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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詩라도 행과 연 구분에 따라 감상 차이 있다...
2016년 02월 20일 05시 16분  조회:4661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에서 행과 구분을 굉장히 중요시하게 여기는데 어떤 때는

한 편의 시가 여러 편의 시집에 실리면서 연과 행 구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례를 들면 <<쉬>>(문인수), 이 시가 그러한데 시가 좋아 여러 시집 여기 저기에 실렸지요.

출간된 시집들을 서로 대조해보면...

 

그런데 인터넷에 떠다니는 시도 아니고 시집마다 행과 연 구분이

달라 참 혼란스럽더군요.

 

그래서 문인수 시인에게 메일로 문의를 했었는데 문인수 시인은

나희덕 편을 정본으로 삼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이 시는 조선일보가 연재한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중 43편에 들어 있는데 저는 조선일보에 실린 시의

형식이 가장 좋은 것 같더군요.

 

한번 보세요. 시에서 행과 연 구분에 따라 감상의 차이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시는지를...

 

 

 

쉬/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
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
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
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
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인수 쉬 -「쉬」, 문학동네, 2006년
-반경환 명시1,2 제1권 102쪽

-제49회 現代文學賞수상시집. 2004. 현대문학
-도종환, 안도현 시인이 추천한 <국립공원 시인의 집>에 비치 돼 있는
시집(자연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제2편 25쪽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
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
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
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나희덕 시인이 엮은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에 실린 시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104쪽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중 43』(조선일보 연재, 2008)
-출처 : 조선일보 입력 : 2008.02.26 00:12 / 수정 : 2008.02.28 11:12

 

----------------------------------

흐르는 물
검색을 해보니 문인수 시인의 그 유명한 시 '쉬' 가 올려져 있지 않네요. 나희덕 시인이 엮은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에 실린 시를 원본으로 삼고 싶으시다니까 참고로 했으면 좋겠네요. 09.09.08 18:30


답글 | 묘묘
연을 구분한 것은 그렇다쳐도 산문시의 행들은 올리시는 분들의 게시표현에 따라 변한 듯 싶네요. 연은 후에 나누었더라도 행갈이를 달리 했다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만...... 09.09.08 18:32


답글 ┗ 흐르는 물 나희덕 편에는 결구인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한 연 한 행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4연의 마지막 행으로 되어 있으니 게시표현하고는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09.09.08 18:42

묘묘
시인의 시 한편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정확성을 찾아본다는 일도 참 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09.09.08 18:50


답글
제4막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이부분을 한 연 한 행으로 하지 않고 4연의 마지막행으로 쓰인 것까지 문인수 시인이 동의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군요... 09.09.08 18:50

 

답글 ┗ 흐르는 물
나가려다 다시 한번 보고 갑니다. 나희덕 편 제가 옮긴 것은 글자 한 자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따로 멜로 보내드리겠습니다. 09.09.08 19:09

 

흐르는 물
한 편의 시를 행, 연이 구분이 안 된 시와 구분이 다른 시로 읽어보니까 <조선일보가 연재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43편]>의 시가 가장 자연스럽게 읽혀지네요. 개인적으로도 이 시를 원본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09.09.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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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쉬 (시집 '쉬!'14쪽의 경우)|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

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

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

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

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

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 시집 <쉬!> (문학동네/ 2006.1.27 초판본)

 

 

* 시집의 판형 관계로 이렇게 된 것임을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시원/ 허시것다아'나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식으로 행갈이를 할 필요는 없으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를 1연 한행으로,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를 4연 한 행으로

한 것은 이 시의 구조상 꼭 지켜져야할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연 구분 없이 4행으로 된 시지만 행을 연으로 간주하면)

특히 마지막 연의 한 행은 길게 한 호흡을 쉬고 내뱉는 말로서 이 시의 핵심 문장인바

3연에 붙여 쓰는 것은 시 본래의 의미와 맛을 훼손하는 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젊고 순하게 생긴 여성시인이 그렇게 인용한 것을 두고 면전에서 까칠하게 대꾸하기 힘들었던

시인이 대수롭지않은 듯 좋게 얘기해서 그걸 정본으로 삼겠다 한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낭송용 원고로서는 그게 유용할 수는 있을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마지막 부분은 연행 구분을 해야 옳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시의 제목이  '쉬'로 되어 있고, 시집의 제목도 '쉬!'로 되어 있음을 참고 바랍니다.

 

 

-------------------

혼란스러워 문인수 시인한테 문의 했더니 이렇게 답장이 왔더군요.

...

 

 

죄송합니다. 제 시에 이만한 성의를 보여주어서 감사합니다.

 

"따 = 땅"이 맞습니다. 이북어일 뿐만 아니라 일부 고어체 문장에서도 '따'를 볼 수 있습니다.

시의 리듬이나 읽는 맛이 나은 것 같아 일부러 '따'로 하였던 겁니다.

 

발표 당시, 그리고 시집에도 연구분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회에 이 시를 낭송하면서 편의상 연구분을 해보았더니

읽기도, 의미 파악도 훨씬 낫습디다.

그래, 나희덕 편 그 책자에 실린 것을 앞으로 '원본'으로 삼기로 작정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관심, 거듭 고맙습니다. 건필하십시오.

 

-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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