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발> 시모음
2016년 04월 02일 23시 15분  조회:4911  추천:0  작성자: 죽림

+ 발바닥이 전해주는 말

산불로 폐허가 된 곳
돋아나는 고사리 꺾으며
축축하게 흐르는 땀
개울물에 발을 담그니
뼛속까지 깨달음이 새롭다
태초에 하나님 인간을 만드실 때
두 발로 걸으라고
튼튼하게 만들어 주셨는데
그 뜻 거역하고
자동차만 타고 다니니
이곳저곳 아픈 곳만 늘어난다
이제라도 그분의 뜻 따라
산새들과 들짐승처럼 뛰어다닐 때
지천명의 언덕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발바닥이 귓속말로 전해 주고 있다
(김귀녀·시인, 1947-)


+ 아내의 맨발 - 갑골문甲骨文

뜨거운 모래밭 구멍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몸체는 뒤집히고 짧은 앞 발바닥은 꺾여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있었다

유난히 긴 두 발바닥이 슬퍼 보였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마취실을 향해
한밤중 병실마다 불꺼진 사막을 지나
침대차는 굴러간다
얼굴엔 하얀 마스크를 쓰고 두 눈은 감긴 채
시트 밖으로 흘러나온 맨발

아내의 발바닥에도 그때 본 갑골문자들이
수두룩하였다
(송수권·시인, 1940-)


+ 시인의 발바닥

목욕탕엘 갔다
굴참나무처럼 갈라진 내 발바닥을 보고
시인의 발바닥이 그 모양이냐고
누군가 말을 했다

유심히 보니
산도적의 발바닥
도망 나온 발바닥

어디를 쏴 다녔기에?

한쪽에 등 돌리고 앉아
발바닥을 문지른다
(김상현·시인, 1947-) 


+ 내 나이 마흔 넷의 발바닥

내 발바닥 꺼칠꺼칠한 게
어쩌면 낙타가 사막을 쉬임없이 걸어온 것처럼
물 한 방울 스밀 데 없어라
그처럼 하늘은 매냥
모래바람만 불어온 듯도 하거니와
갈 길 먼 낙타처럼 가다가
쉬어갈 때도 있거니 하면서
이제는 옆이나 뒤로 눈 돌릴 게 아니라
무작정 앞을 보며 걸어가는 것도
상책이려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서지월·시인, 1956-)


+ 발바닥아

발바닥아,
티눈 박여 못 쓰게 된 발바닥아,

오늘같이 할 일 없는 날은
때묻은 신발 하이타이 비누로 바래어 신고
아침 이슬 채이며
우북히 자라난 우리들 꿈의 옛 자취
보리밭머리 보리 팬 거나 보러 가지.
보리밭머리
깜부기로 입에 먹칠을 하고
그린 듯이 서 있으러나 가지.

발바닥아, 발바닥아,
매맞고 쫓겨나 갈 데 없는 발바닥아,

자운영 꽃핀 논두렁길로
구름 마중 우리 둘이 신나게
달려나 가지.
(나태주·시인, 1945-)


+ 발바닥에게

발바닥으로 사는 그대 보고 싶다
자신을 억누르며 인내하는 바닥으로 사는
낮은 그대가 오늘은 보고 싶다
낮은 그대 낮은 생각 속으로
아침 창문이 열리면 슬픔처럼
가늘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낮은 풀잎 뿌리를 적시고
그대 젖은 발자국 남기면서 걸어간다

땅과 가까이 온몸으로 물이 흐를 때
먼저 젖고 마는 그대 하얀 발가락
그대를 데리고 멀리 가고 싶다
그러나 오늘은 처참하게 비 내리고
수목들 뿌리가 젖는 것처럼
더욱 낮은 곳에서 떨고 있는 그대
오늘은 보고 싶다
(강영환·시인, 1951-)


+ 발바닥으로 읽다

찌든 이불을 빤다
무거운 이불 한 채, 물에 불린다
모란 잎, 때 절은 이파리
고무통에 담그니 발바닥에 풋물이 든다
모란꽃이 쿨럭쿨럭 거품을 토해낸다
고무통 수북히 거품이 솟는다
맥을 짚듯 두 발로 더듬는다
삶에 찌든 내가 밟힌다
먼 기억 속 부드러운 섬모의 숲을 거슬러 오르자
작은 파문 일렁인다
나비 한 마리 날지 않는 행간
지난 날 부끄런 얼굴, 밟히며 밟히며
자백을 한다
좀체 읽히지 않던 젖은 문장들
발로 꾹꾹 짚어가며
또박또박 나를 읽는다

눈부신 햇살 아래 모란꽃 젖은 물기를 털어 낸다
어디선가 날아든 노랑나비 한 마리
팔랑팔랑 꽃을 읽고 날아간다
(조경희·시인, 충북 음성 출생)


+ 발바닥

누워있는 아내 발바닥이
절여놓은 총각무 같다
온종일 버무려지던 열기 속에서
뒤죽박죽 얼마나 숨가빴을까

걷는 게 별것이 아니라는 듯
붉었다가,
희어지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듯
내보이는 희끄무레한 바닥

내 족보 속에 온갖 피톨들이
이곳에 몰려들어 길을 가자는데
신경통처럼 기울어지는 세간붙이를
희락 붉으락한 발바닥으로
다잡고 가라는데

더듬어보는 뒤꿈치에
뭉툭한 독기
이 모진 기운이 아내를
똑바로 서게 하였구나
때때로 귀찮아지는 체중을
받치게 하였구나.
(정건우·시인, 강원도 양구 출생)


+ 발가락

양말과
신발 속에서
보낸 긴 하루

집에 와
양말을 벗으니
아, 예쁜 발가락 가족

어루만지고 싶을 만큼
저절로 정이 든다.

담담한 신발 속에서도
지치지 않기 위해
서로들 껴안고 지냈나 보다.

하얀 발가락들의
어깨가 좁다.
(권영상·아동문학가, 1953-)


+ 발가락

꼼질거리는 발가락이 오늘도 맨 아래에서
나를 지탱하고 있다.
단 한번도 호사를 모르는 발가락은
내가 가라면 가고
내가 오라면 오는
순종이 삶의 이유인 것처럼
처음부터 태어났던 모양이다.

오늘도 이유를 모르는 뜀박질을 하는 발가락은
온통 땀이 흥건하다.
온통 악취가 흥건하다.
길바닥은 혼탁한 매연에 숨쉬기가 버겁고
무심히 버려진 양심들이 겹겹이 쌓여
두 눈으로는 참아 건너지 못할 곳을
묵묵히 걷고 있다.

처음 누워있는 나를 일으키더니
이제는 앞을 향해 가라한다
이제는 앞을 향해 뛰라한다
그렇게
무언의 든든한 후원자는 오늘도
최후의 밑바닥에서 열심히 자신의 몫을 하고 있다.
(김노인·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03 詩人은 풀잎같은 존재이다... 2016-10-01 0 4969
1602 詩는 늘 등뒤에서 울고지고... 2016-10-01 0 4936
1601 詩속에는 시작과 시간이 흐른다... 2016-10-01 0 4200
1600 詩는 피해자와 비피해자의 그림자 2016-10-01 0 4582
1599 詩는 "어떤 음계에서"의 암시투성이다... 2016-10-01 0 4977
1598 80년대이래 중국 詩歌 관련하여 2016-10-01 0 4432
1597 연변이 낳은 걸출한 서정시인 ㅡ 윤동주 2016-09-30 0 4763
1596 나는 사람이 아니고 개다... 2016-09-29 0 4450
1595 중국 조선족 시인 시묶음 2016-08-25 0 6231
1594 詩리론은 쉬운것, 아리송한것, 어려운것들의 따위... 2016-08-24 0 4963
1593 詩창작은 곧 "자기표현"이다... 2016-08-24 0 4884
1592 詩는 "어떤 음계에서"의 암시투성이다... 2016-08-22 0 4677
1591 詩적 장치속에 상징이라는 눔이 있다는것... 2016-08-22 0 4533
1590 詩는 <<그저 그런...>>것, 젠장칠,ㅡ ... 2016-08-22 0 4623
1589 정지용 시인과 향수 2016-08-18 0 4281
1588 詩作을 할때 위장술(아이러니)을 변덕스럽게 사용하라... 2016-08-18 0 4811
1587 詩作할때 <<...것들>>로 잘 장식하라... 2016-08-17 0 4742
1586 詩作을 할때 살아있는 은유를 포획하라... 2016-08-16 0 4987
1585 詩人은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련금사... 2016-08-12 0 5302
1584 詩作을 할때 죽은 비유를 멀리하고 배척하라... 2016-08-11 0 4739
1583 詩作에서 어려운 리론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싹을 티우라... 2016-08-10 0 5040
1582 인습적인것들을 사용하면 좋은 詩가 될수 없다... 2016-08-09 0 5080
1581 좋은 詩들을 많이 읽고, 詩를 쓰고 싶은대로 쓰라... 2016-08-08 0 4664
1580 83세의 한국 아동문학가 - 신현득 童心에 살다... 2016-08-04 0 4627
1579 복습, 예습하는 詩공부하기... 2016-08-04 0 4617
1578 밤중에만 詩공부하는 눔이라구라... 2016-08-04 0 4544
1577 재다시 현대시 공부하기... 2016-08-04 0 4769
1576 다시 詩공부합니다... 2016-08-04 0 4319
1575 詩作하는데는 시험도 숙제도 없다... 2016-08-04 0 4439
1574 詩에서 작은 이미지 하나로 시전체분위기를 만들라... 2016-08-04 0 4671
1573 詩人은 이미지에게 일을 시킬줄 알아야... 2016-08-02 0 4338
1572 詩人의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 언어의 그림 곧 이미지이다... 2016-08-01 0 4962
1571 詩는 말하는 그림, 그림은 말없는 詩... 2016-08-01 0 4580
1570 검정 망아지가 큰 검정 馬(말)인 韓春을 그리다... 2016-07-30 0 4271
1569 한국 현대시 100년을 빛낸 시집 5권 2016-07-29 1 5559
1568 한국문학 100년을 빛낸 기념비적 작품들 2016-07-29 0 4270
1567 한국 현대시 100년을 돌아보다... 2016-07-29 0 6458
1566 중국 현대시의 일단면/李陸史 2016-07-29 0 5107
1565 한국 시인 중국 기행 시모음/중국 현대시 개요 2016-07-29 0 5149
1564 詩의 생명이며 극치는 곧 이미지이다... 2016-07-29 0 4062
‹처음  이전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