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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쓰기에서 어려운 시어는 금물
2016년 01월 10일 02시 58분  조회:5663  추천:0  작성자: 죽림

즐거운 한가위!

올 가을엔 풍요롭고 행복한 시들 쓰십시요.

건강하고 웃음이 활짝 핀 추석보내시길 기원합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추석

어릴적엔

주전부리로 반갑고

나이 들어 찾아오는 손들있어 기쁘다

 

밤송이 세상살이

번데기 주름 접힌 가슴에도

나뭇잎되어

호수를 안아 볼 수있는 날있으니

 

손가락 구부려보아도

몇 번 뿐인데

흰머리

달 속에 가득하다

 

달 기울면

추억은 한 페이지 늘어나고

보내는 마음 등 뒤로 그림자 진다

또 볼 수있을 까 두근거린다

 

<추석>

--------------시도 아닌 저의 글 올려봅니다------------

 

▣ 1993년, 계간 {창작과 비평}은 김진완이 쓴 아래의 시를 투고된 많은 작품 가운데 신인 추천작으로 뽑습니다.

 ◦ 대학생이었던 김 시인이 어쩜 이렇게 옛날 이야기를 구사하게 하는지, 읽고 감탄해마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 화자의 외할머니가 기차를 타고 가다가 어머니를 출산하는 광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김진완

 

다혜자는 엄마 이름. 귀가 얼어 톡 건들면 쨍그랑 깨져버릴 듯 그 추운 겨울 어데로 왜 갔던고는 담 기회에 하고, 엄마를 가져 싸아한 진통이 시작된 엄마의 엄마가 꼬옥 배를 감싸쥔 곳은 기차 안. 놀란 외할아버지 뚤레뚤레 돌아보니 졸음 겨운 눈, 붉은 코, 갈라터진 입술들뿐이었는데 글쎄 그게, 엄마 뱃속에서 물구나무를 한번 서자,

 

으왁!

 

눈 휘둥그런 아낙들이 서둘러 겉치마를 벗어 막을 치자 남정네들 기차 배창시 안에서 기차보다도 빨리 '뜨신 물 뜨신 물' 달리기 시작하고 기적소린지 엄마의 엄마 힘쓰는 소린지 딱 기가 막힌 외할아버지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인데요, 아낙들 생침을 연신 바르는 입술로 '조금만, 조금만 더어' 애가 말라 쥐어트는 목소리의 막간으로 남정네들도 끙차, 생똥을 싸는데 남사시럽고 아프고 춥고 떨리는 거기서 엄마 에라 나도 몰라 으왕! 터지는 울음일 수밖에요.

 

박수 박수 "욕 봤데이." 외할아버지가 태우신 담배꽁초 수북한 통로에 벙거지가 천정을 향해 입 딱 벌리고 다믄 얼마라도 보태 미역 한 줄거리 해 먹이자, 엄마를 받은 두꺼비상 예편네가 피도 덜 닦은 손으로 치마를 걷자 너도나도 산모보다 더 경황없고 어찌할 바 모르고 고개만 연신 주억였던 건 객지라고 주눅든 외할아버지 짠한 마음이었음에랴 두말하면 숨가쁘겠구요. 암튼 그리하야 엄마의 이름 석 자는 여러 사람들의 은혜를 입어 태어났다고 즉석에서 지어진 것이라.

 

 

多惠子.

 

성원에 보답코자

하는 마음은 맘에만 가득할 뿐

 

빌린 돈 이자에 치여

만성두통에 시달리는

나의 엄마 다혜자씨는요,

 

칙칙폭폭 칙칙폭폭 끓어오르는 부아를 소주 한잔으로 다스릴 줄도 알아 "암만 그렇다 캐도 문디, 베라묵을 것. 몸만 건강하모 희망은 있다."

 

여장부지요

기찬,

기―차― 안 딸이거든요.

 

 

▣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은 제가 연전에 시와시학사를 통해 낸 {백 년 후에 읽고 싶은 백 편의 시}라는 시 해설서에서 한 적이 있으므로 그것을 그냥 적습니다.

 ◦ 시는 화자의 외할머니가 하필이면 한겨울에 칙칙 폭폭 칙칙 폭폭 달리는 기차 안에서 엄마를 낳게 된 광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 승객이라고는 "졸음 겨운 눈, 붉은 코, 갈라터진 입술"을 가진 농투성이들뿐이지만 이들은 낯선 아주머니의 차내 분만에 한마음으로 동참합니다.

  - 아낙들은 겉치마를 벗어 막을 치고, 남정네들은 뜨신 물을 구해오고, '벙거지'는 미역 살 돈을 내놓고,

  - 두꺼비상 여편네는 산파 노릇을 해 무사히 한 생명은 '으왕!' 울음을 터뜨리며 탄생합니다.

 

 ◦ 이런 여러 사람의 은혜로 태어났다 하여 엄마 이름이 다혜자가 되었다는 것이나, 마지막 3연이 보여주는 모성적, 혹은 한국적 건강함은 가슴 훈훈한 감동을 전하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 또한 꽤 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1연과 3연 사이에 위치한 '으왁!'이란 의성어가 환기하는 생명 탄생의 고통(낳은 고통만이 고통이랴, 태어나는 고통도 고통이며 지켜보는 안타까움도 고통이리)과 경이로움,

  - "기찬"과 "기―차― 안"이라는 비슷한 음을 이용한 유머 감각 등은 이 시를 명작의 반열에 올리는 데 합심하여 공헌하고 있습니다.

 

 

 

▣ 이상 4편 시에는 가족애라는 숭고한 사랑이 담겨 있어 감동을 줍니다.

 ◦ 하지만 밑바닥 인생의 불결한 섹스조차 시인의 손에서 잘만 묘사된다면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 이 시도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와 같이 등단작은 아닙니다.

 

공중변소 속에서 [전문]

 

                                    김신용

 

공중변소 속에서 만났지. 그녀

구겨버린 휴지조각으로 쪼그려 앉아 떨고 있었어.

가는 눈발 들릴 듯 말 듯 흐느낌 흩날리는 겨울밤

무작정 고향 떠나온 소녀는 아니었네.

통금시간을 지나온 바람은 가슴속 경적소리로 파고들고

나 또한 고향에서 고향을 잃어버린 미아,

배고픔의 손에 휴지처럼 구겨져, 역 앞

그 작은 네모꼴 공간 속에 웅크려 있었지.

사방 벽으로 차단된 변소 속,

이 잿빛 풍경이 내 고향

내 밀폐된 가슴속에 그 눈발 흩날려와, 어지러워

그 흐느낌 찾아갔네.

그녀는 왜 마약중독자가 되었는지 알 수 없었어도

새벽털이를 위해 숨어 있는 게 분명했어. 난 눈 부릅떴지.

그리고 등불을 켜듯, 그녀의 몸에

내 몸을 심었네. 사방 막힌 벽에 기대서서, 추위 때문일까

살은 콘크리트처럼 굳어 있었지만

솜털 한 오라기 철조망처럼 아팠지만

내 뻥 뚫린 가슴에 얼굴을 묻은 그녀의 머리 위

작은 창에는, 거미줄에 죽은 날벌레가 흔들리고 있었어. 그 밤.

내 몸에서 풍기던,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던 악취는

그 밀폐의 공간 속에 고인 악취는 얼마나 포근했던지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있네. 마약처럼

하얀 백색가루로 녹아서 내 핏줄 속으로 사라져간

그녀,

독한 시멘트 바람에 중독된 그녀.

 

지금도 내 돌아가야 할 고향, 그 악취 꽃핀 곳

그녀의 품속밖에 없네.

 

 

▣ 이 시를 쓴 김신용 시인은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으니 무학입니다.

 ◦ 공사판을 전전하며 생을 영위해온 시인의 젊은 날의 로맨스인지 모르겠습니다.

  - 88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의 공중변소가 많이 청결해졌는데 그 전에는 그다지 깨끗  하지 못했습니다.

  - 공중변소에서 화자는 한 여자를 만나 정사의 시간을 갖습니다.

  - 그녀는 마약중독자였고 도둑이었습니다.

  - 거지 행색을 하고 있었을 텐데 악취를 풍기기까지 했으니 보통사람 같았으면 가까이 가기도 싫었을 것입니다.

 

 ◦ 그런데 두 사람은 그날 무엇에 홀린 듯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았던 것이고, 화자는 두고두고 그날을 못 잊어합니다.

  - 그래서 "지금도 내 돌아가야 할 고향, 그 악취 꽃핀 곳/그녀의 품속밖에 없다"고 애틋해하는 것입니다. 독자에 따라서 이 시를 읽고 역겨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 이성간의 사랑이 반드시 플라토닉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 밑바닥 인생들의 하룻밤 풋사랑도 당사자에게는 애틋한 추억일 수 있는 것입니다.

  - 시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음습한 그곳에 희미한 빛을 비춰보고자 했고, 두 사람이 나눈 사랑도 충분히 따뜻한 것이었다고 생각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 감동의 결은 다르지만 저는 이 시를 감동적인 시라고 말합니다.

 

 

 

3. '깨달음'을 주는 시

 

▣ 인간사와 사물의 특징을 세심히 관찰하여 제대로 묘사하면 모종의 깨달음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 이 점에 대해서는 1996년 조선일보 당선작 [부의(賻儀)]를 갖고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부의(賻儀) [전문]

 

                               최영규

 

봉투를 꺼내어

부의(賻儀)라고 그리듯 겨우 쓰고는

입김으로 후― 불어 봉투의 주둥이를 열었다

봉투에선 느닷없이 한 움큼의 꽃씨가 쏟아져

책상 위에 흩어졌다 채송화 씨앗

씨앗들은 저마다 심호흡을 해대더니

금세 당당하고 반짝이는 모습들이 되었다

책상은 이른 아침 뜨락처럼

분홍 노랑 보랏빛으로 싱싱해졌다

씨앗들은 자신보다 백 배나 큰 꽃들을

여름내 계속 피워낸다 그리고 그 많은 꽃들은 다시

반짝이는 껍질의 씨앗 속으로 숨어들고

또다시 꽃피우고 씨앗으로 돌아오고

나는 씨앗 속의 꽃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 알도 빠짐없이 주워 봉투에 넣었다

 

할머님 마실 다니시라고 다듬어 드린 뒷길로

문상을 갔다

영정 앞엔 늘 갖고 계시던 호두 알이 반짝이며

입다문 꽃씨마냥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옆에 봉투를 가만히 올려놓았다.

 

 

▣ 어려운 시어도 없고 난해한 표현도 없습니다.

 ◦ 잘 알고 지내던 이웃집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문상을 하러 간 것이 내용의 전부입니다.

  - 하지만 이 시에는 생명 옹호의 정신과 불교적 깨달음, 측은지심 같은 고차원적인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 불가에서는 말합니다.

  - 생로병사는 인간이 이상 어찌할 수 없지만 윤회전생(輪廻轉生)을 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고요.

  - 전생의 업보니 인연이니 억겁이니 하는 불가의 용어를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 할머니가 늘 갖고 계시던 호두 알이 입다문 꽃씨마냥 놓여 있다는 것은, 꽃이 씨를 남겨 자신의 목숨을 이어간다는 것과 의미의 맥이 이어집니다.

  - 한마디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지요.

  - 최영규 시인처럼 생명의 의미를 종교적 차원에서 다뤄볼 수도 있겠지만 사물의 의미는 어떤 차원에서 다뤄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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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민지의 꽃 / 정희성

 

 

 

 

 

 

 

47. 갠지즈 강 / 정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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