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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초현실주의 소설)를 읽으면 무언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목격자인 돌과 나무가 증언하고 싶어하는 등등. 이런 작품을 초현실주의라 부르기에 그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20세기 들어 가장 중요한 문예사조를 초현실주의라 부르지만 난삽하거나 낯선 성질을 가진 것이면 어디에나 쉽게 끌어다 붙이는 말이 되었다. 게다가 어떤 환경에서는 '시적'이라는 말과 초현실적'이란 말을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초현실주의는 그 윤곽이 허물어지고 그 핵심이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앙드레 브르통은 1924년『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한다. 그는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랭보의 명제와 '세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마르크스의 명제를 종합하려고 애썼다. 초현실주의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기욤 아폴리네르이다. 그는 "인간은 발걸음을 모방하려 했을 때, 다리와는 전혀 닮지 않은 바퀴를 창안했다. 인간은 이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초현실주의를 실천한 것이다."라고 함으로써 우리는 현실에 대해 자신이 지닌 개념을 바탕으로 또다른 현실을 창조할 수 있음을 말했다.
초현실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순수 항태의 심리적 자동운동으로, 사고의 실제 작용을, 때로는 구두로, 때로는 필기로, 때로는 여타의 수단으로 표현하기를 꾀하는 방법이다. 이성이 행사하는 모든 통제가 부재하는 가운데, 미학적이거나 도덕적인 배려에서 벗어난, 사고의 받아쓰기다.'
브르통은 초현실주의란 이성의 세계를 전적으로 저버리고 광인이나 도피의 예술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착란을 부러워할 필요가 더 이상 없는 상태의 재창조' 를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혹, 백일몽, 반수면 상태와 같이 정신의 중간 지대를 중요시 여기는 것은 인간 정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1924년 선언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 삶에 대한, 삶이 지닌 것 가운데 가장 덧없는 것에 대한 믿음, 그러니까 내 말인즉 현실의 삶에 대한 믿음이 계속되다 보면, 결국에는 이 믿음이 망가지기 마련이다. 인간이라는 이 돌이킬 수 없는 몽상가는 날이 갈수록 그만큼 더 자기 신세를 불평하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된 물건들, 무관심하게, 혹은 노력하여 더맡게 된 물건들을 둘러보며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초현실주의는 어느 날 우리가 우리의 적들을 누르고 승리할 수 있게 해줄 '보이지 않는 광선'이다. '너는 이제 떨지 않는다, 해골이여.' 이 여름 장미는 파랗다. 숲은 유리다. 녹음의 옷을 입은 대지는 유령처럼 나에게 별로 깊은 인상을 심지 못한다. 산다는 것과 살기를 그친다는 것, 그것은 상상의 해결책이다. 삶은 다른 곳에 있다."
여기에서 초현실주의를 실현한 인물로 아라공, 바롱, 부아파르, 브르통, 카리브, 크르벨, 데스노스, 엘뤼아르, 제라르, 랭부르, 말킨, 모리즈, 나빌, 놀, 페레, 피콩, 수포, 비트락 등등을 꼽았다. (책표지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고 한 명의 여자는 브르통의 첫번째 아내 시몬 브르통이다.)
그리고 초현실주의자들이 가장 결함없는 선구자로 인정하는 작가는 로트레아몽으로서 그의『말도로르의 노래』에 이런 구절에 주목한다. "네 번째 노래를 시작하려는 자는 사람이거나 돌이거나 나무이다." 주체는 인간에서 시작하여 광물과 식물에 걸쳐 있다는 것이며 주체는 세계와 자연 속에 잠재해 있는 어떤 보편적인 정신이란 것이다.
결론적으로 초현실주의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변함없는 원칙은 인간의 자유이다.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인간의 능력 전체를 지금 이 자리에 불러내기 위해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은 언어를 대상으로 삼는, 언어의 힘을 빌린, 언어의 작업이다. 인간이 자신에 대한 지식을 늘이는 일은 세계에 대한 인간의 학식을 늘이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언어의 개혁은 시의 개혁으로, 인간의 개혁으로, 세계의 개혁으로 연결된다. 이 점에서 초현실주의는 20세기의 전위 예술 운동 중에서 존재의 총체성을 문제 삼은 거의 유일한 운동이다. 초현실주의는 시의 선동력과 언어의 잠재력에 전체를 걸었다.
그러면서 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의 대표적 시를 3개 소개했다. 깊은 감정과 직관의 윤택함과 배합의 활기가, 그 시대에 최고도로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는 것들이다.
지배자들 -폴 엘뤼아르
납으로 만든 대야 속에서 흔들리는 웃음의 절정에서 산새 한 마리를 아가리에 물고 있는 개의 날개를 달았으니 얼마나 복된 일인가
이 침울한 얼굴을 간직하기 위해 그대들은 어둠을 만들려는가 아니면 우리 뜻에 다르려는가 천정에는 기름기가 창유리에는 침이 있다 빛은 끔찍하다
오 밤이여 잃어버린 진주여 괴로움이 악착같이 따라붙는 눈먼 낙하 지점이여
나에게 말하라 - 뱅자맹 페레
검은 그을음 검은 골탄 검은 검정이 그 사이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망자들의 두 비석으로 보일 수도 있는 내 양쪽 귀에서 바다의 운모의 망령의 네 목소리의 메아리가 끝없이 되풀이하여 부르는 네 이름은 일식의 반대와 하도 많이 닮아서 네가 나를 바라볼 때 나는 내가 타오르는 석유 제비 한 마리가 도망치는 것을 보려는 희망에서 네가 문을 열어 줄 빙하 속 종달새의 한쪽 발이라고 믿지만 네가 원하면 종달새의 그 다리에서 불타는 석유의 샘이 솟아날 텐데 그렇게 한 마리 제비도 뇌우의 음악을 연주하려고 여름의 시간을 원하여 한 마리 파리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제조하고 그 파리가 꿈꾸는 설탕 거미줄이 걸린 눈의 수정체는 때로는 한 개 알에 비친 유성처럼 파랗고 때로는 벽시계에서 스미어 나오는 샘처럼 초록빛이고
흔들흔들 비단 자수 - 살바도르 달리
비단 자수는 오래오래 변함없으니 찻잔 하나를 부당하게 외면하네 그릇 공장에서 요즘 만드는 무어라도 좋을 포르투갈 찻잔을 찻잔 하나는 가장자리가 솟아오른 아랍 관청의 유연한 이율배반과 생김새가 닮았건만 내 아름다운 갈라의 눈길 내 아름다운 갈라의 눈길처럼 장막의 향기랄까 내 아름다운 갈라의 상피 조직 어릿광대의 등불 담당 그 상피 조직처럼
그렇고 말고 내 천번이라도 되풀이하리
비단 자수는 오래오래 변함없으니 찻잔 하나를 부당하게 싫어하네 그릇 공장에서 요즘 만드는 무어라도 좋을 포르투갈 찻잔을 찻잔 하나는 가장자리가 솟아오른 아랍 관청의 유연한 이율배반과 생김새가 닮았건만 내 아름다운 갈라의 눈길 내 아름다운 갈라의 눈길처럼 장막의 향기랄까 내 아름다운 갈라의 상피 조직 어릿광대의 등불 담당 그 상피 조직처럼
그렇고 말고 내 천번이라도 되풀이하리
앙드레 브르통 1896-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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