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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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섬기는 자가 되라. 섬김을 받으려면
2009년 03월 30일 08시 36분  조회:4001  추천:46  작성자: 이승률
 

네 번째 이야기  코리안 섬 게임을 창출하라

먼저 섬기는 자가 되라. 섬김을 받으려면


작년 초 도쿄에서 열렸던 열린 ‘한중일 우정의 콘서트’ 행사에 일본의 나루히토왕세자가 비올라 연주자로 직접 참여했었다. 그때 나루히토 왕세자는 연주를 마친 뒤 ‘귀중한 추억을 갖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한중일 3국의 우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례적인 즉석연설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한 가지 기억나는 사실이 있는데 2005년 여름쯤이었을 것이다. 아키히토 천황이 싸이판 섬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한국평화 기념탑을 참배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여러차례 일제 군국주의의 한반도 지배에 대해 사과를 표명했다.


나는 일본인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아키히토(明仁) 일 황과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를 무척 존경하며 고이즈미 전(前) 총리를 비롯한 우파정치인들이 군국주의 패권의식을 조장하려고 했던 사실에 대해 일왕실이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변해주기 위해 무척 애쓴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최근 몇 년 사이 상당히 호전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그런데 그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준 사람이 바로 고 이수현군이다.


그즈음 일본에선 지하철에서 일본인을 구하고 숨진 이수현 군을 기리는 추모영화가 개봉됐다. 그런데 그 영화 개봉에 앞서 시사회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 일왕부부가 참석한 일이 화제가 됐었다. ‘너를 잊지 않을 거야’라는 제목의 영화개봉을 앞두고 아키히토 일왕은 이수현군의 부모를 왕궁으로 초청해 위로하며 영화가 개봉하면 시사회에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 일왕이  한국 관련 민간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일왕실이 한ㆍ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으며, 동시에 야스쿠니신사참배를 강행한 일본의 우파집단에 대해 무언의 압력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소식을 접하면서 조금 다른 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일왕이 이수현 군의 기일에 참석해서 이군의 부모와 했던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보다도 그런 일왕실의 행보에 일본국민들이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이수현군을 국민적 은인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뜻 깊게 여겨졌다. 살신성인의 사랑! 한 한국청년의 그 희생적인 사랑의 힘이 전 일본국민을 감동시킨 것이었다.


아직도 일본이나 일본인을 생각할 때 결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없는 우리들이다. 일본인들도 그 사실에 대해 결코 냉정해지지 못한다. 그 해묵은 감정의 벽은 그동안의 무수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그런 한국에 대해 일본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한 사람의 한국청년 앞에서만은 그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벽이, 아무런 장애도 위력도 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수현군이 보여준 희생의 의미를 단순한 미담으로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 한류스타들에게 열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이수현군에 대해서는 마치 일본인처럼 애착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사랑이란, 모든 벽을 허무는 절대적인 힘이란 사실을 다시한번 절감할 수 있었다. 한일 관계 속에 이 사랑이라는, 흔하디 흔한 개념을 적용시킬 생각은 한국의 그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수현군의 죽음은 그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랑할 수 없는 천만가지 이유가 있다 해도 일단 사랑하는 것, 자기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마저도 줄 수 있다면, 이 세상에 허물지 못할 장벽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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