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 같은 수필, 수필 같은 시를 쓰라...
2016년 10월 25일 22시 00분  조회:4126  추천:1  작성자: 죽림

시는 이미지가 말을 한다
/이창배
      

 

아 달이여, 참 슬픈 걸음으로 너는 하늘을 오르고 있구나 
저렇게 말없이, 저렇게 파리한 얼굴로, 
아니 하늘나라에서도 저 분주한 활쟁이 큐핏(Cupid)이 
그 매서운 활을 쏘는 일이 있는가. 
그렇다. 오랫동안 사랑에 익숙한 눈으로 
사랑을 판단컨대 너는 사랑의 병을 앓고 있다. 
나는 너의 표정에서, 너의 슬픈 용모에서 그것을 읽는다. 
똑같은 병을 앓고 있어 나는 너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아 달이여, 동병상련의 정에서라도 내게 말해다오. 
하늘나라에선 일편단심의 사랑이 어리석음의 소치라고 여겨지는지, 
하늘나라의 미인들도 지상에서처럼 교만한지, 
그곳에선 사랑을 받기 위해서 사랑하면서 
연인들이 사랑에 사로잡힌 사람을 경멸하는지, 
곧은 절개를 보람없는 일이라고 하는지. 

With sad steps, O Moon, thou climgb'st the skies, 
How silently, and with how wan a face! 
What, may it be that even in heavenly place 
That busy archer his sharp arrows tries? 
Sure, if that long-with-love acquainted eyes 
Can judge of Love, thou feel'st a Lover's case; 
I read it in thy looks; thy languished grace, 
To me that feel the like, thy states decries. 
Then even of fellowship, O Moon, tell me 
Is constant love deemed there but want of wit? 
Are beauties there as proud as here they be? 
Do they above love to be loved, and yet 
Those lovers scorn whom that love doth possess? 
Do they call virtue there ungratefulness? 

이 시를 읽기 위해서 사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이 시가 쓰여진 16세기 무렵의 연애시에서는 일률적으로 남자는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로 사랑을 하소연하지만, 여자는 한결같이 교만하여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아 남자를 점점 애태우게 만든다. 그런 페트라르카(Petrarca)풍의 연애시의 패턴을 따른 이 시에서 시인은 교만한 애인을 두고 짝사랑의 하소연을 한다. 다음으로는 이 시의 주요 이미지로 쓰인 큐핏은 희랍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다. 미소년 큐핏은 금빛 날개를 달고 활과 화살을 지니고 다닌다. 사랑의 과녁을 향하여 쏘는 화살은 빗나가는 일이 없는 바, 금빛 활촉의 화살은 戀心을 고취시키고, 은빛 활촉의 화살은 구애를 물리치도록 되어 있다 한다. 
이 시에서 시인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방적인 사랑을 달에게 하소연하면서, 한편 그 애절하고 처참한 심정을 달의 이미지를 통해 드러내보이고 있다. 달이 말없이 슬픈 걸음으로 하늘을 걸어오르고 있다고 형용함으로써, 시인은 독자에게 그 이미지를 통하여 사랑에 버림받은 이가 창백한 얼굴로 하염없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 심정을 읽게 한다. 시인은 달에 대한 비유를 확장하여 달의 창백한 용모를 보면 달도 사랑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상황을 추정하고, 그렇다면 큐핏이 사랑의 과녁을 빗쏘는 일이 없는 그 하늘, 일편단심의 변함없는 사랑만이 있을 법한 하늘나라에도 지상과 똑같이 사랑의 변절이 있고, 여인들은 교만하여 남자들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냐고 반문한다. 이렇게 반문함으로써 자기는 한결같고 변함없는 사랑을 바치고 있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짝사랑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이며 원망스럽기만 하다는 감정의 논리를 편다. 시의 중심 이미지인 달에 대한 적절한 비유와 논리적인 전개를 통하여 이루어지지 않는 애절한 사랑의 감정이 설득력있게 전해진다.  

======================================================================

 

 

길 ―김기림(1908∼?)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 )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시인 김기림은 과수원집 아들이었다. ‘무곡원’이라는 이름의 과수원집에는 여섯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중에서 유일한 아들이자 막둥이가 김기림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1910년대 함경북도 학성군, 지금 지명으로는 김책시의 한 집안에서 김기림이 얼마나 사랑받고 컸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그의 유년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가 이 시 같은 수필, 수필 같은 시에 잘 나와 있다.
 

 

어린 시절, 김기림은 어머니와 누이를 잃었다. 어머니의 상여는 언덕길을 돌아 사라졌는데 처음에 어린 아들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몰랐기 때문에 기다렸다. 하지만 와야 할 사람은 오지 않고 대신 다른 것들만 돌아왔다. 노을에 젖은 빈 마음이 돌아왔고,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만 열심히 돌아왔다. 어린 아들은 언젠가 어머니가 갔던 길로 내려와 제 뺨을 쓰다듬어 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지만 아들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은 어둠뿐이었다. 결국 이 아들은 자라서 어떻게 했을까. 그가 언덕에서 만난 모든 의미들은 결코 답안지를 채워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길을 따라 떠날 수 있을 나이가 되자마자 떠났을 것이 당연해 보인다. 스스로 어떤 답을 찾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 떠나는 그의 가슴에는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라는 보퉁이가 안겨 있었다. 그리고 이 보퉁이가, 기억이, 어머니가 어린 과수원집 아들을 시인 김기림으로 만들었다. 

이 시가 반짝거리는 이유는 한 시인의 탄생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탄생이란 참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아픔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43 아버지를 좀 안아 드려야 할것같은 가을이다... 2016-10-12 0 4112
1642 굴레가 되고 싶지 않다... 2016-10-10 0 4505
1641 김수영 시인을 다시 떠올리면서... 2016-10-10 0 4964
1640 풀의 시인 김수영 非발표작 詩 공개되다... 2016-10-10 0 4747
1639 저항시인 이육사 미발표 詩 발굴되다... 2016-10-10 0 5120
1638 윤동주 미발표작 詩 발굴되다... 2016-10-10 0 3803
1637 "윤동주 미발표 詩 더 있다" 2016-10-10 0 4698
1636 詩란 사모곡(思母曲)이다... 2016-10-10 0 4153
1635 詩는 리태백과 두보와 같다...처..ㄹ... 썩... 2016-10-09 0 4319
1634 詩는 무지개의 빛갈과 같다... 아니 같다... 2016-10-09 0 4359
1633 현대시사상 가장 다양한 시형의 개척자 - 김수영 2016-10-06 0 4986
1632 詩란 무구(無垢)한 존재이며 무구한 국가이다... 2016-10-06 0 4729
1631 詩는 추상의 반죽 덩어리... 2016-10-06 0 4311
1630 詩는 시골이다... 2016-10-03 0 4153
1629 詩란 주사위 던지기와 같다... 2016-10-02 0 4174
1628 詩란 100년의 앞을 보는 망원경이다... 2016-10-01 0 4417
1627 詩는 가장 거대한 백일몽 2016-10-01 0 4485
1626 詩人은 존재하지 않는 詩의 마을의 촌장 2016-10-01 0 4666
1625 詩人은 오늘도 詩作을 위해 뻐꾹새처럼 울고지고... 2016-10-01 0 4770
1624 詩作에서 구어체 편지형식을 리용할수도 있다... 2016-10-01 0 4622
1623 詩人은 약초 캐는 감약초군이다... 2016-10-01 0 4857
1622 詩人는 언어란 감옥의 감옥장이다... 2016-10-01 0 4617
1621 詩人은 추상화와 결혼해야... 2016-10-01 0 4920
1620 詩란 섬과 섬을 잇어놓는 섶징검다리이다... 2016-10-01 0 4388
1619 詩란 돌과 물과 바람들의 침묵을 읽는것... 2016-10-01 0 4518
1618 詩란 사라진 시간을 찾아 떠나는 려행객이다... 2016-10-01 0 4907
1617 詩作란 황새의 외다리서기이다... 2016-10-01 0 5454
1616 詩란 한잔 2루피 찻집의 호롱불이다... 2016-10-01 0 4440
1615 詩란 사라진 길을 찾는 광란이다.... 2016-10-01 0 4923
1614 詩는 한해살이풀씨를 퍼뜨리듯 질퍽해야... 2016-10-01 0 4540
1613 나는 다른 시인이 될수 없다... 2016-10-01 0 5633
1612 詩는 국밥집 할매의 맛있는 롱담짓거리이다... 2016-10-01 0 4446
1611 詩란 심야를 지키는 민간인이다... 2016-10-01 0 4871
1610 詩는 한매의 아름다운 수묵화 2016-10-01 0 4962
1609 詩는 신비한 혼혈아이다... 2016-10-01 0 4932
1608 詩作에는 그 어떠한 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2016-10-01 0 4604
1607 詩는 길위에서 길찾기... 2016-10-01 0 4743
1606 詩에는 정착역이란 없다... 2016-10-01 0 4741
1605 詩와 윤동주 <<서시>> 2016-10-01 0 4762
1604 詩는 리별의 노래 2016-10-01 0 4286
‹처음  이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