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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의 버스가 씨근거리고... 새가 된 꽃이라며...
2016년 05월 18일 19시 53분  조회:4937  추천:0  작성자: 죽림
[9강] 시의 행과 연의 관계


오늘은 시의 행과 연의 관계를 먼저 공부하기로 하겠습니다.
그 다음에 연의 구분에 대해서 공부하고, 시의 첫 행을 공부
했으니 시의 마무리를 공부함으로 우선 시의 행과 연에 대한
단원은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1.시의 행과 연의 관계

시에서 반드시 행이나 연의 구분을 해야하느냐는 문제가 최근
더욱 부쩍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옛날 정형시에서는
그 형태적으로 행과 연이 정해져 있었지만 현대시로 발전해
오면서 그 형태와 내용의 자유스러움으로 인해서 최근에는
행과 연을 구분하지 않는 시들이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시의 행이나 연을 어떻게 구분하십니까? 일단 행
에 대해선 앞 시간에 배우긴 했지만, 사실 그 동안은 본인의
기분에 따른 구분을 하였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면서도 요즘은 시의 행과 연이 없는 시가 더 멋있게 보이
고, 더 현대적으로 보이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행과 연의 구분이 없어도 아주 성공적인 시를 읽으면서
과연 행과 연의 구분이란 것이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아심
을 가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행과 연의 구분은 철저히 작가의 의도에 따르는
것입니다. 공간적, 시간적, 의미적, 조화적, 이미지적, 통일적
구분의 필요성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하기도 안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어떤 시는 행과 연을 구분해야 그 이미지가 더 살아나고, 시
가 더 전달이 잘 된다면 그렇게 해야겠지요. 그러나 구분에
큰 의미가 없고 행과 연을 구분하지 않는 산문시이면서도 그
운율이나 의미 전달, 이미지의 활용 등에 문제가 없다면 구태
여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조병무님의 설명을 참고하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허영자님의 <연>

꽃아

정화수에 씻은 몸
새벽마다
참선하는,

미끈대는 검은 욕정
그 어둠을 찢는
처절한 미소로다

꽃아
연꽃아.

ⓑ조병무님의 <송광사에서>

돌들이 마주 앉아 침묵한다
물들이 마주 앉아 침묵한다
바람이 사이를 누비며
한올씩 한올씩 캐어내는 재미
구름밑에
하늘밑에
한폭의 그림으로 자리하는데
스님은 어디론가
바쁘게 간다.
흔적도 없이
빠르게 간다.

ⓒ조영서님의 <과실은>

저 속엔 스스로 트이는 하늘이 있습니다. 해는 한 변두리와
알맞은 빛깔을 내던졌고, 나는 의미가 익어 가는 눈짓을 보
내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당신에게로 향하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가을은 다시 차고 넘치는 바다가 되었습니다.

ⓓ신동춘님의 <거리 3>

꽃을 짓이기어 얻은 진한 진액에서 꽃의 아름다움을 찾아보
지 못하듯 좋아하는 사람 곁에 혹처럼 들러 붙어 있어도 그
사람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꽃과 꽃만큼 아름다운 사람은 옆에 있을 때 굳이 멀리 두고
보듯 보아야 하고 떨어져 있을 때 애써 눈앞에 놓고 보듯 보
아야하느니. 우리는 서로 날 때와 죽을 때를 달리하기 때문에
꽃과 꽃처럼 사랑스러운 이에게 가는 데는 참으로 그 길밖에
딴길이 없다 한다.

지금까지 인용한 시들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는 행과 연의 구분이 있는 자유시 ⓑ는 행은 있되 연의 구
분이 없는 자유시 ⓒ는 행과 연의 구분이 없는 산문시 ⓓ는
연구분은 있되 행은 산문시로 되어 있는 특징이 각각 있습니
다.

ⓐ의 경우, 행과 행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인 쉼과 의미의 전
달, 리듬적 요소, 회화적인 생동감 등 복합적 요소가 모두 나
타나게 됩니다.
아무리 행과 연이 작가의 자유라하지만 우리는 분명 시의 연
이나 행 구분이 아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란 건 이미
배운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자유시엔 하나 이상의 연 구분이 가능하고 그 연
구분 자체가 시적 생명감을 더욱 불어 넣어 주기도 합니다.
그 것은 의미의 전달이 연과 연의 구분, 행과 행의 구분 속
에도 포함되어 있는 때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첫행이면서 첫연인 '꽃아'와 둘째 연 '정화수 씻은 몸/ 새벽마

다/참선하는' 은 도치되어 있습니다. 즉 정화수 씻은 몸 새벽
마다 참선하는 꽃의 모습을 그 연을 변경시킴으로 생동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시를 읽을 때
도 '꽃아' 다음엔 잠시 쉼의 간격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에서는 연 구분이 없이 한 행, 한 행의 의미 전달과 음악적
요소만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연 구분이 없으면 다소 그 탬포
가 빨라지지만 우린 그 행간의 시간적 개념을 생각하면서 감
상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는 산문시 형태입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도 우리는 분명히
운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다만 자유시처럼 행과 연의 구분
으로 시의 호흡을 하지 않기 때문에 전달 속도가 다소 빠르긴
하지만 오히려 생동감을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

ⓓ는 ⓒ와 비슷한 산문시 형태지만 연의 구분이 있습니다. 앞
의 연과 뒤의 연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유지해보려고 하는 것
입니다.

조향님의 <영결>이란 시의 마지막 세 연을 읽어보겠습니다.

건너편 언덕 신작로 오르막길.
이승의 버스가 씨근거린다.







이 시를 보면 <永訣終>을 한 자씩 띄움으로써 영결이란 행사의
시간적 느림과 힘듬, 그리고 아쉬움이 나타나게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天'을 한 연으로 잡은 것은 시각상
으로나 운율상 멀고먼 곳으로 망령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
다.
아마, '天'자를 앞 연에다 붙여서 썼다면 그 의미는 반감되고
느낌도 사라지고 없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연의 구분에 의해
독자에 대한 의미나 감정의 전달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경순님의 <비>를 읽어보겠습니다.

구름에서 내려온다.

비비비비비비비비비
비비비비비비비비비
빈가지에푸름이피고
비비비비비비비비비
비비비비비비비비비
애타는가슴을적시고
비비비비비비비비비
비비비비비비비비비

물 위에로 흘러간다.

이 시는 세 연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한 눈에 매우 회화적이고 청각적인 이미지의
시이구나 느낄 것입니다. 벌써 읽기 전부터 비가 주룩주룩
나리는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빗방울이 계속적으로 이어서 떨어지는 수직의 모양 속에
'빈가지에푸름이피고'나 '애타는가슴을적시고'는 추임새 정
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늘에서 수직으로 쏟아지는 시는 땅바닥에 고여 수평으로
흐릅니다.
아래 '물 위에로 흘러간다'는 고인 물이 흘러가는 모양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1연 '구름에서 내려온다'
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형태를 나타냅니다.

마지막으로 박목월님의 <폐원>의 일부를 읽어보겠습니다.

눈이
오는데
옛날의 나직한 종이 우는데

아아

여기는
명동
성니코라이 사원 가까이

이 시에서는 2연인 '아아' 한 행이 하나의 연이 되어 있습
니다. 시인 김춘수님의 해설을 옮깁니다.

"여기서 연의 구실을 하고 있는 감탄사의 앞뒤에 배치된 연
들을 생각해보라. 앞의 연은 과거의 회상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뒤의 연은 완전히 현실의 어느 지점이
각성되고 있다. 즉 이 두 개의 연은 '아아'라는 감탄사를
사이에 하고 회상에서 현실로 완전히 각성하는 그 대목들이
다. 그러니까 이 '아아'는 감개무량과 가벼운 감탄을 나타
내는 '아아'인 것이다. 그것은 이 시의 주제로 보아 충분히
하나의 연을 차지할만한 중령을 지니고 있다."

한 연의 '아아'라는 감탄사를 가지고 과거의 회상에서 현실로
의 각성하는 것에 대한 감격이면서 과거와 현재를 구분시키는
장치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최근 시 중 시의 행은 존재하는데 연의 구분이 없는 시 하나를
예시로 올립니다.
고진하님의 <새가 된 꽃, 박주가리>입니다.

어떤 이가
새가 된 꽃이라며,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씨를 가져다 주었다
귀한 선물이라 두 손으로 받아
계란 껍질보다 두꺼운 껍질을 조심히 열어젖혔다
놀라왔다
나도 몰래 눈이 휘둥그래졌다
새가 아닌 박주가리 꽃의
새가 되고 싶은 꿈이 고이 포개져 있었다
그건 문자 그대로, 꿈이었다
바람이 휙 불면 날아가버릴 꿈의 씨앗이
깃털 가벼움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꿈이 아닌,
꿈의 씨앗도 아닌 박주가리의 生,
어떤 生이 저보다 가벼울 수 있을까
어느 별의
토기에 새겨진 환한 빛살무늬의 빛살이
저보다 환할 수 있을까
몇며칠 나는
그 날개 달린 씨앗을 품에 넣고 다니며
어루고 또 어루어 보지만
그 가볍고
환한 빛살에 눈이 부셔, 안으로
안으로 자꾸 무너지고 있었다

======================================================
 
357. 폭설 / 오탁번
 
    
 
 
 
 
 

 
 
 
 
    
 
    
 
 
 
 
 
폭설
 
                        오 탁 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대버렸쇼잉!
 
 
오탁번 시집 <손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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