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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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루 여 망(一缕余望)
2011년 12월 23일 06시 14분  조회:8227  추천:1  작성자: 김인섭
                                                    김인섭2011-12-16
아침,사무실에 새 달력이 걸려왔다.신구물을 엇바꿔 짚어보니 연말연시가 바로 박두하고 토끼공 신묘년도 달포에 더하면 룡어른의 임신년으로 쳐들어가게 된다.
 
아! 석화광음(石火光陰) 속에서 또 한 살의 고개티에 오르는구나! 이 시각의 용심은 달력을 봄이 아니라 세월을 개키는 아릿한 마음의 안추름이다.이것은 나이테가 둘러짐을 애석해 하는 동연배들의 고질병일가! 소시적엔 아득히 길던 일 년이 말 그대로 았!하는 사이에 지나 버린다.
 
사람이 60을 바라보니 세월이란 무지하게 무정해도 그 흐름은 사무치게 가석하다. 나잇수는 자연법 범법으로 <정죄>되고 사회의 가장자리에 밀려나는<언도>가 박두하여 앞뒷 눈치를 챙기느라 제정신이 아닌데다 애들까지 <독립>을 선포하고 이국 땅으로 가버리어  외로움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애처로운 모습이 차례지는 숙명이다. 소주 한 병 쯤엔 멀쩡하던 몸통도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울려오는데 내구년한(耐久年限)의 예고가 아닌지도 모르겠다.음식이 잘 안 씹히고 글이 잘 안 보이고 여자가 선거우면 인생도 말로라던 일본 친구의 말을 되새기니 나도 이게 아니냐?고 주새없는 장탄식이 흘러 나온다. 바야흐로<꺼내 먹은 김치독>의 취급을 당할 신세라 간데족족 망양지탄이다.
 
인생은 결국<풀 끝의 이슬이라>는 속마음도 비길 데 없다. 나 같은 범민은 돌려놓고 만민을 타고앉아 이게 내 세상이라!며 고래고함 지르는 통치자들, 너희들 날 봐라!고 억만 재부를 휘두르는 거부들도 결국 생계에 쫓기는 서민들과 오십보백보의 나이대접을 받는 상수(常數)일 것이다. 증년하며 치미는 서운한 감수는 불로를 갈망하는 오상(誤想)이 발원지인데 로약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위인을 본 기억이 없다.인생은 결국은 허무이면서 가지려고 헤매는 건 본성이 아닌가 싶다.
 
천명을 안다고 지천명이라 부르는데 들고보니 여태껏 뭘 하였나?는 감구지회만 얹혀지는 심통은 왜서일가? 돌아보니 내라는 사람은 기황의 년대에 태여나 기한에 짜들며 자랐고, <문화혁명> 10년엔 섬뜩한 공포,절망과 미망속에서 헤매였고, 개혁개방의 긴 나날은 선와 속을 우와좌왕 걸어왔다.액운이란 액운은 혼자 들쓴 기분이다.
 
가난과 인간 정신을 두고 가신 아버지의 유산을 고스란이 간직하고 있는 나다.거듭되는 세파 속을 아버지가 주신 뼈만 붙잡고 나갔고 애로와 풍파에 부딪쳐도 성무를 다한다는 의지로 앞으로만 나아갔다.다만 여들없는 팔푼이라 지나새나 진로가 경색 만판이고 수확고란 순소득+잡소득하고 봐야 뭇사람들의 일소를 사고는 나머지가 없었다. 걱정하는 곁사람들이 늘 나무랜다. 질둔하고 제노릇을 못한다고…. 가슴이 찔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간혹 친구들과의 술자리라면 나는 잘 살지 못해도 깨끗하게 살았고 그렇게 살아간다고 말한다.그래도 어느새 인생의 석양에 끌려가니 무성과 인생이란 생각에 자기 주체가 곤란하다.
 
세상이 록록한 줄 알고 밀면 된다고 생각했던 나, 두 번 없는 세월을 그렇게도 멋모르고 지내왔다.하여간 엄벙덤벙 기여오른 삶의 길에서 나름대로 인생 요령을 해석하며 산전수전을 거쳐왔는데 모년이 원인인지 조용할 때면 기대→실망→기대가 이어오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심중한 기쁨과 회한이 어기채기 연발한다.
 
세월이 아쉬워하는 소리다. 지나온 내 행길에서 수많은 친인, 친구들이 성원과 지원을 보냈었다.빈 주머니를 털어가며 도와주던 친구들을 잊을 수 없다. 그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아버지의 등을 보며 자라는 사랑하는 아이들, 그들에게 추레한 모습을 남긴다면 이 육신은 신진대사→생로병사뿐만인 생물체 종말이라고<평가절하>가 되잖을가고 가슴에 그늘이 진다. 오로지 견마지로의 정성만이 인생의 <부채>를 값아가는 유일한 길임이 분명하다.
 
나는 무심히<인생은 미완성작>이란 어느 교수의 문집에서 글줄을 더듬었다. <인생길에서 귀중한 것은 이미 얻은 것이나 잃은 것이 아니라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적중한 말이다. 내게는 아직 자유의지와 인의지정이 있다. 철의 흐름도 모르고 뛰던 날에 그래도 세상살이의 순수경헝을 다소나마 포개둿고, 사상과 현실을<용접>하는 기술도 적이나마 터득했고, 운동과 정지의 변증법도 얼마쯤은 더듬어 보았겠다. 이것을 바탕으로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초로인생(草露人生)의 격파에서 통타의 고전을 겪었으니 이젠 탐욕과 아집의 구각을 벗고 겸양과 포용과 공존의 아량으로 먹으면 영양이 되고 심으면 씨앗이 될 무언가를 가꾸려는 희망이 피어난다.참숯불 같은 서녘의 지평선에 농향형만숙종(濃香型晩熟種) 화원을 가꾸면 어떨가? 여기서 나는 향기도 진한 화향(花香)일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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