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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만의 귀향길에 백두산호랑이와 "기생충"과 함께였더면...
2017년 02월 21일 23시 24분  조회:3553  추천:0  작성자: 죽림

성공률 낮은 멸종위기종 복원, 구충제 투여 때문일 수도
腸內 기생충 해롭지만은 않아… 숙주와 공존하며 생태계 보전
자가면역질환 발병률 낮추고 중금속 해독제 개발 등에 활용
 


[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 멸종위기 동물 살릴 기생충


이달 초 백두산호랑이가 경북 봉화의 보호구역에 방사된 지 9일 만에 죽은 채 발견됐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었지만 방사 전에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1921년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게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백두산호랑이였으니, 96년 만의 귀향길이 허무한 죽음으로 끝난 것이다.

사람 손에 보호받던 야생동물을 자연에 돌려보내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사냥 같은 적응 훈련을 숱하게 하고 특별한 병 없이 건강했어도 야생에 돌아가면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학자들은 멸종위기 동물의 복원에 뭔가 잘못이 없었는지 인간이 아닌 자연의 눈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잃어버린 퍼즐 조각 하나가 나타났다. 바로 멸종위기 동물의 몸에 사는 '기생충'이었다.

뉴질랜드에는 카카포(Kakapo)라는 이름의 앵무새가 있다. 연노란색 깃털을 가진 이 앵무새는 날지 못한다. 나무만 흔들면 과일을 줍듯 쉽게 잡을 수 있다 보니 지금은 채 150마리도 남지 않았다. 종(種) 복원을 위해 카카포를 사육하던 사람들은 앵무새 배 속에 기생충인 촌충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장 구충제를 먹였다. 하지만 뉴질랜드 오타고대의 해미시 스펜서 교수는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려면 그 동물의 기생충도 보전해야 한다"며 구충 작업에 반대했다.

스펜서 교수의 논리는 이른바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로 설명된다. 1968년 영국 런던보건대 연구진은 배 속에 기생충이 많은 나이지리아인은 영국인보다 관절염에 덜 걸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인체 면역체계가 기생충과 싸우면서 어느 정도 반응이 적절한지 익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야 면역반응이 과도해져 건강한 세포나 조직까지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철원 기자
최근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1 ~2010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100여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태어날 때 집에 애완견이 있거나 농장에 살아 기생충에 적절하게 노출됐던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천식에 걸릴 확률이 15% 낮았다. 야생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유럽 검은머리물떼새는 기생충이 적으면 오히려 생존 확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포 앵무새 역시 수가 줄면서 몸속에 사는 기생충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기생충의 가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멸종위기 동물을 보전하려면 일단 어디에 사는지, 얼마나 있는지 알아야 하지만, 워낙 수가 적어 찾기가 어렵다. 과학자들은 거머리를 대신 조사한다. 거머리 피에서 멸종위기 동물의 DNA 지문을 찾아 서식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또 멸종위기 동물은 수가 적다 보니 근친교배로 인해 DNA 다양성이 크게 떨어진다. 동물의 유전적 다양성이 줄면 그 안에 사는 기생충도 다양성이 줄어든다, 과학자들은 호랑이가 남긴 똥에서 기생충을 분석해 호랑이의 DNA 다양성을 역산하기도 한다.

기생충은 신약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회충이나 촌충은 생존을 위해 숙주 동물의 면역반응을 누그러뜨리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를 이용하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쇠파리는 말이나 소 같은 가축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피부에 구멍을 파고들어간다. 이때 동물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연 진통제를 분비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수술용 마취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물고기 배 속에 사는 한 기생충은 중금속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있다. 이 과정을 밝혀내면 중금속 중독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기생충이 숙주동물이나 인간에 도움을 주든 주지 않든 그 자체로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보전할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단 기생충은 가장 종류가 많은 생물집단이다. 지구 상 생명체는 모두 42개 문(門)으로 나뉜다. 이 중 31개가 대부분 기생충으로 구성된다. 문은 동물과 식물을 나누는 계(界) 다음으로 큰 분류단계이다. 사람은 동물계, 척추동물문 순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기생충을 보전하면 생태계가 살고 그 안의 숱한 숙주 동물들도 살아난다고 볼 수 있다.

1987년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야생에서 멸종했다. 남은 콘도르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보호하던 27마리뿐이었다. 그러자 콘도르 깃털에 숨어 살던 '캘리포니아 콘도르 이'에게도 멸종 위기가 닥쳤다. 동물원의 콘도르에서 이를 발견한 사육사는 바로 살충제를 썼다. 그길로 콘도르 이는 멸종했다. 나중에 캘리포니아 콘도르는 자연에 복원됐지만 콘도르 이가 살아났다는 말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카카포 앵무새가 콘도르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고 있다.
 
/ⓒ 조선일보 이영완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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