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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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저쪽
2008년 01월 30일 10시 40분  조회:3351  추천:51  작성자: 최균선

미로의 저쪽

 

 

 

                    허영심으로 빚어진 비극은 아무도 동정하지 않을것이다.

 

                                                            작자

 

       한수 한수의 서정시같은 아름다운 감각을 창출해가면서 둘만의 에덴동산을 답파하던 꿈같은 열련이 식기전에 그들은 영원한 사랑의 사시를 엮기 위해 부부로 되였다. 밀월은 달콤했다. 밀주같이, 하지만 한평생 두고두고 익혀야 사랑의 밀주 한잔 술처럼 홀짝 마셔버릴줄이야,

       화촉동방의 단꿈에서 깨여나 현실로 돌아왔을 때는 한껏 좁아졌던 둘의 세계가 원래대로 넓어지고 유혹의 망망대해에 거친 파도가 일고 잦으면서 그들의 사랑의 쪽배를 마구 뒤흔들었다. 세계는 그렇듯 눈부시게 유혹적이였지만 자신들에게는  피면할수 없는 생활의 산문이 시작되였음을 자인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미 흘러가버 랑만은 기나긴 인생려정에서의 한단락의 전주곡에 불과한것이였던가? 사랑책의 부록에 고뇌라는 주해가 씌여지기시작했던것이다.

       아무튼 보는 사람마다 미사와 유훈을 천생배필이라 했다. 조물주는 녀자들에게 주기 린색한 아름다움을 미사에게는 넘치게 하사했다. 물기를 머금은 크고 까만 눈동자에선 신비로운 빛이 발산하고있었고 알심들여 조각한듯한 복상스러운 얼굴에 하얀 살결, 동양적인 그것과는 조금 다른 매혹적인 코아래 곱게 자리잡은 입술은 그렇듯 유혹적이였다. 게다가 드높은 가슴아래로 멋지게 곡선을 그으며 내려 몸매는 너무너무 섹시하였다.

       지금은 요조숙녀에 재자가인이 별로 없지만 유훈이도 훤칠한 체구에 이목구비가 준수한 남자였다. 어찌보면 미남자들에게 흔히 부족한 사나이의 패기같은것이 비여있는것같아 보였지만 미사에겐 그게 오히려 안전감을 주고있었다. 그만큼 유훈이는 심성도 착하고 정직했다. 그러나 모든 만족스러운 감각은 곁사람들의 흠모의 눈길을 모으기엔 족했으나 생활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자본이였다.

       유훈은 처삼촌의 덕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시기관에 배치받았고 얼마 안되여 부과장으로 되였다. 그러나 로임은 천원남짓했고 소학교교원인 미사의 로임 8백원을 합해야 2천원이 될가 말가했다. 신혼부부들이 거개 그러하듯 그들은 얼굴을 빛내기 좋아하는 현대파들이였다. 그래서 입은 중등정도가 되지 못했지만 입는데는 누구에 못지 않는 멋쟁이들이였다.

       특히 어릴때부터 무남독녀로 곱게 자란 미사는 허영심으로 빚은듯 시샘이 많았고 씀씀이가 헤펐다. 아직 비싼 아빠트에 세를 내고 들어있으면서도 사흘부자질을 하는 그런 타잎이였다. 돈지갑이 비면 미사는 고양이 락태한 모양을 해가지고 네탈내탈하 면서 랑군이 달래면 더구나 울고불고하였다. 사랑이 만든 불만의 녀왕이랄가.

       그래도 격정은 아직 사라지지 않아서 날씨 좋은 봄날 저녁이면 손에 손잡고 거리를 거닐기도 했고 야간시장도 돌아다녔다. 이를테면 신혼의 여흥을 식히지 않고 자기들만의 서정시를 쓴다는것이다

       어느 , 신랑을 누가 빼앗아가기라도 하듯이 팔에 매달려 새롱거리던 미사의 얼굴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금발머리에 멋진 안전모를 눌러쓴 아씨가 번쩍번쩍하는 새모터찌클을 질풍같이 몰고 스쳐지나갔던것이다. 녀자가 그렇게 부러울수 없었다.

“자기야, 미사가 모터찌클타고 달리면 방금 지나간 녀자보다 열배나   멋질거지, 그치?

“두말하면 잔소리지, 우리 미사가 누구라구!정말 그럴듯 할거야,

“그럼 자기야! 사줄래? 우리 학교에두 모터찌클수가 몇이 된단말이야, ?

“그래주군 싶은데 어디 쉽게 살수 있나? 2~3백원씩 하면 몰라두,

“그것봐, 그럴줄 알았다니까, 시골출신의 샌님은 못말려낸다니깐, 이잉, 몰라 당신 사내야 해!”

미사는 대뜸 앵돌아져서 끼였던 팔도 언제 그랬냐싶게 뿌리쳤다. 미사의 응석 거의 어린애의 그것이였다. 유훈은 녀자가 허영심이 돋쳐서 그저 해보는 소리로 듣고 좋은 말로 밀막아버릴것을  붙는 불에 키질하듯 추겨놓고는 속을 태우는판이다. 

《미사, 우린 신혼부부잖아? 행복한 가정엔 안정이 첫째야, 그리구 건강과 착한 량심을 가지고 살아가면돼. 그만 일에 앵돌아지면 어떡해? 어린애같이…》

그날밤, 미사는 등을 돌리고 잤다. 차차 그렇게 랭전이 잦아지기시작하였다. 그러 어느 , 유훈이 멋진 새오토바이를 교문밖에 세워놓고 미사를 기다렸다. 곱지 않은 눈길로 남편을 일별하던 미사의 얼굴에 갑자기 해님같은 웃음이 비꼈다. 자기가 욕심내던 오토바이를 보았던것이다. 그는 남들이 보건말건 류훈의 목을 그러안고 키스를 해댔다.

미사의 소비욕은 그에 그치지 않았다. 하여 결혼하여 일년 남짓한 사이에 빚이 자꾸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사의 입에서 돈소리가 그칠새 없었다. 그때문에 속을 태우 남편을 리해하려는 아량에 앞서 물욕이 광분하는 미사는 밤마다 베개머리에서 가정경제혁신문제를 두고 회의를 열었다.

《자기야, 내말 우습게 들려요? 우리 이렇게는 못살아, 무슨 개혁이 있어야 제…나 선생질 때려치우고 일본갈가?

《안돼,

《왜ㅡ애?

《넌 못들었어? 일본에 젊은 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번다는것을…》

《사람나름이지 ?

《물가에서 놀면서 발이 젖지 않을수 있어? 당신같은 그런 체질의 녀자는 더구나 안돼, 돈이 사람을 따라야지 사람이 돈을 따르면 뒤끝이 좋은법이 없다구.

《그럼 그따위 돈도 후벼내지 못하는 과장자리 말아치우구 출국해요.

《싫어, 개도 않먹는 돈때문에 남들에게 기시받고싶지 않아!》

《그럼 어째요? 연변에 조선족남자들은 제가 무능하면서도 자존심만은 강해서 녀편네의 뒤다리만 붙잡고 있는단 말이야, 엥이ㅡ 몰라,

《이제 단위에서 집을 가지면 알콩달콩 살텐데 욕심이야? 다른 사람들은 돈이 좋아서 녀자를 내돌리지만 유훈은 못해, 녀자의 피땀으로 번돈을 가지고 부자인체 하는 사람들 우습더라,

《달팽이처럼 집만 쓰고 살면 다야? 아래층 진국장네를 보라구요. 사람이 살면 그렇게 살아야 산다구 할수 있지. 이게 뭐야? 도시빈민같이…》

《이 도시에도 맨밥에 겨우 간장만 먹는 사람두 많아, 고향마을에두 가난때를 못벗구 사는 사람들이 얼마라구,

《모두 취했는데 혼자 깨여서 중국혁명을 할수 있나요? 제노릇 하라요.

《권력타령을 하다가 감옥타령을 하는치들을 거의 달마다 본다구, 당신두 조심해, 들통난 탐관오리들의 뒤에는 거개 탐내조들이 있다구, 그렇잖아두 사회상에서 교원 들의 형상이 말이 아니야. 반주임하면서 절대 가지지 말아야 돈을 욕심내다간 다칠줄 알라구.

유훈은 베개머리금전타령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덕은 쌓은데로 간다더니 학식이 있고 청렴하고 패기 있는 유훈은 재정국국장으로 발탁되였다. 원칙성이 강한 그는 조류에 휘말려들지 않으려고 자기를 다잡기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선철을 밟지 않기위해 일체 비정한 거래와 아예 등을 돌리였다. 그래서 그에게서 여러번 코를 떼운 사람들은 유훈의 뒤뜨락에 불을 달기시작했다. 

몇년 그렇게 잘나가던 유훈이가 어찌된 영문인지 시에서는 가장 리윤이 나는 늄공장의 공장장으로 좌천했다. 그러나 미사에게는 외려 그게 돈나무를 안은것으로 생각되여 열이 올랐다. 남편과의 입씨름은 입씨름대로 가고 미사는 제받을것을 받아들였다. 한번 동하기 시작한 탐욕이란 도달점이 없는법이다. 그는 받아들일수록 어벌집이 커졌다. 그저 주는것만 어물쩍 받던데로부터 교묘하게 암시할줄도 알게 되였고 은근히 협박할줄도 알았다. 한번은 유훈이가 오래동안 남방출장을 갔다가 돌아와보니 안해가 가정혁명을 완성해 놓고있었다. 결혼할 갖추었던 가정비품들은 간곳 없고 죄다 최신고급품 으로 일신해버렸다. 공기조절기며 고급비디오며 외제고급쏘파며…

메추리 냄새를 맡은 사냥개의 눈처럼 이상한 빛을 내뿜는 남편의 눈길에 미사는 가슴이 섬찍해났다. 어정쩡해서있는 남편의 가슴에 안겨들며 미사가 속삭였다.

《여보세요, 류훈은 원양선이고 미사는 아늑한 항구이죠? 당신의 사업이 나가는만큼 항만을 건설하는게 안해의 사명이 아니겠어요?

《당신 지금 정신있어? 이렇게 새로 갖추자면 몇만원 가지구는 안되는데 돈이 어데서 난거야?

《아유, 그만 소나기를 울리라구요. 전국을 주름잡으며 다닌다는 사람이 그렇게 담이 작다구야, 안심하세요. 사랑하는 랑군님!》

《안심하게두 되였네. 그러다가 남편을 잡아먹지 않나 보라구. 젠장!》

《내가 제목숨같은 남편을 잡아요? 리윤이 쏟아지는 돈나무를 차지하고 앉은 창장이 무슨 걱정인가요?

《생각이 정도야? 그게 국가공장이지 공장이야? 공장장이면 공장을 말아 먹는 책임을 진줄로 아는 모양이지? 절은 황페해도 방장은 살진다는 그런 경우는 내게 없을테니까 너무 기대하지 말라구.

《아이구!주총리가 걱정을 하구 계시네요. 남들은 공장을 다말아먹고도 자리만 높아지더군요. 당신도 여차하면 딴데 날아가버리면 되잖아요? 부어놓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마신다구요.

《허, 동안 말을 많이 배웠군, 그게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람이 말이요?

《교원, 교원 하지 말아요. 모두들 턱없이 높이 받들지, 교원은 탄산까스만 마시고 산소만 내쏘는 신선인줄 아나베. 우리 학교에두 어른신네 마님들이 몇이 있는 잘들만 하구 다니드라구요. 그게 어디서 돈인데?

《남이야 지옥의 복도를 지나서 천당으로 가든 말든 우리는 우리식으로 사는거야. 그래 무슨 돈으로 이렇게 해놓은거야?

《나 내몸에 달린것 죄다 팔았어요. 보면 몰라요?

《그래두 그돈 가지구는 어림도 없을텐데…》

《여보, 당신 없으니까 바람이 날번했어요. 얼른 씻고 자자요. ?

유훈이가 목욕하고 나오니 실한오리 걸치지 않은 미사가 대자로 침대에 누워 기다리고있었다. 이젠 부끄러움도 밀어부치고 알몸을 자랑하고있는 녀자가 조금은 마땅했지만 탄복하지 않을수도 없었다. 안해의 육체는 그렇게 완미했던것이다. 밖에 나돌아다닐때마다 감겨드는 배동아가씨들과 한바탕 뒹굴어볼가 하다가도 안해의 매혹적인 몸을 생각하곤 아예 접버리군 하던 유훈이였다. 그는 먹이를 발견한 호랑이 처럼 미사에게 와락 덮쳐들었다…

미사는 행복한 신음소리로 남자를 취하게 만들고있었다. 마음에 불이 달리면 입에서는 불꽃이 튀기마련이다. 얼마나 아늑한 밤인가!따스하고 폭신한 침대가 울리 밤의 교향악은 금전다음의 달착지근한 정신적 육체적인 향수이다. 잠에 곯아떨어 안해의 머리밑에 베개를 받쳐주다가 유훈은 신음소리를 냈다. 팔아버렸다던 금은 장신구들이 그대로 있었던것이다. 그는 소태를 씹은듯 입이 쓰거워났다.

그날 유훈은 무서운 악몽에 시달렸다…

 

2.

 

세상에 깨지 않는 미몽이 없고 파하지 않는 잔치란 없다. 그것을 뒤늦게야 깨친 미사가 일은 이제 무엇인가? 드디어 수뢰죄, 재산래력불명죄로 기소되여 갇히게 남편을 미사는 통곡하고말았다. 속죄하는 길이란 남편을 구하는길이였다.

누군가 팔방미인 장파를 찾아가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세상이 무너져도 장파란  사람을 다시 보고싶지 않던  미사이다. 장파는 중학교때부터 검질기게 달라붙던 남자 였다. 지방대학을 나왔지만 행운을 타서 지금은 무슨 회사의 경리로서 사회각계에 연줄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미사는 그를 만나기가 죽기보다 싫었지만 다른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찾아가지 않을수 없었다.

장파는 중학교동창에게서 미사가 남편일때문에 찾아갈테니 돌보아주라는 말을 들을 코웃음쳤다. 그렇게 매정하게 굴던 녀자가 이제 저절로 자기앞에 무릎을 꿇게 되였으니 세상일이란 참으로 묘하게 얽히지 않는가!(망할년, 어디 두구보자. 네년이 얼마나 도고한지…남이 빨던 사탕알이라도 윽깨여줄테다!)

그렇게 담넘어가는 구렁이처럼 속타산을 마친 장파는 웃는 얼굴로 미사를 반가워 껴안을듯이 열정적으로 맞아주었다.

《참, 유훈이가 그렇게 되다니? 전도유망한 친구였는데, 립장에서 된다 안된다 단언할수는 없지만 미사의 부탁이니까 한번 구멍수를 찾아보기요. 돈은 다른 사람에 게는 통할지 모르나 이럴 나에게 가져오는게 아니요. 일이 풀린 후에 보기요.

장파는 미사가 겨우겨우 끌어모은 돈을 내밀었지만 끝까지 받지 않았다. 미끼를 던진것이였다. 다음번에 찾아온 미사에게 동침을 놓았다.

《잘 안되겠더구만. 요즘 바람새가 세차서…몇이 손잡고 해야 하는데 법원이나 검찰원친구들이 모두 풍향을 보고 자라목처럼 움츠러뜨린단말이요. 가볍게 판결한 일두 아니구해서…》

《판결이요? 그럼 몇해나 걸릴가요?

《글쎄, 수목이 적지 않으니 십년이 걸릴가?

미사는 앞이 캄캄해났다. 그녀는 비로소 생리별의 절벽가에서 자기 사랑의 깊이 들여다보았고 허영심에 받들린 탐욕이 빚은 비극의 참혹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미사는 후회를 짓씹으며 소리없이 울었다. 잃어버린 사랑을 그리는 녀자의 마음은 거개 아름다운 추억의 꽃다발을 엮는것으로 저려드는 가슴을 달래는법이지만 미사는 그냥 그대로 컴컴한 동굴속을 슬픈 눈물로 채우고있을뿐이였다.

쾌락, 행복이란 그것을 찾는곳에서 오히려 깡그리 잃어버릴수도 있다는것을 그는 몰랐던가? 참으로 꿈은 짧고 후회는 길었다. 하루는 장파가 희소식을 전하겠다며 집에 찾아왔다. 미사는 있는 정성 없는 정성을 다해 장파를 접대하였다.

《그래 정말 방법이 없단 말인가요? 모두 장파씨가 귀신도 무릎을 꿇일만큼 신통력이 있다던데요.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남편을 구해내야겠어요.

《렬녀춘향이가 여기에 있었군, 감동되오. 하긴 장파가 살손을 대면 안될것두 없는 일이지만 문제는 미사가 나와 배합하는가 하는것인데…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요. 미사도 짐작하고 있을텐데…》

장파의 눈길은 얇은 옷을 터치고 나올듯이 부푼 젖가슴을 눈빗질하고있었다.

《무엇을 배합한단말인가요?

《무슨 배합인가구? 이렇게 하는 배합이지,

장파가 미사를 와락 끌어안으며 씨벌거렸다. 미사는 반항할 힘이 없었다. 남편을 위해서라면 승냥이에게 잠시 물어뜯겨야 한다고 마음먹기도 했던 그였다. 남편과 사랑을 나누던 침대에서 미사는 반은 허락 하고 반은 거절하는 모순된 심리속에서 장파게 당했다. 녀자의 정조란 아침이슬이런가, 지나가는 똥파리의 날개짓에도 떨어지고 마는 순결의 꽃이런가, 장파가 련거퍼 달려들자 미사는 죽은듯이 눈을 감고 괴로운 신음소리로 터지는 통곡을 짓눌렀다.

《넌 원래 내가 차지해야 했던 녀자야, 이제 남편을 구하겠으면 고분고분 말을 잘 들으란 말이야, 알았지?

불우할 때는 친구도 없는법이다. 미나가 이런 처지에 빠지고보니 모두가 그녀를 쓴외보듯 했다. 남편을 잡아먹고 바람까지 피운다고 장파가 동네방네 소문을 내버린 것이다. 게는 영원히 똑바로 걷게 할수 없다. 학교때부터 구제불능의 부랑자이던 장파는 미사에게 거마리처럼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었다. 그는 순전히 복수심에서 광분하고있었다. 매번 그에게 릉욕당할 때마다 미사는 오열을 짓씹었지만 물리치지는 못하였다. 자기의 허영심과 탐욕으로 하여 진구렁텅이에 밀어넣은 남편을 자기 육신으로라도 구해놓고 다음 어떻게 하려고 마음먹었다.

오직 사랑하는 남편에게 바쳐야 했던 육체, 오직 그에게 바쳐야 행복했던 육체가 장파의 복수의 칼도마우에서 짓찟길 때 그것이 남편을 위한것이라고만 자신을 위안해야 했다.

 

3.

 

몇달후 유훈은 5년징역에 떨어졌다. 장파는 그만큼 된것도 자기가 나서서 힘쓴 덕이라고했다. 남편을 구하지도 못하고 몸만 버린 미사는 장씨가 죽이고싶도록 미웠 지만 어쨌든 좀 덕을 보았다고 생각할수밖에 없었다. 남편을 볼낯이 없었지만 미사는 면회하러 갔다. 그러나 유훈은 만나주지 않았다. 그가 어디서 벌써 알고있었는지 더없이 허전한 마음으로 면회실문을 나서는 미사는 그를 위해 바친 무모한 대가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죽고싶었다. 만약 남편이 자기의 더러운 교역을 알고있다면  절대 자기를 용서할수 없다는것은 알고있지만 그래도 한번이라도 보고싶었다. 남편은 꿈에 찾아와서는 그에게 침을 뱉으며 욕했다. (이 더러운 년아, 내 일체를 망가놓고 무슨 면목으로 날 찾아와? )

그러나 미사는 찾아가고 또 찾아갔다. 그리고 하루건너 편지를 썼다. 기실 유훈은 안해의 비정한 짓을 모르고있었다. 다만 안해가 너무 탐욕을 부리는바람에 자기마저 끌려들었다고 생각하며 미사를 증오한것이다. 그러나 눈물에 젖은 그녀의 진정이 유훈의 차디차게 얼어붙었던 마음을 감동시켰는지 마침내 편지가 왔다.

ㅡ미사, 나 마음 고쳐먹고 생각해보니 미사를 미워할게 아니였소. 내 자신에게 탐욕이 없었다면 미사가 아무리 꼬드겨도 넘어가지 않았을거요. 난 사나이답지 못하 게 당신을 거절했지, 당신을 만나고싶지 않은것은 당신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이 모양 이 꼴이 된 내 모습이 싫었기때문이요. 나는 꿈마다 당신의 얼굴을 본다오…죄는 씻 는것이 아니라 용서되는거라오. 그러니 난 당신을 용서하기로 했소…

남편은 끝까지 좋은 남자였다. 나쁜것은 오직 자기뿐이였다. 남편의 매 한마디가 먹물같이 시커멓던 그녀의 가슴속을 씻어주었고 따스한 사랑의 정이 봄물처럼 흘러들게 했다. 그는 사람들의 눈총보다 자기 량심이 부끄러워 학교를 떠나 직장을 옮겼다.

비록 죄지은 몸이지만 일편단심 남편의 뒤바라지를 하며 기다리다가 실토정을 하고 어데론가 사라져버릴 마음을 다지며 자기를 다잡아가고있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날 눈물을 흘리며 편지를 쓰고있는데 장파가 귀신같이 새여들어왔다. 그 동안 미사의 열쇠를 훔쳐다 복제해두었던것이다.

《왜 함부로 남의 집에 들어오는거야요?

미사가 생판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하자 장파가 이죽거렸다.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두번째 남편을 두구? 그 따위 죄수는 감옥에서 썩게 내버려두구 나와 결혼해서 살자구, 당신 내 첫사랑이 아니야?

《당장 나가지 못해요? 사람을 부를테야!》

《급해 말아, 나가야 할때면 어련히 나가지 않을라구, 자 우리 한판 불이 번쩍 나게 굴러볼까? 미사와 해야 난 군이 뚝 떨어지거던!요며칠 못했더니 하 이것보라구, 막 지랄이 나네.

《건달새끼!썩 물러가!》

미사는 손에 잡히는대로 아무거나 장파에게 쥐여뿌렸다. 그러나 미사가 아무리 발악해도 장파의 우악지손에 잡혀서 할딱거릴뿐이였다. 그녀는 장파가 그러안는 순간 에 팔을 꽉 물어놓았다. 성이 독같이 난 장파가 미사의 머리를 마구 벽에다 쪼으며 으르렁거렸다.

《망할년, 내손에서 벗어나려구, 멋진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야!넌 영원히 내가 들어가고싶을 때 들어가고 나오고싶을 때 나오는 변소란말이다. 이제와서 정조 를 지킨다구? 개나발같은 소리 하지마.

장파가 욕지거리를 하며 옷을 벗는 사이에 미사가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강도야ㅡ 사람 살려요!》

장파의 철퇴같은 주먹이 미사의 태양혈을 들이쳤다. 미사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 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장파가 바지를 입고 있었고 자기는 라체로 침대에 눕혀져있었다.

《개같은놈, 널 하늘끝까지 가서 고발할테다!》

《개라고? 쳇 이 개좇을 무척 좋아하던데!내 알려주지, 사실 나 너의 남편을 가볍게 해줄수 있었어. 하지만 이 어른은 생각이 따로 있어서 입한번 뻥긋하지 않았 거든, 난 네년에게서 돈일전 받은 일두 없으니까 무서울것 없어, 네가 원해서 잠간 잠간 놀아준것뿐이야, 안그래!지금은 서로 좋아서 들어붙는것은 그 누구도 관계치않 는줄 몰라? 아직 성차지 않으면 한번 더 굴러줄가?

워낙 막돼먹기로 이름이 있었던 장파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리 없었다. 개입에서 상아가 나오지 않는법이다. 미사가 아무리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저주했 지만 장파는 오히려 사진기를 꺼내여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있는 알몸을 찰칵찰칵 찍어대며 계속 약을 올려주었다.

《날 원망하지 말아, 이건 너 스스로 보여준것이니까, 이제 맘대로 해보라구 이런 사진은 이미 앨범을 만들만큼 많이 찍어두었으니까. 강간당한 녀자가 자기 라체를 마음대로 산진찍도록 내버려둘수 있어? 네가 번마다 고생한걸 갸륵하게 여기고 곱게 다루는거야, 다음부턴 그러지마, 그러지 않아도 싫증날가 하는데…》

미사는 천만뜻밖이였다. 장파가 그렇게 더러운 심보로 자기 욕심을 채울줄은 정 말 상상도 못했다. 눈에서 불이 일었다. 미사는 알몸이란것도 잊고 번개같이 일어나 사진기를 덮쳤다. 녀자가 그렇게 악착같이 접어들줄 몰랐던 장파는 한동안 당황해났 다. 제정신이 아니게 달려드는 녀자가 아무짓이라도 저지를것 같았다. 

《개새끼!》

《뭐? 개새끼? 그 아가릴 좀 찢어놓을가?

장파가 생각없이 손가락을 미사의 입에 넣고 째는 시늉을 했다. 그 찰나 미사가 장파의 식지를 죽어라고 깨물었다. 으드득!소리가 나며 장파가 돼지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발광했다.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고해도 미사가 죽기내기로 물고있어 도저히 빼낼수가 없었다. 정신이 아찔해났지만 한손으로 녀자의 머리를 비틀려고 모지름               을 썼다. 허사였다. 죽기로 작정하고 달려든 녀자의 악센 이발은 끝내 장파의 손가락을 물어 끊고말았다.  피가 뚝뚝 흐르는 손을 붙잡고 길길이 뛰던 장파는 녀자의 배를 걷어차고 어마지두에 내뛰였다. 사진기도 땅바닥에 나딩굴었다.

한참만에야 제정신이 든 미사는 입안에 그득 찼던것을 왝 토했다. 장파의 더러운 손가락이였다. 소리없이 울고 울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꺼멓게 죽어간 손가락을 비닐 주머니에 넣어 간수했다. 아까 편지를 쓰면서 맹세하는 말까지 록음하려고 켜두었던 록음기가 그냥 돌고있었다. 장파의 말도 고스란히 록음되여있었다. 장가의 죄증이 자연스럽게얼 손에 들어온 셈이다.

미사는 남편이 감옥에서 나오는 날까지 어떻게든 말썽을 일으키지 말고 참고 견 디려고 장파를 기소하지 않았다. 사람을 불러다 새 열쇠를 바꿔달고 j시에에 있는 작은 삼촌집으로 피신을 갔다. 얼마후 삼촌을 통해서 문화관에 전근까지 했다. 그는 가슴을 치며 깊이 깊이 반성했다. 허영은 명예가 무엇인줄 알려주었고 수치와 굴욕은 순결과 량심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야차같은 장파가 어떻게 낌새를 채고 쩍하면 찾아와서 지분거렸다.

《그래, 어디 덤벼봐라, 개새끼보다 못한 놈!이번엔 손가락이 아니라 그 더러운 것두 썩둑 잘라버릴테니까. 어디 한번 기여들어봐!》

미사가 하도 지독하게 나오는지라 장파는 잠시 물러섰다. 기실 장파는 학교때부 터 실속은 없이 그저 소문만 났지 대방이 목숨을 내걸로 달려들면 늘 가슴이 섬찍해 하는 허울뿐인 돌장비였다. 미사가 진짜 눈에 살기를 띠고 달려들자 장파는 정말 어느 때 그걸 내휘두르다가 독한 년이 썩둑할는지도 모른다고 한동안은 얼씬거리지 않았다. 다만 녀자가 어떻게 자기를 유혹하고 남편까지 망쳤는가를 소문내고 다녔다.

《그래, 좋다!순순히 말을 듣지 않으면 너의 라체사진들을 이 벽에 붙여놓으면 되겠지? 멋있을거야,

연거퍼 들이닥치는 육체적고통, 정신적압력, 장씨의 류언비어, 동업자들의 백안 시…미사는 더 배겨내지 못하고 단위에 나가지 않았다.

 

4.

 

미사가 견딜래야 견뎌낼수 없는 고통의 바다에서 허덕일 때 또 다시 청천벽력같 이 비보가 날아들었다. 사람의 고통은 씹을수록 더 쓰거운 법이던가. 유훈이가 야외 로동중 탈옥하려는 두 죄범을 제지하려고 막아섰다가 단말마적인 발악을 하는 그자 들의 손에 죽고말았다는것이다. 간신히 기대고있던 정신기둥이 송두리째 뽑혀 버렸다. 까무러쳤다가 깨여난 그녀는 자기가 이 세상에 더 살아남을 리유가 없음을 똑똑히 깨달았다. 결국 남편을 두번 죽인 흉수가 그 자신이였던것이다. 저승에서 남편이 불충한 자기를 용납할지 몰라도 죽어가서 남편의 령혼과 만나는 길밖에 더  없었다. 그는 복수의 길에 올랐다.

남편이 죽은지 얼마되지 않아 미사의 반상적인 행동은 사람들을 오리무중에 빠지 게 했다. 그는 변호사를 찾아다녔고 법원을 드나들었다. 그런데 장파가 낌새를 채고 선손을 썼다. 집에다 감추어둔 유일한 증거물인 록음테프도 잃어지고 사진기도 없어졌다. 장파는 미사를 찾아와 이기죽거렸다,

《미친년, 네가 나와 맞서보려구? 지난 날을 잊고 그래도 나와 결혼해서 새롭게 시작하는게 그래두 좋은 일이야.

그러나 미사는 참고 견디여나갔다. 그는 몰래 울었다. 몰래 우는 녀자는 복수를 다지는 녀자인것이다. 장파는 쩍 하면 전화를 걸어와서 얼리고 닥치고 위협하며 그를 피를 말려죽일작정이였다. 그러나 미사가 그 모든 말을 록음해둘줄은 몰랐다. 아무튼 기소의 길은 멀었고 굽이가 많았다. 사회의 어중이떠중이들과 휩쓸 려다닐뿐만아니라 사회에 든든한 빽까지 가지고있는 장파같은 악질을 한 섬약한 녀자가이긴다는것은 심히 어려운 싸움이 아닐수 없었다.

미사는 드디어 장파앞에 투항했다. 장파는 미사가 자기에게 속수무책인것을 잘 알고있는지라 녀자의 투항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안해가 한국에 나가 6년이 되도록 돌아올념을 하지 않아서 보톨이로 살고있는 그는 이 기회에 아예 미사와 결혼 할 작정까지 하고있었다. 하지만 자기를 해친 고장을 호의를 가지고 돌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것을 장파는 몰랐다.

어느새 또 여름이 되였다. 그동안 미사와 장파의 정염도 달아오를대로 달아올 랐다. 미사가 주동적으로 장파를 찾을때가 많았다. 장파는 통천하를 얻은듯 마음이 둥둥 떠다녔다. 그들은 보란듯이 쇼핑도 함께 했고 식당에도 드나들었다. 서산언덕의 과원에 배꽃이 활짝 피여난 5월의 어느날 그들은 산으로 놀러갔다.

신록이 한창인 오월의 숲속에서의 랑만적인 기분속에 둘은 술판을 벌려놓고 희희 락락거렸다.

《자 술은 그만하구, 야외의 동물운동을 한바탕 벌려볼가?

사내의 목소리는 잔뜩 비린내에 절어있었다.

《가질것 다 가지고 그냥 하는 짓인데 뭐가 그리 좋아서 재촉질이야? 저기 시내물에 깨끗이 씻고와요. 나 불결한거 좋아하지 않는거 알지?

《씨팔것, 이제껏 강간하는식이였잖아? 너와는 해두 해두 싫지 않은게 그 굴진 작업이지, 어서 차비해!오늘은 진짜 순종하는 녀자와 찰떡을 칠판이니까.

녀자는 계산이 확실하게 공격을 들이대고있지만 남자는 준비가 없이 그저 속만 부쩍 끓이고있다. 벌써부터 아래가 뻐근해난다. 남자가 시내가로 내려간후 미사는 광천수병에 무엇인가 재빨리 쏟아넣고있었다. 사내가 돌아오자 잔을 내밀었다.

《자, 이걸 마셔!힘을 부쩍 쓰게 약을 넣었으니까 수캐처럼 두어시간 해야 돼, 아니면 아예 시작도 말구, 이번엔 내가 씻고 올테니 자리랑 잘 펴놓고 기다려요.

미사는 장파가 보란듯이 풍만한 엉뎅이를 흔들거리며 시내가로 갔다.

《얼른 왔!나 지금 한창이란말이야,

그렇게 재촉은 해도 녀자는 어째 돌아오지 않았다. 한달음에 달려가 끄뎅이를 잡 아와야지 하며 일어서려니까 하늘이 핑그르르 돌아갔다. 이윽고 미사가 달려왔다.

《이봐요, 왜 이 모양이야?

미사가 남자의 뺨을 철썩 철썩 소리나게 때려도 싸이나를 먹은 까투리처럼 고개 를 구겨박고 맥을 못춘다. 미사의 얼굴에 살기가 스쳐지나갔다. 그는 가방에서 가는 나이롱끈을 꺼내여 죽은 돼지같은 장파의 두팔과 다리를 큰대자로 네그루의 소나무에 비끄러매여놓고 아무옷이나 집어 사내의 흉측한 곳에 던졌다.

칼탕쳐도 시원찮을 놈팽이를 어떻게 요정낼것인가를 몇백번이고 생각해온 그녀였 지만 정작 손을 대자니 속부터 메스꺼워나면서 가슴이 팔딱팔딱 뛰였다. 그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는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슬피게 울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장파의 황겁한 목소리가 뒤덜미를 더럽혔다.

《이ㅡ이게ㅡ에 다 뭐ㅡ하느느 짓ㅡ이야?

미사는 비장한 결심을 하고 돌아섰다.

《뭐 하느냐구? 그래 이제껏 내가 당했지만 오늘은 내가 널 해주는거야,넌 인간쓰레기도 안되는 썩은 개똥이다!

미사의 손에  술병과 라이타가 들린것을 본 장파는 대뜸 판이 돌아가는게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가살을 부렸다.

《미사 장난두 너무한데, 이걸 풀어놓고…응? 나 잘못했어, 용서해줘! 응?

남을 해칠때는 인간이하로 잔인하고 혹독한자들이 일단 자기가 당하게 되면 대번 에 얼이 쑥 빠져나가면서 비굴해지는 법이다. 음흉하기 짝이 없고 악착하기 그지없던 장파가 바로 그런 류형의 사내였다. 일이 글러진줄 알자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장파의 입에 그의 양말짝이 틀어박혔다.

장파는 웃어도 불량해보이는 생김새였다. 미사는 희번덕거리는 눈을 보자 소름이 쭉 끼쳤다. 이런 악당에게 수없이 릉욕당했다고 생각하니 더구나 치가 떨렸다. 녀자의 입에서 《빠드득!》 하고 이발을 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장파는 온몸 에 경련을 일으켰다. 미사는 장파의 사타구니에 덮힌 옷에 술 두병을 다 부었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여 입에 물었다.

장파가 사태가 엄중해짐을 느끼자 죽기내기로 요동쳤지만 사지를 갈라서 묶어놓 은 바람에 꼼짝 달싹할수 없었다. 남자의 눈에 눈물이 질퍽해졌다. 그러나 미사로는 아무런 동정심도 나지 않았다. 남자의 몸에 덮혔던 옷밑으로 더러운 물이 흘러내렸다. 장파가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실수를 하고있는것이다. 미사는 속이 울컥 했다. 미사는 남자의 입에서 양말을 뽑아던졌다.

《미사!날 제발 살려줘, 내게 있는 재산 다 줄게…》

《살려달라구? 그래 아직은 죽이지 않을게, 네놈이 그동안 꾸민 짓을 다 털어놓 으면 살려둘지도 모른다. 내 남편의 억울한 넋도 지금 내 옆에서 통곡하고있어, 이 개새끼만도 못한 놈아!어서 썩 말하지 못하겠니?

장파가 다시 오줌을 질질 갈기고있었다.

《응, 내ㅡ다 말ㅡ할게… 》

장파의 머리맡에서 록음기가 조용히 돌아가고있었고 미사는 오열을 삼키며 울음 을 씹었다. 알고보니 그 많은 회뢰는 다 장파가 자기 리익을 챙기기 위해 사람을 시켜 보낸것이였고 나중에 고발한것도 장파였다. 그는 그만큼 미사를 가로챈 유훈이 를 잡아먹지 못해 속을 앓았고 미사에게 보복하기 위해 오랬동안 별러왔던것이다…

미나가 라이타를 절컥거렸다. 심지를 잔뜩 돋구어올린 라이타에서 불길이 씨익ㅡ 하고 솟구쳤다 꺼졌다 하였다..

《살려주!누나, 나 죽을 죄를 졌어, 으흑…》

장파는 진정 울었다. 그렇게 하늘이 낮다고 날뛰던 놈이 덩치값을 못하고 찔찔 우는 꼴이 한심스러웠다. 법도 다스리지 못한다는 악한, 오늘 이 비렬한 인간쓰레기 를 산속에서 청리한다고 생각하니 미칠것만 같았다. 《하하하…》죽음을 각오하고 남 을 사경에 몰아가는 녀자의 웃음은 말그대로 소름이 끼쳤다. 소나무가지에 앉아 시름 없이 울던 산새 한마리가 미사의 살기띤 웃음소리에 놀라 포르르 날아가버렸다.

《사람 살려주우ㅡ엄마야!》

장파의 비명이 더 길게 울리기전에 다시 양말짝이 틀어박혔다.

《뭐? 엄마라구? 이 새끼야, 네같은 놈을 내싼 에미를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

드디어 미사의 손에서 라이타가 켜졌고 뒤미처 장파의 사타구니에 떨어졌다. 도수 높은 백주에 불은 잘 달렸다. 장파의 눈은 보기에도 무섭게 튕겨나올듯 커졌고 네각을 버둥거리는 바람에 묶인부위에서 피가 빨갛게 내배고있었고 장파의 동공이 점점 커가고있었다. 미사는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5.

 

이튿날, 점심무렵 경찰차가 미사네집에 들이닥쳤다. 이웃집에서 가스냄새가 지독 하게 나서 문을 두드리다 못해 경찰을 불렀던것이다. 경찰들이 문을 마스고 방안에 들어서니 가스냄새가 코를 쿡 찔렀다. 문들을 다 열어젖히며 한동안 벅적을 캐서야 사태를 파악할수 있었다. 침대우에 하얀 소복을 한 녀자가 고요히 누워있었다. 그 모 습은 잠자는 모습 그대로였다. 이미 숨은 끊어져있었다. 머리맡에 몇글자 적힌 종이 한장 놓여있었다.

ㅡ신성한 법률도 돈앞에서는 하녀로 되는것을 보고 이렇게 참혹한 짓을 저지르지 않을수 없었다. 이는 법률제재에 앞서 천륜에도 어긋난다는것을 나는 안다. 나는 죽 어서도 저주맞은 녀자가 될것이며 복수의 녀자귀신이 될것이다. 그러나 무고하게 죽은 내 남편의 《죄값》과 맞먹지는 못할것이다.

나는 원래 법률의 공정성을 믿고 그 위력의 덕을 보려고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아무도 나에게 푸른 등을 켜주지 않았고 나는 코밥만 먹었다. 법률이 나약한 녀자의 켠에 서주었더라도 나는 이렇게 비인간적인 수단으로 비인간을 징벌하지 않았을것 이다. 한 녀자가 복수에서 실패하면 죽음로 호소하고 죽음으로 자기를 지킬수밖에 없다. 용서같은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 어처구니 없는 욕망의 대가를 두 목숨으로 치러야 하는것이 안타까울뿐이다…

유서와 함께 록음테프와 이미 무엇인지 잘 알아볼수 없는 더러운 뼈쪼각과 사진 들이 나왔다. 모두 악연해서 입을 딱 벌렸다. 그러나 이튿날 죽은 녀자가 알려준대로 산속을 뒤지니 더구나 끔직한 일이 기다리고있었다. 생식기가 불에서 데여서 형체가 없이 되였고 무섭게 이그러진 얼굴에서 근육이 푸들거렸지만 두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목에서 고양이 앓는소리같은 괴상한 소리만 새여나왔다…

 

 

 

                                     200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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