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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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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1000권 읽기 4
2015년 02월 09일 13시 01분  조회:2255  추천:0  작성자: 죽림

 

31□기차에 대하여□김정환, 창비시선 84, 창작과비평사, 1990

  강의록이 그대로 시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이론에 무지한 노동자들을 앞에 놓고 강연을 한 발췌록에 가깝다. 강연은 뜨겁다. 군중들을 감동시킨다. 그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에게 필요한 논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강연에 참가한 사람들의 마음이 새로운 정보와 정열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 발췌록을 그대로 시집으로 엮어놓으면 그 날 강의를 들었던 사람조차도 의아해할 것이다. 이미 자기화한 정보는 그 정보를 전해줄 당시의 정서를 떠났기 때문이다. 독자들 중에는 그 강의가 꼭 필요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차마 볼 수 없는 장면이 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한자표기이다. 한자가 봉건성의 한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과 그 발췌록들이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믿는 것일까? 가당찮은 일이다.★☆☆☆☆[4336. 10. 21.]

 

32□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신석정, 창비시선 86, 창작과비평사, 1990

  자연을 소재로 할 때 어려운 것은 시어 선택의 간결성이다. 자연은 본래 그 모습이기 때문에 어느 것을 버리고 어느 것을 취하는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시집 속에 등장하는 자연물은 아주 적절하게 잘 선택되어 선택하는 자의 빛나는 감각을 잘 드러낸다. 자연을 선택하면서도 자신의 관념을 전해주기 위한 도구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 그 자체의 시각이 깔끔하게 시로 치장되도록 해준다. 자연이 인간의 맑은 영혼을 비추는 거울 노릇을 톡톡히 한다. 자연물이 그런 기능을 하도록 시인이 시어를 잘 선택해서 배치한 경우에 해당한다. 세속 도시에 파묻힌 정서로는 감히 하기 힘든 일이다.★★★☆☆[4336. 10. 21.]

 

33□지리산 갈대꽃□오봉옥, 창비시선 69, 창작과비평사, 1988

  이 시집은 독백체로 되어있다. 굉장히 많은 말들을 하지만 그것이 서사성을 띤 줄거리 이야기가 아니라 독백체의 넋두리로 되어있다. 그래서 산문성이 지닌 시답지 않은 요소를 없애고 있다. 할 이야기를 다 하면서도 산문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시의 탄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야기의 방식을 아주 잘 잡은 셈이다.

  그리고 전라도 사투리의 억양이 시의 흐름을 아주 매끄럽게 잘 유도하고 있어서 사투리가 아주 잘 살아있는 특이한 시세계를 이루고 있다. 다만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새로운 인식이 다소 소홀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거대한 사상을 잘 형상화시키려면 그 사상을 담는 세세한 표정까지도 놓쳐서는 안 된다.★★★☆☆[4336. 10. 21.]

 

34□참된 시작□박노해, 창비시선 112, 창작과비평사, 1993

  시가 균형 잡힌 모습으로 영롱한 빛을 발하는 것은 감정이 교묘하게 절제될 때이다. 절제란 현실의 격한 감정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 냉정함이 시의 깊이를 깊게 한다. 그 거리가 좁아질수록 격한 감정은 시라고 하는 형식의 절제를 받지 못하고 원액 그대로 솟구친다. 원액은 톡 쏘는 맛이 있을지 몰라도 자칫하면 몸에 해를 끼친다. 사람이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순간이 없을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시에서 그렇게 한 것을 칭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뜨거운 감정을 그나마 통제하려고 형식을 간직하려 애쓴 것은 박노해만의 능력이자 본능일 것이다. 타고난 시인이 시대의 격랑 때문에 제 노릇을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4336. 10. 21.]

 

35□몸에 피는 꽃□이재무, 창비시선 144, 창작과비평사, 1996

  삶의 성찰이 돋보이는 시다. 무엇을 일부러 말하려 하지 않고, 이미지가 찾아올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는 힘도 대단하다. 한 번 잡힌 이미지를 놓치지 않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하고픈 말을 싣는다. 다만 대상에 얽매어 좀 더 큰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흠이지만, 그것은 시간이 가면 해결될 일로 본다. 한 관점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노력이 돋보이고, 그런 노력이 깔끔하고 신선한 이미지로 나타나니, 아주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 한국에도 시인 대접받을 사람이 없지 않다.★★★☆☆[4336. 10. 21.]

 

36□별빛 속에서 잠자다□김진경, 창비시선 143, 창작과비평사, 1996

  많은 줄거리를 간직한 이야기가 시로 성공하려면 거기에는 특별한 방법과 장치가 있어야 한다. 많은 시인들이 할 말은 가슴 가득 갖고 있되, 그 장치를 찾지도 못한 채 세상에 나와서 갖은 욕을 보는 것이 오늘 한국문단의 현실인데, 이 시집은 그런 능력 없는 사람들에게 한 전범을 보여줄 만한 방법을 구사한다.

  “지상에 내리는 눈”과 “청동시대”라는 시를 보면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가 어떻게 시로 승화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준다. 할말을 생략할 줄도 알고 드러낼 줄도 알며, 그런 감춤과 드러냄을 통해서 거대한 줄거리를 보여주고 이야기를 완성한다. 독자의 상상력이라는 영사막에 낱말이라는 영상 몇 개를 던져줌으로써 이야기 전체가 꾸며지도록 하는 묘한 방법을 쓰고 있는데, 그것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게다가 상징도 아주 잘 되었고, 사물에서 발견해내는 인식의 수준도 놀라울 정도로 높고 깊다. 시가 요구하는 형상성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시인이다. 할 말과 표현이 아주 잘 어울려서 읽는 자로 하여금 같이 출렁이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좋은 시들이다. 시집 전체가 어떤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고, 그 이야기에 알맞은 형식이 시집 전체를 얽고 있다. 형상성에 대해 조금만 더 고민한다면 머지 않아 우리는 네루다 못지 않은 시인을 만날 것이다.★★★★☆[4336. 10. 22.]

 

37□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김경미, 창비시선 104, 창작과비평사, 1995

  무엇을 쓰면 시의 재료가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 쓴 시이다. 시가 될 것 같지도 않은 감정을 글로 옮기기 위하여 사용된 수사가 아까울 따름이다. 바둑에서 사활을 배우다가 대국을 두게 되었을 때의 그 황망함 같은 것이 가득 차있다. 대국은 바둑판 전체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부분부분에서 두 집 내고 사는 재주만 가지고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들은 사활에도 미숙할뿐더러 전체 대국도 역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시가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4336. 10. 22.]

 

38□복숭아뼈에 대한 회상□정종목, 창비시선 139, 창작과비평사, 1995

  습작기 수준의 시들이다. 무엇을 써야 하는가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 고민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들이다. 정작 해야 할 이야기들이 이미지 뒷편에 숨어서 겉으로 잘 드러나지를 않는다. 시어를 통해서 정서를 전달하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묘사가 그저 묘사로 그쳐서는 시가 되지 않는다.★☆☆☆☆[4336. 10. 22.]

 

39□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박남준, 창비시선 38, 창작과비평사, 1995

  시대가 험할수록 순수한 마음을 갖고 살기 힘든다. 그래서 순수한 서정시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서정시는 바깥 풍경이 아니라 마음속의 풍경을 그리기 때문에 그런 심리를 겪지 않은 사람에게는 애매모호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순수한 서정시야말로 그 세계를 알아보는 사람끼리만 서로 주고받으며 감동하게 된다.

  이 시집 전체가 그런 특수한 서정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좀처럼 밖으로 나오려 들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아무 것도 아닌 곳에 매달려서 눈물 질질 짜고 슬퍼한다. 그러니 관념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미치광이를 볼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것이 궁상맞아 보이지 않는다면 시를 잘 쓴 때문이다. 이 순수 서정시를 시집 한 권 분량으로 담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저력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시대가 험하지 않다면 이런 시들도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할 것이나, 그런 시대가 온다면 시도 종말을 맞을 것이다.★★☆☆☆[4336. 10. 22.]

 

40□철마의 꿈□이탄, 영언시선 40, 영언문화사, 1990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주조를 이루면서 거기에다가 분단이라는 소재를 함께 다루고 있는 시집이다. 서정성이 잘 살아있고 현실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맥을 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시인이다. 그러나 단순하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는 것은 그런 큰 소재를 다루는 시의 방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것과 이런 방식으로는 그런 류의 서정성이 갖는 회고 취미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4337.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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