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룡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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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급
2014년 10월 14일 15시 08분  조회:2356  추천:2  작성자: 강룡운
수필

후회막급

강룡운
 
희비가 엇갈리고 다사다난했던 쥐의 해 무자년이 물러가고 대망의 소의 해  기축년이 신주대지를 진감하는 요란한 폭죽소리 속에서 도래했다.
정월 초하루 아침, 나는 둘째아들놈과 함께 살고있는 이곳 산동성 청도에서 차례상을 차려놓고 머나먼 북쪽하늘아래 그리운 고향을 그려보며  아버지, 어머니께 차례를 지냈다.
어릴적엔 설이 되면 나이를 한살이라도 더 먹으면  빨리 자라 어른이 된다는 막연한 희망에 설레이며 퍼구나 들뜬 기분이였지만 나이 지긋한 로년에 접어든 다음부터는 설을 쇤다는것이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해마다 늘어가는 나이때문에 저으기 부담스러워진다는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뱀띠 신사년생인 내가 기축년을 맞아 예순아홉이 되여 인생 칠십 고래희 (人生七十古来稀)”의 턱밑에 바짝 다가서게 되였으니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으랴!
29년전, 나의 부친은 바로 올해 내 나이와 같은 예순아홉에 아홉고개를 넘기시지 못하고 아쉽게도 너무 일찍 저세상으로 떠나셨고 그후 4년뒤에 어머니마저 타계하시니 나는 졸지에 그만 고아가 되였던것이다.
사람들은 늘 자신이 갖고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에 대해 그것들을 소유하고있을 때는 그것의 소중함을 가슴깊이 느끼지 못하고있다가도 일단 그것들을 상실한 뒤에야 비로소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가 많다.
나는 부모님 생전에 그분들이 적어도 10년은 더 앉으시면서 자식들의 버팀목이 되여주고 손자녀석들의 성장도 지켜봐주리라고 생각하면서 부모님들의 건강에 대해선 너무나 등한시했던것 같다. 평소에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고 무병하시여 병원출입이 거의 없었던 어르신들인지라 너무나 무덤덤하게 잘 보살펴 드리지 못했었다. 이것이 나에게는 용서할수 없는 불효였음을 나는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통감하게 되였다.
내가 안도방직공장에서 근무할 때 나는 비록 둘째아들이였지만 안해와 상의하고 부모님을 모셔다가 함께 지냈다. 그때까지만해도 무탈하시던 아버지는 내가 연길로 전근하여 아직 집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내가 근무하던 안도에서 갑자기 뇌졸증으로 우리곁을 떠나셨고 그 뒤를 이어 외기러기가 되신 어머니도 딸이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는 희소식을 듣고 딸집에 놀려가셨다가 급작스레 뇌출혈로 사망하시였는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어머니의 림종을 곁에서 지켜드리지 못하였다.
부모님 생전에 그분들의 건강을 좀더 꼼꼼히 체크하고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만 잘 하였더라도 그렇게 총망히 황천길에 오르시지 않을수도 있었으련만 부모님을 다 잃은 후에  통탄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후회막급, 이 세상에 후회라는 병을 치유할수 있는 약은 없는것이다.
한국가수 오승근의 희트곡 “있을 때 잘 해”를 들을 때마다 나는 맘속으로 “있을 때 잘 해 후회하지 말고”를 수없이 되뇌이면서 “후회막급”이란 이 성구의 깊은 함의를 새삼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후에 제사를 지내고 설명절에 차례상을 차리고 청명과 추석에 성묘하러 다니는것도 자식된 도리이지만 그보다도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제때에 건강검진을 해드리고 살뜰하게 건강관리를 도와드리는것이 오히려 더 절박하고 값진 효도가 아니겠는가! 부모님이 돌아가신후에 보이는 사후효성보다도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잘 챙겨드리는 생전효도가 진정한 효성이요, 값진 효도라는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오늘 내가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그 십분의 일의 정성과 노력으로 부모님의 건강을 챙겨드렸더라면 부모님은 그렇게 일찌기 타계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리하여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고생만 하시던 량친께서 몇해라도 더 앉으시여 개혁개방의 호시절을 맞아 만년에라도 조금이나마 호강할수 있게 하였더라도 내 가슴이 이토록 아프지는 않았으리라.
 
있을 때 잘 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 해 흔들리지 말고
가까이 있을 때 붙잡지 그랬어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들을수록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노래말이다.
부모님에 대한 효도도 살아 생전에 잘해 드려야하는것처럼 건강도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건강할 때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도리를 잘 모르고 살아간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30대, 40대에는 건강관리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드디어 망가지고말았다. 두분 다 중풍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전인자가 나의 몸속에 깊이 배여서인지 나는 재직 당시 고혈압에 고혈지까지 겹치여 건강이 말이 아니였다. 14년전부터 벌써 뇌혈전진단을 받고 두번이나 한달 넘게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10년전 직장에서 은퇴하고 편안한 백성이 된 다음부터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그때까지만해도 귀밑머리에 내리기 시작했던 흰서리가 어느새 머리를 온통 뒤덮은 백설로 변하여  명실공히 백발로인이 되였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날마다 어김없이 한시간씩 신체단련을 위해 탁구 치러 다닌다. 어렸을 때 작난처럼 조금씩 배워두었던 탁구를 재작년부터 다시 치기시작했는데 웬만한 젊은이들도 상대하기 어려운 만만찮은 실력이란다. 워낙 고혈압, 고혈지 체질인데다가 재작년에는 또 고혈당진단까지 받게 되자 나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나 고혈압, 고혈지, 고혈당등 3고의 성인병환자들도 약물치료에만 매달리지 않고 음식조절과 적당한 운동을 잘 결합하면 얼마든지 건강을 되찾을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충고가 나에게 희망을 갖다주었다.
술담배를 언녕 끊은데 이어  그렇게 즐겨먹던 기름진 음식도 줄이고 주식을 잡곡쪽으로 돌리고 날마다 한시간씩 산책을 하던 습관을 견지하면서 재작년부터는 또 매일 오후 한시간씩 탁구운동을 견지하였더니  80킬로 체중이 70킬로로 내려가면서 혈압, 혈지, 혈당이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지나간 10년동안, 나는 생명은 운동에 있다는 이 명언이야말로 만고불변의 철리임을 피부로 느끼기도 했다. 더우기 탁구를 다시 치기 시작해서 반년만에 혈당을 내리는 약을  더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대로 그 약을 끊은지도 벌써 2년이 다가온다. 운동료법으로 땀을 흘린 보람이다. 기적이 아닐수 없다. 
있을 때 잘 해 후회하지 말고… 나는 이 노래말을 생활의 지침으로 삼고싶다. 좀더 젊었을 때부터, 좀더 건강할 때부터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더라면 나는 “3고”환자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좀더 일찍부터 술, 담배를 멀리하고 끊어버렸더라면, 좀더 일찍부터 입맛의 노예가 되지 않고 육식을 적게 하고 소식을 많이 하였더라면, 좀더 일찍부터 입쌀이나 밀가루에만 련련하지 않고 좁쌀이나 옥수수 등 잡곡을 자주 챙겨 먹었더라면, 좀더 일찍부터 탁구와 같은 스포츠를 생활의 일과속에 정착시켰더라면, 좀더 일찍부터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 하지 않고 많이 걸어다녔더라면 나는 그렇게 여러번 입원치료를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있을 때 잘해라는 이 말은 부모님에 대한 효도나 건강관리에만 국한된다는 그런 뜻이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있을 때 잘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은것 같다. 사랑하는 인생의 동반자에 대한 애정도 그렇고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언어문자나 민족교육과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도 다 그렇지 않나하는 생각을 보다 심도 있게 해보고싶다.
 
2009. 1. 30.  청도에서
 
[강룡운수필집 《무궁화련정》p.7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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