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작법 줄줄줄...
2016년 01월 10일 05시 45분  조회:4288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방법 

고재종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시적 상상력의 개진 방식들은 사실 추상화되어 있다. 한 편의 시는 모름지기 단 하나의 주도적인 상상력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섬세한 발견과 관찰, 날카롭게 대상의 본질을 길어 올리는 투사와 유추, 분리된 것을 결합하는 연상과 현실을 부정의 눈으로 확인하는 전복의 상상력들은 사실 한 편의 시에 긴밀하게 습합되고 용해된 채, 하나의 시적 세계를 튼실하게 엮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편의상 이런 분리는 상상력의 실체를 더욱 선명하게 들여다보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놓칠 수 없는 이점들을 갖는다. 더욱이 상상력들은 동일한 깊이로 시적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인 상상력이 전면에 배치된 채 여타의 상상력들은 후경에서 마치 삼각형의 꼭지점을 위한 밑변과 옆변을 형성하는 것처럼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시들을 보면 이러한 결합의양상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20)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매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매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이 시에는 다채로운 상상력이 사용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의 모티브로 존재하는 것은 현실에서의 경험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 시를 쓴 80년대는 영화가 시작되기에 앞서 줄곧 애국가를 틀어주었다. 어쩌면 김남주의 말대로 세금고지서와 징병통지서 밖에 가져다 주지 않는 조국에 대한 애정을 강요하기라도 하는 듯 틀어주던 애국가였다. 그런데 이 일상적 경험은 사실 발견적 상상력에 속한다. 영화 속의 한 화면을 그대로 시적 경험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시의 중심적인 시상에는 이 발견에 대한, 시적 인식으로서의 투사가 중핵을 이루고 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날아오르는 새들이 ‘어디론가 날아간다’는 객관적 사실을 ‘세상을 뜨는구나’라는 주관적인 인식으로 슬그머니 환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명백히 주관적인 의식의 투영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투사가 가능하며 이는 과연 충분한 공감을 자아내는가? 이 시가 1981년에 발표되었음을 생각해 보라. 광주항쟁을 겪었고, 군사독재가 한층 더 강화되고 있던 그때, 시인을 비롯한 깨어있는 모두가 시의 이면에 그 아픔의 흔적과 고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 고통 안에서 심지어 그 고통의 현실과 무관한 새들조차 이 한반도의 남쪽을 벗어나고자 할 것이라 생각하였던 것이다. “끼룩거리면서” “낄낄대면서”로 투사된 채. 이러한 웃음 역시 남겨 두고 떠나는 세상에 대한 빈정거림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없는 모멸을 남긴 채 새들이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매고” 앞 화면에서 비추었던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뜨는 것이다. 그런데 이 투사는 시의 후반부에서 짝을 이루는 유추로 정교하게 반복된다. 우리 역시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다시 말해 빈정거리면서, 야유를 퍼부으면서 썩어빠진 세상을 떠나 깨어있는 우리들끼리라도 “우리들의 대열을 이루며” “이 세상 밖”의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들은 날아갈 수 있으나 우리들은 날아가지 못한다. 그 부푼 꿈이 애국가가 끝나자 “각기 자기 자리에 앉는다.” 그냥 앉는 것이 아니라 어쩌지 못한 채 주저앉는다. 영화관의 자리에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광주에, 현대사의 고통의 심부에, 썩은 세상에 주저앉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식에서의 꿈이 애국가가 끝나는 현실로 돌아오면서 그만 전복이 되는 것이다. 전복적 상상력인 것이다. 뜬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결코 낄낄거리거나 깔쭉대지 못한 채 고통과 눈물로 우리들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한편의 시에는 발견과 투사, 유추와 전복이 다채롭게 융합되어 있다. 이제 다음의 시를 보라. 

(21) 성모성월?1 - 이성복 

그날 꽃들은 부끄러운 가슴과 눈물겨운 뿌리를 쓰다듬으며 피어오르고 봄은 달아나는 애 인처럼 꽃 속에 묻혀 자꾸 죽고 싶어했다 봄은 아랫도리를 가리지 않은 아이처럼 길가에 방뇨했고 후후, 뜨거운 입김을 뿜으며 음료수 가게로 달려갔다 아름다운 오월 건조한 고기 압의 땅에서 우리는 자꾸 죽고 싶었다 그날 사마리아 여인들과 함께 미사를 볼 때 버드나 무 꽃가루가 창을 넘어 들어왔고 우리는 자꾸 죽고 싶었다, 죽을 생각은 없이 천주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늙은 양들의 기도는 간절했고 우리는 자꾸 죽고 싶었다 흰 나룻배보다 긴 꽃잎 속에 몸을 감고, 눈부시고 목메어 고개 흔들며 아무도 밟지 않은 땅을 가고 싶었다 아름다운 오월 버드나무 꽃가루가 눈을 덮을 때 미사는 끝났고 붉은 제 단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사랑의 어머니, 
당신의 이름을 힘겹게 부를 때마다 
임종의 괴로움을 홀로 누리시는 어머니, 

불러주소서 
그 눈짓, 그 음성으로 
죄의 한 아이를… 

이 시는 ‘성모성월’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아마도 시의 내용으로 볼 때 성모성월은 5월일 터이다. 5월은 우리에게, 적어도 80년 5월을 깨어있는 정신으로 대면해야 했던 이들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존재한다. 이는 현대사의 질곡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상처로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시는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자 하는 시적 대응이다. 
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어우러져 있다. 앞의 길게 이어지는 진술과 뒤의 기도문의 형식을 빈 간구로. 그런데 진술은 이성복 특유의 자유로운 연상을 주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욱이 그 연상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수사들은 특정한 상상력의 유형으로 묶어두기에는 지나치게 분방하다. 예컨대 첫 번째 문장의 ‘봄’과 ‘꽃들’은 유추의 틀 안에서 이후에 연결되는 ‘우리는’과 동류의 ‘사람들’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죽고 싶었다’는 고통에 찬 정서의 토로로 묶여 있다. 따라서 유추일 뿐만 아니라 시적화자의 정서를 통해 모든 대상을 전일적으로 인식하는 투사 역시 개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투사는 “붉은 제단에서 식은땀이 흘렀다”는 묘사로 완결된다. ‘죽고 싶다’는 자괴감이 고스란히 신의 제단에도 전달되었고, 그 전달은 계시를 내리는 대신 고통의 몸짓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절망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어지는 기도는 산문적인 진술 전체에 가름하는 집약적인 제시일 뿐만 아니라 산문적인 진술의 진전이기도 하다. 고통에 찬 기도에 스스로의 괴로움으로 화답하는 ‘사랑의 어머니’는 인간과 신의 세계를 간구와 긍휼의 세계로 서로 연결하며, 죄로부터의 구원을 단서를 열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불러주소서”란 소명에의 간구야말로 단순한 죄씻음에 그치지 않고, 참담한 시대에도 의연히 자신을 세울 수 있는 자존을 향한 갈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후반부의 기도문은 특정한 상상력으로 명명하기 힘들만큼 내면의 심경이 그대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역시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모색에 전율하는 전복의 상상력이 존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22) 昇天 - 이수익 

내 목소리가 
저 물소리의 벽을 깨고 나아가 
하늘로 힘껏 솟구쳐 올라야만 한다 

소리로써 마침내 소리를 이기려고 
歌人은 
심산유곡 폭포수 아래서 날마다 
목청에 핏물 어리도록 발성을 연습하지만 
열길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쉽게 그의 목소리를 덮쳐 
계곡을 가득 물소리 하나로만 채워버린다 

그래도 그는 날이면 날마다 
산에 올라 
제 목소리가 물소리를 뛰어넘기를 수없이 기도하지만, 
한번도 자세를 흐뜨리지 않는 폭포는 
준엄한 스승처럼 곧추 앉아 
수직의 말씀만 내리실 뿐이다 

끝내 
절망의 유복자를 안고 下山한 그가 
발길 닿는 대로 정처없이 마을과 마을을 흘러 다니면서 
소리의 昇天을 이루지 못한 제 恨을 토해 냈을 때 
그 핏빛 소리에 취한 사람들이 
그를 일러 
참으로 하늘이 내리신 소리꾼이라 하더라 

시 (22)도 관찰과 유추와 투사와 전복적 상상력이 종합적으로 융해되어 있다. 
시적 상상력을 통해 시를 읽고, 나아가 시를 쓰는 일은 사실 시의 전부라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다만 시라는 작은 세계의 커다란 진실을 들추어보는 하나의 조촐하고 소박한 매개가 될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틀을 통한 시읽기와 시쓰기가 아니라 이러한 틀의 이면에 잠복해 있는 시정신일 터이다. 이런 시적 상상력도 중요하지만 ‘시는 온몸으로 쓰는 것이다’라는 김수영의 거친 갈파에서 확인되는 시정신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

 

188. 마음 / 윤후명

     

 

 

 

 

 

 

 

마음

 

                          윤후명

 

그대가 그린 인왕산에서

바위가 흘러내린다

흘러내리며 폭포가 된다

바위가 물이 되는 순간

마음을 이룬다

오래오래 바라보는 사람은

순간이 영원으로 변하는 걸 본다

 

 

윤후명 육필시집 < 먼지 같은 사랑 > 중에서

 

---------------------------------------------------

 

189. 희망 / 윤후명

 

     

 

 

 

 

 

 

 

 

희망

 

                          윤후명

 

내게 황새기젓 같은 꽃을 다오

곤쟁이젓 같은, 꼴뚜기젓 같은

사랑을 다오

젊음은 필요없으니

어둠 속의 늙은이 뼈다귀 빛

꿈을 다오

그해 그대 찾아 헤맸던

산 밑 기운 마을

뻐꾸기 울음 같은 길

다시는 마음 찢으며 가지 않으리

내게 다만 한 마리 황폐한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

 

 

윤후명(윤상규) 시집 < 명궁(名弓) > 중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03 이육사 <<靑포도>>는 <<풋포도>> 2016-03-15 1 5403
1202 [ 이 아침 詩 한잔 드리꾸매]- 시간에 관한 짧은 노트 2016-03-15 0 3935
1201 내 인생은 처음부터 저주받았음이... 2016-03-14 0 4265
1200 詩공부시간- 詩퇴고 장소는 화장실... 2016-03-14 0 4299
1199 [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풍경 2016-03-14 0 4009
1198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목련꽃 우화 2016-03-14 0 4037
1197 [ 안녕?- 따끈따끈한 아침 詩 한잔]- 그림자와 길 2016-03-14 0 4117
1196 조병화 시모음 2016-03-13 0 4788
1195 <아침> 시모음 2016-03-13 0 4280
1194 이시환 산문시 감상하기 2016-03-13 0 4080
1193 詩作初心 - 시에서 상투어를 사용하지 말기 2016-03-13 0 4498
1192 조선족 시문학 관하여(2000년 5월) 2016-03-12 0 4317
1191 윤동주, 아현동 굴레방다리 옛 간이역 앞 하숙방에서 詩 쓰다 2016-03-12 1 4180
1190 윤동주의 산문이 시와 함께 빛 발하다 / 연변에서 "동주" 소설이 나오다... 2016-03-12 0 5388
1189 詩作初心 - 텅빈것과 없음을 노래하기 2016-03-12 0 4059
1188 남영전 민족토템시 파헤쳐보기 2016-03-12 0 4964
1187 詩作初心 - 詩의 大空을 위하여 2016-03-12 0 4235
1186 시평론의 바른 자세와 "30년대 수준론" / 리상각 2016-03-12 0 4327
1185 詩作初心 - 詩에서 道와 깨달음 2016-03-12 0 4126
1184 詩作初心 - 詩로 상처를 어루만지기 2016-03-12 0 4207
1183 詩作初心 - 타령조詩를 알아보기 2016-03-12 0 3980
1182 詩作初心 - 한편의 시가 태여나기까지... 2016-03-12 0 4166
1181 詩作初心 - 시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찾기 2016-03-12 0 4264
1180 詩作初心 - 마음속 "여래"를 찾기 2016-03-12 0 4109
1179 詩作初心 - 로마로 가는 길 여러가지... 2016-03-12 0 4927
1178 詩作初心 - 시에서 비움의 미학 2016-03-12 0 4622
1177 詩作初心 - 기행시 알아보기 2016-03-12 0 4509
1176 詩作初心 - 물이미지 2016-03-12 0 4491
1175 詩作初心 - 바람이미지 2016-03-12 0 3981
1174 詩作初心 - 대지이미지 2016-03-12 0 4148
1173 詩作初心 - 광물이미지 2016-03-12 0 4269
1172 詩作初心 - 식물이미지 2016-03-12 0 4570
1171 생명의 씨를 뿌리는 시인 - 이시환 2016-03-12 1 3845
1170 詩作初心 - 시에서 생명의 표현 활유법 2016-03-12 0 4461
1169 詩作初心 - 牧人을 기다리며 / 반복의 미학적 시법 2016-03-12 1 3928
1168 산문시 몇다발 / 李箱 시모음 2016-03-12 0 4197
1167 詩作初心 - 뒤집어 소재를 찾고 행동하기 2016-03-12 0 4075
1166 [안녕?- 이 아침 따끈따끈한 詩 한잔]- 진짜 어른 2016-03-11 0 3660
1165 [안녕?- 이 아침 따끈따끈한 詩 한잔]- 인사 2016-03-11 0 3618
1164 詩作初心 - 시의 본문과 제목과의 은유관계 알기 2016-03-11 0 6129
‹처음  이전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