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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만 촌감(春晩寸感)
2011년 02월 08일 15시 19분  조회:3093  추천:11  작성자: 김인섭

춘만 촌감(春晩寸感)

                                                            2011-02-04

세모날 술놀이를 마치고 제정신을 잃었다 가눴다하면서 과년(課年)으로 열리는 CCTV춘만(春節聯歡晩會)을 보고 듣데 비몽사몽간에 아나운서의 프로필에서 <서단 여(西單女孩)>라는 소리 도두들리기에 채심하고 신경을 몰아갔다.
 

등장인물은 하북성의 어느 시골에서 왔다는 량가 여자애로서 기타 반주에 <집을 그리다(想家)>라는 제목의 노래를 잔잔히 부르는데 그 서글픈 가사와 은은한 멜로디는 어쩐지 심문을 밀고들며 가슴의 한 구석을 점령한다. 초라한 신세의 량갓집 규슈라는 홍보에 필이 꽂히어 오늘은 일부러 인터넷을 열어놓고 그 이력을 들춰보았다.

 

이름은 임월여(任月麗), 지체장애 아버지와 정신지체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면서 모성애란 맛보지 못한 기구한 운명의 불운아였다.가난 때문에 할수없이 초중 일학년에서 중퇴하고 가사를 돌보다 16세에 적빈여세의 집을 떠매고  살아야할 태짐을 고스란이 받아멘채 북경의 어느 음식점에 들어가 일하게 된다.한 달이 지나 로임을 청구하니 주인 어른은 숙식을 해결해 줫으니 그것으로 만족해라! 게다가 이것저것 잘 하지도 못했으니 첫달 로임 300원은 전액 불지급이라는 볼호령이다. 해서 월여는 불지소향으로 막연하게 거리를 해매는데 우연히 지하도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객의 일거일동에 눈이 끌리어 유심하게 여겨보니 오가는 행인들이 가끔씩 관람료 삼아 연봇돈 삼아 돈냥을 놓고 간다. 눈이 번쩍 뜨인 월여는 나도 노래 기호와 장기가 있지 않는가, 어지간한 수입도 얻을 수 있는데하고 생각을 되작거리며 그 자리에서 거리 가창을 선택하는 결단을 결연히 내린다.
 

이때부터 월여는 수년간 북경 서단(西單)의 어느 지하도에서 만장홍진의 혼탁한 공기를 기껏 들이마시며 리상을 위하여 부모, 할머니의 공양을 위하여 날과 달을 이어가며 애처로운 노래를 부르고 불러왔다.각가지 잡색 잡물이 섞갈리고 천만가지 욕망을 분출하려 헤갈고 다니는 과객이 물결처럼 합수치는 지하도에서 차마 되뇌기 어려운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때론 애틋한 인간애도 받으면서 자기 생명의 에너지를 거침없이 풍진세상에 발산한다. 이번에 부른 <집을 그리다>가 바로 그때 야반삼경이면 향수에 젖어 고향과 친인들을 그리면서 막막하던 심경의 더덜이없는 토로였을 것이다.
 

시대도 일취월장으로 거듭나고 그 받침목이 되는 고신기술의 작용력도 가공할 만하다.어느때인가 한 현인군자가 임월여의 창가 장면을 몰래 촬영하여 웹사이트에 올려놓고 <서단여아>란 이름을 달아 놓은 것이 십진급수 속도로 확산 되며 폭발적 인기를 올리는 월여의 심외지사가 인터넷이란 세계에서 일어난다. 그는 네티즌  세상에서 일약 생의 귀감이 되어 장미빛 꿈을 부풀리는 젊은이들의 심금을 천둥같이 울려놓았다.이 민중 여론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월여는 뜻밖으로 이 나라 민중 예술의 성당이라 불리는 춘만의 화려한 무대에 올라선 것이다.

 

디스플레이에서 그 사적란의 리플을 번져보니 네티즌들의 감격에 겨운 리플이 쇄도하고 있있는데 개중의 두 개만을 골라 적어본다.

 

하나 두툼한 솜옷을 껴입고 손가락이 잘린 장갑을 끼고 헌 기타를 들고 노래 부르는 가련한 여자애, 한풍이 감아치는 겨울의 길가에서 생활과 이상을 위해 찬란한 생명의 빛발을 뿜어내는 순박한 월여를 진화장에 명브랜드 치장을 하고 흐물대며 지나가는 공작부인들에 견줘보면 비할 데도 없이 거룩하다. 적자생존의 칼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치는 번화한 거리에서 월여의 애어린 심장은 새날의 희망을 알리는 장엄한 고동을 울려내지 않는가! 월여는 성결한 우상으로서 나의 가슴에 요지부동으로 자리 잡았다.

 

월여는 남을 나무리지 않는다.그는 조물주가 자기에게 차려준 모든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나는 그보다 백배나 나은 인간락을 누리면서도 돈이 없고 출신이 미천하다고 타발하며 바라는 목표에 도전할 엄두도 못 내는데…. 월여는 천운을 냉시하고 속설의 타매와 속물적 인간들의 경멸을 초개같이 여기며 자기의 가녀린 두 발로 인생가치를 실현하는 고행길에 서슴없이 올랐다.오늘 임월여의 선량하고 깨끗한 심령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는 나의 혼탁한 영혼속에 쌓인 검부저기를 마구 쓰레질한다 .전도는 바로 눈앞에 있고 길은 바로 발밑에 있다.나는 임월여를 사랑한다.

 

춘절을 앞두고 수만만의 민공들은 도시인들이 천대하는 힘겨운 공사장에서 피땀을 쏟다가 몇백원의 <거금> 마다하고 고향으로 집으로 달려간다. 부모처자와 상봉하고 일가 단란의 천륜지락 맛보려는 순민심은 분파(奔波)마냥 도도히 흘러간다. 중앙은 인간의 숭엄한 정염(情炎) 실현시키려고 거국적 대책을 마련하면서 가능한 편리를 꾀해주고 뜨스하고 구전한 서비스를 펴놓았다.
 

오늘 거대한 추진력으로 이뤄지는 네티즌들의 힘의 모멘트도 무색한 상민인 임월여를 시청율이 최고라 자랑하는 CCTV 특설무대에 떠밀어 올렸다.여기는 내로라하는 거물급 연예인들도 비집고 올라서려고 살인적 경쟁을 벌리는 몽환경이다. 황홀경에서 월여의 애잔한 정감을 갈무리한 <집을 그리다>-망향가는 한결같은 운명을 감내하면서도 말없는 노동자들의 가슴만을 미어지게 한다..

 

사회의 진정한 유권자들인 민초서민들이 진짜 주인대접을 받는 새로운 역사적 화면이 아닌가는 감명에 가슴이 약간 뿌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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