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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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승냥이는 과연 왔는가?! (김창진2)
2007년 03월 11일 16시 58분  조회:1505  추천:78  작성자: 김창진
승냥이는 과연 왔는가?!

김창진 연변교육출판사 총편판공실 주임


거짓말 잘하는 애가 거짓말로 승냥이가 왔다고 마을사람들을 여러번 얼렸다가 결국 진짜로 승냥이가 왔을 때 마을사람들은 거짓말로 여기고 누구도 구하러 가지않는 바람에 목숨을 잃게 되였다는 교훈적내용을 담은 이야기가 생소하지는 않을것이다.

적신호는 있었는데…

90년대초반을 좌우로 학계에서는 이미 조선족인구의 마이나스장성에 대해 거론했고 그후부터는 부분적 조선족향진의 인구가 마이나스장성이라는 사실이 매스컴에도 다루어지게 되였다. 다시말하면 승냥이가 왔다는 적신호를 우리 사회에 보내준것이다. 그때로부터 7, 8년사이에 조선족인구마이나스장성문제는 급전직하(急轉直下)의 일로를 걸어 제반 조선족향진에 파급, 지금에 와서는 그 충격을 도회지에서도 체감할수있다. 진정 승냥이는 온것이다. 사회발전행정에서 농촌인구가 줄어드는것은 도시화의 추세로 인한 필연적 결과라는 해석이 설복력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조선족집거지구가 그 충격파의 선두에서 허덕인다는 점에서 우리는 민족자체의 자성이 필요한것이다.

충격의 첫대상―농촌교육

우리는 돈을 벌었고 생활수준도 제고되였다. 하지만 우리가 치른 대가 또한 가볍지 않다. 전원생활의 랑만을 선물하던 그 아늑하고 평화스러운 삶의 터전이 점차 삭막해지고 있고 피페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수 없다. 동구밖에서 오구작작 떠들어대며 놀음으로 해를 지우고 마을의 조용함을 허물던 애들을 인제는 별로 찾아볼수 없다. 응석을 부릴 나이를 잃은 소학교기숙생들, 그것을 학교운영분포조절이라는 명분하나로 여린 마음을 감싸주고 농촌교육발전의 일환으로, 추세로 해석하기에는 너무나 힘벅찬 일이 아닌가싶다. 여나문되는 학생을 두고 학교랍시사고 운영나간다는것도 무리인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애어린 기숙생들이 나타난것이다. 풀만 무성한 운동장과 함께 주인없는 한산함과 쓸쓸함을 꾸역꾸역 토해내는 농촌학교의 현주소를 도시화라는 한마디말로 덮어감추기는 역부족이다. 어찌보면 농촌교육의 부진이 도시화에 가세했다. 자식망치겠다고 무작정 시가지로 들어와 사는 시골사람들, 그들의 선택을 그르다고만 할수 없다. 교육이 살아야 농촌이 살고 농촌이 살아야 도시도 산다는 말을 또 한번 실감케한다. 현재 조선족농촌의 다른 한풍경, 덜먹총각은 많은데 처녀들은 보기 어렵다. 도회지로 장사길에 오른 사람, 외국으로 돈벌이간 사람, 자식공부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도회지의 구석에 몸을 비비고 사는 사람들로 농촌의 인구는 줄고 농촌에서 처녀구경하기 어렵다. 일년가도 아이돌생일잔치음식한번먹기 어렵다. 《생산》은 못하고 《수출》만 하니 시간이 가면 바닥이 날것은 강건너불보듯하다. 후공업사회로 이전하는 발전행정에서 농경문화가 감내해야 할 응분의 고통이고 필연적 충격이라는 《유식》한 해석하나로는 너무나 창백하다.

무풍지대가 아닌 도회지

네온싸인이 명멸하고 도회지의 유흥가들이《연변의 명동》이요. 《작은 향항》이요하며 번화함을 자랑하는 도회지 역시 무풍지대가 아니다. 인구의 마이나스장성으로 인한 충격은 도회지에서도 피부로 닿아오고있다. 그 충격을 가장 실감하는것이 교육인가본다. 사회적으로 일컫는 《병목현상》이 나타난것이다. 연길시를 일례로 초중은 아직까지 초부하상태, 한개학년 10개정도의 학급을 보유하고 학생도 정원을 초과해 초대학급을 이루기에 학교를 증설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소학교의 상황은 《머리가 크고 다리가 약한》 구도를 이루고있다. 6학년이나 5학년은 6개내지 8개 혹은 그보다 더 많은 학급으로 규모를 이루고있지만 저급학년으로 내려오면서 점차 적어지고 올 7월에 6학년이 졸업하면 학급이 대폭 줄것으로 예정된다한다. 일전 모 소학교의 책일일군은 올해 8개학급이 졸업하는데 새 학기엔 두개 학급의 정원(定員)이나 채워지겠는지 하며 한숨을 톱았다.

실리를 바탕으로 하는 한족학교입학열

여기에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일찍 7ㅇ년대에 불어치던 본민족어의 무용론이 쇄도하기 시작한것이다. 민족의 근간을 이루고 민족군체의 리더가 되여가고있는 지식층, 우리민족의 지적힘이 되고있는 엘리트들마저 분분히 자식을 한족학교에 입학시키고있다. 모 한족소학교의 한개학급 50여명학생가운데는 조선족학생이 20여명, 절반을 점하고있다. 한족학교에 붙고 전학해가는 조선족산재지구의 개별현상이 조선족집거지구의 보통현상으로 옮겨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놀랍게 아니,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있다. 인구자연장성의 감소와 거기에 가세한 한족학교로의 입학과 전학은 조선족소학교 소학생수의 격감을 유발하고있다.
조선족소학교학생수의 격감은 인젠 리론으로서가 아니라 피부로 다가오고있다. 모시에서 졍협의안으로까지 제기될 정도로 문제는 심각하다. 《…민족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선전강도를 강화하고…조선족교원의 한어교수수준을 높여야한다…》는 의안에 대한 처리대답 또한 《신을 신고 가려운데를 긁는》 격으로 명답은 못된다. 공식적인 인상이 다분하다. 문제의 심각성으로 감안할때 너무 간단하게 내린 답안이 아닌가싶다.

실리적인 가치관 지양해야

민족자치의 권리는 국가에서 부여한것이고 신성불가침이다. 당과 국가의 성공적인 민족정책과 배려를 더 충분히 향유하지는 못할지언정 저절로 그 권리를 포기하는 못난짓은 할수없다. 우리가 지금 그 못난 짓을 하고있는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영달 혹자는 자녀의 립신양명(立身揚名)을 고집하면서 실리적인 삶의 방식을 택한다 할 때 이런 사람들로 합쳐진 군체의 저력 또한 있을수없다. 저력없는 군체의 존재는 무기력한것이고 쉽게 허물어지고마는것이다. 유태인은 나라없고 땅없는 천년을 넘는 력사의 풍전등화속에서 자신의것을 지켜왔기때문에 세계우수민족의 수림속에서 끈끈한 뿌리를 내리고있는것이다. 설명해둘것은 우리가 자녀들에게 물려주자는것은 절대로 편협한 민족주의와 협애한 지역사상이 아니라는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의 리유와 존재의 뿌리를 회멸하며 일시의 영달을 꿰하는 그런 실리적인 일대를 후날의 력사에 살게 해도 안된다. 경제발전이라는 광환으로 모든것을 가리자는 생각은 어리석다. 경제의 발전과 우리를 지키는 작업은 모순될수없고 또 모순되여서도 안된다. 이면에서 우리 자치주의 리더역할을 하는 부분적민족간부들에게 섭섭한 감을 금할수없다. 우리의 농촌교육, 우리의 농촌, 우리의 도시 우리의 제반교육, 우리의 언론, 출판, 문화가 상품경제와 실리본위주의의 충격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 승냥이가 왔다는 이야기는 분명 들었을 이들이 불감증에 걸려있다는 슬픈 현실을 감지하며 마음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조선말을 하지 않고 조선글을 보지않는이들, 혹자는 될수록 하지않고 될수록 쓰지않는 우리민족의 간부들이 구경 어떠한 책임을 져야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책임이라야 도의적 책임이나 량심적 책임일뿐이다. 조선문신문발행을 일례로 《조선문신문은 농촌에서 보고 한어신문은 기관에서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선문신문은 정부기관에서 소외당하고있다. 조선문신문발행이 난항인 여러가지리유가운데서 한가지를 꼽으면 조선족간부들부터 앞장서 민족어로 된 신문을 보고 홍보하는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민족언어를 홀대하는데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한어수준이 간부로서는 중요한 능력일환이고 필수적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제어디서나 그나마 변변치않는 한어를 들먹일 필요가 있을가? 이들은 본의아니게 우리민족지역사회의 가치관에 막중한 영향을 주고 있다. 상품경제가 가져온 실리적인 가치관과 전통적인 관본위(官本位)사상에 걸직한 거름을 붇는다는 얘기다. 지도일군이 되자면 우선 한어를 잘해야하고 한어를 잘하자면 한족학교에 가야한다. 조선어는 글을 뜯어볼정도면 된다. 이런 비뚤어진 론리가 제반 민족공동체의 가치관을 좀먹고있다. 지도일군이 되는데서 한가지조건이던 한어가 선결조건으로 자리매김되였으니 조선족학생이 한족학교로 가는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으로 되였다. 《내가 죽인것이 아니지만 나로 인해 죽었다.》는 중국의 고전이 떠오른다. 우리의 민족간부들은 정부사업보고나 인대보고만 조선말로 할것이 아니라 처처에서 그 모범을 보여줘야할것이다.

민족언어불감증, 대학가부터 치유해야

연변의 엘리트의 산실이라고 칭해도 전혀 과분하지않는 연변대학을 사업관계로 여러번 취재했지만 적지않은 경우 들리는것은 조선말냅새가 다분한 한어발언이고 보이는것은 한어표지뿐, 아마 두가지문자를 함께 쓴다는 조선어문사업위원회의 결정도 잘 모른는가본다. 아이러닉컬한것은 적지않은 모임에서 주석대에 앉아있는 교수님들이 중국조선어문의 권위들이고 제일인자라는것이다. 또 풍자적 의미를 띄는것은 그런 모임이 많이는 박사생학위수여식같은것이였고 조선어문학부의 행사가 많았다는 점이다. 소절에 구애되지 않아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신문 잡지 론문에서 민족성과 민족진로를 가장 많이 거론하던 엘리트들이 민족언어불감증에 걸려있고 심지어 제자식의 손목을 잡고 한족학교의 대문을 두드린다는 사실에서 또 한번 마음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수 없다. 우리민족의 미래문제에 대해 모 교수는 인구가 계속 줄어도 연변지역의 조선족은 앞으로 지금의 산재지구의 조선족처럼 조선말을 잘모르는 정도이지 동화는 되지 않을것이라고 가볍게 예언, 또 한번 대학가의 불감증을 감지하였다. 세계일일권시대에 언어나 교육의 민족적인것만 고집하는것은 틀린것이라며 승냥이가 왔다는 사실조차 인정하려하지않는 지성인들도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지성인은 그 《지성》이라는 두글자에 부끄럽다.

민족적인것과 세계적인것

가장 민족적인것이 가장 세겨적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락후한것을 지양하고 선진적인것을 받아들이는 민족, 자신을 지키는 민족만이 희망있는 민족이다. 고루한것, 뒤떨어진것을 고집하고 진취를 거부하며 개혁을 경원시한다는것과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담보하는 자치권리인 자신의 언어, 자신의 교육문화를 지키고 발전해나가는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일본은 고대에는 선진적인 당조를 따라배웠고 근대에 와서는 선진적인 서방을 따라배웠다. 넓은 바다와 폭풍, 죽음을 무릎쓰고 고국을 등뒤에 둔채 중국에 온 견당사들, 란학(蘭學)을 배우고 구미를 읽으면서 바꾸후의 통치에 도전해나선 개혁파들, 이들로 하여 일본은 자신을 언제나 부정하면서 부강에로 가는 길을 이루었고 구미와 어깨를 겨루는 아세아의 강국으로 되였다. 비록 팽배한 야망으로 아세아와 세계를 전쟁에 휘몰아넣은 장본인이 되였지만 자신에 대한 과감한 부정은 우리가 따라배울바이다. 전쟁의 페허우에 경제의 기적을 이룩한 일본의 발전은 결코 민족성과 전통성에 대한 부정으로 이루어진것은 아니다. 상반대로 민족성의 철저한 발휘와 지킴으로 이루어졌음을 우리는 또 알아야한다. 자신의것을 지키지 않고 혹은 그것을 대가로 이룩한것은 오래 갈수 없다. 또한 그것은 결국 자신의것이아니다.

농촌으로부터 도회지까지, 교육으로부터 문화, 출판, 신문업 나가서 제반 문화사업까지 영향주고 심지어 민족의 존속까지 관여되게 심각한 문제를 대안이 없이 그저 보고만 있어서는 안될줄 안다. 《잘먹고 잘살면됐지, 한족학교면 어찌고 조선학교면 어떠냐? 애가 하나면 어쩌고 둘이면 어떠냐? 내가 편안하면 되지》 하는식의 자사적이고 실리적인 삶을 더는 고집하지말았으면 한다. 책임감 없고 사명감 없는 민족이 되여 자사적인 전통을 후대에게 그대로 심어주는것이 잘못되였다고 권장해본다. 승냥이가 왔다는 얘기도 한번 더 해보고싶은 마음이다. 인젠 믿어도 좋고 안믿어도 좋지만.

로씨야의 명작가였던 뚜르게네브는 림종직전에 로씨야의 작가들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우리들의 귀중한 유산인 로씨야어를 지켜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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