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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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드림>찬
2012년 11월 17일 21시 38분  조회:4578  추천:1  작성자: 김인섭
<코리안드림>
Korean dream
김인섭 2010-12-15
요전, 이모사촌누나 부부가 한국의 노무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집의 노모를 배안하려 왔다.그런데 자형은 들오자 바람으로 노인의 손을 잡고 늘키기 시작하는데 한참 동안 어깨를 들먹이며 <마다매(큰어머니의 연변말).이전에 정말 감사했습니다.>를 되풀이한다.방랑에 걸맞는 구명도생의 삶을 접고 돌아와 감구지회에 젖어있는 자태가 가긍하여 곁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사람이 체면이 있어야지 남자답잖게 이게 머야?는 생각에 나는 되려 심드렁해 났다.
 
저녁에 술잔을 나누면서 주고받는 회고담에서 지난날 생활고로 받은 강타에 멍든 가슴을 열어놓고 간신간신하게 살아오던 삶의 길을 훑어 볼 수 있었다.
 
18년 전, 자형은 파산 직전인 어느 향진기업(농촌기업)의 공장장을 떠메고 사업하다가 초미의 부족자금을 해결하는 구급책으로 자택담보차관을 한 것이 빌미로 되어 둥지를 잃는 맹랑한 처지로 급전하였다.막다른 벼랑에서 부부는 적수성가(赤手成家)의 재출발로 보따리장수로부터 돈이 된다는 일이면 다 덤비면서 기가재기(起家再起)에 도전하였다.그러나 칠전팔기의 사고팔고를 해도 지워진 빚에다 이자까지 얹힌 짐짝 해탈이 예삿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불의의 강타와 지리한 곤경속에서 자형은 알콜로 일그러진 속내를 달래며 비칠거리는 차수가 날따라 늘었던 과거사도 있었다는 것이다.
 
마누라가 묻어논 고통도 만만치 않았다.이 고비판에서 육친의 구구스러운 고생 장면을 보며 누나집 식솔들은 끈질기게 이혼을 부추기며 아직은 늦지 않으니 새길을 선택하라고 집요한 권고에다 핍박까지 들이대며 몰아쳤다는 들으니 첫소리다. 그러나 머리서방은 못 버린다는 누나만의 송죽지절은 변함이 없었다.그는 불행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기어이 남편과 손잡고 참신한 가정을 꾸려간다는 단호한 결의로 타인들의 강권을 내쳐버리었다.
 
자형이 대책없이 헤매이고 있는데도 그를 과녁으로 파상공격을 되풀이 하는 때 집의 노인이 무슨 생각이였는지 <하늘도 한 귀퉁이부터 개인다.>는데 그래도 부부간이 금슬이 좋으면 차차 잘 살 날이 올 것이니 믿어주라는 한마디 충언을 던졌다는 것이다. 로인이 무심중에 내뱉은 한 마디는 궁지에서 몸부림치는 자형에게 더 없는 축복이었고 삶의 용기를 부추기는 금언이 되어 큰 편달이 되었단다. 오늘 노인을 만나니 들이쌓인 설움이 암장같이 분출해 못 막겠더란다.
 
고난속의 부부는 이체동심으로 고생줄을 타다가 어린 아들을 자취시키고 빚더미를 지더라도 한국에 가 돈을 번다는 지독한 비원을 굳히었다.생명의 전부를 걸어놓는 각오로 코리안드림팀들의 <결사대> 전렬에 가담한 것이다.입국 초기에는 쌀알을 훔치는 생쥐처럼 콩닥거리는 가슴을 안고 침불안석으로 나날을 보냈다.천우신조인가!? 때를 맞춰 노무현 대통령께서 따뜻한 시책을 펼치면서 활개를 죽 펴게 되었고 착한 사장님들도 관심과 동정을 베풀어주시면서 앞길을 안내하시고 수땜을 해 주시었다.어둡기만 하던 앞길은 트이었다.열심히 일만 하면 더 바라볼 것도 없었다.
 
원래 그들은 더 체류할 심사였으나 결국 아들의 채근에 끌려 노무현 영전의 참배를 대단원으로 가족 단란의 귀향을 단행하였다.사랑하는 아들과의 재회가 12년 만이다.저간에 10대 초반이었던 아이는 옥죄는 고독과 신고를 이겨내고 대학문을 나와 열심한 회사 생활로 자생자결이 꺼뜬한 제살이 길에 들어섰다. 게다가 국가중점대학의 고학력 색시를 데리고 대도시의 덩실한 아파드 단지에 자택까지 마련해 놓고 팽글거리는 딸애까지 두고 있었다.심신이 지쳐진 시부모를 맞아 놓고 며느리는 자기들에겐 아무것도 필요한 게 없으니 로인들은 건강하게 잘 살기만하면 된다고 우줄거리는가 하면 달마다 시간을 맞춰 생활비와 보건비를 쪽쪽 바친다는 곧이 들리지 않는 자랑인데 슬그머니 뒷조사를 하였더니 불궈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이젠 뭔가 더 바라는 것도 없고 과거지사를 말하자 해도 목만 멘다는 내외의 말이다. 가슴에 박힌 것이란 생계를 이유로 두고 떠난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설음이고, 결혹식마저도 두 손으로 치러주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은 부부의 20개 손가락으로 풀 수 없는 가슴속 회한이란다.가리산지리산하는 나날에 따뜻한 손길을 벋쳐주신 노무현씨와 대책없이 헤매이는 내외간을 받아주시고 지켜주신 사장님의 은정은 맘속에 정히 갈무리해 둘 것이란다.
 
코리안 드림의 대망을 안고 이 땅의 겨레들이 한국 땅에서 무더기로 전전한다는 소리를 들은지도 오래지만 감동적인 실체험은 처음이다.
 
한국에서 체류하는 어느땐가 이 애주가, 호주가(豪酒家)에다 골초 흡연가인 남편이 문뜩 금연단주(禁煙斷酒) 거장으로 되였더란다.누나는 어디가 불편한 게 아니냐 의심하면서도 우둥푸둥하게 말짱한데 간대로야 하고 불문에 부쳐버렸다.
 
어느 날 남편의 집물을 정리해 주러 숙소에 가 이것저것 뒤지다 무심중에 뭐가 적힌 노트가 보이기에 번져보니 <야! 송죽아,래일이면 너의 생일이구나.긴 날인데 너에게 고생을 너무 시켜 미안하고 이 남편을 지켜줘서 감사하다.이번의 생일 선물은 내일부터 술담배를 딱 떼는 불발의 행동이다. >는 글발이 눈에 비치었다.누나는 심중을 덮어놓고 한참 관찰하니 실로 회사 회식이든, 연회석이든, 친구 모임이든 모든 식사 장소에서 술 한 방울 안 대고 담배 한 고치 안 태우더란다. 대고 싶은 욕망도 이젠 깡그리 사라졌다 하길래 거짓말도 빨갛게 한다고 은근히 관찰했더니 실로였다는 돌돌괴사(咄咄怪事)이다.
.
이 전설 같은 실화를 코리안 단꿈의 텃마당에서 참사랑이 엮어내었다.만약 누가 가능하다면 이 사랑의 소산물을 <만산과 송죽의 이야기>의 제목으로 미문을 만들어 두면 좋겠다고 별궁리도 해 보았다.
 
참말로, 남편의 실명은 만산(萬山)이고 마누라의 실명은 송죽(松竹)이다.오늘,남가일몽에 심취한 저 땅의 조선족 프롤레타리아들이 만수가 휘감은 천산에 도열한 창송취죽[蒼松翠竹]마냥 한결같이 짙푸른 빛을 내뿜는 그 날을 바라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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