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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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거리와 인간심사
2009년 07월 31일 09시 25분  조회:1936  추천:29  작성자: 최균선
     때론 사람들은 스스로 악의적이 아니라고 여기지만 동물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있다는것을 모른다. 량지가 있는 인간이라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쾌락의 원천으 로 삼지 말아야 하거니와 동물들을 해치는것으로 가가대소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인성일것이다.
     나에게도 못된 인성이 있었다. 아마 아홉살때였을것이다. 때는 한창 조선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연변지구에도 한국특무들이 기여들어서 민심이 흉흉할 때였다. 그러다 가 룡정지구에 잠복한 특무두목 김봉화라는 사람을 비롯하여 조직성원들을 일망타진 하게 되였다. 어느 날 김봉화를 비롯한 열네명의 특무들을 룡정의 영국더기뒤에 있는 사형장에서 총살하게 되였다.
    그날 학교에서 수업을 중지해서였든지 아무튼 우리 또래들은 큰 볼거리가 생겼다 고 오구작작 형장으로 달려갔다. 총을 맞은 사람들이 어떻게 죽는지 제눈으로 똑똑히 보려는 호기심 한가지만 안고 덤벼친 나는 어른들 틈을 요리조리 빠져서 제일 앞에 서게 되였다. 악질특무들은 《대한민국만세》《리승만만세》를 불러대며 《비장한》 최후를 장식하느라 발광했다. 그리하여 사형수들의 입에 헌겊뭉치가 틀여박혔다.
     드디어 총성이 울렸다. 죄범들이 일시에 나무토막이 번져지듯이 나딩굴었다. 그 런데 악종인 김봉화가 선불을 맞았던지 벌떡 일어났다. 다시 총성이 울렸다. 시체를 확인하느라고 사형집행자들이 권총을 빼들고 일일이 검사해 나갔다. 한 군관이 하나 의 시체에 대고 연신 권총을 갈겨댔다. 어른들의 말을 귀동냥한데 의하면 두번 총을 맞고도 숨이 지지 않은 김봉화가 그냥 꿈틀대여서 련발총을 갈겼다고 한다. 후에야 들은 소문이지만 그날 김봉화의 몸에는 열네발의 총알이 박혔다고 한다.
    사형집행자들이 철거하자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구경군들이 우루루 시체를 향해 돌진했다. 덩둘해 있던 나도 사람들에게 밀려 시체들의 가까이까지 가닿았다. 땅바닥 엔 피가 즐벅했다. 몸서리쳐졌다. 그러나 몸서리쳐질 일은 뒤에 있었다. 어느 놈팽이 가 더 다가서려고 그랬던지 아니면 장난치느라고 그랬는지 나를 확 밀쳐놓았다. 그만 림리한 피속에 넘어졌다. 얼결에 짚은 손에 피가 벌겋게 묻었고 헌바지무릎팍이 피에 젖어 불성모양이 되였다. 겁결에 엉엉 울며 비실비실 물러서는데 어른들이 하하하… 하는 웃음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그것은 어린 심령으로 말하면 일장 악몽이였다.
     그날 그렇게 혼쭐이 나고도 버릇이 떨어지지 않은 나는 그후 기회가 생기면 사형장을 쫓아다니며 총살하는 구경을 했다. 낫으로 마누라를 찍어죽였다는 악한도 보았고 대학다니는 아들을 위해 약담배장사질 했다는 늙수그레한 녀인이 형장에 끌려가면서 애걸복걸 대성통곡하던 장면도 보았다.
    공안국사람들이 어느 층집현관에 목을 매달아 죽은 사람을 처치하는 장면도 마감 까지 지켜보았고 륙도하철교의 교두에 목을 매달고 자살한 한마을 어느 친구 할아 버지의 처절한 모습도 보았고 체육장주석 대밑에 어둑시그레한 곳에 사람이 목을 매달아 죽어서 사람들이 술렁술렁하는 곳에서 발길을 돌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았던 일도 기억에 생생하다.
돌이켜 생각하면 나에게도 어릴때부터《구경》을 좋아하는 몹쓸 렬근성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물론 호기심이 앞섰을뿐 무슨 쾌감을 가지고 구경한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 두근거리는 가슴과 불안에 떤 가는 다리를 가지고 구경한것이였다. 아무튼 어린놈치고 너무 겁없이 물덤벙불덤벙 한다고 형들에게 야단맞던 일이 새삼스럽다. 그렇게 구경하기 좋아하는 습성은 누가 배워줘서 배우는게 아니다.
     어릴때는 누구나 다 그랬겠지만 잠자리나 나비를 잡아서 못살게 굴었고 마을에 개구장이 친구들과 섭쓸려다니며 개구리잡이도 많이 했거니와 손칼을 내놓고 날선 돌로 수많은 개구리 허리를 짓찧어서 구워먹고 끓여먹었고 마을 친구들속에서 두번째 로 받들리는《뱀잡이군》이였던 나는 비암산기슭이니 해란강강버들숲. 일송정기슭의 칼바위밑에서 뱀을 많이도 잡았고 많이도 구워먹었다. 그리고 굵은 뱀은 비늘밑으로 전기줄을 넣어서《전기취조》를 하는 쾌감도 만끽한적이 있었더랬다.
    그 많은 기억들을 씻어내리며 세월이 흘러서 농토에 묻히게 된후로는 넓은 세상 을《탐방》하는 일이란 더는 생기지 않았고 내 마음도 더없이 여리여져서 어쩌다 돼지잡거나 소를 잡게 되는 날에는 백정질을 극력 사절하였거니와 그런 장면도 늘 피해다녔다. 다른 생명의 고기를 먹기는 잘먹으면서도 말이다. 역시 자가당착이랄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구나 모든 《구경거리》가 싫어졌고 열정적인 구경군들의 심사도 곱지 않은 눈길로 보게 된것은 늙으막에 속세를 벗어나 금욕을 하면서 수신 할《자질》이 생겨나서인지 모르겠다. 오래살면 악니가 난다더니 내사 그모양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은적이 있었다. 숨이 턱에 닿아 씩씩거리 는 곰 한마리가 경황실색하여 허둥지둥하는데 뒤에서 유람객들을 가득 실은 자동차가 바싹 뒤쫓고있다. 자동차앞머리가 곰의 엉덩이를 쳐놓을때마다 둔중한 검은 곰은 힌들 나가번져진다. 유람차우에서는 폭소가 나딩군다. 유람차의 운전수는 “다만 장난 질해서 유람객들의 흥을 돋구려는것일뿐 곰을 다치려는 생각은 없고 곰들이 살이 비둥비둥쪄서 웬간한 충격에 잘 상하지도 않는다” 고 태연스레 말한다.
     물론 운전수에게 악의가 없다고 말할수 있고 곰을 죽일 생각도 없다고 말할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곰을 가지고 논다면 검은 곰이 과연 같이 호응하며 기뻐할것인가? 가령 곰이 성이 나서 사람에게 덮쳐든다면 사람을 대하는 례의가 없다고 말할수 있을것인가? 동물을 가지고 놀면서 쾌감을 만족 시키려는것은 도덕이 천박하고 령혼이 공허하다는것과 사회책임감이 결여하다는것을 말해줄뿐이다.
     한 사람이 삶이 여의치 않아서 높은 층집에서 뛰여내려 자살하려 하는데 무슨 큰 구경거리나 생긴듯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게 보통이고 가까운 이웃에 어떤 사람 들은 한편의 영화가 끝날때까지 편안히 앉아 관람하듯이 걸상까지 내다놓고 앉아서 흥미진진하게 눈길을 박는다. 자살자가 망서리며 황황해 할 때 어서 뛰여내리라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고 가급적으로《극정》을 고조에로 이끌기 위해 자극적인 말을 내뱉는 알량한 심사도 있다.
     바야흐로 죽으려는 사람을 두고 즐거워 하는 기형적인 심리를 가진 사람들은 우 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져넣을 너절한 인간들임에 틀림없다. 이렇듯 비틀어져버 린 인성을 두고 무슨 도덕설교가 통하겠는가? 로신선생이 말한것처럼《간객(看客)》 심리는 국민의 추악한 렬근성이 아닐수 없다.
    교통사고가 벌어진 현장에 선혈이 랑자해도 빙둘러서서 손짓발짓하며 흥미진진해 하고 무리싸움이 벌어지면 멀직히 비껴서서 재미있는《전투편영화》를 보는듯이 호기 심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눈요기로는 너무 풍족한 구경거리가 될지 모르지만 결국 정신공허를 말해줄뿐이다.
    하긴 나도 그런 경력이 있었고 혈관속에 그런 렬근성이 있었으니 왈가왈부할 리유가 없지만도 지천명에 생명의 허무함을 느끼기 시작해서 이순을 넘어서니 더구나 살생을 염오하게 되는것이 얼마나 허위적인가 느낄때마다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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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우민
날자:2009-08-01 10:58:52
최교수님! 잘 읽고 공부하고 갑니다. 오늘도 날날이 사막화되어 가는 도덕의 뜰에 감수감로를 뿌리시고 신록을 심이 놓으시는군요. 성원을 보내 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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