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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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과 한국인의 상생관계
2007년 12월 05일 04시 44분  조회:5763  추천:484  작성자: 김범송
 

  냉전시기 40~50년간 조선족과 한국인은 중국 국민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각기 다른 이념과 제도 하에서 색다른 삶을 살아왔다. 이렇게 남남으로 살아오던 한민족이 민족동질감과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극적으로 해후상봉을 하게 된 것은 1992년 한중(韓中) 수교를 계기로 볼 수 있다. 그 후 한국기업의 중국진출과 조선족들의 고국방문을 통해 한동안 밀월을 보내다가 최근 들어 부동한 이념과 생활습관 및 사고방식의 마찰이 심화되면서 이들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현재는 서로가 상대를 원망하는 앙숙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조선족과 한국인은 같은 조상을 가진 엄연한 한민족이며, 한겨레동포이다. 한민족이란 개념은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것으로 잃어버린 나라를 찾기 위해, 민족의 동질성을 찾고 타민족을 상대해 혈통을 강조한 것이 그 특징이며, 민족의 개념은 동일한 문화집단으로 공동한 생활풍속 및 가치관을 소유한 공동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민족도 부동한 이념과 제도 및 생활환경에서 장기간 갈라져 생활하게 된다면 문화적인 이질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오늘날 남북한의 실례와 한국인과 조선족간의 불신관계가 그 전형적인 보기이다.

 

  한국인과 조선족의 상생관계를 밝히려면 우선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해야 한다. 단일민족국가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흔히 민족과 국가의 개념을 동일하게 받아들이지만,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조선족은 중국 국민으로서의 책무와 법률에 충실해야 상응한 보호와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조선족은 조상들의 살아왔던 한반도의 한민족(남북한 포괄)과 밀접한 문화적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중 정체성은 조선족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고(故) 연변대학 정판룡 교수는 "조선족은 출가외인으로 고국은 본가이고 중국은 시댁"이라고 조선족의 이중성과 고국과의 불가분의 관계를 생동하게 지적했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성행된 조선족들의 한국바람은 평온하던 조선족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조선족들의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기 위한 출국 붐은 산업연수와 노무송출을 통해 급속히 진행되었고, 대량출국에 따라 농촌 황폐화와 이혼율상승에 따른 가정파탄, 교육문제 등 일련의 사회문제들이 발생되었다. 하지만 많은 조선족들이 해외노무를 통해 경제적 부(富)를 이뤘고,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전변 등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따라서 개혁개방과정에서 나타난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현상들을 무조건 한국바람에 돌린다면 어불성설이다.

 

  장기간 부동한 체제와 생활환경 속에서 살아온 조한(朝韓) 한민족은 서로 다른 장 · 단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인이 바라본 조선족은 도전정신이 강하고 개척정신이 있으며 교육열이 높고 민족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조선족은 일상의 예절이 부족하고 일확천금에 대한 미련이 강하며, 소비가 높고 직업의식이 박약하며 봉사활동이 정착되지 않은 단점이 있다. 반면 조선족이 바라본 한국인은 일상예절이 바르고 직업의식이 강하며 사업에 대한 책임감이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신용을 지키지 않고 지나친 우월감과 허영심이 강하며 성과 여색을 너무 밝히는 등 단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한국인과 조선족 사이에 팽배한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려면, 우선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긍정하며 단점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생활고로 고국에 온 중국동포들에 대해 이해하고 신임해주며, 한겨레의 따뜻한 정을 고국에서 느끼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선족들은 중국에서의 진부한 습관과 관념을 갱신하여 한국인들로부터 인정받는 노력이 필요하며, 한국인의 선진적인 경제의식과 생활상의 에티켓, 철저한 서비스정신을 따라 배워야 한다. 만약 조선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기업들이 중국시장 공략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고 중국에서의 성공도 퍽 어려워졌을 것이다. 반면 조선족은 한국을 통해 민족문화를 되찾았고 경제상에서도 많은 혜택을 보았다. 즉 조선족과 한국인의 관계는 고기와 물과 같은 존재로 ‘불가분리의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한중 관계는 전면적동반자로 발전했고 현재 한국기업들이 대량 중국진출을 한 시점에서, 중국전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200만 조선족들의 존재는 귀중한 재산이 아닐 수 없다. 해외유학을 다녀온 엘리트와 (중국)국내의 유명대학을 졸업한 고급인력들이 중국전역에 분포되어 있는데, 이들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발전에 무궁한 인적자원을 제공할 것이다. 그 외, 상당한 자본력과 자생력을 갖추었고 중국전역에 분포된 조선족기업들의 자본과 인맥 및 정보와 시장을 공유한다면 한국기업들의 성공이 보장될 것이며, 쌍방은 상호신임과 파트너십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분명히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조선족들에게도 필수이며 미래지향적이다. 현재 조선족사회가 인구감소와 민족교육 퇴보, 지역경제 슬럼프 등 위기상황에서, 조선족사회가 한국과의 교류와 합작 및 상호의존과 보완은 현존하는 조선족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실현할 수 있는 계기와 발판으로 될 수 있다.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은 조선족의 발전에 무궁한 기회와 발전공간을 제공해주었으며, 많은 조선족들이 직간접적으로 한국과의 교류를 통해 경제이익을 포함한 실리를 챙기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중국에서의 한국인 및 한국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려면 조선족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반면 한국기업의 명성과 한국의 영향력이 클수록 조선족의 위치도 상승되는 상부상조 · 공생공영의 친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조선족과 한국인이 상생관계의 ‘이유’이며, 분열되면 서로가 패망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빌미’이기도 하다. 

 

  중국과 한국은 지정학적이나 역사적으로 볼 때 불가분리의 관계에 놓여 있으며, 중한 양측 사이에 미묘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조선족은 한중 관계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조한 한민족 사이에 존재하는 불신과 갈등이 극복되지 못하고 진일보 악화된다면 조선족의 미래는 밝지 못하고, 중국에서의 한국의 이미지도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요컨대 조선족과 한국인의 상생관계는 서로가 득 되고 이익 되는 윈-윈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반면 분열양상은 서로가 상처와 타격을 입는 양패구상(兩敗俱傷)이 될 것이다.

                                                                                 -2006년 11월


* 본문은 흑룡강신문 주일특간에 발표되었고, 본지의 ‘우수상’으로 선정된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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