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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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인상 속의 ‘고국이미지’[수정]
2008년 11월 14일 01시 41분  조회:5271  추천:260  작성자: 김범송

  1992년 한 · 중 수교 이후 중국동포들은 고국인 한국에 대한 동경지심과 더불어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도경을 통해 한국에 다녀왔으며,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동포는 40만에 육박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재한중국동포들에 대한 이미지는 한겨레 · 동포이면서도 ‘중국인’으로 이중성격을 가진 한민족으로 각인되어 있다. 아울러 중국동포들에 대한 그들의 시각은 매우 복잡하며 한두 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일구난설이다.

  최근 방문취업제가 실행되면서 한국행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국동포들이 고국인 한국에 대한 이미지 역시 애증후박(愛憎厚薄)이 뒤섞이고 엇갈리면서, 그 증애(憎愛)에 대해 한 두 마디로 개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고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은 문화 차이로 인한 이질감과 위화감을 감지하면서,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하여 공동체적인 타운을 형성해 생활하고 있다.

  가깝지만 멀기도 한 고국인 한국은 많은 중국동포들에게 꿈에도 가보고 싶은 곳이고 ‘부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동경의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경제가 발전한 고국 · 한국이 있음으로 하여 대다수 중국동포들은 더없는 자긍심과 민족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예컨대 한국이 2002년 한 · 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조하였을 때 많은 중국동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단적인 사례로, 이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격언을 실증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갖은 간난신고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고국 땅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느끼는 생소감과 소원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들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수속을 할 때, 출입국관리소 공무원들의 냉대와 가탈 부리는 언행들은 방금 전까지 비행기 안에서 곧 고국 땅을 밟는다는 부풀어진 마음에 찬물을 끼얹고 만다. 난민입국을 심사하는 듯한 공항공무원들의 냉담한 태도와 불친절에 고국에 대한 이미지는 금세 땅에 떨어진다.

  아이러니한 것은 같은 ‘붉은 여권’임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은 오리지널 중국인들은 무난히 통과되는 반면, 언어가 통하는 중국동포들은 무던히도 곤경을 치른다. 대개 공항사무소에서 재심사를 받는 이들은 중동국가에서 온 ‘테러대상’으로 취급받는 아랍인들과 중국동포들이다. 이는 (한국)공무원들의 편견과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불원천리 ‘코리안 드림’을 안고 찾아온 한겨레인 중국동포들에 대한 지대한 모욕이다.

  한국에 다녀온 많은 중국동포들은 ‘고국이미지’로, 불친절한 공항의 출입국관리소 공무원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차별과 기시를 거론한다. 또한 한국인들의 착잡한 눈길과 편견적인 언행에서 자격지심을 절감하면서, 한국인들에 대한 마음의 문을 더욱 굳게 닫고 만다.

  오늘날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은 고국을 돈버는 ‘삶의 현장’으로 생각하고 있고, 반면 선입견에 찬 눈길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인들은 이색적인 중국동포들을 단순히 고국에 돈 벌러 온 외국인노동자,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의할 점은 현재 한국인과 중국동포 간의 관계는 고용과 피고용의 불평등한 관계이며, 노동력을 파는 일방과 돈을 주고 고용하는 관계로서 대등하지 못한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사회주의 계획경제시대에서 ‘편하게’ 일해 왔던 중국동포들은 고국 땅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과 잔혹성에 직면하게 되며, 동포의 정보다 이윤추구를 첫자리에 놓는 한국 업주들의 중국동포에 대한 편견과 몰인정을 절감하게 된다. 비록 언어가 통하고 음식은 입에 맞지만 부동한 사유방식과 생활스타일 및 노동여건과 강도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고국에 대한 불편함과 괴리 및 소원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일부 악덕업주들의 인격기시와 임금체불 등은 중국동포들로 하여금 ‘비정한 고국’, 매정스런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나쁘게 만든다. 현재 주로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긴 노동시간동안 강도 높은 체력노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보수는 한국인에 비해 퍽 적고, 업주로부터 수시로 잘릴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는 불안한 환경 속에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경제의 장기불황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외국인노동자들을 대량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윤창출이 부진함에 따라 임금삭감과 체불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국동포들은 생존을 위해 일자리를 자주 옮기게 되며, 한국기업과 업주에 대한 불신과 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과 임금보장은 중국동포들이 바라는 최대의 희망사항으로, 이는 한국기업과 업주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의 이유가 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중, 초기 조선족들의 도움을 받지 않은 기업은 거의 없다. 현재 한국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선족들은 현지사정에 밝고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들로, 2~3개의 언어를 장악하고 있는 우수한 젊은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월급은 (현지)한국인들에 비해 매우 적으며, 인격적인 기시와 불신을 받아 중용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한국(기업)인들은 사업이 잘못되면 진심으로 도와준 조선족들을 탓하면서, 그들을 무시하며 원망한다. 물론 일부 조선족들의 불미스러운 언행 및 사업태도가 문제되지만, 우선 그들을 인정·신임해주고 공헌한 만큼 대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 북경·상해 등 대도시의 조선족 해외유학파·고급엘리트들이 한국기업을 사직하고 중국기업이나 외국기업에 취직하는 현상에 대해 한국인들은 모름지기 심사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그 외, 한국인들에 대한 중국동포들의 불신과 혐오는 여러 가지 원인에서 기인된다. 최근 조선족사회에 만행되고 있는 브로커들의 출국사기협잡에도 거개 한국인브로커들이 개입되어 있고, 일부 몰지각한 한국인들이 출국을 미끼로 조선족들을 사기치고 기편하는 행위가 많은 중국동포들이 분개하고 경멸하는 이유가 된다. 일부 한국인들은 중국에 가서 동포들에게 무엇이나 다 해결해준다고 장담한 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꿩 구워 먹은’ 소식이다.

  현재 많은 중국동포들이 한국인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그들은 가정부를 하인취급을 하고 있고 심지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거부하면서, 중국동포들에게 난생 처음 받아보는 설움과 심각한 자격지심을 심어준다. 많은 선량한 중국동포들은 중국에서 평생 받지 못했던 수모를 한국에서 받고 있다.

  현재 각종 원인으로 중국동포들과 한국인들의 관계는 경이원지(敬而遠之)로, 분열과 불신의 파열음은 커져만 가고 있다. 서로의 잘못을 상대에게만 찾고 자기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있어, 흡사 ‘이혼을 앞둔 부부’를 방불케 한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것만 해도 서럽고 원통한데, 말로만 한민족인 우리민족은 ‘두 민족’으로 사분오열되고 있으니 실로 슬프고 통탄한 일이다.

  한국정부가 해외동포인 중국동포들을 포용하는 재외동포정책을 실행하고, 한국인들의 중국동포에 대한 일상차별과 사회적 기시가 철저하게 사라졌을 때, 중국동포 인상 속의 고국의 심상(image)은 ‘숭고하고 친절하며 따뜻한 이미지’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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