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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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CBCM 사역의 길
2008년 07월 08일 07시 03분  조회:2952  추천:96  작성자: 이승률

『원더풀 데이즈』

이승률 연변과학기술대학 대외부총장


Ⅴ. CBCM 사역의 길



아내가 오후 5시경 도착하는 비행기로 북경에 왔다. 몇 가지 볼일을 보기 위해 내가 하루 일찍 북경에 온 셈이다. 인민대학을 떠나 숙소인 쿤륜호텔에 돌아 와서 맡겨둔 짐을 찾은 후, 기다리고 있던 박혜명(연변과기대 북경주재원 비서)과 함께 서우두(首都)공항 제3터미널로 갔다. 개항 첫날이었던 어제보다 입국수속이 훨씬 빨라져서 얼마 기다리지 않아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 숙소를 북경대 안에 있는 勺園(SHAO YEON)호텔로 예약해 두었는데, 가는 도중에(매주 목요일 저녁에 개최되는) 북경CBMC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왕징(望京)에 있는‘전주관’식당으로 먼저 갔다.

오랫만에 모임에 참석해서 그런지 낯선 얼굴들이 많았다. 그러나 다들 반갑게 맞아 주었고, 금방 친숙해졌다. 한 믿음 안에서의 동역자라는 개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CBMC가 좋은 이유가 바로 이런 것 일거다. 중국에서 한인 CBMC가 공식적으로 처음 창립된 것은 1994년 8월 1일이었다. 당시 나는 한국기독실업인회 서울영동지회의 총무를 맡고 있었는데, 연변과기대 재단이사로서 건축지원 업무를 위해 연길을 자주 왕래하던 가운데 그때 연길에 사업차 오신 한국분들과 교분을 쌓을 기회를 많이 가졌었다. 그때 만나던 분들을 중심으로‘기도회’모임을 시작한 것이 마침내‘연길한인CBMC 창립’이라는 대사를 이루게 되었으며, 이 기구는 명실공히 중국 최초의 기독실업인회로  공식 인정받았다.

그 후 한인 CBMC는 청도, 북경, 천진, 심양, 상해, 단동, 대련, 마카오 등지로 확장되면서 현재 중국 전역에 40여개의 지회로 발전해 있다. 그리고 전장(前章)에서 밝힌 것과 같이 2000년에 들어와 중국인 청년기업가들을 인도하여 마침내 2001년에 중국 최초의 중국인 기독실업인회를 구성하게 되었고, 이후 각 대도시 지역을 거점으로 중국 전역에 20여개의 지회가 창립, 육성되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 복음을 전하자’라는 표어를 내걸고「성경공부와 기도회」를 메인 프로그램으로 삼아 진행하고 있는 이 기독실업인회(CBMC) 사역은, 1930년대 미국 시카고 대 공항때 무너진 경제 잿더미 위에서 크리스챤 기업인들이 함께 손잡고 경제재건을 위해 일으킨 기도운동이 시발점이 된 것이다. 그 후 이 운동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한국에는 6·25 동란 시 미 군사고문단 세실 힐(Cecil Hill)대령으로부터 당시 국회 부의장이셨던 황성주 박사에게 전수된 것이 오늘날 한국기독실업인회의 첫걸음이 된 것이다.

현재 이 기구는 세계 70여 개국으로 확장되어 국제 기독단체로는 가장 큰 단체들 중의 하나로 발전했으며, 한국CBMC는 열성적이며 진취적인 한국 교회의 부흥과 더불어 세계CBMC 2대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필자로서는 중국에 최초로 기독실업인회를 전래, 창립, 육성하는 일에 선도적 역할을 감당한 것을 개인적으로 큰 영예로 생각하고 있으며, 또한 나중에 중국을 넘어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타슈켄트,2000년), 카작스탄(알마티,2000년), 터키(이스탄불,2001년)지역에까지 CBMC 실크로드 미션 벨트를 형성하도록 이끌어간 것을 무한 한 기쁨으로 여긴다. 이러한 CBMC 사역과 더불어 중앙아시아(CIS)와 연해주 지역에 있는 고려인 학생들을 매년 10여명씩 연변과기대에 유학 올 수 있도록 조치한 일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잘한 일로 기억된다.

아무튼 CBMC 사역은 연변과기대 사역과 더불어 내 인생 후반전에 있어서 두 개의 큰 기둥과 같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연고로 중국의 수도 북경에 있는 CBMC 회원들의 안부와 형편을 돌아보기 위해 그 날 저녁 모임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공식 모임명은‘북경CBMC 아름다운 모임’이었다.
「좋은 아침」이라는 월간 잡지를 발행하는 김구정 사장의 사회로 경건회가 시작되었으며 북경공업대학 건축학과 교수이신 김준봉 박사의 기도에 이어 상해에서 초빙 강사로 온 이경섭 중앙위원장께서 ‘나와 CBMC'라는 제목의 강의를 해주셨다.

광고 시간에 우리 두 내외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인삿말과 더불어 12년전에 북경한인CBMC를 창립할 때의 경과 과정을 회고한 뒤, 특별히 북경에 있는 한인 CBMC회원들이 중국인 CBMC 지도자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Back To Jerusalem"을 향한 실크로드 미션에 힘을 모아 주기를 당부했다. 모임이 끝날 무렵에 연변대학의 전신자 교수께서 밤늦게 연길로부터 북경공항에 도착하여 우리가 있는‘전주관’식당으로 찾아왔다. 아내와 전교수가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북경한인CBMC 회원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한 뒤, 북경공업대의 김준봉 교수께서 우리 일행 세 사람을 북경대 안에 있는 勺園호텔까지 태워 주었다.

김 교수는 연변과기대 건축학과 교수로 6년간 근무했던 나의 동료이다. 북경으로 사역지를 옮겨 북경공업대에서 건축학과 교수로 임용된 후 사스(SARS)가 창궐했던 2003년에 많은 사람들이 북경을 떠났지만 끝까지 남아서 불안에 떨고 있던 중국인들을 돌보며 용기 있는 사랑의 행동을 보여줌으로서 한국인으로서 영웅적인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 후 중국 입문서에 해당하는 책도 여러 권 집필했으며, 최근에는 중국연우(連友)포럼 회장으로서 한민족 공동체 네트워크의 선봉장 역할을 감당해 주고 있다.
(* 연우포럼은 미국 워싱턴에 거주하는 김연우 포럼장을 중심으로 시작된 인터넷 칼럼 공동체이다. 나는 김 포럼장을 도와 2003년 서울에서「연우포럼」을 창립한 이후 3년동안 초대 회장직을 수행했으며, 현재는 한국일보 임철순 주필이 2대 회장직을 맡고 있다.)

북경대 勺園호텔에 도착하여 방을 배정 받은 후 우리 두 내외와 전신자 교수는 밤이 깊도록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담을 나누었다. 특히 전 교수는 내게 은인과 같은 인물이다. 내가 연변과기대 사역을 하는 가운데 만학도로서 북경 중앙민족대 박사과정에 입학했을 때, 그때 지도교수이신 황유복 교수께서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나를 도와주라고 추천해 주신 분이 바로 전신자 교수이다. 전 교수는 인민대 박물관학과를 졸업한 후 연변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물관 주임교수로 오랜 기간 동안 봉직하다가 2003년에 중앙민족대 박사과정(민족학계)에 입학한 나의 동기생이었다. 나는 전 교수의 도움을 받아 레포트와 학위논문 자료를 준비할 수 있었으며, 그 후 졸업 후에도 동북아 관련 국제세미나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이제 비로서 밝히지만)내일 북경대 「영걸교류중심」에서 최근 「세계지식출판사」에서 발간한 졸저“동북아시대의 조선족사회”출판기념좌담회가 있을 예정이다. 이 저서는 중앙민족대 학위논문을 기초로 하여 지난해 가을 출간했던 한글판 전문서적“동북아시대와 조선족(「박영사」발행)”이라는 책의 중문판에 해당된다. 전 교수께서는 이 중문판 출판기념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연길에서부터 이 곳 북경까지 먼 길을 달려온 것이다.

그의 남편되시는 손춘일 교수도 지금 연변대 민족연구원 원장으로 계시면서‘조선족 이주사’를 집대성한 인물로 학문적 성가를 이루신 분이다. 이 두분들과 우리 내외는 조선족과 한국인 사이의 벽을 넘어 아름다운 우정의 관계를 지속해온, 집안 친척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런 전신자 교수를 오랜만에 만났으니, 그 대화의 시간이 밤이 깊도록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날 하루는 내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참으로 아름다운 「원더풀 데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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