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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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학자수필의 매력
2006년 03월 22일 00시 00분  조회:5490  추천:63  작성자: 황유복
4. 학자수필의 매력

남계의 수필은 개인적 인생체험을 고백한 수필이든 사랑, 사회, 민족 문제를 담론한 수필이든 모두 인생에 대한 투철한 감오와 삶의 참의미에 대한 진지한 탐색으로 달관의 경지에 이르고 있으며 해박한 지식과 심오한 사상, 섬세한 관찰과 차분한 분석,《학구적인 치밀성과 사고의 집중성》 등으로 학자수필의 진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특히 그의 수필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사색적인 수필들은 개인 고백적이고 체험적인것에서 벗어나 사변적이고 론리적인 사고를 펼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고요한 가운데 눈을 감고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하며 지적인 정서속에 어떤 리치를 터득하게 한다.

남계의 사랑계렬 수필은 학자수필의 전범이라 할수 있다. 《사랑의 언어학》에서 《사랑》이란 낱말의 어원찾기도 상당히 치밀하고 학구적이지만 거기에서 도출해낸 문화적 비교는 더욱 독창적이다. 영어의《아이 러브 유》나 한어의 《워 아이 니》는 《획일적으로 대량 생산된 공업제품 같》이 개개인의 개성이 완전히 함몰된 규격화된 사랑표현이며 《조화(造花)와 같이 생기도 향기도 없는》 사랑표현인데 반해 우리 민족어에는 그런 규격화된 사랑표현이 없기때문에 두 사람만의 언어로 두 사람만의 사랑을 표현할수 있는 우리 민족의 사랑표현은 진한 생기와 향기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랑표현에 대한 사색을 민족문화에 대한 긍지와 민족애로 승화시킨 위트가 아주 돋보인다.

《사랑의 민족학》에서 《사랑을 주기 위하여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을 받기 위하여 사랑하는 마음과는 비할수 없을 정도로 충일하고 지순하다.》는 작가의 주장은 그대로 명언인데 그것이 상식적인 리론으로가 아니라 아랍계, 유태계, 조선계 민족의 비슷한 모티프의 고사에 대한 생동한 비교속에서 도출해냈다는데 위트가 있고 설득력이 있다. 세 민족의 고사비교를 통해 아랍공주는 철저하게 아랍민족의 상업주의원칙을 사랑에 적용시켰고 유태공주는 계약에 대한 실천을 선택의 가치기준으로 삼았고 조선처녀는 참사랑을 가치기준으로 삼았다는 결론을 내린후 《사랑은 문화적 산물이다. 사랑이 구성되는 방식은 사랑의 주인공들이 소속된 그 민족의 다양한 문화와 사회적 특성에 좌우된다》고 맺고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참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가운데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체득하게 하며 민족애를 심어주는 수필이다.

《사랑의 사회학》은 현실사회에 눈길을 돌려 현실에 류행하는《사랑병》들을 들추어내여 그 반면에서 사랑에 대한 답안을 찾고 있다. 작가는 사랑의 자유가 확대되는 반면에 사랑의 안전성은 반비례로 축소되여 가고 리혼, 외도, 불륜 등 사랑의 타락이 만연되여 가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리혼과 외도의 확산이 부추기는 가정의 해체와 사랑의 황폐화는 이제 우리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지성인으로서 민족에 대한 사랑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 관찰의 예리성과 분석의 치밀성이 안받침되여 한편의《사회의 사랑학》을 낳았다.

《사랑의 신화학》은 고대신화로 거슬러 올라가 사랑의 기원을 찾고있다. 사랑을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결합하려고 하는 능동적인 행위로 해석하는 플라톤의 사랑 기원설에서 사랑을 인간의 소망과는 상관없이 큐피드의 금화살에 명중되여 일어나는 피동적인 행위로 해석하는 오비디우스의 사랑기원설에로, 다시《성경》의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으며 인간이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기억을 정신내면에 간직하고 있다가 그것과 닮은 반쪽을 만나면 결합하려 한다는 융의 기원설로 확대된다. 수필은 계속해서 신화적 시각과 명언을 인용하면서《로맨틱한 사랑》의 가능성과《성숙된 사랑》의 의미를 차분히 비교분석한후 《두사람이 합일을 이루는 진정한 사랑은 성숙된 사람들의 몫》이란 결론을 도출해낸다. 신화-기원학적 시각에서 사랑신화를 개성적으로 풀이하고 있는데 역시 학구적인 치밀성과 론리성을 띠면서도 문학으로서의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상혼에 절어진 사랑의 축제》는 고도로 상업화된 《사랑의 날》축제를 비판하면서 《아무리 현대인들의 사랑이 타락》했다 하더라도 《사랑의 날》만큼은 돈과 관계없는 순수한 《사랑의 축제》가 되었으면 싶다고 고백하여 독자들의 사색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사랑에 대한 진지한 사색, 투철한 감오, 절실한 체험, 학자로서의 학구적인 치밀성과 박학다식이 없었다면 사랑에 대해 그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개성적으로 생동하게 풀이하지 못했을것이다.
위의 작품뿐 아니라 그의 여타 수필에서도 진리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 주제의 엄숙성, 분석의 치밀성, 풍부한 지식성과 설득성 등으로 학자수필의 향기를 풍긴다.

《고섬도치도 0거리접촉을 한다》는 착상부터 기발하다. 고섬도치는 몸의 가시침때문에 0거리 접촉을 하지 못한다는 견해를 빌어 인간지간의 관계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담론을 《고슴도치도 0거리접촉을 한다》는 사실로 반박하고 있다. 여기서 진정한 친구란 어떤것인가를 한수의 시로 생동하게 일깨워주는 함석헌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와 어머니를 포함한 모든 《이웃들》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한 인간을 그린 스벤 레게너는 장편소설《레만씨 이야기》는 서로 대조되면서 진정한 친구를 가진 인생은 보람있는 인생임을 더욱 설득시켜주고 있다.

수필은 계속해서 부부사이의 적정거리에 대한 반론을 심화시키면서 마음의 합일을 이루지 못했다는것은 《거리》를 없애지 못했다는 말인만큼 《거리》가 리혼을 부추긴것이지 《0거리》가 리혼을 불러온것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수필은《사람지간의 관계나 사랑이나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그릇된 담론을 명언, 명작, 명시, 속담 등의 다양한 인용과 비유, 점진, 역설 등 수법의 다양한 활용으로 반박하면서 최대한의 설득력을 기하고 있다.

《군자의 교제는 물처름 담담하고》에서는 《군자지교 담여수(君子之交淡如水)》를 《군자들은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있》다고 엉뚱하게 해석한 어느 수필을 화두로 《장자(庄子)》의 《산목(山木)편》에 나오는 원문-《군자의 교제는 물처럼 담담하고, 소인의 교제는 감주처럼 달콤하다. 군자는 담담하게 친분을 돈독히 하고, 소인은 달콤하게 그 친분을 끊는다.》를 풀이하고《군자는 리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교제를 하기때문에 뜻을 같이 할수 있고 따라서 친교가 돈독해진다.》는 해석을 붙혀 군자는 서로 교제하면서 뜻을 같이 하는, 이른바《도합(道合)》이라는 최고경지의 합일을 이루어야 함을 주장한것이라고 바로잡아주고 있다. 이어서 수필은 동서고금 성현들의 명언들을 통해 참된 우정에 대한 리해를 심화시키고 있다. 수필은 리해타산을 앞세운 《소인》배들의 교제보다 계산이 없이 뜻을 같이 하는《군자》의 교제를 소망하면서 잠언을 인용할 때 아전인수식의 해석은 절대 금물이란 충고도 잊지 않았다.

수필 《잘못 채워진 첫 단추》에서는 수필 정의에 대한 남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흥미롭다. 작가는 원문에 대한 어원적풀이를 통해 《뜻하는 바를 앞뒤 가라지 않고 기록》한다는 말과 《붓 가는대로 쓴》다는 말은 서로 다른 뜻임을 피력하면서 《수필은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라는 견해에 반론을 제기하고 김광섭이 잘못 채운 첫 단추때문에 우리 수필문학이 오랜 세월동안 비뚤어지게 옷을 입고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결말에서 작가는 《글 쓰기라는 업보가 원쑤 같다》(최인호), 《글을 쓴다는것은 누구에게나 피를 말리는 작업이다》란 말을 빌어 수필이란 《붓 가는대로》 쓸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라 인간의 령혼으로 씌여지는 글임을 강조한다. 작가의 진지한 사색과 수필에 대한 남다른 해석이 감미롭다.

《술과 수필이 만난다면》에서 술을 마시고 《취기를 빌미》로 쓴 수필이 많은 론리적, 철학상식적 오류를 범하고있음을 들추면서 《수필은 술을 마시고 흥분된 상태에서 쓸수 있는 글이 아니》라 가슴에서 생겨나고 머리에서 정리된 글이며 정서와 지성의 융합으로 구성되는 글임을 강조하고있다.

《수필과 진실》은 한 중국인이 외국에 나가 남의 안경을 빌려 중국을 들여다보면서 많은 상식적인 오류를 범한 수필을 읽고 쓴 수필이다. 수필은 오류들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나서 가짜상품은 일차적으로 그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데 그치지만 잘못 씌여진 작품은《이와전와(以訛傳訛)》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루가 파급될지 모른다고 그 위해성을 강조하며《진실은 수필창작의 본질이자 작품의 생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필과 보고서》는 출장가는 남편의 가방에 콤돈을 넣어준 이야기를 쓴 수필을 보고 쓴 수필인데 그 글에서는 삶의 진실을 해명하려는 글쓴이의 노력을 읽을수 없다고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와는 달리 수필은 나름대로 진실을 해명하고 어떤 정신과 운명을 제시하려 하는것이기때문에 삶의 진실을 해명해보려는 몸부림이 없이는 좋은 수필을 기대할수 없다고 모를 박고 있다.

위의 수필들은 학자로서의 박식과 학구적인 철저성, 진지한 사색과 지성, 수필에 대한 투철한 리해가 그대로 돋보인다.

《박대정심(博大精深)의 대륙적기질》, 《중국문화의 다양성》,《노랑, 빨강과 중국인》,《중국사람과 숫자》,《글로벌 에티켓과 중국인들의 예절》,《중국인들의 욕과 한국인들의 욕》 등 수필들은 문화비교학적인 시각에서 한국문화와의 비교속에서 중국문화를 생동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리해하려는 한국인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수 있는 수필들이다. 아주 상식적이면서도 또 홀시할수 있는, 그러면서도 중요한것들을 한국인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작가의 연박한 지식과 지적인 판단력을 보여주는 수필이다.

남계의 수필은 말 그대로 《삶의 진실을 해명하려는 몸부림》이다. 우리는 그의 수필에서 삶의 진실을 탐색하려는 작가의 지적인 욕망이 얼마나 강렬한가를 가슴으로 느낄수 있다. 그의 수필속에는 인생을 진실되게 천착하는 안목이 있고 인생에로의 새로운 해석과 주장이 있는가 하면 얼음같이 랭철한 비평정신도 있으며 지성의 번뜩임도 있다. 때문에 그의 수필은 인생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가르치는 학자의 글이라고 할수 있다.

남계의 학자수필적 특징은 어느 한두편의 글이나 수필의 한두 대목에 나타나는것이 아니라 모든 수필에 슴베여 있다. 학자수필적 풍격은 그의 수필의 기본바탕이라고 할수 있다. 학자수필로서의 매력때문에 그의 수필은 독자들에게 더욱 많은 사색을 던져주고 더욱 많은 지식을 주고 더욱 많은 일깨움을 주고 더욱 많은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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