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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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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그래도 탁마해야 제맛이 난다...
2016년 11월 10일 20시 37분  조회:3564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6년 11월 11일 09시 44분 ]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오비만 Nyda라는 마을에서 미스테리한 거대 눈덩이들이 발견, 가장 큰 눈덩이는 지름이 거의 1m가량으로,ㅡ



 

수정작품과 단번에 완성한 작품/정호정 


나는 시를 어림으로 고친다. 무슨 이유로 어떻게 고친다는 이론이나 전문 용어는 잘 모른다. 그러므로 ‘나의 시 이렇게 고쳤다’고 하기보다는 ‘나의 시 이렇게 썼다’고 밝히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 시를 완성해 가는 길이라는 동질성에서 감히. 
써 놓은 시에 수정을 가한 것과, 초점이 잘 맞아 단번에 완성할 수 있었던 작품 두 편을 예시하기로 한다. 


‘능견난사(能見難思)’라는 유기 응기(應器)를 보았다. ‘잘 살펴보고도 보통의 이치로는 추측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 ‘능견난사’의 정보에 충실하기로 한다. 
송광사 박물관 소장. 고려 후기. 전남 유형문화재 제19호. 구경 16.7cm, 높이 4.7cm. 두께 1mm. 송광사 구전에 의하면 금(金)나라의 장종황제의 황후가 쓰러져 기도할 때 보조국사(普照國師)가 사용했던 접시라 한다. 
숙종조에 사찰을 중창하며 나라에 진상하였으며, 어떤 대장장이도 그대로 만들어내지 못함에 왕이 어필로 ‘能見難思’라 써 내린 것이 이름이 되었다 한다. 어필은 남아 있지 않다. 
송광사 기록에는 500개, 1828년 충청도관찰사 홍석주의 기행문 「여천옹유산록」에서는 50개를 보았다 하나, 지금의 송광사에는 30개가 현존한다. 

조계산을 넘어 선암사로 가고 있었다. ‘능견난사’는 내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날아갈 듯이 고운 살결에 나의 모습이 어려 있었다. 그것은 나의 별이며 나의 시였다. 조계산의 밤하늘에서 총총히 빛나던, 나의 유년의 별이 아니라, 살아오는 동안에 갈개다 찢긴, 상처자국들 그득한, 빛을 잃은 별이었다. 부득부득 태어나고 있는 나의 시집이 세상에 나와 어떤 수모를 당할지, 많은 좋은 시들 앞에서 얼마나 초라할지 모를 불쌍한 나의 시였다. 

조계산을 넘으며①(초고분) 

능견난사能見難思에서 너를 본다② 
(너는 많이 일그러져 있다 
능견난사는 송광사 박물관이 소장한 
방짜유기접시 
숙종때 사찰을 중창하며 진상한, 
어떤 장인도 그대로 만들어내지 못해 
왕이 어필로 써서 내렸다는 이름) 
고운 살결에 가장자리를 가는 실금으로 말아올렸다③ 
(16.7cm의 구경이며 4.7cm의 높이, 1mm의 두께가 
한결같다 차곡차곡 겹쳐진다) 
겹쳐지는 놋쇠덩이를 주무른 망치의 힘을 본다④ 
스치며 날아앉는 얇은 사의, 
스미는 물소리의, 
깊이 가라앉은 하늘빛의, 
유년의 냇가에 구르던 웃음소리의 
춤, 
춤의 흔적같은 
너의 살결은 뭉쳐 있는가 하면 창이 나려 한다 
돌산이 들판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다 

(‘능견난사’에 비치는 나의 너) 
돌각다리 길을 오르며 내릴 때 
내 안에서 이는 물 소리 바람 소리, 
갈대의 서걱임마저 나를 깨운다 
(누구도 재현하지 못한 신기만이 사랑이 아니라고 
잘 생기지 못한 너를 다독인다.) 
(괄호는 수정에 필요한 것임. 

⑴ ①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하는 제목을 버리고, 구전을 참작하여 ‘누군가 방짜유기접시를 능경난사라 했네’로 개작하였다. 
⑵ ②에서 ‘능견난사’를 ‘방짜유기접시’로 수정하였다. 
⑶ 구전이나 사실의 서술 또는 군더더기로 여겨지는 괄호 안의 부분을 모두 삭제하였다. 
⑷ ③과 ④의 순서를 바꾸어 놓았다. 

누군가 방짜유기접시를 ‘能見難思’라 했네 (수정분) 

방짜유기접시에서 너를 본다 
겹쳐지는 놋쇠덩이를 주무른 망치의 힘을 본다 
고운 살결에 
가장자리를 가는 실금으로 말아올린 
스치며 날아앉는 얇은 사의 
스미는 물소리의 
깊이 가라앉은 하늘빛의 
유년의 냇가에 구르던 웃음소리의 
춤 
춤의 흔적같은 
너의 살결은 뭉쳐 있는가 하면 창이 나려 한다 
돌산이 들판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다 

돌각다리 길을 오르며 내릴 때 
내 안에서 이는 물소리 바람소리 
갈대의 서걱임마저 나를 깨운다. 


고산(孤山)의 세연지(洗然池)는 매우 아름답다. 굴뚝다리로 보(洑)를 삼은 계담(溪潭)으로 물이 소리 없이 스민다. 이리저리 늘어놓은 바위들을 돌며 ㄹ자의 물길을 따라 다시 회수담(回水潭)으로 흐른다. 나는 동산에 떠오르는 달이며, 춤추는 무희의 너울이 잠기는 물을 그려 보기로 하였다. 아무리 그려 보아도 세연지의 아름다움일 뿐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나는 세연지의 홍보원이 아니지 않은가. 
문득 고요한 물에서 묵묵한 인종이 보였다.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이어온 아름다운, 그것은 바로 나와의 관계였다. 이 여인들의 인종이 고요하게 가라앉아서 모든 힘의 원천이 되고 있었다. 굴뚝다리에서 한바탕씩 갈등이 풀리고 있었다. 울리는 물소리를 즐기고 싶었을지, 물의 갈등을 풀어주고 싶었을지, 굴뚝다리를 놓은 고산의 의도를 내가 헤아릴 필요는 없었다. 나는 다만 물의 입장을 헤아리면 그만이었다. 

창으로 넘나드는 자연은 늘 신선하다 

고산은 흐르는 물에 굴뚝다리를 놓아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물이 고개를 숙이며 돌틈으로 스며듭니다 
숨을 죽입니다 발뒤꿈치를 듭니다 소리 없이 
이리저리 늘어놓은 바위며 배롱나무섬을 돕니다 
산에서 흐른 암반 위에서 물은 맑고 고요합니다 
맑고 고요한 물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은, 서로 얼싸안고 싶은, 
목놓아 울고 싶은, 위로받고 싶은, 
살아 있음이며 반가움 서러움 고달픔들 

두드리면 통통 소리가 납니다 속이 텅 비어 있습니다 
암반 위에 양쪽으로 돌판을 세우고, 다시 돌판으로 덮은, 
평소에는 건너다니는 다리가 되고, 물이 넘치면 
폭포가 됩니다 

물의 소리에 공명하는, 
모두 다 내어준 이의 가슴입니다 
때때로 차오른 나의 갈등이 풀리는 가슴으로 하여 
계담의 물은 늘 아름답습니다.◑ 

◇정호정 경기 안산 생. 98년 『문학과 창작』 신인상 당선. 시집 『프로스트의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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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 최영미(1961∼ )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장마가 찾아오면 견뎌야 한다. 한참 걸릴 수도 있다. 계속 습한 날씨에 잔뜩 짜증 서린 그대에게, 오늘은 더 긴 괴로움을 소개하고 싶다. 우리가 견뎌내야 할 장마의 ‘한참’은, 이 시의 ‘한참’ 앞에서 참 소소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지금 이 시인은 한참을 넘어 ‘영영 한참’ 동안 어떤 아픔을 견뎌야 한다. 사실 시인이 작품에 내세운 것은 아픔보다 꽃이다. 그것도 선운사의 꽃, 동백꽃이다. 실제로는 한겨울 말고 4월 초에 핀다지만 이름에 ‘동(冬)’자가 들어가는 이 꽃은 분명 겨울꽃이다. 추위를 조롱하듯 진하게 피어나, 질 때는 목이 베어지듯 미련 없이 지는 탓에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이 꽃을 사랑했는지 모른다. 

시인은 그냥 ‘꽃’이라고만 했지, 동백꽃이라고 쓰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선운사에서’이니까 여기서의 꽃은 자동으로 동백꽃이라고 읽힌다. 그런데 문제는 꽃이 아니라 나를 떠난 ‘그대’에게 있다. 꽃이 지듯 없어졌으면 싶은데,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은 도통 지질 않는다. 잘라 버릴 수 없는 마음이 피어나 ‘영영 한참’ 사라지지 않는다니 이 이별의 고통은 속수무책이다. 참 난감한 일이다. 

이 난감함 앞에서 장마의 짜증은 사소한 일이 된다. 마음의 동백꽃이 지지를 않는데 장마가 뭐 대수일까. 반대로, 내 님의 동백꽃이 만발한다면 날씨가 뭐 큰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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