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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보다 어눌한 령혼은 없다...
2017년 02월 01일 17시 30분  조회:3165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창작 강의-12(시를 쓰기 위한 준비 : 영감)  
김송배   


전주에 이어서 영감(靈感)을 말하기 전에 발상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봅시다.

그러면 실제로 '나무'가 시인에 의하여 어떻게 변용되었는지 다음 시를 통해서 알아봐야겠군요.

  나무같이 예쁜 시를
  나는 다시 못 보리

  대지의 단 젖줄에
  주린 입을 꼭 댄 나무

  종일토록 하느님을 보며
  무성한 팔을 들어 비는 나무

  여름이 되면 머리털 속에
  지경새 보금자리를 이는 나무

  가슴에는 눈 쌓이고
  비와 정답게 사는 나무

  시는 나같은 바보가 써도
  나무는 하느님만이 만드시나니.

  미국의 어떤 시인이 쓴 [나무]라는 시의 전문입니다. 1연에서는 '시'. 2연에서는 '대지의 젖줄에 입을 대고 빨고 있는 아이'. 3연에서는 '팔을 들어 기도하는 사람' 등으로 비뀌어져 있습니다. 이것이 이 시에 나타난 '나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나무'가 나무라는 현상만 바꾸어 놓은 것이 아니라, 그 변용에 따른 어떤 의미가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시는 '신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의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이런 의미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 쓰기에서는 이러한 사물이나 관념에 대해서 상상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누구나   훈련하면 키울 수 있는 상상력입니다. 이것이 시적인 발상이며 곧 시상(詩想)입니다. 모든 사물을 외형적으로만 보지말고 ⑤에서 ⑧까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4-2. 영감(靈感)에 대하여

  시를 쓸 때 시인들은 마치 하늘에서 어떤 게시(揭示)를 받은 것처럼 뜻밖의 감응(感應)을 받은 심리상태를 영감(inspiration)이라고 합니다. 시는 이 영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하는데 이 영감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영감이 있어야만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감과 지성의 융화가 있어야하고 시정신과 일치되었을 때 시 쓰기로 연결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영감에 대해서는 예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고백함으로써 여러 가지의 예를 이해할 수 있고 누구나 가끔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영감의 일반적인 특성은

① 아무런 예고 없이 불현듯 나타나며
② 개인의 힘을 초월하여 작용하고
③ 일상적인 체험과는 동떨어진 특수하고 신기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이와 비슷한 어떤 게시 같은 것을 느낀 경우가 종종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영감이 시를 창작하는 내면적인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영감의 정체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거기에는 이미 시인의 뜨거운 예술정신이 그 모체로서 작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시인은 일종의 정신적 방랑객입니다. 언제나 마음의 고향을 찾아 나서는 바쁜 사람입니다. 그는 무엇보다도 존재하고 있다는 그리움의 빛을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이 영원한 향수 같은 것을 마음 가득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인의 눈은 사물을 꿰뚫어 보기 위해서 X-Ray처럼 투명하고, 시인의 귀는 남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먼 기이한 목소리를 엿듣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무선 전화기를 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때 그리움의 빛이 시인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내기도 하는데 이것이 인스피레이션입니다. 이는 벌써 지성이라는 심리가 작용하여 깊은 창조 정신을 발동케 하는 계기가 될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음의 졸시 [백지를 위하여]에 대한 영감이라고 할까. 문득 솟아 나온 어떤 감응의 심리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이는 졸저 <시보다 어눌한 영혼은 없다>에 수록된 전문을 옮긴 것입니다.

  긴 겨울밤
  불 끄지 못하는
  그대 뜨거운 마음 한 쪽은
  하얗게 비워두리라

  가장 쓸쓸한 것들만 한 장씩 찢어내는
  그대 곁으로
  사랑의 낡은 노래
  한 소절만 띄워 보내리라

  물망초 설움 같은
  내 차가운 뜨락에는 
  마지막 기도 소리도 끝났는가

  흔들리는 창 밖
  이 밤을 밀어내는 빗소리
  은밀한 기억을 태우고
  젖을 대로 젖어버린 하얀 마음 한 쪽은
  그냥 비워두리라
  하얗게 비워두리라.

  * 모두 잠든 새벽, 혼자 일어나 촛대에 불을 밝히고 향나무 연필을 깎고 그 껍질을 하얀 유리 재떨이에 소복히 쌓아서 진한 향내를 맡는다. 향내와 더불어 새벽 내음이 상큼하면 어제밤 찌든 일상들이 한 올씩 분출되는 쾌감을 맛본다.
  항상 머리맡에서 대기중인 하얀 메모지는 무엇인가 나의 갈증을 받아담을 준비를 하고 있어서 한 줄의 낙서라도 담아 주어야 할 막중한 소임같은 것이 배어 있음을 어쩌랴. 그러나 하얀 종이에로 쏠리는 나의 연상작용은 정갈함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다. 그러기에 정신적으로만 승화된 어떤 사랑의 이미지가 담뿍 어려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참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밤마다 '뜨거운 마음 한 쪽'도 담을 수 없는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사랑에 관한 의문은 낡아빠진 육체의 허망스런 욕구만 번뜩이는 가증스런 밤을 장식한다. 이런 허황된 욕망과 증오가 가득한 나의 심연에서 백지를 대하는 나약한 언어는 '그냥 비워두'는 일밖에 없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열정과 향나무 연필의 의지는 제몸을 스스로 소진하고 마모하면서 '은밀한 기억'은 젖은 내 마음에게 비웃음을 던져주고 있다.
  백지에 채워져야 할 순수 사랑을 위하여.*

다음 시간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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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삼솔 뜨기 
―정영주(1952∼ )

1
가장 깊은 그늘을 꿰매는 거야
깜깜한 무늬와 질감을 찔러
실로 음각을 뜨는 거야
흰 머리카락을 뽑아 바늘에 꿰어
깊은 우물 속, 두레박이 새지 않게 물을 깁는 거야
바느질이 목숨이었던 어머니, 실 떨어지면
명주 올처럼 길고 흰 머리카락을 뽑으셨지
어룽이다 꺼져가는 그늘과
찢어진 가족의 무늬와 식탁을 바늘로 이어 가셨지

2
어머니가 가셨던 길처럼
한 올 한 올 바늘로 쪽빛 모시를 꿰맬 때마다
멀리 떠난, 더는 깁을 것이 없는 어머니를 떠올리지
평생 바늘과 옷감을 놓지 않으신 어머니
그것으로 가족을 기워 둥근 띠를 엮으셨던 어머니
아버지 없는 둥근 밥상에 오글오글 새끼들만 모여
밥상까지 통째로 먹는 허기진 아이들
명주에 들어간 바늘이 실을 끌고 다닐 때
천이 제 몸들을 꼬옥 껴안지 못하면 바늘은
성글게도 허공과 손가락만 꿰매 놓곤 했지
둥근 밥상 앞에서도 새끼들 입에
당신 몫까지 다 내어 주고 등 돌려 바느질만 하시던 어머니,
그 시린 등을 이제사 껴안고 난 쪽빛 모시 안으로 들어가고 있어

 



장성한 아들도 없는데 가장인 남자어른이 바깥으로만 떠돌거나 재산 없이 세상을 뜨면, 일가족의 먹고살 길이 막막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자는 집안일이나 해야지 경제활동을 하는 건 흉이 되던 시절, 그래서 딸에게 돈벌이를 할 만한 교육을 애초에 시키지 않던 시절. 시골이라면 농사라도 지을 테지만, 도시에서 여자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처지에 놓이면 속수무책이기 쉽다. 화자의 어머니는 다행히도 바느질 솜씨가 있으셨나 보다. 여자에게 허락된 얌전하고 깨끗한 일감, 바느질. 하지만 ‘밥상까지 통째로 먹는 허기진 아이들’을 먹이기엔 그 삯이 참으로 소소했을 테다. 그래서 어머니는 때로 끼니를 거르고 바느질만 하셨단다. 그렇게 ‘찢어진 가족의 무늬와 식탁을 바늘로 이어가신 어머니’를 화자는 바느질을 할 때마다 떠올리는데, 화자 역시 ‘어머니가 가셨던 길처럼/한 올 한 올 바늘로 쪽빛 모시 꿰매는’ 일을 하니 어머니는 늘 화자의 기억 속에 살아 계실 테다. 

‘가장 깊은 그늘을 꿰매는 거야’는 화자의 바느질 철학일 테다. 어머니에게서 화자에게 전해진 것이 바느질 솜씨뿐 아니라 ‘깜깜한 무늬와 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삶인 듯도 해 울컥해진다. 하지만 화자는 어머니의 ‘시린 등을 껴안고 쪽빛 모시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시를 맺는다. 모녀의 삶이 한 쌍 쪽빛 나비로 우화(羽化)하는 듯, 아름다이 시린 바느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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