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소리로 날려 보내던 생각을 그 소리를 붙잡아 시로 남기기...
2016년 12월 29일 17시 28분  조회:2425  추천:0  작성자: 죽림
 
 

 

치매 걸린 시어머니 
―진효임(1943∼)

 

 

눈도 못 맞추게 하시던 무서운 시어머니가
명주 베 보름새를 뚝딱 해치우시던 솜씨 좋은 시어머니가
팔십 넘어 치매가 왔습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손발은 말할 것도 없고
방 벽에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소변도 못 가리시면서 기저귀를 마다하시던 시어머니,
꼼짝 없이 붙잡힌 나는
옛날에 한 시집살이가 모두 생각났는데,
시어머니가 나를 보고.
엄니, 엄니 제가 미안 허요, 용서해 주시요 잉.
공대를 하는 걸 보고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우리 시어머니 시집살이도
나만큼이나 매웠나 봅니다.


이제는 전설 속에나 있을 캐릭터, ‘눈도 못 맞추게 하시던 무서운 시어머니’가 등장한다. 시인의 연배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위 시가 실린 시집 ‘치자꽃 향기’에서 시인 소개를 보니, 시인은 열여덟 살에 결혼했다. 사십여 년, 그 긴 세월을 매운 시집살이 시키던 시어머니, 치매가 와서도 유난해서 시인은 ‘꼼짝 없이 붙잡힌’다. 시인도 젊지 않은 나이, 새삼 옛날 생각에 미운 생각이 버럭 나기도 하고, 어쩌면 고소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데, ‘엄니, 엄니 제가 미안 혀요, 용서해 주시요 잉.’ 이 한마디에 마음이 풀린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 눈에 나이 든 여인이 며느리가 아니라 시어머니로 보인다. 치매로 상한 머리에도 그 오래전 무서움이 지워지지 않는 시어머니! 우리 어머니들, 그렇게 제 며느리한테 호랑이 노릇 톡톡히 하고는 늙은 몸을 푹 맡겼단다. 고부(姑婦)간에 대를 물려 그랬단다. 

진효임은 일흔 다 돼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한글을 배우니까 즐거운 일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좋은 건 머릿속 생각들을 내 손으로 직접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자꽃 향기’ 앞머리에 적힌 ‘시인의 말’이다. 평생 소리(말)로 날려 보냈던 생각들을 이제 그림(글)으로 남기는 도취감! 소리를 붙잡아 앉히는 두근두근함을 그의 시 곁에서 숙연히 맛본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450 한국 시인 김지하 장편 풍자 담시 - 오적 2020-01-23 0 3902
1449 [타산지석] - 리상, -"순간이지만 영원한 문화유전자 남기다"... 2019-12-22 0 2810
1448 한국 최초 녀성신문... 2019-12-16 0 3004
1447 한국 최초 문학비... 2019-12-16 0 3478
1446 한국 최초 시 전문지 2019-12-16 0 3261
1445 한국 최초 출판사... 2019-12-16 0 3221
1444 [문단소식] - 두만강 역 화룡 로과 호곡령에서 리욱시인 오다... 2019-12-10 0 2782
1443 "하늘나라 천사가 눈 뜨는 별" 2019-12-04 0 2593
1442 글쟁이들과 조선말규범... 2019-12-04 0 2887
1441 "새의 지저귐 소리를 알아 들을수 있어야?!..." 2019-11-30 0 2287
1440 반삭발을 한 윤동주... 2019-11-24 0 2989
1439 [그것이 알고싶다] - 중국 고대 철학가 - 고자 2019-11-20 0 3042
1438 [그것이 알고싶다] - 중국 고대 법가학파 - 한비자 2019-11-20 0 3370
1437 [그것이 알고싶다] - 중국 고대 백가묵가 - 묵자 2019-11-20 0 3656
1436 [그것이 알고싶다] - 중국 고대 유가 성악설 - 순자 2019-11-20 0 3516
1435 [그것이 알고싶다] - 중국 고대 道學 - 정자 2019-11-20 0 2689
1434 [그것이 알고싶다] - 중국 고대 성선설 - 맹자 2019-11-20 0 3995
1433 [그것이 알고싶다] - 고대 중국 儒敎의 시조 - 공자 2019-11-20 0 4196
1432 [그것이 알고싶다] - 고대 중국 道家의 시조 - 로자 2019-11-19 0 3186
1431 [그때 그 노래] - "손에 손잡고"... 2019-11-19 0 2649
1430 "그까짓 1000억, 그 사람 '시' 한줄만 못해"... 2019-11-18 0 3064
1429 최소한 윤동주에게 욕을 보이는 일이 없도록... 2019-11-14 0 3240
1428 뇌성마비 시인 김준엽 20년전에 펜을 입에 물고 쓴 시가 아직도 "떠돌이" 하다니... 2019-11-14 0 2977
1427 [바로잡습니다] - 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은 윤동주 시가 아닙니다... 2019-11-14 0 2640
1426 한용운 시모음 2019-11-14 0 2811
1425 "님의 침묵" - 한용운 2019-11-14 0 4209
1424 독립운동가, 시인 - 한용운 2019-11-14 0 3508
1423 "배 곯게 하는 문학은 절대 안 된다"... 2019-11-14 0 3286
1422 민족저항 3대시인... 2019-11-14 0 2703
1421 264, 저항 시인 이육사... 2019-11-13 0 4859
1420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2019-11-13 0 3292
1419 활무대는 서로 다르지만 불멸은 같다... 2019-11-04 0 2849
1418 [그것이 알고싶다] - 나운규와 아리랑을 부른 가수... 2019-11-01 0 3882
1417 [그것이 알고싶다] - 나(라)운규와 영화 "아리랑" 2019-11-01 0 3625
1416 [그것이 알고싶다] - "아리랑"... 2019-11-01 0 4117
1415 [시학소사전] - "서사시"란?... 2019-10-30 0 3523
1414 한국의 최초의 서사시 ㅡ "국경의 밤"... 2019-10-30 0 2455
1413 [문학용어] - "리좀(根莖)" 2019-10-07 0 3391
1412 시와 시인과 독자와 그리고... 2019-09-18 0 3491
1411 일본 특유의 短詩 ㅡ 하이쿠 2019-09-18 0 5100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