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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고 박화
2015년 03월 11일 22시 53분  조회:4358  추천:0  작성자: 죽림



            ( 한국 종로서적 1989년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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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아침길
              리문호
 
  2001년 11월 말경에 대형문학간물 <장백산> 잡지사 남영전 사장께서
박화 선생에 대한 추모의 글을 써달라는 원고 청탁이 왔다.나는 박화선생의
시집 <푸른 종소리>를 뒤져보다가 시인에게는 시로 추모하는 글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서재에서 혼자 고요히 담배를 피우며 박화선생에게
걸맞는 시상을 상상하며 접촉했던 추억의 현장으로 기억을 더듬기 시작
한다.
  70년대 후반 박화선생님이 룡정에서 료녕민족출판사에 조동되여 왔지만
나와는 아무 인적관계가 없었다. 내가 다시 시단으로 돌아온 후에도 가끔
회의 석상에 서로 비쳤을뿐 인사를 건네고 이렇다할 담론은 없었다. 머리
를 길게 기르고 촘촘한 얼굴에는 과묵한 거만이 나의 인상을 흐렸는지도
모른다.  
  99년 상반년 나의 첫 시집 <달밤의 기타소리>가 정리되여 료녕민족출판
사 정철선생님께 찾아갔다. 정철선생님은 이전부터 <문호, 시집을 내라,
그렇지 않으면 시인 취급 못 받아> 하며 나를 훈계하였다. 드디어 시집
원고를 정철선생님께 보였더니 <박화에게 보였어 ?>하고 묻는것이였다.
<아니요>라고 하자 박화선생의 집 전화 번호를 알려주며 전화해 보라는
것이였다. 박화선생님은 이미 정년퇴직하여 더 부담을 끼치기 싫었고 더우기
인상이 그렇지 않아 꺼림직하였다. 그러나 첫 시집을 낼때는 많은 고민이
뒤따르는 것이다. 첫 시집의 출판은 금후의 시창작에 적극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다른 반면으로는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에 치여 다시 시를 쓰지 못
하고 필을 꺽을수도 있다. 이런 우려 끝에 박화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박화선생님은 쾌이 승락하시고 원고들을 섬세하게 검토하고 문자 수정을
해주시면서 <잘된 시다>고 평가해주셨다.이에 나는 신심을 얻고 드디여
김성규의 편집에 의하여 99년 6월에 시집을 출판하였다.박화선생은 료녕
조선문보 문예부간에 평론까지 내 주셨다.
  박화선생님께서 나의 자택으로 몇번 오셨는데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물론 시에 대한 담론이 많았다. 이렇게 접촉하면서 박화선생님에대한 나의
성견은 말끔히 가셔지고 마음이 어지고 자상한 분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한번은 류광순 시인과 함께 소가툰 남쪽에 있는 사방태 양어장에 낚시
하러  모시고 같다. 잉어 둬마리를 낚아 올고는 우리 보고 낚으라며 자기는
논두렁을 걸어 다니는 것이였다. 때는 봄이라 해토된 논두렁은 흙이 부드럽고
복신복신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신록의 청향과 촉촉히 슴배여 오는 구수한
흙향이 어우러져 신선하고 상쾌했으리라.도시의 딱딱하고 메마른 아스팔트길을
몇십년 걸오면서 그는 주지시란 것에 권태를 느꼇는지도 모른다.
  어느날 오후였다. 박화선생님께서 나에게 전화가 왔다. <연변대학 권철교
수님께서 오셨는데 너의 집으로 모시고 갈까?> <예. 그러세요> 나 혼자 독수공방
하니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히 있다가 가는 곳이므로 많은 문인들이 찾아 오는
줄 아는것이였다.그날 저녘 류광순을 찾아 두분을 모시고 밥점에 갔다. 박화
선생님은 맥주에 소주를 타서 마셨다. 이렇게 대여섯 컵을 마셔야 술 기별이
몸에 가닫는 모양이다.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해 술 컵을 들었다 놓았다 할뿐이다
취하여 집으로 올때는 얼마 남지 않은 찌끄러기 반찬을 비닐 봉투에 담아가자
는 것이다. 집에 온후에도 또 맥주에 소주를 타 마신다. 체구가 웅장한 권철교수님도
주량이 컷지만 취하였고 맥주 한상자를 타고 앉아 마시는 배포가 있는
류광순도 폴싹해졌다. 새벽 두시가 되여 잠들기 시작했는데 우리 집은
이리 저리 코를 드렁드렁 골아대는 것이 마치 증기를 뿜는 기차 대구리같았다
술 냄새가 온 방을 시큰하게 진동하였다.
  박화 선생님은 나와 시를 이야기하다가 이런 말씀을 한적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를 <미소의 시인>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말은 <미소의 시인>으로 남기
싶었기 때문이라 나는 분석한다. 물론 그의 일생도 모든 시인처럼 평탄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박화선생께서 입원 하였을때 몇번 문안 갔지만
  박화선생님의 영결식에 나는 사정이 있어 참가하지 못 하였다. 가시는 그날
아침에는 첫눈이 한 송이 두 두송이 떨어 졌다. 엷게 쌓인 눈길을 그는 조용히 가셨다.
나는 <눈내리는 아침 길>이란 추모시를 <장백산>잡지 2002년 1기에 발표하는 것으로
그의 명복을 빌었다.
 
눈 내리는 아침길
   - 박화선생님을 추모하여
 
< 빚갚으러 왔다가
   빚지고 가는 세상
   여백마저 불지른 쪽빛꿈 사연은
   긴 사랑 짧은 생애에 하아얀 미소 뿐...  ...
  
   - 박화 <푸른 종소리에서>-
 
이 아침
첫눈이 조용히 조용히 내린다
멀고 먼 길을
그대는 조용히 떠나 가신다
 
미소로 살아 온 세상
미소로 떠나 가신다
 
초불로 타도 미소의 불꽃으로 타고
기쁨이 있어도 미소의 꽃향으로 웃고
슬픔이 있어도 미소의 무언으로 울고
세상을 꾸짖어도 미소의 침묵으로 꾸짖고
미소의 섭리속에 잠겨
미소의 시향을 풍기신 그대
 
그대의 시선이 스치던 산천
그대의 숨결이 떠가는 푸른하늘
그대의 시상이 펼쳐졌던 드넓은 광야
오늘은 <푸른 종소리>속에
침묵의 슬픔을 안고 배웅한다
 
그대가 떠나시는 길에
그대가 남기신 미소들이
하아얀 눈으로 부서져 내린다
얼마간 초불 꺼진뒤의
적막, 비애,
그리고 추움 ...  ...
 
그 눈꽃들이 봄이면 녹아
땅, 뿌리의 섭리속에 스미고
하늘, 령감의 쪽빛꿈으로 날아
미소의 향기를 뿌리시리라
 
잘가시라, 미소의 넋이여
소복소복
눈 내리는 길에
하아얀 미소 남기시고
생전에 그렇게 살았던것처럼
갈때도 조용히 가신다
- 짧은 생애에
긴 사랑을 남기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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