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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감춤"과 "드러냄"의 사이에서 맛갈스레 빚어야...
2016년 12월 12일 00시 12분  조회:2470  추천:0  작성자: 죽림
3. 시를 감춤과 드러냄의 사이에서 빚는다
 
시는 꽁꽁 감추고 있는 북한과 훤히 드러나 있는 남한의 사이인 비무장지대에서 빚어야한다. 북한처럼 너무 꽁꽁 감춰버리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또 남한처럼 너무 훤히 드러내버리면 긴장미가 떨어지고 흥미가 없다. 그래서 북한의 꽁꽁 감춰진 모습을 빚되 남한의 드러냄을 살짝 섞어서 적당하게 빚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시를 빚다보면 주제가 감춰지기 마련이다. 아니 감춰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너무 꽁꽁 감춰버리면 독자가 그 주제를 찾아먹지 못하고 난해한 시라고 외면해버릴 소지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주제를 감춰서 빚되 ‘드러냄의 장치’란 것이 필요한 것이다.
 
 
가을 들판
여기저기서 갈대들이
 
허리를
굽혔다 폈다하고 있다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든 갈대들
 
새파란 갈대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머리가
하얗게 센 갈대들이
 
힘겹게
들판을 지키고 있다
 
신천희 동시 -『갈대를 보며』전문
 
요즘 농촌에는 젊은 사람이 없다.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노인들이다. 어느 날 들판을 지나가다가 논에서 추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가 머리가 하얀 노인들이었다. 그 논 옆 개울가에 하얀 갈대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 갈대를 보고 착상을 해 이 시를 빚었다.
 
이 시는 갈대이야기다. 그러나 ‘허리’ ‘새파란 갈대’ ‘머리가 하얗게 센’ 이라는 드러냄의 장치가 있어서 사람이야기로 인지된다. ‘허리’라는 단어가 사람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내비추고 ‘새파란 갈대’ 또한 새파랗게 젊다는 뜻으로 사람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그렇게 완성된 이 시의 제재는 갈대이고 주제는 농촌의 현실이다.
 
자! 여기에서 북한처럼 꽁꽁 한 번 감춰보자!
‘허리를 굽혔다 폈다하고 있다’를 ‘부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로 바꾸고, ‘새파란 갈대’를 ‘푸른 갈대’로 바꾸고, ‘머리가’를 ‘꽃대가’로 바꾸어 드러냄의 장치를 없애보자. 시가 어떻게 변해 버릴까?
 
가을 들판
여기저기서 갈대들이
 
부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든 갈대들
 
푸른 갈대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꽃대가
하얗게 센 갈대들이
 
힘겹게
들판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너무 감춰져버려 그냥 갈대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드러냄의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시를 감추고 드러내는 방법 중에 다의성이란 것이 있다. 주제를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게 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게 하는 방법이다.
 
좋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고
외로울 때
찾아가서 안길 수 있는
 
그런
좋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신천희 동시 -『등대』전문
 
이 시는 첫 연과 마지막 연을 ‘좋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로 해서 수미쌍관법으로 빚은 시다.
 
이 시에서 말하는 좋은 친구를 ‘좋은 여자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버리면 이 시는 실패한 시가 되고 만다. 시에서 다 이야기 해버렸기 때문에 주제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볼까봐 ‘등대’라는 제목을 드러냄의 장치로 사용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좋은 친구는 등대처럼 찾아갈 수 있는 친구를 말한다.
 
이 시에서 감춰놓은 친구는 다양하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예수’가 바로 그 친구라는 존재다. 절에 다니는 사람들한테는 ‘부처’가 바로 그 친구다. 그렇듯이 읽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느낌에 따라 다를 수 있게 감춰서 빚어놓은 것을 ‘다의성’이라고 한다.
 
얼마 전 모 대학교 문창과 교수와 다의성에 대해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 교수는 시의 다의성을 시의 모호성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그 교수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모호성과 다의성은 분명히 다르다. ‘모호’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를 보면 흐릿하다, 분명치 않다, 라는 뜻으로 풀이 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것도 아닌 것 같고 저것도 아닌 불분명한 것을 모호성이라고 한다. 시에서 주제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을 다의성이라고 한단 말인가?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시에서의 모호성은 시가 제대로 빚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나 논할 수 있는 단어다. 모호란 시에서 주제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에 있을 때 사용되는 단어인 것이다.
자칫 잘못 생각하면 모호성과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호성과 다의성은 다르다는 것이다.
 
다의성은 이렇게 보면 이것이고 저렇게 보면 저것이 되는 것으로 시인이 의도적으로 시도한 경우에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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