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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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도시공동체의 민족교육 위기와 대안
2009년 11월 21일 21시 03분  조회:5787  추천:179  작성자: 김범송

  조선족의 대도시 이주는 그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거주지를 형성한 반면, 기존 조선족의 집거지구는 총체적 해체위기를 맞게 되었다. 비록 새로운 거주지의 형성으로 집중 · 산개된 도시공동체가 촉성되고 있지만, 민족어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민족교육의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도시 진출 후 민족교육의 환경변화로 조선족후대들이 민족어를 상실하고 주류민족에 동화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도시 민족교육의 열악한 환경은 현재 조선족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향후 조선족사회의 변화 · 발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도시학교의 수용 가능한 학생수는 전체 조선족학생수의 10%밖에 안 되며, 대도시에서의 조선족학교 설립은 매우 어렵다. 소수민족 혜택지구가 아닌 대도시에서는 학교설립 인가획득이 어렵고 소수민족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조선족사회가 민족 대이동에 따른 교육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이며, 중국의 소수민족정책 역시 민족자치를 허용하는 집거지역에서만 시행되는 정책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공동체 민족교육에 대한 정부의 중시가 부족하기 때문에, 조선족학교는 폐교만 있을 뿐 신설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특히 대도시의 교육환경 변화로 민족교육이 위기에 봉착했고, 도시 민족교육의 위기를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도시에 진출한 조선족들이 먹고사는 일에 바빠 그동안 자녀의 교육문제에 소홀했다. 해외 출국한 부모의 경우 가정교육이 뒤따라가지 못해 자녀가 기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대도시에 민족학교가 적고 민족교육 여건의 미비로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으며, 또한 젊은 부모들이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내려는 의지가 강하다. 셋째, 교사의 이직(離職)과 학교 설립 · 운영문제 및 학생수의 감소로 인해 조선족학교의 경쟁력이 하락되고 있다.

  최근 청도 등 도시에서 민족학교가 설립 · 운영되고 있지만, 정원이 넘치고 학비가 비싸 대부분 조선족들은 자녀를 한족학교에 보내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교육환경에서 민족어와 민족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많은 조선족학자들은 이러한 교육환경이 지속되고 교육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민족문화의 상실과 민족동화는 곧 기정사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도시에 진출한 많은 조선족들의 삶은 윤택해졌지만,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더불어 민족정체성 상실을 체감하면서 ‘득’과 ‘실’을 따져보는 조선족들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이다.

  아래에 도시 민족교육의 부실화에 따른 민족동화의 가속화 등 조선족사회 교육위기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발전대안을 제언한다.

  첫째, 인구이동과 학생수의 감소로 조선족학교의 폐교율은 60%에 달했고, 도시에서의 교육환경 변화와 학교설립의 어려움으로 민족교육은 위기에 봉착했다. 따라서 조선족사회는 교육환경만 탓하지 말고 민족학교의 설립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당지정부의 지지와 도움만 바라서는 새로운 거주지에서의 민족교육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민족학교 설립을 위해서는 현지에 정착한 기업가들과 조선족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둘째, 자녀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한 부모의 해외출국은 조선족사회에 대량의 편(무)부모 결손자녀들을 양산했다. 부모의 ‘사랑을 잃은’ 이들에게는 특수한 교육방식과 효과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 예컨대 학교와 가정이 연합하여 학생 심리상담소를 개설하고 결손자녀 가장학습반을 꾸려 자녀 교육방법과 가장의 책임감을 유발하는 강좌를 개설하며, 학생들의 과외 사회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조선족사회 교육위기의 중요한 원인은 중견 교사들의 현직 이탈이며, 교사부족으로 인한 자격미달의 기간제교사 채용은 교육의 질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정부차원에서 교육지원 자금투자를 증가해야 하며, 교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학교자체가 교사들의 종합자질 제고에 힘을 모으고, 경쟁시스템을 도입하여 우승열태의 제도를 마련하야 한다. 그리고 일정 범위 내에서 타민족의 우수한 교사들을 영입하여 새로운 교수환경을 마련하고, 조선족학생들의 한족학교 유실을 막아야 한다.

  넷째, 도시 조선족학교 설립 및 지방정부 인가가 어려운 것은 조선족들의 국내 대이동에 대한 소수민족정책 부재와 지역제한의 한계에서 기인된다. 도시 민족교육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조선족사회가 단합하여 교학수준과 종합기능을 겸비한 조선족학교를 설립하고 조선족학생들을 유치해야 한다. 그리고 조선족들의 한족학교 입학과 중국어교육이 ‘대세’라면, 차선책으로 온라인 학교와 방과후 및 주말 한글학교 등 우리말글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 본문은 지난 10월 19~20일 단동에서 개최된 조선족-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관련 논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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