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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노랑, 빨강과 중국인
2006년 03월 08일 00시 00분  조회:6152  추천:80  작성자: 황유복
노랑, 빨강과 중국인



이번 한·일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 팀이 유럽 축구의 강호 이탈리아, 스페인을 꺾고 4강 신화를 이룩해 세계 축구 인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 팀의 선전에 못지않게 한국 팀 스포터스인 '붉은 악마'도 '매너와 열정의 붉은 응원'으로 축구응원문화의 새 장을 열어 세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중국의 방송사는 생방송에서 가끔 '붉은 색의 바다'라는 표현으로 '붉은 악마'의 응원물결을 소개하고 있다. 텔레비전 화면을 지켜보다가 무의식중에 중국으로 착각할 때도 있다. '붉은 색의 바다'는 중국에서 자주 보아온 광경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기호 색은 단연코 노랑과 빨강이다. 빨간 바탕에 노란 별 다섯 개로 디자인되어 있는 중국의 국기만 보아도 수긍이 될 것이다.

중국 전통문화에서 노랑은 지존의 색으로 황제와 황실 그리고 황궁의 독점 색이었고 그 대신 빨강은 민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이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황제(黃帝)'와 '염제(炎帝)'의 자손들이라 생각한다. 중국의 신화에서 '황제'는 화하(華夏)계 민족의 최초의 제왕이다. 한국으로 말하면 '단군'인 셈이다. 초주(譙周)의 《고사고(古史考)》에 따르면 '황제는 토덕왕(土德王) 인데 흙의 색이 황색이기 때문에 황제라 한다.' 염제는 황제의 이부형제인데 '화덕왕(火德王) 이고 불은 붉은 색이기 때문에 염제 혹은 적(赤)제라고 한다.'

《설문해자(說文解字)》가 '황은 땅의 색이다'라고 해석했듯이 황색은 중원지역 흙의 색에서 유래된다. 북경의 중산(中山)공원에 가면 중국 국토를 상징하는 '사직단(社稷壇)'이 있는데 중앙은 노랑, 북은 검정, 동은 청색, 서는 흰색, 남은 빨강으로 되어 있다.

한족의 발상지인 황토고원의 흙은 황색이고 황토고원을 흘러내리는 물은 누런 흙을 씻어 내리기 때문에 황하라 부르며 심지어 그 물을 받아들이는 중국 동쪽 바다도 누렇기 때문에 황해라고 한다. 그러한 자연환경에서 생활하는 중국인들은 당연히 황색을 천하의 중심 색으로 이해한다.

중국 전통문화에서 황색은 고귀하고 상서로운 색, 색 중의 지존 색으로 추대된다. 따라서 황제들은 황색을 독점했고 민간의 사용을 금단하였다. 신해혁명에 의해 중국의 마지막 황제가 쫓겨나면서부터 황색은 금단의 색에서 해방되어 지금까지 중국 민간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인들이 회사의 귀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심벌 색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붉은 색은 서민들에 의해 널리 선호되는 색상이다. 《설문해자》는 '적색은 남방의 색이다'라고 해석한다. 오행사상에 따르면 남방은 빨간 색으로 표현된다. 사실 중국의 남방을 다녀보면 중원의 황색 토질이나 북방의 흑색 토질에 비해 남방은 거의 홍색 토질에 속한다.

그러나 전통문화는 붉은 색을 염제의 심벌 색, 불의 색과 태양의 색으로 해석한다.

옛날 중국 부자들은 집의 대문이나 기둥을 붉은 색으로 선정해 왔다. 지금도 중국의 서민들은 빨강계열의 색으로 페인트 된 자동차를 선호한다. 또 중국인들이 '촌지'나 '떡값'을 건널 때는 붉은 색 봉투에 담아주기 때문에 '훙보우'라고 한다. 보통선물도 빨간 색 포장지를 많이 사용한다. 중국 여자들이 시집갈 때는 붉은 옷을 입고 붉은 색 가마를 타고 간다.

중국인들은 빨강을 벽사(僻邪), 경희(慶喜), 길상(吉祥)의 심벌 색으로 간주 한다.

'붉은 악마'들의 응원물결을 지켜보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경제인들이 '레드' 아이디어를 마케팅 전략에 응용한다면 무슨 효과가 나타날까 생각해 보게 된다.

200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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