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궁화란 이 낱말을 소학교 다닐 때 처음 알게 되였고 무궁화란 이 꽃은 대학교에 가서야 비로소 그 실물을 보게 되였다.
1949년 3월,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을 만천하에 선고하기 몇달전, 나는 만 7세에, 우리 나이로는 아홉살이 되어서야 소학교에 입학하게 되였다. 그때 우리가 처음으로 배운 어문과목이 한글이였는데 몇해 지나서부터는 조선어라고 바꿔 불렀다. 아직 철부지였던 나에게 있어서 한글이든 조선어든 모두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배워준 우리 말과 우리 글이였으므로 그것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다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으며 어째서 한글을 조선어라고 바꿔 부르는지 그 영문조차 알수 없었다. 아무튼 한글이라고 하든 조선어라고 하든 우리는 소학교 1학년때부터 우리의 모어를 배운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때 우리가 한글을 배우는것도 ㄱㄴㄷㄹ,ㅏㅑㅓㅕ로부터 시작하여 아버지,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하는 순서대로 우리 말, 우리 글을 배웠는데 교과서에는 무궁화란 낱말도 있었다. 선생님은 무궁화를 조선의 국화(国花)라 하면서 삼천리 금수강산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꽃이라고 강조했다. 선생님의 이 말씀은 호기심으로 가득찬 나의 머리속에 무궁화가 바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다가 떠나온 조상의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라는것을 각인해주었으며 또한 나의 어린 가슴속에 아름다운 동경의 꽃씨를 심어주었다.1962년 9월 나는 중앙민족대학에 입학하게 되였다. 그때 우리에게 현대조선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은 수업도중 무궁화를 언급하면서 조선의 무궁화를 중국에서는 목근화(木槿花)라 부른다고 하면서 학교도서관앞에 무궁화나무 두 그루가 있으니 꽃피는 계절이 되면 명심해서 잘 관찰해보라고 당부했다. 그후부터 나는 도서관으로 드나들면서 때로는 무궁화나무에 한참 눈길을 멈추고 다른 꽃나무를 마주할 때와는 달리 그 어떤 이름할수 없는 상념속에 빠져들군 하였다.
무궁화는 그 원산지가 중동의 시리아라는 일설도 있고 옛날부터 동서방 방방곡곡에 널리 분포되여있었지만 무궁화를 국화로 정한 나라는 오직 하나뿐이였다. 비록 지금은 조선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서로 워쑤처럼 지내고있지만 옛날 통일신라나 고려왕조나 리씨조선은 모두 하나로 통일된 단일민족국가였다.
신라시대의 이름난 문장가 최치원(崔致远)의 문집 《최문창후문집(崔文昌侯文集)》제1권에 수록되여 있는 국서(기원897년7월에 신라의 효공왕이 당나라의 광종(光宗)에게 보낸 국서)에는 신라를 자칭하여 근화향(槿花乡)이라고 한 기록이 있다. 이로 미루어보아 “무궁화의 나라”라는 이 별칭은 일찍 신라때부터 있었다는 추론도 가능 하다.
력사는 길고 현실은 짧다.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직 세상도 모르는 어린 손자에게 “사람들이 널 보고 성이 뭐냐, 본이 뭐냐,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성은 강씨, 본은 진주, 고향은 함경북도 부령군 부거면 사구동이라고 대답해라.”고 하시면서 가끔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있는가를 확인해보시군 하였다. 내가 대여섯살이 되나마나한 그 소시적부터 이렇게 가르쳐 주셨으니 그것은 분명 너희들이 절대로 자기의 근본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그런 간곡한 부탁이였으리라.
1989년 여름, 나는 연변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에 가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에 참가하게 되였다. 내가 평양 량강호텔정원에서 조선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예쁜 꽃송이를 자랑하며 우리를 반겨주는 무궁화를 보게 되였을 때 나는 그 어떤 오래된 꿈이라도 이루고 마음속으로부터 오래동안 갈망해오던 소원을 성취한듯 홀연 달콤한 성취감에 도취되기도 하였다. 그것은 바로 내가 20여년전 대학교 도서관앞에서 무궁화를 바라보며 빠져들었던 그 이름할수 없는 상념에서 비롯된것이였다. 아마 무궁화의 고향에 와서 무궁화를 보니 저도모르게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일제의 식민지통치하에서 살길을 찾아 남부녀대하여 두만강을 건너지 않으면 안되였던 조부모님과 부모님께 내가 오늘 드디어 조상의 나라로 찾아왔노라고 알려드리고싶은 그런 충동을 느꼈기때문이였으리라.
1992년 중한수교가 이루어진후 나는 여러번 기회가 주어져 자주 한국을 방문하게 되였다. 한번은 《매일신문》 창간 50돐 기년행사에 참가하고 그 길로 경상남도 진주 (晋州)에 내려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고향을 찾아보고 돌아온적이 있다. 그때 나는 진주에서 그 유명한 촉석루(矗石楼)에도 가보았다. 임진왜란때 왜병들이 진주성을 함락하자 촉석루에서 왜장들과 함께 주연을 벌이던중 의기(义妓) 논개(论介)가 왜놈들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을 안고 왜장 한놈을 끌어안고 낭떠러지밑으로 흘러 내리는 강물에 뛰여들어 목숨을 바친 그 유서깊은 촉석루에 찾아간것이다. 내가 진주 에 머무르고있을 때 논개가 몸을 던져 순국한 그 남강기슭에서도 무궁화는 어김없이 꽃철을 맞아 나에게 그 특유의 이쁨을 보여주고있었다.
나는 세세손손 대를 이어 무궁화 꽃피는 삼천리 금수강산에서 오붓하게 살아오다가 1910년 “한일합방”후 일제침략자들의 착취와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온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자이다. 내가 이렇듯 조선반도의 북과 남을 오고가며 무궁화를 반기는것은 아마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저세상으로 떠나 가시면서도 떨쳐버리지 못한 그 망향의 넋이 아직도 나의 잠재의식속에서 맴돌고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궁화는 아욱과에 속하는 락엽관목으로서 온대지방에서 7—10월에 약 100일 동안 줄기차게 피여나는 아름다운 꽃나무이다. 꽃은 종(钟)모양으로 생겼는데 새로 자라난 가지에 돋아난 잎겨드랑이에서 한송이 한송이씩 피여난다. 숱한 꽃망울이 동시에 나무가지 여기저기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련거퍼 꽃망울을 터뜨린다. 매일 이른 새벽에 피여나 저녁에 시들어 말라 떨어지면서 3개월이상 날마다 새꽃이 피어나 계속 신선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우리의 조상들은 끝도 시작도 없이 영원하리라는 겨레의 념원을 담아 무궁화(无穷花)라는 아름다운 꽃이름을 지어준게 아닌가싶다. 이것은 고증된바 없는 내나름대로의 추론에 불과하지만 전혀 터무니없는 어불성설은 아닐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지금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무궁화를 정원수나 가로수로 심어 삶의 터전을 아름답게 가꾸고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의 겨레들도 무궁화처럼 전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지거나 한데 모여 살면서 각자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해가고있다. 조선반도의 남과 북은 물론, 더 나아가 중국, 미국, 로씨야, 일본 등 나라에 비교적 많이 모여 살고있는 우리 동포들뿐아니라 수많은 나라들에 흩어져 살고있는 우리 동포들을 모두 합치면 무려 7천만이 된다고 한다. 우리 할아버지가 생전에 자주 입에 올리시던 “3천만 백의동포”는 이미 력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지금은 7천만이 되였다는 말이다.
나는 오늘을 살아가고있는 7천만 단군님의 후예들과 더불어 우리의 유구한 력사, 찬란한 문화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말과 글을 공유하고있음으로하여 항상 더없는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살아간다.
내 나이가 벌써 고희를 넘었지만 나에게 있어서 무궁화와 우리 말, 우리 글은 일찍 나의 소년시절에 할아버지가 몸소 사랑의 금실로 이어준 보석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이다. 그리고 내가 소학교때부터 배워온 우리 말과 우리 글은 나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을뿐더러 오늘도 이렇게 나로 하여금 이 수필을 쓰도록 령감을 주고있다. 그러므로 나의 무궁화사랑은 단순한 꽃사랑이 아니며 우리 말과 우리 글에 대한 사랑인 동시에 또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나의 다함없는 사랑이다.
일언이페지하면 국가와 민족은 서로 관련이 있으면서도 엄연히 동일시할수 없는 서로 다른 별개의 개념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신앙과 국경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무궁화를 사랑할것이며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 그리하여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기대에 손색이 없는 백의민족의 훌륭한 후손이 되고싶다. 이것이 내가 항시 가슴속에 간직하고있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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