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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의 속성
강효삼
록색주단을 편듯 후미진 산길에 잔디가 한벌 쭉 깔렸다. 청신하고 푹신푹신하다. 잔디는 사람이나 수레가 수없이 지나도 파랗게 생성해있다. 무슨 대단한 힘이 잔디에게 있어서…
문득 나는 잔디의 힘은 부드러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하지만 부드러운것이 오히려 강한것을 포섭하여 강한것을 자신의 품에 용해시킨다. 그것이 력량이며 힘을 낳는 리치이다. 우리 조선족녀성들이 바로 이러하지 않은가― 외유내강, 보기에 어질고 유연한것 같지만 속으로는 아주 강한 조선족녀성들, 연약하고 온순하지만 시련과 난관을 물리치는데는 이 세상에서 유명하다. 강한 압박과 박대를 내적인 인내와 잠재된 용기로 이겨내는 조선족녀성들, 타국의 침략속에서도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할수 있었던 리유의 하나가 민족의 절반을 차지하는 녀성들때문이다.
강함을 겉에 드러내지 않고 조용하고 소박하고 부드러움으로 표현되고있다. 괴롭고 힘들 때는 눈물을 보이고싶어도 눈물은 약자의 표현이라며 감추며 사는 조선족녀성들, 그들이 강함은 바로 간난신고를 이겨내는 그 상상을 초월한 힘이며 의지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은 바로 부드러움을 담고있는 그 흉금이다. 물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하지만 일단 성내여 홍수로 범람하면 그 힘이 얼마나 강한가. 바위도 모래나 흙으로 만들고 담벽도 무너뜨리고 산도 자리를 옮기게 한다.
가벼운 미소를 어떤이는 약자의 표현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미소는 강한 힘을 과시한다. 미욱한 놈, 포악한 놈도 미소앞에서는 쉽게 머리 숙인다. 우리 속담에 “웃는 낯에 침 못뱉는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웃음은 울음보다 강하다. 웃을줄 아는 사람앞에서 고난도 무색해진다.
웃음속엔 내적인 감화력과 힘이 있어 상대방을 제압할수 있다. 지도자들은 백성의 웃음에 중시를 돌려야 한다. 특히 쓴 웃음을 말이다. 력대의 그릇된 정치운동을 백성들은 쓴웃음으로 대했다. 어떤 지도자는 그것을 순종이나 나약함, 무지로 보고 제멋대로 대하다가 결국 쓰디쓴 맛을 보았다. 지금도 탐관들의 어처구니없는 짓거리에 백성들은 말없이 쓴웃음을 짓고있다. 이는 정면적인 반항보다 더 무서운것이다.
분노앞에서 혹은 불유쾌할 때 속시원히 울분을 터뜨리고 한바탕 노호하기보다 아닌척, 모르는척 참을줄 아는 흉금과 아량, 그것이 부드러움이다. 그 어떤 분위기에 잡혔을 때 할 말을 죄다 하면 속은 시원할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 기쁨보다 후회가 더 크다. 그래서 지는것이 이기는것이라고 하는가. 지혜로 맞서는것, 성난자를 웃음으로 대하는것, 욕설도 가벼운 유머로 맞을 때 대방이 오히려 누그러든다.
부드러움의 힘, 부드러움의 지혜, 그것이 잔디의 속성이 아닌가싶다.
<<연변문학>> 2008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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