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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70년... 우리 시대의 "동주"를 그리다
2016년 02월 17일 04시 28분  조회:4891  추천:0  작성자: 죽림


▲ 사진=김현우 기자
이준익 감독은 ‘그래서 이후로 아름답게 살았습니다’가 아닌 ‘그렇게 죽어갔습니다. 이 얼마나 아픈 일인가’를 그린다. 이렇게 이준익 감독이 비극에 주목하고, 더 아름다운 비극을 찾고자 하는 이유는 “미안해서”다.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강하늘 분)와 열사 송몽규(박정민 분)의 청년 시절을 정직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2016년 올해는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열사가 태어난 지 99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최근 영화부터 뮤지컬, 심지어 출판계에서도 윤동주 시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심지어 초판본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시대가 윤동주를 그리워하는 무의식이 있지 않았을까. 자연발생적이다”라고 말한다.

윤동주가 한국 문학사에서 가지고 있는 의미는 남다르다. 많은 시들이 문학이라는 틀 안에서 하나로 묶여버리기도 하지만, 윤동주 시인의 시는 감히 묶기 어렵다. 일제강점기에 윤동주 외에도 많은 시인이 있었고, 윤동의 시집은 그 시절 출판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에 주목했다.

“식민지 후기 사람이라는 것, 더 중요한 것은 일본 본토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조선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또 다른 곳으로 도망갈 수 있었을 테지만 본토라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 안에서 불안과 공포를 안고 신념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었을지 가슴이 아팠다. 그 어린 친구들이 얼마나 떨었을까. 그 떨림의 순간에 윤동주는 ‘쉽게 씌여진 시’를 썼을 테고, 쉽게 시를 써서 부끄럽다고 했다. 이것이 내가 영화를 만들게 한 원동력이다. 오늘날 이 시는 아름다운 시로 남아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됐지만 그 시를 썼던 그 시절은 무서운 순간들이었다.”


▲ 사진=김현우 기자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은 ‘시인’이었다. 하지만 ‘시인 윤동주’, ‘윤동주’가 아닌 ‘동주’로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윤동주 시인이 그 시대를 대변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며, 동주라는 이름이 상징적인 의미로 써지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마치 우리 시대의 ‘동주들’에 대한 이야기처럼 말이다.

“제목을 통해 지나치게 뭔가를 강조하는 것은 이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 수식 하나 없이 그냥 ‘동주’다. 기억하고 싶지 않는 시대를 견뎌냈던, 아름다운 시를 썼던 시인의 영화를 만들면서 뭘 더 강조하고 뭘 더 강요하고 뭘 더 수식하겠나. ‘윤동주’라고 하면 너무 개인을 표상화하는 것 같아서 성도 붙이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동주는 어떤 이름보다 흔한 이름이다. 이름은 원래 고유명사지만 일반명사화 시킨 것이다.”

극중 윤동주보다 더 눈에 띄는 인물은 송몽규다. 윤동주는 아름다운 시라는 결과를 남겼기 때문에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는 반면 송몽규는 결과물이 없어서 기억되지 않는 인물이다. 이 영화의 제목에서조차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동주를 앞세우고 몽규를 표면화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동주를 통해 과정만큼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인물 송몽규를 만나게 된다.

“동주를 통해 몽규를 알아가는 것이 관객들에게 친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 모르는 시대, 이제 아무도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과거, 거기에 모두 기억하는 이름 윤동주를 통해 과정이 아름다웠던 몽규를 소개하는 것이 옳다고 봤다.”

▲ 사진=김현우 기자
존재조차 낯선 열사 송몽규,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흑백영화와 만주 북간도 사투리 등 이런 생경한 것들은 투박하지만 섬세하다.

“인물에 집중하고 사건은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몽규가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는 정확히 보여주지 않는데, 이게 저예산 영화의 장점이면서 한계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스펙터클이 없다. 대신 이 영화에서는 윤동주의 시가 스펙터클이다. 시 안에 개인의 욕망과 질투와 시기와 반성과 바람이 모두 담겨 있다.”

붓글씨로 새겨진 농도 짙은 수감번호, 스태프의 이름을 당시 느낌으로 세로로 적어놓는 오프닝 등 영화 속 곳곳에 숨겨진 디테일함에서 감독의 애정이 묻어난다. 특히 흑백영화였기 때문에 ‘빛’을 조절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동주가 작은 방 안에 앉아서 하늘에 매달린 손바닥 만한 창을 바라보는 신이 있다. 어두운 방 안에는 한 줄기 빛이 들어오고, 먼지는 뿌옇게 부유한다. 고요한 이 장면은 관객들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만한 신이다.

“이 장면에 먼지를 떠다니게 하고 싶었다. 이어 ‘내 마음의 탑 / 나는 말없이 탑을 쌓고 있다’로 시작하는 ‘공상’이란 시가 나오는데, 이 장면이 극사실주의적인 화면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명감독, 촬영감독에게 먼지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을 했고, 현장에선 먼지가 잘 안 잡혀서 콩가루를 날려서 의도적으로 포착했다.”

이런 애정은 작품 곳곳뿐만 아니라 배우들을 향한 눈빛에서도 느낄 수 있다. 최근 공개된 제작기 영상에서 그는 배우들을 향해 아빠 미소를 짓기도 하고 눈물을 쏟기도 했다.

“몰입했던 순간에 이 젊은 배우들이 동주, 몽규로 보였다. 그 분들이 돌아가셨던 때가 겨우 29살이었다. 이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측은지심이 있었다.”

“특히 몽규가 맞고 토하는 장면에서는 그걸 보는데 못 참겠더라. ‘컷 오케이’를 해놓고 못 참아서 울었다. 촬영하는 동안 휴지를 달고 살았다. 사실 영화를 찍을 때 내가 가장 많이 우는 편이다. 배우는 한 번만 우는데 나는 배우들이 울 때마다 운다. ‘사도’때도 송강호가 울 때 울고, 유아인이 울 때 또 울고, 전혜진이 울 때 또 울었다.”

▲ 사진=김현우 기자
이렇게 눈물 많은 이준익 감독은 그동안 많은 사극을 통해 비극을 그려왔다. 그들에 대한 미안함을 바탕으로 이준익 감독은 비극적인 인물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그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사극이 아니라 사람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특히 비극적인 인물에 관심이 있다. 비극은 언제나 교훈을 준다.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의 비극 등 모두 결국에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삶을 그르친 이야기다.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비극을 통해 나를 경계하고, 삐뚤어진 욕망을 스스로 절제하려고 한다. 이런 페이소스가 카타르시스를 가져온다.”

“비극은 인과응보라고, 원인 없이 결과는 없다. 그래서 ‘왜(Why)’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매뉴얼이 치밀하게 짜여있어서 ‘왜’는 없어지고 ‘어떻게(How)’만 남았다. ‘왜’를 궁금해 하지 않으니 ‘왜’를 잃어버린 시대다. 요즘 학생들도 정답을 외우기만 하고 질문을 연구할 자격이 박탈됐다. 과정이 무시되고 결과만 남는다.
 
이런 사회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나는 시대착오적이고 전근대적인 감독이다.”

시대착오적인 감독이기 때문에 이 시대에는 이준익 감독이 진정으로 필요할 것 같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을 통해 비극의 미학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완벽하지 못했던 과거를 돌아보고, 완벽하지 못할 미래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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