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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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 그리고 한국
2005년 04월 05일 00시 00분  조회:4104  추천:70  작성자: 관리자
중국사회에서 조선족과 한국인의 올바른 관계조명(5)
중국의 미래 그리고 한국

김준봉ㅣ북경공업대학 건축과 객좌교수


한국과 중국을 비교할 경우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중국인들은 한국인을 볼 때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우호적으로 본다. 그렇지만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실상 나라로도 안 친다. "왁" 하고 기침만 하면 없어질 나라로 본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을 보는 시각은 반대다. 중국인은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이고 사기 치고 어쩌고저쩌고 얘기를 한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이 훨씬 실제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거다. 한국에 가면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이 중국에 대한 자기 인상을 한마디씩 던지며 확인을 구하는 사람들을 대한다. ‘중국 사람들은 지저분하지 않느냐’ ‘중국에서는 한국 돈이 통하더라’ ‘중국제 물건은 싸기만 하고 쓸만한 게 없더라’ 등이 한국인들로부터 자주 듣는 ‘중국 인상’이다. 이런 얘기를 듣다 보면 그 저변에 깔린 우리의 ‘국민소득(GNP) 차별주의’(1인당 소득이 낮은 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월감)를 엿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저개발 지역이나 관광지의 저소득층 중국인들을 만나보곤 중국인 전체가 지저분하다고 평한다거나 한국인들이 대부분인 관광지의 중국 상인이 한국 돈을 받는 것을 보고 중국에서는 한국 돈이 통용된다고 지레짐작하는 태도 속에는 중국에 대한 우월감이 숨어 있다. 상해나 심천등 발달한 남방의 도시를 보라 이미 그들은 우리를 앞질러 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중국은 비디오 문화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사느냐? 그들은 CD밖에 없다. DVD나 VCD 등. 비디오 테이프 문화가 들어가기 전에 CD가 들어간다. 비디오는 CD에 비하면 아주 불편하다고 할 수 있다. 조작도 불편하고 들고 다니기 무겁고. 비디오 쓰는 사람이 없고, 시장 자체가 없다. 경제가 발전하면 따라간다고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그만큼 빠르다.

CD 문화가 그렇듯 휴대폰 문화도 마찬가지다. 우리 나라 휴대폰이 500만 대 할 때 중국은 100만 대밖에 안 되었다. 우리가 1,000만 대 할 때 200만 대, 2,000만 대 할 때도 500만 대였다. 그런데 우리가 3,000만 대일 때 그들이 1억 5천 만 대를 돌파했고, 우리가 3천5백 만 대 할 때 중국은 2억 대에 이르렀다.

그리고 중국의 깊은 시골엔 유선 전화기가 없다. 휴대폰밖에 안 쓰니까. 그들은 우리보다 인공위성을 훨씬 많이 쓴다. 중국은 청나라 말기부터 근세까지 약 150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세계 경제대국의 자리를 지켜 온 나라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최근 10여년 사이 옛날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듯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이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싸구려 제품만 생산하는 줄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미 중국 기업들은 자체 브랜드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머지않아 저가 브랜드뿐 아니라 고급 브랜드로도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기술력이 우리보다 한참 뒤진다고 생각했던 중국이 얼마 전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유인 우주선을 띄우는 것은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는 과거 중국을 우러러봤으나 지금은 무시한다. 이제 그들이 강대국이 되면 또다시 눈치를 보는 악순환을 계속할 것인가? 중국 성장의 잠재력은 가히 가공할 만하다.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경쟁력이 없어야 하는데, 경쟁력이 없는 부분에서는 자본주의를 다 도입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하드웨어가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가장 기본적인 게 건물과 땅이다. 우리 나라는 도로를 내려면 땅을 매입해서 길을 내는데, 땅 매입비가 90퍼센트고 공사비는 고작 10퍼센트다. 그러나 중국은 거꾸로다. 땅 매입비가 10퍼센트고, 공사비가 90퍼센트다. 그러니까 중국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우리보다 10분의 1밖에 안 들어간다. 그나마도 우리 나라는 데모하고, 땅 안 팔고 그러는데, 중국은 땅이 모두 국가 소유다. 그럴 문제가 없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LG 같은 경우도 중국에서 공장을 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LG를 한국 제품이 아닌, 중국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중국 사람이, 중국 땅에서, 중국 재료를 가지고, 중국 자본으로 생산하는데, 그게 중국 제품이지 한국 제품이겠는가. LG의 자본 비율도 중국이 50퍼센트 넘게 차지하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 나라에 들어오는 "메이드 인 차이나"가 나쁘다고들 얘기하는데, 싼 거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는가. 싼 거는 상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는 싼 것도 상품 가치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싼 걸 쓰지 비싼 걸 쓰겠는가.


맺는 말

중국과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이다. 중국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우리가 경제적으로 조금 더 잘 산다고 우리가 우월하다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나와 상대의 진면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려는 태도요,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의 것을 존중하려는 자세다.

중국과 중국 동포에 대해서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꾸 우리 잣대로 중국을 보려는 습관은 빨리 버려야 한다. 우리의 잣대를 가지고는 중국을 잴 수가 없다. 중국의 잣대 혹은 일반적인 잣대로 봐야 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항상 바깥을 볼 때 우리의 잣대로만 본다. 중국은 그렇게 보면 안 된다. 꽃게에 납이 들어갔다, 중국인은 목욕도 안 한다더라 하는 것은 중국을 전혀 모르는 시각이다. 우리 나라도 외제차를 두 대 정도 가지면 부자라고 하는데, 약 2∼3퍼센트 정도 된다고 본다. 중국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데, 3퍼센트 정도 된다고 한다. 4,500만 명이다. 우리 나라 인구보다 많은 사람이 부를 독점하고 있다. 중국의 인구에 대해, 땅에 대해 시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중국 사람과 교류하면서 이상하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실속이 없다. 중국 사람 중에서도 깨끗하고, 합리적이고, 명석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

중국에 있는 조선족도 한국에 있는 조선족과는 달리 중국을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과 중국에서 온 우리 동포들에 대한 애정을 새롭게 하여 그들과 교류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를 기대한다. China-corean.com은 이러한 일을 솔선해서 하는 단체이고 연변의 두레마을이나 연변과학기술대학 그리고 많은 해외 동포들을 위한 단체들이 그 일을 해나가고 있다. 최근들어 조선족엘리트들이 모여 연우포럼(ckywf.com)을 결성하여 <칼럼>과 <토론문화>로 조선족건강사회만들기에 나서고 있는데 역시 우리 모두 그들의 일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1주일 왔다가 간 한국인은 중국 박사, 1년을 산 사람은 중국 석사, 2년을 산 사람은 중국 학사라는 말이 있다. 짧은 중국 방문을 통해 얻은 단편적인 지식으로 중국에 대해 통달했다는 식의 분석을 쏟아내는 한국 사람이 많아지면서 생겨난 말이다. 백두산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와서 기분으로 하는 이런 피상적인 분석과 ‘우물 안 개구리’ 식의 평가가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내 것에 대해 똑바로 알고 남의 것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으로 그들을 알아가야만 세계무대에서 우리가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 받을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이 중국동포나 다른 외국 노동자들의 나라와 그 문화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질 때, 비로서 그들도 우리를 존중하고 우리와 함께 지구촌을 더 복된 삶의 터전으로 만드는데 서로가 힘을 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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