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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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를 심자
2006년 02월 23일 00시 00분  조회:5770  추천:41  작성자: 황유복
<오동나무>를 심자



2년전의 추석이였다. 청화대학과 북경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선족 석, 박사생들이 저녁에 회식을 갖기로 하고 나를 초청했다. 초청 용의를 물었더니《추석이 되여 집 생각도 나고 해서 우리끼리 모여 회포를 풀기로 했구요, 이 기회에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초청하는 겁니다》라고 했다. 나는 전화로 집사람에게 량해를 구하고 회식장소를 찾아갔다.

대화중에 연구생들은 《우리도 조선민족과 연변의 발전을 위하여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학 때 고향으로 돌아가서 주변 친구들로부터 ⟨너희들은 일단 북경으로 가면 졸업하고도 다시 안 돌아오지 않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가 마치 민족과 고향을 등진것 같아 마음의 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한 학생은 자신이 체험한바를 이야기했다. 몇년전 청화대학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그녀는 연변의 경제 발전에 보템하겠다는 일념으로 북경의 모든 유혹을 떨쳐버리고 졸업후 곧바로 연변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생각밖에 자치주 인사부문에서 그녀가 전공한 분야의 인재를 수용할수 있는 단위가 없다는 리유로 그녀를 고향인 룡정으로 보냈고 룡정시는 다시 어느 중학교 수학교사로 배치해주었다. 중학교에서 2년간 고민한 끝에 그녀는 석사생 시험을 거쳐 다시 청화대로 돌아왔다. 조선족의 두뇌라 할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연변의 인재류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였다.

연변은 중국의 변경지역이고 또한 바다길이 없기때문에 중국 내수나 세계시장을 겨냥한 제조업이 기간산업으로 부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연변의 발전전략은 하이테크 산업과 문화산업에 비중을 둘수밖에 없다. 문제는 하이테크 산업이나 문화산업은 상당 수량의 전문인재를 수요로 하는데 연변은 그런 인재를 유치하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도리여 류실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연변에는 현지 자원을 리용한 극히 제한된 제조업과 백두산을 자원으로 한 관광업이 남아 있을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조선반도의 남북화해무드와 조선의 새로운 경제정책에 따라 언젠가는 한국인들이 《3.8선》을 넘는 륙로로 백두산 관광을 할수 있을것이라는점을 심각히 생각해 보지 않을수 없다. 만약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관광업마저 죽어버린다면 연변의 경제는 어떻게 되겠는가를 걱정해야 할것이다.

보다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 연변이 살아남는 길은 21세기에 걸맞는 하이테크 산업과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난 1990년대에 미국은 실리콘벨리(중국에서 《硅谷》이라고 하는)를 중심으로 정밀 전자공학을 기초로 하는 컴퓨터, 통신 분야의 하이테크 산업을 발전기켜 일본에 뒤졌던 산업경쟁력을 다시 회복시켰고, 제조업으로 세계 제일 경제대국이라 자랑하던 일본은 도리여 경제침체상황에 빠져들게 되였다. 중국은 1990년대 이래 북경시의 중관촌(中關村)에서 IT산업 중심의 중국 실리콘벨리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북경시 해전구와 그에 린접한 창평구, 대흥구까지를 중관촌 하이테크 산업개발구로 지정했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중관촌 개발구는 중국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견인차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네이스빗은 하이테크 (high tech), 하이터치(high touch)라는 단어로서 21세기의 기술문명에 대한 균형을 잡으려 했다. 중국에서 첨단기술, 고신기술이란 말로 통하는 하이테크는 전자통신공학(IT), 생명유전공학(BT),생태환경공학(ET)등 유망산업들로 익숙해졌다. 하이터치는 인간이 감수하게 되는 기쁨, 포근함, 편안함과 같은 감성적이고 문화적인것이다.

만약 연변에서도 연변의 중관촌이라 할수 있는 하이테크 산업개발구와 문화산업개발구를 조성한다면 조선족 전문인재 유치는 물론 한족을 포함한 국내 전문인재와 해외인재 유치까지도 가능해 질수 있다.

중국속담에《집에 오동나무가 있으면 금봉황새가 날아온다.》는 말이 있다. 하이테크산업과 문화산업의 인재인 《금봉황새》를 유치하기 위하여 지금이라도 좋다. 《오동나무》를 심자.

200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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