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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어와 상투어는 詩를 죽인다...
2016년 01월 08일 05시 35분  조회:4631  추천:1  작성자: 죽림

 

시를 죽이는 관념어, 상투어

 

 

관념어 - 손으로 만질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없는 개념을 가리키는 말

상투어 - 남들이 하도 많이 사용을 해서 이제는 시적 언어로써의 순결성을 상실한, 이른바 非 處女的 詩語

 

 

갈등 갈망 갈증 감사 감정 개성 격정 결실 고독 고백 고별 고통 고해 공간 공허 관념 관망 광명 광휘 군림 굴욕 귀가 귀향 긍정 기도 기억 기원 긴장 낭만 내공 내면 도취 독백 독선 동심 명멸 모욕 문명 미명 반역 반추 배반 번뇌 본연 부재 부정 부활 분노 불면 비분 비원 삭막 산화 상실 상징 생명 소유 순정 시간 신뢰 심판 아집 아첨 암담 암흑 애련 애수 애정 애증 양식 여운 역류 연소 열애 열정 영겁 영광 영원 영혼 예감 예지 오만 오욕 오한 오해 욕망 용서 운명 원망 원시 위선 위안 위협 의식 의지 이국 이념 이별 이역 인생 인식 인연 일상 임종 잉태 자비 자유 자학 잔영 저주 전설 절망 절정 정신 정의 존재 존중 종교 증오 진실 질서 질식 질투 차별 참혹 처절 청춘 추억 축복 침묵 쾌락 탄생 태만 태초 퇴화 패망 편견 폐허 평화 품격 풍자 피폐 필연 해석 행복 향수 허락 허세 허위 현실 혼령 혼령 화려 화해 환송 황폐 회상 회억 회의 회한 후회 휴식 희망

 


상투성과 싸우는 자는 관념어와 싸우는 자이기도 하다. 시의 나라에서 관념어는 죽은 말이다. 말의 주검에서는 삶이 나올 수 없다. 시는 몸을, 육질을 더듬고 탐하는 일이지, 추상세계를 고공비행하는 일이 아니다. 죽은 언어는 죽은 인식을 낳고, 진부한 말은 진부한 생각을 만든다. ‘애수’(유치환)도 ‘애증’(박인환)도 ‘견고한 고독’(김현승)도 시의 세계에선 사어다. “시간의 무덤에서 하얗게 풍화된 죽은 말들이다.” 그러므로 지은이는 말한다. “진정한 사랑은 개념으로 말하는 순간 지겨워진다. 당신의 습작노트를 수색해 관념어를 색출하라. 그것을 발견하는 즉시 체포하여 처단하라. 암세포와 같은 관념어를 죽이지 않으면 시가 병들어 죽는다.”  - 안도현

 

 

다음의 동시를 살펴보며 관념어와 상투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달이 밝아서

연잎 위에 
청개구리

“퐁당”

달 따러 가네.

――――― 박용열, 『달밤』

도봉산 오르는 길에 
쉼표 하나, 까치집 하나

도봉산 오르는 길에 
느낌표 하나, 까치 한 가족

오르고 내리는 길 
발걸음을 어디서 멈춰야 하느냐.

내려오는 도봉산 길에 
물음표 하나, 까까중 하나

――――― 김문기, 『도봉산 오르는 길에』

위 동시들에서는 관념어나 상투어를 지적할 수 있을까요? 굳이 의문점을 찾아본다면,

  • 『달밤』에서 ‘달이 밝아서’가 상투어일가?
  • 『도봉산 오르는 길에』에서 ‘물음표 하나’ 등이 관념어일까?

그러나 이들 詩語는 시적 흐름의 개연성에 바탕을 둔, 더 이상 구체어나 참신한 시어를 찾아낼 필요가 없는 것들입니다. 말하자면, ‘달이 밝아서’가 정답이지 ‘달이 무척 밝아서’ ‘달이 거울 같아서’라는 식의 구체어를 찾아낼 필요도 없고 더 이상의 수식이나 기교가 필요치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쉼표 하나’ ‘느낌표 하나’ ‘물음표 하나’ 역시 각 연에서의 묘사가 지극히 구체적이고 무리 없이 읽히고 있기에 관념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다음의 습작품을 보겠습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채송화 마음이 
화단 맨 끝에 옹글송글

――――― 직자 미상, 『채송화』

겨울 동안 움츠렸던 
언어들이 
하나 둘 피어난다.

봄의 문턱에서 
삼백 예순 다섯 날 
두 손 모아

――――― 직자 미상, 『목련』

위 습작품에서 우리는 ‘채송화 마음’과 ‘언어들’이 관념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개략적이고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詩語들인 것입니다. 그로 인해 실제적으로 어떤 이미지나 의미를 보여주려는지, 애매모호해졌습니다.

  • 채송화 마음 …………?
  • 언어들 ………………?

시적 대상에 대한 어떤 특별한 인식이 작자의 머리 속에서만 맴돌고 있지, 그것을 실제적이고도 효과적으로, 더 나아가 미적 차원으로 전달해 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 두 습작품에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봄의 문턱에서’ 등은 상투어에 속합니다. 지금까지 어디서 익히 접해본, 남들이 너무 자주 사용해온 詩語들 아닙니까?

  •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어느 시에서?)
  • 봄의 문턱에서 ………………… (어느 유행가에서?)

좋은 동시를 창작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즉흥적 감상만을 쉽게 기술하려다 보니 남들이 이미 숱하게 써먹은 구절이나 차용했다는 것이고 이는 지극히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엄마의 사랑은 하나님 같아. 
아기를 재우고도 
마음이 졸여 
젖병을 들고서 지켜보지요.

――――― 습작품, 『엄마의 사랑』

위 습작품에서 ‘엄마의 사랑’과 ‘하나님’은 관념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 문제를 떠나, 시적 표현으로써 너무 추상적이고 너무 큰 사상성을 띠고 있질 않습니까?

말하자면, 관념어로 인해 너무나 많은 해석이 가능하고 그만큼 詩想이 혼란스럽다는 뜻입니다.

가을이 왔다. 
낙엽 하나 
둘 
셋 
떨어져 
거리를 쏘다니고 있다.

――――― 습작품, 『가을날』

위 습작품에서 ‘가을이 왔다.’와 ‘낙엽 하나 둘 셋 /떨어져’는 상투어의 범주에 속합니다. 너무 흔한 표현으로써 이미 동시의 시어로 사용할 가치가 퇴색된 낱말들입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관념어와 상투어를 가려내고 배제시키는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시적 대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그 관찰에서 얻어진 이미지나 의미에 좀 더 참신하고 적절한 시어를 부여해 주는 일입니다.

햇살은 연못을 사랑합니다.

그 사랑으로 피어난 연꽃 한 솔이 
이윽고 
보답이라도 하듯 
하늘을 향해 활짝 웃고 있습니다.

――――― 습작품, 『연못을 보며』 중에서

위 습작품에서는 ‘사랑’이 관념어입니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써, 그것(사랑)이 어떤 것인지 명료하게 와 닿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관념어를 눈에 보이듯 선명한 상황으로 고쳐주어야 합니다.

햇살이 연못에 내려앉아 
반짝반짝 노래합니다.

이윽고 
연꽃 한 송이 
하늘을 향해 고맙다며 
반짝반짝 노래합니다.

――――― 고쳐 쓴 작품, 『연못을 보며』

이렇게 고쳐보았습니다. ‘사랑’이라는 관념을 ‘연못에 내려앉아 반짝반짝 노래하는’ 회화적 이미지로 바꿔놓은 것입니다. 그 때문에 연못의 풍경이 선명하게 보이질 않습니까?

자동차들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무섭게 내달리는 큰길 가 
보도블럭 사이를 
헤집어 
노랗게 꽃 피우는 
내 옛날의 민들레야.

――――― 습작품, 『민들레』

도시의 거리에도, 숱한 사람들이 바쁘게 오고가는 그 발 아래에도, 민들레 꽃씨가 떨어져 곱게 꽃 피울 때가 있습니다.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그러나 적어도 문학적 양식으로 그 반가움을 담아낼 때엔 엄격한 창작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상투어를 배제해야 합니다. 사실 자동차들은,

  •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 무섭게 내달리는

이런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그러나 위 습작품에선 그것을 그대로 묘사해 버리는 미숙함을 드러냈습니다. 적어도 동시에서는 그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이미지를 그냥 그대로 구사해서는 안 됩니다. 남들이 다 알고 있는 묘사 아닌가요? 시시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자기 나름의 참신하고 독창적 시어를 구사해야 좋은 동시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위 습작품에서 그 상투어를 배제해 보겠습니다.

자동차들이 숱하게 지나가도 
다시 와 너를 짓밟아도

오, 너의 보금자리.

민들레 씨앗 떨어져 
다시 보는, 노란 꽃등 
내 어린 날을 밝혀주는구나.

――――― 고쳐 쓴 작품, 『민들레』

이렇게 상투어를 배제하고 좀 더 가다듬으니 한결 산뜻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원 작품과 고쳐 쓴 작품의 차이가 ‘커다란 차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곧 문학작품에서 상투어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관념어와 상투어의 실체에 대해 살펴보았거니와 계속 수련을 쌓아 그것을 극복해 나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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