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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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 사실주의 길로 나가는 김응룡 시인
2007년 03월 24일 12시 40분  조회:2602  추천:79  작성자: 김관웅

     민족적 사실주의 길로 나가는 김응룡 시인

                                                                         김 관 웅

    
  동양 시문학의 력사적 흐름속에서 사실주의전통은 시창작의 각도에서 볼 때《시경》을 원류로 하여 당나의 두보나 백거의에 이르러서는 도도한 흐름을 이루게 되었고, 시론의 식도에서 본다면 공자의 《시가이원(詩可以怨)》의 현실비판, 현실참여의 시학주장으로부터 시작하여 한유(韓愈)의 《불평스러우면 울어야 한다(不平則鳴)》는 시학주장에 이르기까지 역시 사실주의적인 시학주장이 도도한 흐름을 이루었다. 당나라시기의 사실주의시인 백거의는 《글은 그 시대에 맞추어 짓고, 시는 그 시대의 사건에 맞추어 읊어야 한다(文章合爲時而著, 歌詩合爲事而作)》고 주장했었다.

  시라는 것은 무엇인가? 한유와 백거의의 시학 주장을 종합하여 말한다면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울어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그 시대에 울고 싶은 사람들을 대변해 주는 것이다. 중국과 조선의 유명한 시인들은 대부분 그 시대를 대신하여 운 사람들이다. 10년 전 필자는 이 시대를 대신하여, 우리 민족을 대신하여 우는 문학경향을 《민족적 사실주의》라고 명명하여 부른 적 있으며, 력사의 격변기에 처한 우리 민족문학에 있어서 《민족적 사실주의》는 가장 바람직한 문학경향이라고 인정해 왔으며 이를 적극 권장하여 왔다. 그 후로 필자는 시종 이 자대로 우리중국조선족문학을 평가하군 했다. 

  김응룡 시인은 최근 몇 년래 중국조선족, 특히는 중국조선족 농촌, 농민, 농업 이 삼농문제에 눈길을 돌리고 우리농촌, 농민이 직면한 절실한 문제들을 자기의 시창작의 소재로 다루면서 우리의 농민과 농촌을 대신하여 구슬프게 울어주고 있는 시인이다. 우리 민족의 오늘날의 준엄한 실존적인 상황은 오불관언이라면서 유미주의의 상아탑 속에서 콧노래만 부르는 그러한 시인들과는 판연히 다른 민족적 사실주의 길로 드팀없이 나가고 있는 민족적 사명감과 량지가 있는 참여파 시인이다.

  지면상의 제한으로 김응룡 시인의 지난 한 해에 창작하여 연변문학 2006년 제8월호와 12월호에 게재된 《기다림》,《시골개구리들의 울음》, 《향수》, 《가을의 울음》4수의 시와 작년 한국 《문예시대》2006년 해외동포문학상을 받은 수상작 《둥지》1수 도합 5수만 텍스트로 삼아 최근 김응룡 시인의 민족적 사실주의 창작경향을 분석해 보려고 한다.

 


정오무렵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시골마을에

개가 짖는다

컹컹

 


마을길에 느닷없이

나타난 녀인 보고

이 집개 저 집 개

짖어댄다 목 메여 짖어댄다

 


산비탈 메밀에서

다락논에서

김을 잡던 외기러기 사내들

약속이나 한 듯

일손 놓고 일어선다

 


행여

행여…

저마다 부서지는

마음을 추슬러 본다

       - 김응룡 《기다림》


  이 작품은 세련미와 함축미를 갖고 있어 진한 감동과 더불어 간 사색의 여운을 남기는 수작이다. 녀성이 증발해 버린 우리 농촌들에서 살아가는 《외기러기 사내》들이 정오 무렵에 한적한 마을에 느닷없이 나타난 녀인에 대한 동일한 통하여 리농향도(離農向都), 해외로무송출 등으로 인한 부부리산의 아픔, 로총각들의 결혼난 그리고 이로부터 이어지는 농촌에서의 가정의 해체화 경향을 잘 보여주었다. 우리농민들의 고통스러운 실존상황을 아주 짧지만 특색 있는 모멘트를 통해 집약적으로 보여준데 이 시의 묘미가 있다.

  중국조선족은 한반도에서 쪽박을 차고 두만강 ․ 압록강을 넘어 온 이민집단으로서 처음부터 농업이민의 성격을 다분히 갖고 있다. 하기에 오래 동안 중국조선족문화의 기반은 시골에 있었으며 농민은 중국조선족문화의 주체였다. 시골에 우리중국족의 삶이 터전이 있었고 우리의 순후한 인심과 민속이 있었고 우리의 교육과 문화가 있었다. 한마디로 농촌과 농민은 우리 중국조선족문화의 고향이고 뿌리였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맞아 중국사회가 산업화를 발걸음을 다그치면서 전반 중국은 날로 농업사회로부터 산업사회로의 변신해가고 있으며 나날이 도시화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시대의 추이(推移) 속에서 우리 중국조선족공동체는 지금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는 역사의 대 격변기에 처해있다. 이농향도(離農向都)의 시대적인 추세 속에서 이미 20만 명 달하는 중국조선족농민들은 중국연해지역의 도시들에 이동해갔고,  22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코레안 드림에 휘말려 한국으로, 한국으로 돈 벌러 나가 있다. 가장 팔팔한 일여덟 명에 한명 꼴로 한국에 나가있는 상황이다. 그리하여 중국조선족농민들은 전에 비해 돈은 벌어 어느 정도 부유해 지게는 되였으나 그 대가로 많은 시골의 농민들은 가정의 행복을 잃어가고 있다. 세상만사는 새옹지마라고 산돼지 잡으러 갔다가 집돼지 잃은 형국이다. 조선족농촌의 해체화 경향은 농민 가정의 해체화 경향으로 나타난다. 농촌에서의 노총각들이 장가들지 못하고 기존 가정은 중국의 내지 진출과 해외진출 인해 《외기러기 아빠》, 《외기러기 엄마》들이 속출하고 , 어린 자식들이 부모들과 헤어져서 살아야만 하고 도처에 폐가들이 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행인지 불행인지 아직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조선족문화의 고향이자 뿌리인 농촌과 농민들은 날로 영락해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객관사실이며 따라서 중국조선족문화의 본거지인 농촌의 해체는 중국조선족공동체 및 그 문화가 해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다분히 안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국조선족시단에는 이른바 순수시의 상아탑 속에 깊이 묻혀서 언어유희나 때 지난 언어장난이나 기교장난에만 골몰하는 시인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김응룡 시인은 이 몇 년 동안의 근작시들에서 중국조선족문화의 뿌리의 흔들림을 농촌과 농민들의 오늘날의 실존 상황을 통해 깊이 감지하고 민족적인 우환의식을 안고 우리농촌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중국조선조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로 남긴 시들을 많이 창작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진실하게, 그리고 충분한 이미지화를 거쳐서 표현한 시작이 바로 바로 「까치둥지」이다.

 


지는 잎들이 받들어 올린

까만 그리움 하나

백양나무 가지에 동그랗게 걸려

쳐다보는 나의 눈 이슬 젖는다

 


언어도 음악도

삶의 온기마저 잃은

비인 둥지

주인은 어데 갔나

 


동구밖 나선 할배할매 눈이 허는데

반가운 기별은 전하지 않고

늙은 총각들 술병 안고 쓰러졌는데

오작교는 놓지 않고

 


생기가 떠나간 자리

까만 그리움 하나

행복했던 나날들이 락엽되여 뒹구는 시골

백양나무가지에 높이높이 걸렸구나

    - 김응룡 《까치둥지》전문

  

  이 시에서는 우리 농촌에서의 가정의 해체화의 현실을 《백양나무가지 우에 동그랗게 달려있는 빈 까치둥지》라는  객관적대상물을 통해 표현했다. 까치는 우리민족의 상징체계에서는 좋은 소식을 알려준다는 길조이다. 그러나 우리의 농촌에서는 그런 길상(吉祥)스런 까치들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언어도 음악도/ 삶의 온기마저 잃은/ 비인 둥지"밖에 남기지 않고 애오라지》 《까만 그리움만 하나》만이 《백양나무 우에 높이 높이 걸렸구나》라고 표현하고 있다. 표현된 정서가 다소 회색(灰色)적이기는 하지만 이는 시인의 민족적인 우환의식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정서의 발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시는 이러한 민족적 사명감에서 우러난 김응룡 시인의 우환의식을 잘 보여주었다.  이 시는 우리중국조선족시단의 현실외면, 현실도피의 바람직하지 못한 시창작 경향과는 달리 민족적인 실존상황에서 감득(感得)한 진실한 정서를 비교적 생동한 시적형상화를 통해 표현한 점이 높이 평가되여 한국《문예시대》2006년 해외동포문학상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민족적 사실주의 길로 나아가는 김응룡 시인의 시창작은 계속 심화되여 가고 있는데, 근작시《향수》, 《가을의 울음》 역시 우에서 소개한 시적 추구의 심화라고 볼 수 있다.

 


삶은 올감자에

하얀 김이 서리고

된장 찐 풋고추 향을 피워 올리면

내사 65도 배갈

한 병 마셔도 취하지 않소

 


앞강의 여울소리

긴긴 절설 풀어내고

숲속의 새들 딸기빛 사랑을 노래했소

젊은 시인은 심장을 뽑아

미루나무에 걸고

둥둥 북을 쳤소

 


먼먼 지평선 저쪽

내가 태를 묻은 땅이 있으련만

강물의 여울소리도

새들의 사랑노래도 들리지 않고

안개만 자욱하오

 


불볕에 달아오른

세멘트길 따라

홍개미 한 마리가 포복전진하오

35도 배갈에 취해

비틀 비틀

    - 김응준 《향수》전문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눈앞에 비쳐지는 것은 사랑도 희망도 빛바래진 농촌의 현실이고 그 속에서 실의에 빠져 취생몽사하는 사람들도 적잖은 게 오늘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김응룡 시인의 《향수》에서 표현된 노스텔지어(Nostalgia)에는 센티멘털(sentimental)한 애수와 우환(憂患)이 주조(主潮)를 이루고 있다. 그리하여 독자들에게 이러한 시들은 우리농촌의 쓸쓸한 만가(挽歌)처럼 쓸쓸하게 들려온다. 하기에 들려오는 우리시골의 가을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김응룡의 《가을의 울음》)도 쓸쓸하기만 하다. 

 


어둠이 깃든 시골

개구리들이 운다

눈물도 없는 개구리들이 울음

높이 질벅하다

 


비도 오지 않아

강가 모래불에 묻은 엄마

물에 밀려갈 근심도없는데

왜 우느냐 물었더니

아니란다 개굴개굴

 


개구리들이 우는 리유

아는지 모르는지

이영이 고삭은 초가에서

진작 잠에 곯아떨어진 늙은 량주

꿈을 꾼다

 


꿈에 안아보는

손자손녀 재롱에

행복의 웃음 느침으로 흘러내려

베개잇 적신다

 


이 시골 인적

늙은 량주마저

초가에 묻힐가바

개구리들은 운다

밤새껏 밤새껏

    - 김응룡 《시골개구리들의 울음》전문

 


   이 시에서 시골의 여름밤의 개구리울음 소리는 초상난 집에서 애고애고 들려오는 곡성처럼 청승맞기 그지없다. 그러나 동시에 이 개구리소리는 시인의 애타는 호소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감정이입의 표현수법이 아주 잘 구현된 수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총적으로 김응룡 시인은 날로 황페해 가는 우리 농촌과  날로 령락해 가는 우리 농민들을 대신하여 울어주고 있는 시인이다. 철두철미하게 민족적 사실주의에 립각하여 우리민족의 실존적 현실을 직시하고 표현하고 있는, 강렬한 민족적 우환의식과 민족적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 시인중의 한 분이다. 최근 김응룡 시인의 시 창작은 우리 시단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김응룡 시인의 시들은 아직도 높은 요구에 비해보면 아직은 거리가 있다. 특히 무엇을 말했는가 보다는 어떻게 말했는가 하는 예술적 표현 문제에서 아직은 제고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직설보다는 이미지화를 통한 시적인 형상화 작업을 중요시하여 시작들을 더욱 갈고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탄광의 광부들은 갱내 일산화탄소 농도를 알기 위해서 카나리아 새장을 들고 갱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카나리아는 사람보다 먼저 고통을 느끼고 죽음으로써 광부들에게 위험을 알렸다고 한다. 민족적 사명감과 우환의식이 있는 우리의 시인들이나 작가들은 말하자면 《탄광의 카나리아》와 비슷한 존재이다. 우리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경고하는 역할을 력사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김응룡 시인의 상기 시들은 질식해 가는 카나리아의 비명과도 같은 것이다.

  김응룡 시인이 앞으로도 민족적사실주의 길로 드팀없이 나아가기를 기원한다.

 


                         2007년 1월 28일 연길 민항아파트에서  

<<연변문학>>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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