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한밤중 詩 읊다]- 詩 몇쪼가리
2016년 05월 05일 00시 09분  조회:5008  추천:0  작성자: 죽림
“제발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필리핀 어느 대학 여자화장실 벽에 쓰인 낙서
       
           드니스 두해멀(D Duhamel·1961~)


 
기사 이미지
잘 가꾸는 것을 잊지 마라. 멋 부리는 것을 잊지 마라.

세상은 여드름투성이 여자애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

입에서 박하향이 나게 하고 이빨은 늘 희고 깨끗하게.

열 개의 진주처럼 빛나게 손톱을 칠해라.

(...)

갈망에 무릎 꿇지 말고 늘 날씬해야

DA 300

 


뽐내며 춤출 때 치맛자락을 들어 올릴 수 있지.

개구리처럼 앉지 말고 여왕처럼 앉아라.

(...)

교수와 결혼하지 말고 학장과 해라.

백작과 결혼하지 말고 왕과 해라.



희극적 묘사지만 이 시는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다양한 허상을 보여준다. 스스로 존엄한 여성(인간)이라면 이런 주문을 정면으로 거부할 것이다. 타자의 시선과 허영에서 벗어나 자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여성뿐 아니라 모든 존귀한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

노마드
- 유경희(1964~ )


 
기사 이미지
초지를 찾을 수 없어서 집을 짓기 시작했지

바닥을 놓으니 땅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기둥을 세우니 풍경이 상처를 입는다

DA 300

 

지붕을 만드니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낮에는 갈 곳이 없었고 밤에는 무엇엔가 쫓겼어

내가 지상에서 바라는 것 하나

우루무치행 편도 티켓 하나


질 들뢰즈에 의하면 진리는 늘 생성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구축(構築)의 감옥을 거부한다. 그것은 유목민(노마드)처럼 끝없이 탈주한다. 집을 짓는 정주(定住)의 삶은 역설적이게도 “땅의 노래”를 들을 수 없게 하고 “풍경”에 상처를 입히며,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한다. 시인이 지상에서 바라는 유일한 것은 “우루무치행 편도 티켓 하나”이다. 그는 정주를 거부하며 고원(高原)에서 고원으로 이어지는 탈(脫)영토화의 삶을 꿈꾸고 있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


아이들
- 심언주(1962~ )


 
기사 이미지
뭉텅뭉텅 쏟아 놓은 아이들

아침마다 피는 아카시아 꽃

앞산, 뒷산

정강이에 발등에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토끼풀 꽃, 찔레꽃

얼굴이 하얀 아이들

바람만 불어도 까르르 까르르

DA 300

 


들길을 흔들며

숲길을 흔들며

햇빛 공화국으로

햇빛 네트워크로


꽃들이 세상을 덮을 때, 세상은 유쾌한 악보가 된다. 어린 음표들이 “까르르 까르르” 웃는 “햇빛 공화국”에서의 한때는 얼마나 큰 위로인가.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고 아픈 텍스트이지만, 자연은 한 번도 어김없이 때맞추어 우리를 방문한다. 그중에서도 만화방창(萬化方暢), 봄의 ‘위문공연’이 최고다. 잠시 위로받고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가도 좋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


박꽃 
-신대철(1945~)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 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 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어 “많은 것을 보려면 자기 자신을 놓아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박꽃은 소음(“벌떼”)과 “뜬소문”과 공격성(“침”)을 다 내려놓은 상태의 고요함을 상징한다. 내 안의 프리즘이 완벽하게 지워진 상태에서 사물과 만날 때 사물의 속이 들여다보인다. 그제야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욕망과 소음으로 어지러운가. 박꽃은 담비들도 다 돌아와 제 집에서 잠든 시간에 피어난다. 검은 밤과 흰 박꽃과 물소리로 단순화한 수묵(水墨)의 공간에서 나를 지우고 없는 듯 있기. 싸우지 않고 그냥 존재하기. 신대철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 수록.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어부(漁夫)
-김종삼(1921~1984)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老人)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그 흔한 문학상도 별로 받지 못했고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김종삼은 수많은 시인들로부터 오래도록 ‘내밀한’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순수하고 소박하고 맑고 따뜻하다. 바닷가에 매어진 채 외로이 출렁이는 작은 배 한 척의 풍경이 그대로 김종삼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 풍경에는 삶의 난제(難題)와 희망이 고즈넉하게 들어가 있다. 존재를 송두리째 뒤집어엎는 “풍랑”도 날을 세우지 않고 잔잔하게 그려져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겠다는 포부도 요란하지 않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는 생각도 허풍스럽지 않다. 그러니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는 중얼거림은 얼마나 따뜻하고 아늑한가.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
 

 

 

동물의 왕국 1

동물계 척추동물문 소파과 의자속 남자 사람, 52

- 권혁웅(1967~ ) 

 

 

소가 트림의 왕이자 이산화탄소 발생기라면

이 동물은 방귀의 왕이자 암모니아 발생기입니다

넓은 거실에 서식하면서 점점 소파를 닮아가고 있죠

중추신경은 리모컨을 거쳐 TV에 가늘게 이어져 있습니다

배꼽에 땅콩을 모아두고 하나씩 까먹는 습성이 있는데

이렇게 위장하고 있다가 늦은 밤이 되면

진짜 먹잇감을 찾아 나섭니다 치맥이라고 하죠

치맥이란 술 취한 조류인데 날지 못하는 녀석입니다

이 동물의 눈은 카멜레온처럼 서로 다른 곳을 볼 수 있죠

지금 프로야구 하이라이트와 프리미어리그를 번갈아 보며

유생 때 활발했던 손동작, 발동작을 회상하는 중입니다

 (......)

 

 

시는 새로운 렌즈로 세계를 읽는다. 이 시는 ‘고급 동물’인 “남자 사람”의 하루를 코믹하게 건드린다. 세상에, “치맥”이 “술 취한 조류인데 날지 못하는 녀석”이라니. 낄낄거리며 이 시를 읽다 보면 어느덧 “동물의 왕국”에서 지리멸렬한 생애를 보내고 있는 ‘내’가 보인다.<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883 미국 시인 - 빌리 콜린스 2016-11-28 0 4742
1882 詩는 언어로 남과 더불어 사는 정서를 절규하는것... 2016-11-28 0 4058
1881 시인, 시, 그리고 미술... 2016-11-27 0 4228
1880 시인, 시, 그리고 경제... 2016-11-27 0 3662
1879 시인의 미국 시인 - 에즈라 파운드 2016-11-27 1 5501
1878 현대시를 이끈 시대의 대변인 영국시인 - T.S. 엘리엇 2016-11-27 0 5395
1877 "부부 시인"의 비극과 또 하나의 그림자 2016-11-26 1 5698
1876 미국 시인 - 실비아 플라스 2016-11-26 0 5229
1875 독일 시인 - 롤프 디터 브링크만 2016-11-26 0 4231
1874 권총으로 자살한 구쏘련 시인 - 마야꼬프스끼 2016-11-26 0 4409
1873 20세기 러시아 최대 서정시인 - 안나 아흐마또바 2016-11-26 0 3724
1872 20세기 러시아 최대의 시인 - 오시쁘 만젤쉬땀 2016-11-26 1 3923
1871 상상하라, 당신의 심원한 일부와 함께 비상하라... 2016-11-26 0 3383
1870 세계문학상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 - "하이쿠" 2016-11-26 0 4222
1869 詩의 탄생 = 人의 출생 2016-11-26 0 3529
1868 실험적 詩는 아직도 어둠의 아방궁전에서 자라고 있다... 2016-11-26 0 4110
1867 詩가 무엇이길래 예전에도 지금도 실험에 또 실험이냐... 2016-11-26 0 4624
1866 詩는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어야... 2016-11-26 0 3442
1865 詩를 더불어 사는 삶쪽에 력점을 두고 써라... 2016-11-26 0 3812
1864 詩人은 명확하고 힘있게 말하는 사람... 2016-11-26 0 3681
1863 詩를 발랄한 유머와 역설의 언어로 재미있게 읽히는 시로 써라... 2016-11-26 0 4045
1862 캐나다계 미국 시인 - 마크 스트랜드 2016-11-22 0 5289
1861 미국 시인 - 시어도어 로스케 2016-11-22 1 6526
1860 러시아계 미국 시인 - 조지프 브로드스키 2016-11-22 0 4652
1859 詩란 마음 비우기로 언어 세우기이다... 2016-11-22 0 3949
1858 자연속의 삶을 노래한 미국 시인 - 로버트 프로스트 2016-11-21 0 6688
1857 풍자시란 삶의 그라프를 조각하여 통쾌함을 나타내는 시... 2016-11-21 0 3849
1856 미국 재즈 시의 초기 혁신자 中 시인 - 랭스턴 휴스 2016-11-20 0 5209
1855 락서는 詩作의 始初에도 못미치는 망동... 2016-11-19 0 3638
1854 인기나 명성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의 색갈을 고집한 예술가 2016-11-18 0 5298
1853 카나다 음유시인 - 레너드 노먼 코언 2016-11-18 0 5214
1852 령혼 + 동료 = ...삶의 그라프 2016-11-18 0 3541
1851 김영건 / 박춘월 2016-11-18 0 3443
1850 詩作의 첫번째 비결은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쓰는것... 2016-11-18 0 4005
1849 詩作할때 "수사법" 자알 잘 리용할줄 알아야... 2016-11-16 1 4845
1848 詩人은 "꽃말"의 상징성을 발견할줄 알아야... 2016-11-15 0 3714
1847 진정한 "시혁명"은 거대한 사조의 동력이 안받침되여야... 2016-11-15 0 3567
1846 고 김정호 / 허동식 2016-11-15 0 3693
1845 윤청남 / 허동식 2016-11-15 0 3670
1844 詩를 제발 오독(誤讀)하지 말자... 2016-11-15 0 3866
‹처음  이전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