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오늘도 밥값을 했씀둥?!
2016년 02월 14일 03시 15분  조회:4843  추천:0  작성자: 죽림

 

 

밥값/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시집『밥값』(창비, 2010)

................................................................................................................................................

 

 정호승 시인은 열 번째 시집『밥값』을 내면서 “침묵의 절벽 끝에 한 채 서 있는 작은 수도원처럼 시는 묵언의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그 무엇임을 새삼 깨닫는다.”고 하였습니다. 시를 써본 사람은 대개 경험해본 일이겠는데, 처음 시를 쓸 때는 쓸 것이 없어서 고민되어 시가 짧아지는 경우보다는 감정과잉으로 주절주절 말이 많아지고 이것저것 갖다 붙이는 통에 시가 대책 없이 길어질 때가 더 많습니다. 스스로 깨닫기는 뒷전이고 섣불리 남을 깨우치려는 생각이 앞설 수도 있겠고요. 그러니 가슴이 아니라 입과 손끝으로 쓰는 시가 되는 것이지요.

 

 정호승 시인의 말은 ‘말씀 언(言)’에 ‘절 사(寺)’가 합쳐 <詩>가 된 것임을 다시 환기시켜줍니다. 말로 절을 짓는다는 의미이지요. 시 쓰는 일도 용맹정진하는 구도자의 정신으로 치열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그 묵언의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는데, 그 수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내 경우 어쩌다 시를 한 편 쓰려고 해도 시정잡배 수준의 마구잡이 언어가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창피하지만' 시를 쓰서 밥을 얻어먹어본 기억은 별로 없기에 시에 대한 밥값에 미안한 마음은 없습니다만 총체적 삶에서 내가 밥값은 제대로 하고 사는지에 대한 미심쩍음은 늘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왜 어머니께 고하고 지옥에 한번 다녀와 봐야겠다고 했을까요. 이승에서 밥값 못하고 살다 죽으면 지옥행이란 생각 때문이겠지요. 바로 밥값의 여부가 선악의 기준이어서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밥값이나 제대로 하고 사는지 모르겠기에 지옥에 다녀오겠다는 것일 겁니다. 가서 지옥을 눈으로 직접 보고 반면교사라도 삼을 작정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밥값을 하고 못하고의 분별이 어려울 정도면 지옥도 그다지 흉악한 범죄자들만 득실대는 곳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인이 꿈꾸는 모두가 밥값 하는 세상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여전히 비루하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확실히 모르겠기에 지옥에 다녀온다는 것인데, 이것 하나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가령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에서 인간의 생명력과 희망을 생각하며, 그 사랑이 곧 밥값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43 이승훈 시모음 2015-07-18 0 4731
642 <자본주의> 시모음 2015-07-18 0 4546
641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2015-07-18 0 4800
640 김소월과 에이츠 2015-07-17 0 4951
639 좋은 시를 쓰는 王道 // 령혼을 노크해주는 글 2015-07-15 0 4856
638 표절과 령혼 2015-07-15 0 4827
637 표절은 작가자신의 령혼을 죽이는 자살행위... 표절은 독자들의 령혼을 죽이는 타살행위... 2015-07-15 0 4665
636 김억과 김소월 2015-07-14 0 5604
635 윤동주와 일본 시인 // 시문학의 흐름 2015-07-12 0 5493
634 한국 최초의 자유시 2015-07-12 0 4198
633 新體詩 시인 - 최남선 / 자유시 선구자 - 주요한 2015-07-12 0 5161
632 하이퍼텍스트 詩 들여다보기/현대시의 흐름/바이런시인 시모음 2015-07-09 0 5539
631 <<死愛>> 2015-07-09 0 5419
630 어둠의 아이들과 햇빛의 아이들이... 2015-07-09 0 5693
629 그 누구나 시의 전파자가 되는 날을 위하여... 2015-07-08 0 4638
628 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인 2015-07-06 0 4729
627 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선집 2015-07-06 0 4474
626 <<풀보다 먼저 눕고 먼저 울고 먼저 일어서는>> -"국민시인" 2015-07-05 0 5087
625 윤동주와 정지용, 리륙사와 로신 // <<향수>>와 <<추억>> 2015-07-04 0 6438
624 두 시인의 마음속 "고향"은...? 2015-07-04 0 4471
623 다시 알아보는 시인 백석 2015-07-04 0 4756
622 <소주> 시모음 / 김소월시인과 담배, 술, 진달래꽃 2015-07-04 0 5563
621 포스트/모더니즘시론의 력사 2015-07-04 0 4641
620 2015년 7월 4일자 한국 중앙일보 윤동주 시한편 등고해설 2015-07-04 0 4689
619 다시 알아보는 시인 조기천 2015-07-03 0 5212
618 전쟁과 화폐살포작전 / 짧은 시 모음 2015-07-03 0 5496
617 항상 취해 있으라... 2015-07-03 0 4774
616 <지렁이> 시모음 2015-07-01 0 4870
615 미친 시문학도와 싸구려 커피 2015-06-30 0 4610
614 체 게바라 시모음 2015-06-28 0 4752
613 파블로 네루다 시모음 2015-06-28 0 4673
612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시모음 2015-06-27 0 5153
611 <夏至> 시모음 2015-06-22 0 4526
610 시를 설사하듯 쓰기와 시를 느린보로 쓰기와 좋은 시 다섯편 남기기 2015-06-22 0 5042
609 연변 작가계렬 취재 1 2015-06-22 0 4761
608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2015-06-22 0 5025
607 다시 읽는 우리 문학 1 2015-06-22 0 4552
606 리임원 시집 출간 2015-06-21 0 4417
605 李仁老 漢詩 2015-06-20 0 6795
604 녀성詩 어디까지 왔나ㅠ... 2015-06-19 0 4095
‹처음  이전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