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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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동포사회 아이덴티티의 다변화
2009년 01월 20일 02시 45분  조회:3406  추천:162  작성자: 김범송

                     재중동포사회 아이덴티티의 다변화

                       -인구이동과 가치관의 변화를 중심으로-

                                       김범송(중국 흑룡강신문 논설위원)

  중국동포 · 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 있지만, “중국국적을 가진 ‘중국인’이자 한민족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이 중국조선족의 ‘공통분모’인 것만은 확실하다. 조선족을 ‘중국에 시집온 며느리’로 비유한 조선족의 석학이신 정판룡 선생은 조선족은 이중문화와 이중성격을 가진 한민족이면서도 중국의 소수민족일원이라고 말했다. 조선족은 “중국을 자기 삶의 고장으로 여기고 조선족과 중국의 운명을 함께 생각하며, 이중정체성을 가진 ‘중국조선족’이 되었음”을 명백히 저적했다.

  한편 조선족학자인 김강일은 ‘시집’과 ‘친정’ 구별은 책임회피의 자세로 중국국민의 자세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변연문화론(邊緣文化論)”을 사용해 “조선족의 정체성은 중국과 조선(북한)의 문화와 정체성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특수한 정체성”이라고 설명했고, 조선족공동체는 “중국 내의 평등하면서도 구별되는 특수한 문화공동체이며 한반도와 혈연적인 유대가 있는 문화공동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조선족학자들은 ‘키워준 정이 낳아준 정보다 크다’고 주장하면서, 민족정체성보다 국민정체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국학자 윤인진은 이러한 조선족지성인들의 논의를 종합하여 ‘친가와 시가’, ‘낳은 정과 기른 정’, ‘며느리론’ 등은 민족정체성과 국민정체성이 서로 공존하는 관계로 보는 이중정체성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김강일의 “변연문화론”, 이른바 ‘중국과 조선의 정체성이 융합된 정체성’에 대해서는 “제3의 정체성”으로 분류하였다. 그 외, 중국조선족의 정체성과 조국·모국관의 개념을 정리한 “조국과 고국 및 조선족의 정체성”이란 필자의 졸문이 있다.

  개혁개방 후 30년간 중국사회는 고도성장의 경제발전과 함께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민족의 존폐와 관련되는 중차대한 사회문제로서 가치관의 변화와 인구이동에 따른 민족공동체의 해체와 조선족사회 아이덴티티(정체성)의 다변화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이 1978년 이후 시장경제시스템을 도입하는 체제개혁과 사회개방을 실시하고, 1992년에 한중(韓中) 수교가 이뤄지면서 조선족사회는 대변혁을 가져왔다. 최근 농촌의 민족공동체가 붕괴되고 민족어 기반의 민족교육이 위축되면서, 조선족사회의 존폐 및 정체성의 위기가 사회문제로 부상한 것은 조선족사회의 대량적 인구이동이 초래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족의 인구이동은 개혁개방의 산물로서 도시화·산업화의 결과이며, 한중 수교 이후 조선족사회와 고국(한국)과의 새로운 유대가 이어지면서 더욱 활성화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개혁개방 이후 조선족인구의 국내외의 대량 이동과 가치관의 변화를 중심으로 조선족사회의 정체성의 변화를 설명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인구이동이 조선족사회의 민족교육의 위기를 비롯한 민족정체성의 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주요인이며,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의 충격을 받으면서 조선족들의 인생관 · 가치관의 변화 또한 민족정체성을 약화시키고 국민정체성을 강화시키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조선족의 집거지 연변자치주와 동북상성(三省) 산재지구 조선족의 국내이동이 지속되면서, 대도시와 연해도시에 이동한 인구는 55~60만에 달한다. 한중 수교 후 대량의 조선족 인구가 국외로 유동했고 2007년부터 재외동포정책의 일환인 방문취업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2008년 10월까지 한국에 진출한 중국동포는 40만에 달한다. 그 외, 일본과 미국 등에 진출한 출국인원 20만을 합치면 국외에 진출한 조선족은 60만에 달한다.

  이러한 인구변동과 대량적 인구유실은 새로운 거주지 도시공동체의 특징을 나타내고, 조선족의 민족정체성이 약화되면서 전통적 민족문화가 상실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민족집거지의 해체에 따른 민족교육의 위축 및 주류민족에 동화되는 등 민족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국내이동에 따른 새로운 거주지의 조선족들의 민족정체성은 갈수록 약화되고, 중국국민으로서의 국민정체성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중국동포들의 취업 위주의 한국 진출에 따른 고국관의 변화 및 자아정체성의 확인은 기존의 조선족 이중정체성의 상호관계를 다변화시키면서, 조선족사회의 발전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한국에로의 인구유동이 급증되면서 중국동포의 이중정체성은 한국인의 단일정체성과 충돌, 한국 단일민족의 국가관과 생활관습 및 문화차이에 따른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동포의 정체성은 복합적이고 다변화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개혁개방은 조선족사회를 크게 발전시켰지만 조선족사회로 하여금, 새로운 현실문제에 직면하게 하였다. 급속한 인구이동에 따라 조선족집거지 농촌인구의 격감과 수많은 부녀자들의 유출로 인한 인구감소와 성비 불균형, 전통집거지의 축소와 민족교육의 약화, 농촌총각들의 결혼문제와 장기출국에 따른 가정해체의 위기, 국제결혼의 증가로 인구의 자연감소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그 중 인구이동으로 조선족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집거지구의 해체, 민족교육의 위축 등은 조선족의 존폐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로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재중동포의 정체성이 변화하고 있다는 현실이며, 인구이동과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중국동포 민족정체성은 약화되는 반면, 국민정체성을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중 관계가 21세기 전략적동반자로 격상되었고, 경제교류를 포함해 불가분리의 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에게 있어, 200만 중국동포의 정체성이 다변화되고 민족교육의 위축 및 민족동화의 가속화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며, 재중동포는 한중 경제발전관계에서 중개 및 유대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또한 고국인 한국이 재외동포인 중국동포사회의 정체성의 변화와 민족동화를 중시해야 되는 ‘이유’이다.
 
* 본문은 2008년 12월 (서울)재외동포정책-포
럼에서 발표한 논문을 요약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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