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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웬 담배ㅠ?
2015년 06월 05일 21시 32분  조회:4460  추천:0  작성자: 죽림
눈썹

               - 박형준(1966~ )



너는 울 때 눈썹을 떨구는군

너는 울 때 추운 눈썹을 가지는군

한기가 느껴지는 가난한 광선

내가 울 때 두고 온 눈썹

내가 울 때 젖을까 심장 속에

두고 온 가난한 눈썹


최고의 예술은 살아간다는 것. 더 나은 것은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 사랑은 무미한 나날을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바꾼다. 사랑할 때 삶은 빛나고, 사물들은 새로운 가치를 띤다. 사랑하면 장미는 더욱 붉고, 음악들은 더욱 강렬해지는 법이다. 한편으로 사랑은 또한 얼마나 쓸쓸한가. 사랑하는 이들은 운다. 가슴 벅차 울기도 하겠지만, 쓸쓸함으로 가슴이 미어져서 울기도 한다. 이 구절을 보라. “너는 울 때 눈썹을 떨구는군.” 네가 울 때 네 눈썹도 운다. 네 눈썹이 울 때 내 눈썹도 운다. 차마 그 눈썹 들키고 싶지 않아 심장 속에 넣고 운다. <장석주·시인>


 

 

박형준 / 시모음

 

 

 

박형준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1987년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졸업.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구(家具)의 힘」이 당선되어 등단
1994년 첫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등이 있음
제15회 동서문학상 수상
1996년 제1회 꿈과시문학상 수상
2005년 제10회 현대시학 작품상

 

 

 

 

가구의 힘
                                                                              
                                                       

얼마 전에 졸부가 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나의 외삼촌이다.

나는 그 집에 여러 번 초대받았지만

그때마다 이유를 만들어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방마다 사각 브라운관 TV들이 한 대씩 놓여있는 것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닌지 다녀오신 얘기를 하며

시장에서 사온 고구마 순을 뚝뚝 끊어 벗겨내실 때마다

무능한 나의 살갗도 아팠지만

나는 그 집이 뭐 여관인가

빈방에도 TV가 있게 하고 한 마디 해주었다.

책장에 세계문학전집이나 한국문학대계라든가

니체와 왕비열전이 함께 금박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할 그 집을 생각하며

나는 비좁은 집의 방문을 닫으며 돌아섰다.

 

가구란 그런 것이 아니지

서랍을 열 때마다 몹쓸 기억이나 좋았던 시절들이

하얀 벌레가 기어 나오는 오래된 책처럼 펼칠 때마다

항상 떠올라야 하거든

나는 여러 번 이사를 갔었지만

그때마다 장롱에 생채기가 새로 하나씩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집의 기억을 그 생채기가 끌고 왔던 것이다.

새로 산 가구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만 봐도

금방 초라해지는 여자처럼 사람의 손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먼지 가득 뒤집어쓴 다리 부러진 가구가

고물이 된 금성라디오를 잘못 틀었다가

우연히 맑은 소리를 만났을 때만큼이나

상심한 가슴을 덥힐 때가 있는 법이다.

가구란 추억의 힘이기 때문이다.

세월에 닦여 그 집에 길들기 때문이다.

전통이란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것 ……

하고 졸부의 집에서 출발한 생각이 여기에서 막혔을 때

어머니가 밥 먹고 자야지 하는 음성이 좀 누그러져 들려왔다.

너무 조용해서 상심한 나머지 내가 잠든 걸로 오해 하셨나.

     
나는 갑자기 억지로라도 생각을 막바지로 몰고 싶어져서

어머니의 오해를 따뜻한 이해로 받아들이며

깨우러 올 때까지 서글픈 가구론을 펼쳤다.

 

  -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1991) -
 

 

 



 

첫 비행이 죽음이 될 수 있으나, 어린 송골매는 
절벽의 꽃을 따는 것으로 비행연습을 한다


근육은 날자 마자 
고독으로 오므라든다


날개 밑에 부풀어오르는 하늘과 
전율 사이 
꽃이 거기 있어서


絶海孤島, 
내려꽂혔다 
솟구친다 
근육이 오므라졌다 
펴지는 이 쾌감


살을 상상하는 동안 
발톱이 점점 바람무늬로 뒤덮인다 
발아래 움켜쥔 고독이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서


상공에 날개를 활짝 펴고 
외침이 절해를 찢어놓으며 
서녁 하늘에 날라다 퍼낸 꽃물이 몇 동이일까


천길 절벽 아래

꽃파도가 인다

 

- 제10회 현대시학 작품상-

 

 

 

 

 

폭풍의 날개

 


심연에 내려가려면

날개가 있어야 하리

 

버드나무 가지가

물 아래 잠겨 있다

잎사귀가

물속까지 피어 있다


깊은 곳에서

날개짓을 하며

요동치고 있다


심연을 잃고

물 밖에 떨어진 잎사귀

그게 나다

도망은 끝난 지 오래다

물을 움켜쥘 어떤 발톱도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심연 속에

가득한 날개가

모래와 자갈을 헤치며

물속을 뒤엎을 때

흐린 잎맥의 기억으로

폭풍을 예감할 뿐 

 

 

 

 

묘비명

 

 

유별나게 긴 다리를 타고난 사내는
돌아다니느라 인생을 허비했다
걷지 않고서는 사는 게 무의미했던
사내가 신었던 신발은 추상적이 되어
길 가장자리에 버려지곤 했다. 시간이 흘러
그 속에 흙이 채워지고 풀씨가 날아와
작은 무덤이 되어 가느다란 꽃잎을 피웠다
허공에 주인의 발바닥을 거꾸로 들어올려
이 곳의 행적을 기록했다
신발들은 그렇게 잊혀지곤 했다

 

기억이란 끔찍한 물건이다
망각되기 위해 버려진 신발들이
사실은 나를 신고 다녔음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맨발은 금방 망각을 그리워한다

 

앞발이 들린 채 끌려가는  
 
복날이 지났는데도 쇠줄을 질질 끌며
자기의 생이 더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앞발이 들린 채
낑낑거리는 검고 마른 개를 시장 한켠에서 본다
보신탕 가게를 지날 때면
아파트 한 채씩 분양받고
철망 속에 웅크리고 있는 개 잔등을 생각한다
눈곱 잔뜩 낀 개들이 아파트를 지나쳐 갈 때
내 생으로 가닿을 수 없는 피안이
앞발이 들린 개의 발톱 앞에 펼쳐진 시장 한쪽이라는 생각이 든다

 

낡고 허름한 가옥들 사이로 난 길에 러닝셔츠를 배까지
밀어붙이고 부채질하는 노인 하나가 돗자리에 앉아
무슨 소린가 하염없이 늘어놓고 있다
그늘 속에서는 죽은 벌레들이 자꾸 발견된다
작은 장난감처럼 아이가 희미하게 웃는다
나는 아이가 시멘트 바닥에 크레용으로 그린 집에 차양을 달아주고 싶다

 

 

 

 

방주

 

 

그것은 다라이에 붙어 있었다.
그것이 자랄수록 다라이는 하늘로 떠올랐다.
인생이란 때로 붉은 다라이에서 바라본
물빛 세로줄무늬가 연속된 비닐 천막의
천장인지 모른다, 포장마차 속
아이는 다라이에 눕혀져 키워졌다.
흰 실로 몸을 친친 감은 누에고치처럼
뜨내기 손님들이 남긴 생의 얼룩이
카바이드 불빛 아래 고여가는 雨期의 밤
포장을 때리는 쉼없는 빗소리에
아이는 한 겹씩 고치를 벗고 있다.
나비로 탈바꿈할 때까지, 비가 내린다

 

우동을 파는 고단한 어미의 잠에 떠밀려
새벽을 견디는 시장의 포장마차 속 
아무도 눈여겨본 적 없는 한 척의 배가
조심스레 아이를 품고 물거품 이는
해변의 풍요로운 기슭으로 간다.
세로줄무늬의 천장위로 
비가, 그치고 있다.
파리떼가 푸른 등을 반짝이며
점점이 박혀있다.

 


 

 

저 곳

 

 

空中이라는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 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空中이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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