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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送年) 넋두리
2013년 12월 31일 10시 49분  조회:3301  추천:2  작성자: 김인섭
송년(送年) 넋두리
                                     (대련)  김인섭     2013-12-19
다사다난(多事多難)하고 도로무공(徒勞無功)하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하릴없이 세월에 떠밀리어 또 한 해의 끝자락에서 어스렁거리고 있다는 허전감이 감돌아친다.
 
<시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흐르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고이는 시간이다. 흐르는 시간은 몸체에 흔적을 남기고 고이는 시간은 가슴에 흔적을 새긴다.> 젊은 시절엔 앞에 보이는 뭔가를 잡으려 내 뛰기만 하면서 년말년시를 무심히 지나치다가 많은 세월을 보낸 오늘엔 할 일이 산적(山積)한데  나이테만 늘어나고 걸을 길은 짧아 진다는 생각에 히뜩히뜩 뒤를 돌아보게 된다. 육신에 남은 시간 흔적을 보면서 맘속에 남아진 시간의 일력을 다시 뒤지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싶다. 보고봐도 갈증이 나고 회한이 가득해 진다.
 
세상에 거칠 것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 자만에 빠져 내달리며 거만한 행동을 되풀이했던 적이 있다. 돌이켜 보면 치기(稚氣)를 다스리지 못해 탐욕의 노예가 되어 인간의 리치나 자연의 섭리마저 외면했던 자기가 무척 낯설게 투영된다.실로 많은 아픔과 고난이 찬 길에서 혼쭐나며 지나왔다.가지가지 오착을 경험하고 크고작은  우여곡절도 겪으며 때로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다 일어서기도 했었다. 흔히 말하기를 아픈만큼 성숙한다는데 이 위인은 무엇 때문에 숱한 고배를 마시고 시련을 감내하면서도 얻음의 슬기를 갖추지 못했냐는 감수가 특히 진하게 남는다..
 
세속에 부대끼며 살려면 욕심을 줄이고 번뇌도 내려놓고 지혜롭게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수없이 듣고 배웠다. 그 덕으로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얼마간의 뭔가도 해놓은 같으나 턱없는 명리(名利)라도 따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지동지서로 헤매이기도 했다.이토록 진창에서 허우적 거리며 간혹은 실패의 함정도 어물쩍 피하며 오늘에 이른 것이다.그런데도 해마다 송년 정산을 하고 보면 되풀이 되는 허탈과 아쉬움만 남았었는데 소견머리 없었던 자기를 곰곰히 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큰 것과 많은 것을 지향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리라.그 욕기의 충족을 위하여 아득한 목표만 바라보고 줄달음치다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기가 일수였던 자신이다.지난날을 뒤집어 보면서 황홀한 도원경에 도취는 되더라도 오늘에 해야 할 사사건건의 일 전부를 하나도 빠짐없이 정성들여 했을 걸 그랬다고 자탄하기도 한다.큰 일에만 집착하여 작은 일들을 무시해 버린다면 성공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잃는 것이다.시시각각 발부리를 잘 살펴야 하고 매 한 가지 일들을 소중히소중히 챙기며 나가야 한다.누군가가 <작은 것일수록 더없이 소중한 일이다.>라는 잠언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더없이 감미롭다.


성과를 거두려면 만드는 <제품> 전부를 명품으로 제조해야 한다.성공이란 당신의 가치에 대한 외부 세계의 인정이다.매 한 번의 청소,매 한 차례의 보고,매 한 페지의 서류 작성에서 최대의 정성을 넣어 으뜸의 제품으로 만들어 타인에게 유용한 사용가치를 창조할 때 당신은 미래를 얻는 것이다.어떠한 작은 일도 결코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 하는 품격을 양성하고 발휘해야 한다.이것이 바로 성공자의 기본 자세이다.무수한 최고 품질의 부품들이 최고 엔진을 만들어낸다는 도리는 명기해야 할  명리(命理)임을 명심해야 했을 터인데 이 위인은 부실할 정도로 홀시했었다. 
 
살아가면서 나름대로의 원칙이나 가치관에 따라 사물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그러나 자기의 론리나 뜻이 불변의 진리라고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자칫하면 아만과 독선의 수렁에 빠지어 남들과 배타적인 립장에 서게 된다.이것이 바로 누구의 노력을 무효화시키는 단초이다. 고집을 공존의 자세로 탈바꿈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혜안을 갖추어야 한다.바로 고집의 승화라는 것이다.정직한 비평가의 쓴소리에서 그 참된 리치를 발견하고 그를 존중하는 것이 자기의 소중한 명분을 지키는 첫 방어선임을 뼈에 사무치도록 느껴진다.
 
오늘 사회의 성향은 림기응변적인 융통성을 일반적으로 선호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하는 바를 이루면 된다는 저급한 뜻이 숨겨져 있다. 급하더라도 돌아가야 할 길이 있고 지켜야 할 법도들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그것을 무시하고 편법을 사용해도 무탈하다는 비륜리적인 발상이다.눈앞의 실리를 위하여 사회의 계률과 금도(襟度)마저 아랑곳하지 않는 독소에 령혼이 물들어 정의를 늘 도외시하였던 어느 누구이다. 정도(正道)가 있음에도 얄팍한 술수로 줄타기를 하던 내 모습을 다시 보니 눈이 감긴다.
 
누군가에 군림하려고 덤벙대며 오만하던 내가 얼마나 치졸(稚拙)했던지 다시 끄집어내 본다. 독선을 초월하여 냉철한 자기 절제와 겸양을 전제로 조화적인 하루하루를 보냈더라면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었을 것이란 참회가 되풀이 된다. 터무니없는 련민과 집착의 세월을 보내면서 조금만 자성의 눈을 떴더라면 이 회한이 남았을가.
 
석양은 서산을 향하여 속절없이 기울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많고많은데 발길은 무겁게만 느껴진다. 내 인생에 얻은 것이 무엇이던가! 이젠 이 력년령(曆年齡)이면 오금도 못쓰고 사회의 변두리에서 텃자리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 이런저런 생각이 헷갈리어 곤혹 속에서 허둥대고 있음을 이실직고한다.이 때늦은 고해성사와 철없는 넉두리가 하다못해 내 후손들의 반면교사라도 되어 인생행로에서 몇 푼의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란다는 진실한 마음을 피력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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