듯 형님 낯빛을 살펴야 했다. 하지만 하늘을 살펴도 날씨를 제대로 예측할수 없는때가 많은법이다.
“그 책이 어디 들어가 꽂혔는지 모르겠다.”
“책장열쇠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어째 도서관에 가서 빌리지 못하니?”
구실은 단조로왔지만 책장안은 풍부하기만 했다. 도서관에 없는 좋은 책도 형님에게는 많았다.
나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전에 형님의 책을 몇번이나 잃어버렸으니깐. 형님은 소책자 여러권을 함께 묶기 좋아했는데 한번은 소설책 다섯책을 묶은걸 잃어린적도 있다.
책을 함부로 못 다치게 하는 형님이였지만 내 안해에게만은 례외였다. 결혼후 안해가 첫인사차로 형님집에 가자 가문에 첫 대학생식구가 생겼다고 특혜를 베푼것인지 책을 마음대로 골라보라고 책장열쇠를 내주었다. 난생 본적 없던 풍경에  식구들은 서로 희한해하는 눈길을 주고받았다. 그 뒤에도 그 사람이 책을 보자고 하면 언제나 푸른등이였다.
책이 책장안에 넘쳐났지만 형님은 전혀 성차하지 않았다. 눈에 드는 책이 있으면 값을 따지지 않고 사들였다.
형수님이 책방을 하다가 책 2만원어치를 도난당한 일이 있다. 산눈 빼먹을 도적놈이 밤에 자물쇠를 마스고 책방안에 있는 좋은 책들을 몽땅 실어간것이다. 
그 일이 있 은지 1년도 더 지난뒤였다. 형님은 룡정으로 갔다가 책방이 눈에 띄자 어떤 책들이 있을가 궁금하여 문을 떼고 들어섰다. 책방안을 둘러보니 진렬되여있는 책들이 어쩐지 눈익어보였다. 책을 몇개 뽑아서 훑어보던 형님은 하마터면 놀란 소리를 지를번했다. 책우모서리마다에서 “명월서점”이란 도장자리가 “나 여기 있어요!” 하는듯 또릿또릿한 눈으로 쳐다보고있었다. 그랬다. 그 책방의 책들은 몽땅 형수님의 책방 “명월서점”에서 도적맞힌 책들이였다… 그렇게 잃어버렸던 책을 다 찾았다. 책방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집착스런 책사랑이 종적을 감췄던 책까지 도로 돌아오게 한것이다.
형님 친구들은 형님이 세집을 열몇번이나 옮기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입에 올릴 때가 있다. 재산이라곤 아글타글 모아놓은 책뿐이라 이사할때마다 비닐마대들에 책을 담아가지고 휘주근해서 거리를 일주하던 일… 책을 더러 골라서 팔아치우라고 권고하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더란다. 살아가기 힘들다고 조강지처를 내쫓겠냐는듯이. 
한국책이 밀려들자 돈을 많이 들여서 원래의 명작들을 보기 좋은 한국판 새책으로 바꿔놓은 형님, 환난을 같이 한 조강치처를 한층 품 내주려고 멋진 시체옷으로 단장시킨것이라고나 할가? 자신은 한평생 멋부리는것과 인연이 없었지만 책들을 위해선 주머니 사정따윈 전혀 헤아리지 않았다. 
아빠트에 들자 형님은 객실 한켠벽을 책장으로 만들고 건축설계사가 고층빌딩을 설계하는 정성으로 알심들여 장서했다. 낡은 책과 겉보기에 못한 책들은 안쪽에, 표지가 멋스러운 책과 양장본으로 된 책들은 바깥쪽에ㅡ이렇게 두겹으로 모셨다. 
강은 원천이 있고 꽃은 수분과 자양분을 보내주는 뿌리가 있듯이 책에 대한 형님의 남다른 사랑에는 아픈 사연이 슴배여있다. 
형님은 어릴적에 누구보다도 어렵게 책을 모았다. 도적놈이 얼굴 붉힐지경으로 집이 가난했기때문이다. 형님이 고중에 붙던 해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해 남평중학교에서 현소재지고중에 녀학생 둘과 형님까지 셋만 붙었다. 선생이 와서 입학소식을 알리자 우리집은 마치 초상이라도 난듯 했다. 뒤바라지 할 일이 너무나도 막연했던것이다. 아들이 어서 초중을 졸업해서 밭일할 일군이 한사람 불어나기를 은근히 바라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공부 잘하는 아들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결국 형님은 고중에 갔다가 몇달만에 경제휴학을 했고 한해 지나서 손아래 누이(나의 둘째누나)가 공급판매합작사에 취직해서야 누이의 도움으로 고중을 마칠수 있었다.
형님은 고중에서 기숙사생활을 할 때 책을 사기 위해서 3전씩 하는 국도 먹지 않았다. 집에서 가지고 간 고추장에 밥을 먹으면서 식비를 절약해서는 한책에 2, 3원씩 하는“세계문학선집”들을 샀다. “동키호테” “하이네시선” “쉑스피어희곡선”… “동키호테”를 읽으며 희비극이 뒤엉킨 주인공의 운명을 두고 울고 웃던 그때 책 한권을 위해 한달은 꼬장꼬장한 수수밥을 강다짐으로 삼켜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도 비탄과 허구픈 웃음을 쏟아야 했다…
한평생의 품을 들여 “완미한 책장”을 만들어놓은지 얼마 안되여 형님은 손에 책을 쥔채 병으로 쓰러졌다. 
먹을것, 입을것을 아끼며 수십년을 하루와 같이 열심히 책을 모아놓은 형님, 형님에게 책은 과연 무엇이였던가?                  그것은 허구한 날 갖은 세파속을 헤쳐나온 정신적 버팀목이였고 삶의 보람이였으며 인생 전부였다. 
식당은 흥성하나 도서실은 한산한 현실이지만 소를 팔아 자식을 공부시킨다는 미덕은 이 책장안에 살아있다. 세 딸의 성장을 견실하게 이끌어준것이 유일한 가보인 책들임을 책장은 알고있다. 아버지가 책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서면 독수리 병아리 채듯 낚아다가 걸탐스레 읽군 하던 딸들의 풍성한 삶을 책장은 똑똑이 보았다. 새 신문이 나지면 어서 빨리 보려는 욕심에 세 자매가 한면씩 쪼개가지고 읽던 모습, 잡지 하나를 가져다가 책심을 빼고 나누어서 서로 넘기면서 읽던 모습은 감격 그 자체였다. 
 아버지가 서점에 다닐때마다 졸졸 따라다니던 셋째딸은 이미 청화대학 박사연구생을 마쳤다. 산동대학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그 애가 한문으로 책 두권을 냈고 지금 아버지를 그리는 장편수필을 쓰고있다는것을 형님이 안다면 얼마나 대견해하랴!
 형님은 몇년째 병석에 누워있다. 일생동안 알심들여 모은 책들이 눈길을 끄는 정성껏 장식해놓은 책장앞에… 바퀴 달린 작은 침대에 말없이 누워있는 형님의 얼굴에서는 좋은 책을 얻었을때의 기뻐하던 표정도 누가 책을 다쳤나 책장을 살피던 때의 근심어린 표정도 찾아볼수 없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형님은 리기영과 함께 “고향”을 둘러보며 조선문학을 담론하고있을것이라고. 래일은 그리고리와 어깨 나란히 말 타고 돈강가를 거닐것이며 그 다음날엔 사형장에서 자기를 향해 총을 쏘는 병사들을 지휘하는 등에의 장렬한 최후를 지켜보면서 비장한 눈물을 훔칠것이라고.
책과의 끈끈한 정으로 수십년을 이어온 형님, 언제나 혼신을 바쳐 사랑할수 있는 책이 있어 고생속에서도 행복했다면 오늘은 사랑하는 책이 병상을 지켜주어 빈방에 홀로 누워있어도 외롭지 않을것이다.
                                                                                                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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