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난해시와 김수영
2016년 01월 01일 20시 38분  조회:4448  추천:1  작성자: 죽림

진정한 난해시를 위하여
─ 김수영에 관한 몇가지 단상


진이정

 

1

노란 꽃을 주세요. 금이 간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하얘져가는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넓어져가는 소란을
─ <꽃잎(二)> 부분

 

김수영이 일찍이 간파했듯이, 시의 대중성 따위는 진정한 시인이 걱정할 바가 아닐지도 모른다. 진정한 시인이었던 그는, 어느새 자신도 주체 못할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비록 사후의 일이지만,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해마다 번창하고 있으며, 문학에 입문하는 청년들의 손에는 으례 그의 두툼한 전집이 들려 있기 일쑤이다.
나는 지금 김수영의 성공을 질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격하고 때로는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어느새 김수영의 시는, 독자들에게 낯익은 그 무엇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그렇다면, 이제 그의 시는 더 이상 난해하지 않단 말인가. 읽기에 편한가.
나는 오래된 그의 시집을 다시 펴본다. 금이 간 노란 꽃이 내 망막 위에 흩날린다. 어렵다. 난해하다. 그의 시를 정독할수록 내 마음의 한구석에선 시끌시끌한 혼돈이 기승을 부린다. 바로 넓어져가는 소란이다.

 

 

2

김수영은 아직도 소수의 정예화된 독자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소수들 뒤에는 시인의 명성을 쫓는 꽤 많은 수의 부화뇌동 독자들이 포진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그 부화뇌동 독자들의 수효가 김수영의 시를 예전보다 덜 난해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3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게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소음이 바로 들어오게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다시 비뚤어지게
─ <꽃잎(二)> 부분

 

살아 있는 시인의 좋은 시는, 죽은 시인의 시조차 의미 있게 한다. 그것은 죽은 시인을 찾기 전의 일이기도 하다.

 

4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種苗商,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은 여자, 無識쟁이,
이 모든 無數한 反動이 좋다
─ <巨大한 뿌리> 부분

 

내가 발견한 김수영의 데페이즈망.
그가 말한 것처럼 ‘이 무수한 반동’은 아직도 안성 유기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배열된 재료들의 성질과는 달리, 그 빛은 의외로 모던하고 난해하기조차 하다. 그의 당대에 신물나도록 볼 수 있었던 가짜 데페이즈망을, 그는 멋지게 뒤엎은 것이다.

 

5

나는 지금보다 시를 더 어렵게 쓰고 싶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자꾸 눈치가 뵌다.
나의 시는 아직도 ‘문학 이전’에 있는 듯싶다.

 

6

시집이 너무 많이 팔려서 문제이다.
전문적인 시집조차도 재판 삼판 찍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엘리어트의 우려를 빌리자면, 혹 우리 시인들이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새로운 일을 하고 있기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것, 그들에게 낯익은 것을 포장만 새롭게 해서 공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라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생전의 김수영은, 자신의 시를 제대로 해독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지금 우리가 진정 걱정해야 할 것은, 창조적인 시를 제대로 간파할 능력이 있는
소수의 명민한 독자들이 존재하느냐, 바로 그 점일 터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83 이승훈 시론 2015-09-06 0 4321
682 세상은 좋아보이는것뿐, 나쁘게 보이는것뿐... 2015-09-06 1 3996
681 詩人이란??? 2015-09-06 0 4888
680 <퇴직하는 벗들에게> 시모음 2015-09-06 0 4424
679 중국 몽롱시 창시자의 대표 시인 - 北島 2015-08-31 0 5155
678 중국 현대 최고 10대 시인 2015-08-31 0 4939
677 詩공부를 하며지고... 2015-08-31 0 4177
676 중국 몽롱파시인 - 수팅 2015-08-31 0 5068
675 중국 현대시 류파 2015-08-26 0 4686
674 중국 몽롱파시인 - 우한 2015-08-26 0 4441
673 중국 몽롱파시인 - 고성 2015-08-26 0 4798
672 대만 현대시의 흐름 2015-08-26 0 4329
671 중국 현대시 여러 류파를 중심으로 2015-08-26 0 5108
670 중국문화 - 중국 詩의 발달 2015-08-26 0 5953
669 시론저 소개 - 禪과 아방가르드 2015-08-26 0 4565
668 아방가르드 시의 실험 2015-08-26 0 5832
667 서울 지하철역 <<詩가 흐르는 서울>>을 보고 ...우리 고향 연길의 선로뻐스 정류장마다에도 <<詩香이 풍기는 延吉>>이라는 테마가 있었으면... 2015-08-25 0 4270
666 라틴아메리카 시문학 2015-08-22 0 5513
665 칠월칠석 시모음 2015-08-20 0 5472
664 단편 시모음 2015-08-16 0 4791
663 <국수> 시모음 2015-08-15 0 4396
662 나는 시를 너무 함부로 쓴다... 2015-08-15 0 5025
661 <어머니>시모음 3 2015-08-15 0 4738
660 그리고 또 李箱 2015-08-15 1 5056
659 다시 보는 李箱 2015-08-15 0 5784
658 詩는 農村을 對相하라... 2015-08-07 0 4368
657 詩作을 위한 10가지 방법 2015-08-03 0 4963
656 詩人을 만드는 9가지 2015-08-03 0 4764
655 池龍과 芝溶 2015-08-03 0 3868
654 마음 열기 2015-07-30 0 4239
653 백자 항아리 2015-07-28 0 4923
652 <달력> 시모음 2015-07-26 0 4927
651 서정주와 보들레르 2015-07-21 0 4840
650 어머니의 꽃무늬 팬티 2015-07-20 0 4769
649 우리 詩의 문제점 2015-07-20 0 4272
648 추천하고싶은 詩論書 2015-07-20 0 6044
647 기침 2015-07-20 0 4201
646 한석윤 동시인 = 동시화집 2015-07-20 0 4835
645 되돌아오는 세월... 2015-07-18 0 5364
644 <아내> 시모음 2015-07-18 0 4872
‹처음  이전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