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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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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지불, 아직 불편한가
2017년 03월 17일 10시 14분  조회:1297  추천:5  작성자: 김태호
20년전 일본에서 고학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일본인들의 생활문화에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그중 한가지는 식대(食代, 음식값) 지불방식이였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자리를 함께 했던 손님들이 식대를 각자 평균으로 나누어 지불한다. 혹은 자기가 주문한 음식의 식대만 딱 잘라 지불하기도 한다. 년말이 되여 회사원들이 망년회(忘年会)를 열고 회식할 때면 그 지불방식 역시 특이하다. 위계질서를 엄수하는 일본인들은 급별이 가장 높은 상사가 식대를 제일 많이 지불하며 말단직원은 소정의 식대만 지불하거나 아예 지불하지 않기도 한다. 나름대로 정과 배려가 풍기는 지불방식이다. 식대를 지불함에 있어서 녀직원도 자기의 몫을 가차없이 지불한다. 녀자라고 해서 공짜가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속 좁고 째째한 일본인들의 모습으로 비쳐질수 있는 한 대목이다. 와리깡이라 부르는 일본인들의 이 결산방식이 합리하며 실제적이라고 인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수요된다.
 
와리깡을 우리말로 순화시켜 부른다면 각자지불, 각자내기, 각자부담 정도로 되겠다. 유럽에서는 더치페이(Dutch PaY)라고 부른다. 더치페이의 시작은 네덜란드(화란)였다. 다혈질적인 네덜란드인들은 생활에서는 근검절약하는 정신이 강하다. 더치(Dutch)는 네덜란드를 뜻하는 영어인데 더치페이는 ‘네덜란드식 계산법’이라는 뜻이다. 네덜란드인들이 처음으로 더치페이를 실행하자 영국인들은 신사풍도가 없다고 조소하며 깔봤다. 그러던 영국인들도 점차 더치페이가 합리적임을 인정하며 수용하기에 이른다. 현재 동서양의 선진국들에서는 더치페이를 실행하고있는데 심지어 자기가 식사를 초대하고도 더치페이를 하는 정도여서 우리의 립장에서 보면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자기의 언어를 고수하며 외래어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있는 중국인들은 더치페이에 관해서는 “AA제”라는 말을 사용한다. “AA”는 “Algebraic Average”의 략칭이다. 대수평균(代数平均)이라는 뜻이다.

검소하기 그지없는 중국인들은 식탁에서만큼은 대범하다. 중국인들은 많은 일들을 식탁우에서 해결한다. 감정을 쌓으면서 사업상 애로사항들을 술상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들이 통 크게 한턱 내는것은 은혜를 갚거나 혹은 상대에게서 보답을 기대하거나 무엇을 이루려는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설사 좀스러운 중국인이라 할지라도 식탁 앞에서만큼은 통쾌하고 호방하며 인심이 후하다. 그래서 중국에서 AA제는 아직 잘 통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농경시대의 마을공동체는 우리민족으로 하여금 거주이전이 어렵게 만들어 한곳에 오래도록 머물러 살게 했다. 그래서 이웃이 ‘사촌’이였고 마을주민이 ‘친척’이였다. 더우기 우리민족은 정이 많아  네것내것 없이 나누어 먹기를 좋아했으며 성질 또한 급하고 화끈하여서 좀스럽지 않으며 통이 크다. 그러니 각자지불은 인간적이 못되고 너무 계산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민족기질상 수용하기 힘들다.
 
인심이 전에 비해 크게 각박해졌다는 요즘에도  음식값을 내겠다며 서로 우기는 훈훈한 인정이 아직도 녹아있으며 식사전에 미리 카운터에 선금(押金)을 맡기거나 식사중 슬며시 나가서 남몰래 결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심은 아직도 넉넉하지만 현실은 살아가기에 빡빡하다. 사석에서 조사를 해보면  각자지불이 좋다는 응답이 늘 절대다수이지만 실행에 있어서는 모두들 주저한다. 각자지불하자는 말을 누가 먼저 꺼내는것은 아주 난처한 일이다.
 
음식값을 낸 사람이나 그냥 얻어먹은 사람이나 궁리는 따로 있다. 얻어먹은 사람은 미안한 마음이 생기며 나중에 나도 사야지 하는 심리적 부담이 따르고 음식값을 낸 사람은 상대도 언젠가는 사겠지 하는 기대가 은근 슬쩍 생긴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섭섭함이 쌓여 인간관계가 꼬일수도 있다.

각자지불은 정이 삭막해보이지만 마음만은 편하다. 상대에게 빚을 지우거나 상대로부터 빚진 관계가 아니여서 부담없이 다음 만남을 약속할수 있다.
 
혼자서 한턱 내는것과 각자지불은  모순되지 않는다. 경사나 뜻깊은 일로 혼자서 한방 쏠 땐 통쾌히 쏴야 한다. 이것은 아주 멋진 일이다. 그러나 일상 가운데 친지모임, 동창모임, 명절모임 등 다양한 행사에서 한사람이 밥값을 다 내는것은 미덕이기도 하지만 부작용 또한 크다. 부담이 과중하여 다음 모임을 주저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고향 떠나 외국이나 내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의 신세대들이 각자지불을 선호하며 실행에 나섰다고 하니 참으로 기특하다. 기성세대들이 도저히 따르지 못할 지혜로운 우리의 신세대들인것이다.
 
각자지불, 아직은 어색하고 실행에는 불편하며 체면이 구기는 일이지만 거부하고싶지 않는 합리적인 이 생활문화의 보편화를 바란다. 그럼으로써 우리사회가 건강하고 공존공생하는 사회가 될것임을 확신한다.

연변일보 2017-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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