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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집
오규원
김종택의 집을 지나 이순식의 집과 정진수의 집을 지나 박일의 집 담을 지나 이말청의 집 담장과 심호대의 집 담장을 지나 박무남의 집 담벽과 송수걸의 집 담벽과 이한의 집 담벽을 지나 강수철의 집 벽과 천길순의 집 벽을 지나 박규수의 집 담벽을 지나 허인자의 집 벽을 지나 한오상의 집 벽과 최일중의 집 벽을 지나 권기덕의 집 벽과 장녹천의 집 벽과 최점선의 집 벽을 지나 이수인의 집 담벽과 이무제의 집 벽을 지나 조민강의 집 담을 지나 박방래의 집 담벽과 오재식의 집 담벽과 신영식의 집 담벽과 전태욱의 집 담벽을 지나 허면의 집 목책과 이종의 집 철책을 지나 김일수의 집 담과 윤난서의 집 담과 김실의 집 벽을 지나 김숙전의 벽과 박성식의 벽과 오재만의 벽과 안범의 벽과 홍숙자의 벽과 고석의 벽과 최수덕의 벽과 문정삼의 벽과 윤인행의 벽을 지나 김대수의 벽 우만식의 벽 이벌의 벽 강진국의 벽 방말자의 벽 조인만의 벽 김영덕의 벽 황규장의 벽 한수태의 벽 박상숙의 벽 오희상의 벽 원호영의 벽 이강본의 벽 전무연의 벽 김말영의 벽 권오항의 벽 남희선의 벽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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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집을 지납니다. 세 집을 지나니 담 담장 담벽 벽이 추가됩니다. 한동안 계속되다가 목책과 철책을 딱 한 번씩 지납니다.
시인이 ‘날(生)이미지시’라고 명명한 후기시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인간이 덧씌워놓은 관념이나 허구를 배제하는 시론으로, ‘세계를 투명하게 인식’하고자 한 언어주의자의 행로였습니다. 제목이 ‘사람의 집’이 아니라 ‘사람과 집’입니다. ‘~과’는 종속이 아닌 나란함, 즉 수평ㆍ개방적 연대를 가리킵니다. 오규원 후기시의 지향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호명은 사람, 집(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에 덧씌워놓은 관념을 벗겨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강본의 벽쯤에 이르면, 자신도 모르게 이강본과 벽, 이라고 수정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사장 철책에도 선거용 벽보가 붙었습니다. 산책길에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내세운 지향들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내가 봉오리 하나를 매달면, 세상은 그만큼 깨어날 작정을 합니다. ‘사람과 집’을 위해, 이틀 뒤, 꽃봉오리 하나씩!
깨끗한 한 표를 찍으러 가야겠습니다.
/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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