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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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소설창작의 원리 , 제1절 소설창작의 기법
2007년 08월 13일 09시 35분  조회:4706  추천:25  작성자: 최균선


                                              제2장 소설창작의 원리

                                              제1절 소설창작의 기법

   1. 소설의 서사공능
   소설은 묘사의 문학이자 서사의 문학으로서 서술방법이 그 소설의 성패를 가름한다. 소설이 되기 위한 진술의 언어를 “소설문장”'이라 한다. 서사.묘사의 기술양식에서 소설문장이 비롯된다. 서술에는 서술행위에 의해서 산생된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가 문자로 고정된 형태인 텍스트를 모두 포함된다.
    소설에서의 묘사는 사물과 일정한 현상에 대해 지배적인 인상을 중심으로 그들의 특질과 양상을 그려내는것이다. 서술주체의 자태는 소설문체성립의 중요한 인소이자 소설의 가치취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인소이다. 프랑스의 문학비평가, 작가인 롤랑 바트는 서술은 인류의 계몽사에서 언어가 발명된 후에야 출현된 일종 력사초월이였고 오래된 문화현상에 대한 초월이라고 하였다.
   소설의 서술공능에는 미시적서술과 거시적서술 두가지 기본공능이 있다. 미시적서술은 소설의 서술중에 내부적결구층차와 구체시간 안배의 관계이다. 만약 소설에서 시간순서에 따라 일련의 사건들을 조직하고 서술했다면 곧 “미시적서술”이 된다. 미시적서술은 소설에서 주요하게 심미적경향을 구체화한다.
    1) 서사방법
    소설의 서술방법에는 작가가 인물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작가가 직접 나서서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 리론서들에서는 보통 전자를 보여주기라 하고 후자를 말하기라고 부른다. 전자의 개념들은 직접적 제시에 속하는 묘사에, 후자의 개념들은 간접적제시에 해당하는 서사에 근접하는것으로 리해할수 있다. 서술의 공능은 일종 시간을 다른 일종의 시간으로 바꾸는것이다. 서술자는 그가 흥취를 가진 시간을 선택한다.
    시간한계를 전제로 할 때 다섯가지 서사방식이 있다. 즉 서술시간과 이야기시간이 대체로 맞아떨어지게 하는 등가적서술(等述), 서술시간이 이야기시간보다 짧게 하는 개략적서술(槪述), 서술시간이 이야기시간보다 길게 하는 확대서술, 서술을 잠간 중지함으로써 이야기시간이 조용히 흘러가게 되는 생략서술, 이야기시간을 잠간 중지하고 서술하지 않는 정태적서술(靜述) 등등이다.
   서술방식의 다양성은 서사작품의 다양한 절주를 구성한다. 소설의 서술은 묘사와 서사를 두축으로 삼는다. 묘사는 감각적경험 내지 대상을 생생하고 박진감있게 체험케 하고자 의도한 표현수법이다. 서사는 어떤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술방식이다. 작가는 기질, 예술적의도, 대상의 성격 등에 따라 묘사를 위주로 할수도 있고 서사를 위주로 할수도 있다.
    어떤 형태의 서술이든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재생, 전달하기 위해서는 독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진실한 서술태도가 관건이다. 서사는 움직이는 생명에 관련된 사건을 기술하므로 묘사와 서사는 주관적이며 내적인 예술의도에서 기인되며 감각적이고 예언적이며 개별적이고 구체적이며 암시적이다. 소설에서 서술은 간결성과 선택성, 정밀성과 상상적호소력 등을 생명선으로 삼는다.
    가) 시각적묘사 : 감각중에서 가장 직관적이고 확실한 감각은 시각이므로 묘사에서 시각묘사는 흔히 쓰는 묘사수법이다. 무엇을 보는듯이 그리려면 시각 적인 단어들로 독자의 시야에 실물이 나타나도록 알심들여야 한다.

   례: 들은 온통 초록전에 덮여 벌써 한 조각의 흙빛도 찾아볼수 없다. 초록의 바다, 초록은 흙빛보다 찬란하고 눈빛보다 복잡하다. 눈이 보얗게 깔렸을 때에는 흰빛과 능금나무의 자주빛과 그림자의 옥색빛밖에는 없어 단순하게 옷벗은 녀인의 나체같은 것이ㅡ봄은 옷입고 치장한 녀인이다.

                                              ㅡ ≪들≫

나) 청각적묘사: 묘사는 보여줌에 그칠일이 아니라 들려주기도 해야 한다. 문자로 된 묘사이지만 독자는 글줄속에서 련각적인 느낌을 절실히 바란다.

    례: 얀들얀들 나부끼는 초록의 양자는 부드럽게 솟는 음악, 줄기는 굵고 잎은 연한 멜로디의 마디마디이다. 부피 있는 대궁은 나팔 소리요 가는 가지는 거문고의 음률이라고나 할까, 알레그로가 지나가고 안단테에 들 어갔을 때의 감동ㅡ그것이 봄의 걸음이다. 풀위에 누워있으면 은근한 음악의 율동에 끌려 마음이 너벗너벗 나부낀다.

    다) 미각과 후각적묘사(통각): 소설적묘사는 멋과 소리를 전달해야 할뿐만아니라 글속에서 맛이 나고 냄새가 풍기는듯 묘사해야 제격이다.

   례: 혀끝에 뱅뱅 돌면서도 쉽사리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수 없는 맛과도 흡사하다. 이윽고 석류였음을 깨달았을 때 재희의 마음은 무지개를 본듯이 뛰놀았다. 옛 병풍속의 석류의 그림이 기억속에 떠올랐다. 어디서 흘러오는지도 모르게 그윽하게 코끝을 채이는 그리운 옛 향기, 약그릇이 놓이고 어머니가 앉았고 머리맡에 병풍이 둘러 치워 있었다. 약향기가 어머니의 근심스런 얼굴에 서리었고 병풍속나무에 석류가 귀하였다.
                                                                 ㅡ ≪석류≫

   례를 든것처럼 시간적, 공간적인 배경을 보는듯, 듣는듯 실감나게 그리기 위해서 시각, 청각적인 느낌대로 묘사하거나 인물의 심리상태를 느끼는듯이 미각과 후각적으로 그리여 통감을 느끼게 하거나 사건을 묘사하는데도 후각적묘사를 하는것은 일종 재치이다.
    우리는 특정된 각도에서 소설의 심미특징을 감수할수 있다. 서술자가 이야기를 짜나가는 방법의 하나는 각종 사건이 점하는 시간의 비례를 안배하는것이다. 중요한 사건은 실제과정보다 더 길게 쓸수 있으며 때론 기나긴 력사과정을 한두마디로 개괄해버릴수도 있는바 이것이 바로 “서술속도”이다.
    소설의 서술속도는 수요에 의해 빨리고 늦추고 삭감하거나 증강하는것 등은 매 하나의 사건이 상대적중요성을 표명할뿐만아니라 서술공능의 “절주미”를 현시한다. 이렇게 하면 시간배치에서 이루어지는 정절의 반복, 변화와 간격은 악장의 선률처럼 되게 한다.
    소설의 미시적서술은 서술과정의 각개 사건의 용접관계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복합관계가 바로 소설의 “서술도식”관계를 형성한다. 미시적서술의 시간배치가 다양하고 교묘하기에 소설의 서술도식의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이를테면 두갈래 사건이 갓시작될 때에는 각개 독립적으로 발전하다가 중간에서 합쳐지여 계속 발전하면서 정점에로 치닫는다.
    어떤 소설은 일계렬의 사건을 시종 전후의 긴밀한 련계속에서 발전시는데 이런 서술도식을 일컬어 “고리형도식”이라고 한다. 이처럼 소설의 서술도식은 일종 구도미(构图美)를 형성한다. 사건의 교묘한 련접은 다종다양한 결구도식을 형성시킬수 있다. 그런데 서술 속도와 서술도식은 소설작자가 임의대로 하는것이 아니라 소설자체의 창작예술규률에 의해 결정된다는것이다.
   소설의 주요한 심미경향은 거시적서술을 통하여 파악할수 있다. 거시적서술은 소설의 정체적규모, 내부결구와 서술의 색조를 결정하며 소설의 기본적미학색채를 현시한다. 소설미학에서의 거시적서술의 심미공능은 다음 몇가지 방면에서 표현된다.
    가) 총체적의의상에서 선명한 력사감을 형성한다. 거시적서술의 구실은 개인생활정경을 서술하는데만 그치는것이 아니라 개인생활정경이 온사회의 력사적사건의 일부분으로 되여 소설로 하여금 시대적색채를 띠게 하는것이다. 이렇게 해야 소설속에 개인생활정경으로 하여금 비로소 력사적횡단면의 한개 유기적조성부분으로 되게 할수 있고 동태적인 사회바탕에서의 “산조직편단”이 되게 할수 있다. 소설의 계기의 해명과정은 성격의 묘사과정으로 되며 사회문제성이나 작품의 생명인 진실성도 성격묘사의 결과에서 형성된다.
    나) 평탄한 서술로 하여금 립체적서술로 되게 한다. 작품의 력사감이 소설의 전반면모를 공제하게 되여있므로 소설속의 구체적인 개인생활정경에 대한 서술은 이미 력사발전의 단계에서 첫단계로 파악된다. 그리고 소설의 각부분에 대한 서술이 정절발전의 선색에서 횡적련계를 갖게 할뿐만아니라 종적인 력사발전과정에서의 구체적환절을 체현함으로써 전방위적인 의의를 가지게 한다.
    다) 서술공능과 체계의 화해미를 현시한다. 소설에서 인물의 관념과 거동에 대한 서술어의 문장격식은 반드시 거시적서술의 얽음줄이 되여야 한다. 매 장면의 세절, 대화중의 매 편단과 서술풍격은 이야기가 발생한 시대배경과 맞물려야 한다. 특히 력사문제를 다루는 장편소설에서는 인물들이 해당시대의 인문환경과 어경(语境)에 걸맞게 구사해야 진실성을 잘 살릴수 있다.
서술각도가 곧 작가 본인의 각도는 아니다. 로씨야 형식주의리론가 빅또르 쉬끌로브스끼는 “ 그러므로, 생활감각을 다시 갖기 위하여, 대상들을 느끼기 위하여, 돌이 정말로 돌이라는것을 느끼기 위하여 우리가 예술이라 부르는것이 존재하는것이다. 예술의 목적은 대상의 감각을 인식으로서가 아니라 시각으로서 부여하는것이다.
   예술의 기법이란 대상들의 낯설게 하기 기법이며 그 형식을 모호하게 하는 기법이고 지각의 어려움과 지속을 증가시키는 기법이다. 예술에 있어서 지각의 행위는 그 자체가 목적인것이며 오래 끌어야 한다. 예술이란 대상의 생성을 느끼는 하나의 방법이며 이미 생성된것은 예술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는것이다. ”라고 쓰고있다. (쉬끌로브스끼, <산문의 이론에 관하여>)
    2. 서술의 초점
    서술의 초점화란 인식주체가 어떤 일정한 대상을 향하여 자신의 지각을 보내고 그것을 인식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전통적시학에서는 대상을 향한 인식의 지향뿐만아니라 관찰결과를 진술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여있기에 구조주의자들은 시점대신 초첨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초점은 등장인물, 작자의 관념, 사건의 일관된 제시 등의 요소우에 실현되지만 그외의 요소에 초점이 모아지는 경우도 있다. 초점화제는 스토리를 외부에서 초점화할수도 있고 내부에서 초점화 할수도 있다. 외적초점화는 이야기밖에서 초점화자와 겹치는 경우가 흔하다. 대략적으로 본다면 3인칭관찰자 시점의 소설들이 그러한 경우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초점화된 모든 소설이 3인칭소설인것은 아니다. 1인칭소설일지라도 화자로서의 나와 초점화자로서의 “나”사이에 최대한의 심리적거리가 있게 될 때 외적초점화와 다를바 없다. 인물, 행위, 배경, 사건 등을 독자에게 제시할수 있다. 즉 화자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리잡은 시선의 각도, 서술의 발화점, 관점을 뜻한다.
   초점은 작가와 독자사이, 이야기하는자와 이야기를 듣는자 사이의 관계에 긴밀한 련관성을 갖고있다. 초점은 플롯의 기본이 되며 작품의 효과 및 독자에 대한 호소력에 영향을 미친다. 시점문제는 일찍이 소설가들의 관심사였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가 작품속에 개입하는 일이 없이 이야기를 진행한것이 값지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즉 하나는 화자가 속과 겉, 부재하는것과 존재하는것 모두를 알고있는 상태에서 설교하거나 판단하고 이야기의 한부분을 요약하여 설명하는 등 이야기속에 마음대로 끼여드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화자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들려주는것이 허구라는 사실을 독자들이 전혀 느끼지 못하도록 백방으로 노력하는 경우이다.
   소설에서 초점문제는 결국 서술의 시점과 같은 성질을 가진다. 1인칭 주인공의 시점은 주인공이 자기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으로서 작품의 등장인물을 통하여 이야기하는 경우엔 인물의 초점과 서술의 초점이 일치한다. 작품에 다른 인물이나 사건밖에 있는 단순한 목격자나 관찰자가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말하는 경우에는 화자는 관찰자에 지나지 않는다.
     1인칭시점은 인물의 내면상황 즉 심리묘사와 내부묘사에 알맞은 수법이다. 인물과 독자와의 심적거리가 가까우며 독자에게 신뢰감, 친근감을 주지만 인간의 외면세계를 객관적으로 그리는데는 3인칭 시점만 못하다고 볼수 있다. 서한체소설이라든지 수기체소설, 사소설, 심리소설 등에 주로 쓰인다. 최서해의 단편소설 ≪탈출기≫를 보자.

     김군! 그러나 나의 리상은 물거품에 돌아갔다. 간도에 들어서서 한달이 못되여서부터 거친 물결은 우리 세 생령앞에 기탄없이 몰려왔다. 나는 농사를 지으려고 밭을 구하였다. 빈땅은 없었다.

   1인칭 주인공의 시점을 가장 잘 보여주고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고국을 떠나 간도로 들어간 “나”가 어떻게 좌절당하고 절망하며 왜 사회주의단체에 가입하게 되였는가를 서한체형식으로 핍진하고 질감이 나게 표현하고있다. 이와 같이 1인칭 주인공시점은 인물의 내면세계를 절실하게 보여줄수 있다.
    작자가 관찰자의 립장에서 이야기를 할 때 3인칭서술이 되는데 작가는 주관을 배제하고 인물이 말하고 행동하는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즉 관찰자는 작가 자신이다. 이런 서술방법은 생생한 묘사와 선명한 표현이 가능한 반면에 너무 단조롭고 평면적이여서 주제표현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단편소설에서는 좀 효과를 거둘수 있으나 장편소설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전지적작가의 서술은 작가가 전지자의 립장에서 인물의 심리상태에 행동의 동기, 감정 등을 해설하고 분석하여 서술하는 방법인데 심리묘사와 내부의식을 표출하는데 많이 리용된다. 소설기술의 다른 중요한 요소는 이른바 거리미감이다. 여기서 거리란 작가가 독자를 등장인물을, 그리고 작품인물이 독자를 얼마만큼 사건속에 끌어들이는가 하는 정도를 말한다. 거리에는 작가와 작중인물의 거리, 작중인물과 독자와의 거리, 작가와 독자와의 거리가 있다.
    작가와 작중인물과의 거리는 결국 서술의 초점으로 리해할수 있는바 곧 시점의 문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소설은 본질적으로 대리경험이 된다. “작중인물과 독자의 동일시는 작가와 작중인물 나아가서는 작가와 독자사이에 형성되는 신뢰감이다.” 하기에 작가ㅡ서술자ㅡ작중인물ㅡ독자사이의 거리를 조정함으로써 박진감, 핍진성 등이 조절되고 그로써 소설의 리얼리티에 기여하게 된다.
    상술한바와 같이 여러가지 요소들에 선행되는것 즉 창작에 선행되는것은 소설의 시점이다. 한편의 소설이 심미적성과를 거두는데서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것은 서술의 어떤 국면인가 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것은 말 그대로 결정적인 기여로서 서술의 혁신문제란 바로 화자시점의 문제라고 볼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 서술의 전략은 시점의 전략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되고있다.
    작가관찰자시점도 잘 쓰는 방법이다. 서술자(작가)가 외부관찰자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점을 말한다. 서술자는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외부적사실만을 관찰하고 묘사가 극적이고 객관적인 특성을 지닌다. 현대사실주의소설에 주로 쓰인다. 전지적작가시점은 작가가 각 인물의 심리상태나 행동의 동기, 감정, 의욕 등을 분석하여 서술하는 방법이다.
    작가 관찰자시점에서는 작가와 등장인물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데 반해 전지적작가시점에서는 작가와 등장인물의 거리가 좁혀지고 인물들의 생각과 느낌을 모두 말할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이 자유가 람용될 때 독자는 등장인물들을 리해할수는 있으나 그 인물들의 체험을 실제로 공감할수는 없다. 왜냐하면 등장인물 자신의 체험이 아니라 작가가 선택하고 조절한 체험이기때문이다. 서술자가 작품에 광범위하게 관여하기때문에 독자의 상상적참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 김만중의 ≪구운몽≫을 례로 들어보자

    성진이 마음에 뉘우쳐 생각하되 부처 공부의 유(類)로 뜻을 바르게 함이 으뜸 행실이라. 내 출가한지 십년에 일찍 반점 어기고 구차한 마음을 먹지 아니했더니 이제 이렇듯이 념려를 그릇하면 어찌 나의 전정에 해롭지 아니하리오. 향로에 전단을 다시 피우고 의연히 포단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염주를 고르며 일천 부처를 염하더니….

    서술자에 의해 성진의 심리가 서술되여있다. 고대소설은 대부분 전지적작가시점으로 쓰여진다. 화자와 위치도 중요하다. 화자에는 드러난 화자와 숨은 화자가 있다. 전자는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우이고 후자는 그냥 보여주는 경우이다. 소설의 력사는 화자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하는 쪽으로 시점의 기교를 발전시켜왔음을 보여주고있다. 전지전능적시점의 서술을 현대소설에서는 찾아보기가 점점 드믈어지고있다.
    현대작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외부시점은 3인칭관찰자시점이다. 이 시점에 의해 서술되는 서술의 표면에는 화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3인칭 제한적시점은 20세기 소설이 개발한것이다. 제한된 전지전능의 작자를 선택성 전지전능작자라고 하는데 작품중의 특정된 모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런 서사방식은 작중의 인물의 사상감정으로부터 출발하므로 전지전능의 시점보다 더욱 친절감이 나고 신빙성이 있게 된다. 그러나 서술자가 구체적인물의 시야에 국한되므로 서술의 령활성이 결핍한 약점도 있다.
    3인칭 제한적시점이 객관적이고 동적인 서술을 하는데 필요한 기법이라면 3인칭 전지적시점은 반대로 주관적이며 정적인 표현을 하는 묘사의 기법이다. 3인칭 전지적시점은 여러 인물이 동시에 생각하고있는것을 독자에게 말해준다. 즉 서술자 혹은 화자(내래이터)가 작가로서 등장인물이나 사건의 외부적인 표현은 물론 그들의 감정, 의식, 동기, 심리적인 내부까지도 설명하고 해석해준다.
    이 시점은 제한적시점과 혼합하여 사용하기도 하며 장편소설을 쓸 때 많이 쓴다. 이 시점에서는 작가의 력량과 기교, 수법이 마음껏 발휘될수 있다면 그 기교에 의해 다른 작가와 차별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 시점은 인물이나 사건을 알 필요있는 모든것을 화자가 알고있는 전지적인 시점이다.
   주관적인 이 시점은 등장인물의 사상이나 감정, 정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것까지 묘사한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자기 나름대로 자유롭게 이동할수 있으며 등장인물도 마음대로 바꿔가면서 그들의 말이나 행위들중 작가가 선택하는것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런 다음에 등장인물을 퇴장시키기도 한다. 그것만이 아니라 현장에 머무는 인물이 없어도 사건들을 묘사할수 있는 기법이다. 아래에 례문은 3인칭 전지시점으로 된 서술이다. 례를 들어보자.

     그는 깊은 절망감에 빠져 험악하고 절망에 찬 표정을 지은채 넓은 방안을 왔다갔다 하며 거닐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싸움을 걸듯이 동복을 향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니말대로 니 요구 다 들어줄테니 우리 이제 그 문제를 매듭짓자.”
    그러나 동복은 현태의 말에 대꾸하지 않을 작정으로 또 TV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현태는 시종 짙은 어둠이 깔린 창밖을 내다보았다. 밖에서는 바람이 많은 눈보라을 몰고 와서 오두막 곁에 쌓여가고있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국도로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비치고있었다….

    이렇듯 전지적시점에서는 화자는 등장인물들의 사고나 감정이나 내적인 동기뿐만아니라 은밀한 말이나 행동까지도 결정할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있다. 훌륭한 소설가들은 거의 이 시점을 즐겨 사용한다. 작가가 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외면과 내면을 전부 알고 관장함은 말할것도 없고 행동에 관한 설명 및 심리적변화의 의미까지도 해석하는것이다.
    현대서방문학에서 제1인칭수법을 서술각도에서의 새 기법이라 칭하는데 우선 “의식의 흐름”소설의 특수한 서사법을 전형 실례로 들수 있다. 이 서사각도에서는 독자가 완전히 작중인물의 내심세계에 파고들수 있어 진실감을 증폭시켜 준다. 당대 서방문학작품들에서는 제2인칭 서사수법도 쓰이고있는데 서술자가 이야기속의 인물과 직접 대화하는 방식을 쓴다. 이 방식은 독자와 이야기속에 인물들과 더욱 밀접하게 관계를 맺게 한다.
   중심의식을 통해서 펼쳐지고있는 이야기를 바라보고 전달하게 하는 이 시점의 기법은 아일랜드의 출신의 소설가, 시인, 극작가인 제임스 죠이스, 영국의 소설가,비평가인 버지니아 올프,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며 노벨수상자인 윌리엄 포크너 등에 의해 의식의 흐름이라는 수법으로 발전되였는데 서술에서 내용을 이루는것은 화자의 명멸하는 의식, 그 자체이다. 당연히 서술은 론리적일관성을 유지할수 없게 되고 인식된것과 기억된것, 류동하는 심리, 사건들과 뒤엉킨다.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에 이런 서술이 있다.

    “이봐 벤지”하고 티피가 집안에서 불렀다.
    “어디 숨었어? 살살 빠져다니구, 난 다 알고있다구.”
     라스터가 들어왔다. 잠간만, 하고 그가 말했다. 여기 있어, 저쪽으로 가지마, 퀜텐아씨하구 그 놈팡이가 저기 저기서 그네줄침대에 타고있는거야, 이리와, 이리루 들어와바, 벤지. 나무밑은 컴컴했다. 댄은 오려하지 않았다. 그 개는 달빛속에 멈춰서있었다.
그다음 그네줄침대가 보여 나는 울기시작했다. 거기 가면 안돼, 벤지, 하고 라스터가 말했다. 퀜텐아씨가 펄쩍 뛰며 화를 낼거야. 알구있을텐두 그네줄침대엔 처음엔 둘이 있었는데 다음에 하나가 되였다. 캐디가 어둠속에서 빨리 오고있는것이 하얗게 보였다….

    이 짧은 서술엔 현실의 목소리와 기억의 목소리,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이 아무런 원칙도 없이 뒤섞여있다. “이봐, 벤지”하고 부른건 티피이다. 그런데 바로 다음에 “잠간만”하고 말하는건 리스터이다. “그 다음 그네줄침대가 보여 나는 울기시작했다.”는 현재 일어나고있는 일이고 그러나 “그네줄침대엔 처음엔 둘이 있었는데 다음에 하나가 되였다.”는 과거일것이다.
    이것은 혼란된 서술이다. 이런 혼란은 벤지의 “제한적시점”에 의해 생긴다. 벤지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나이가 서른도 넘은 사내였지만 어린아이의 지능도 가지지 못한 백치이다. 이런 서술기법은 깊은 울림을 이끌어내기 적절하고 유효한 기법처럼 보인다. 20세기 소설의 주요한 성과라고 평가받는 많은 소설 들이 3인칭 제한적시점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이러한 서술기법이 많은 작가들에 의해 널리 사용되는데는 우리의 삶의 본질적인 부분들이 객관적이고 리성적일뿐만아니라 주관적이기도 하고 비리성적인 부분이 더 넓고 깊은 의식령역에까지 닿아있다는 철학적인식과 관련되여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적인식에는 프로이드나 융 등의 학설이 포함된다
    3. 소설의 구조
    1) 플롯(슈제트)
    소설을 형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관계를 소설의 구조라고 본다면 소설속에서의 시간과 공간, 시점과 서술자, 작중인물의 특성과 서사구조의 문제 등이 소설구조의 요소로 된다. 이런 소설의 요소가운데서 소설의 이야기가 어떤 얽음새를 가지고 뼈대를 형성할것인가 하는 문제는 곧 플롯의 문제에 소급된다.
    스토리가 그래서 그 다음에는?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라면 플롯은 그런 일이 어째서 그렇게 되였는가? 하는 인과성의 측면이 강조된다. 이러한 관점은 구조주의자들에게도 계승된다. 슈클로브스끼는 재료에 해당되는것을 파뷸라라 불렀고 그 재료를 예술적으로 구성한것을 슈제트라 지칭하였다.
    플롯은 성격, 행동, 사상, 배경 등을 포함한 소설의 모든 설계를 의미하지만 인물성격부각을 위한 소설장치라고 할수 있다. 소설의 플롯은 작자의 창안물의 내용을 구성하는 행동, 작중인물 및 사상 등의 요소를 작자 자신의 손으로 특수하게 시간적으로 종합한것이다. 이들 세가지 요소중 어떤것이 종합의 원리로 사용되였는가에 따라 플롯의 구조가 달라지게 되여 행동의 플롯, 작중 인물의 플롯, 사상의 플롯이 있게 된다.
   플롯은 텍스트를 구성하는 원리이나 한편으로 작가와 독자가 소설현상에 함께 참여하는 장치로서 소설의 가치실현에 참여하는 독자와의 필요한 묵결이다. 작가는 자기가 하고있는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는척하고 독자들도 모두 지어낸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이야기에 빠지기에 소설은 사실성을 띨수 있다.
   소설의 기본단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의미의 최소단위인 문장이다. 이런 의미의 보유체인 문장이 하나 또는 그 이상이 모여 하나의 작은 사건을 이루게 된다. 이 작은 사건을 단위사건이라고 볼수 있으며 이 단위사건들이 모여서 하나의 행동을 구성한다. 로씨야형식주의자들은 이것을 모찌브라고 불렀다.
    행동이 하나만 있는 소설에서는 하나의 행동자체가 전체 소설이 되지만 행동이 여러개가 얽혀있는 소설에서는 이 다수의 행동들이 모여 하나의 소설을 이룬다. 그러므로 소설은 문장→단위사건→행동→전체 소설의 순으로 계층적조직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때로는 어떤 특정의 사물에 대한 생각, 대화, 독백, 느낌도 단위사건이 될수 있다.
    최서해의 ≪탈출기≫에는 여러개의 단위사건들이 설정되여있다. 버려둔 처자식을 돌보라는 김군의 편지를 받는것, 주인공은 그 충고를 받아들일수 없다는것, 그 리유를 밝히는것 등이 하나의 단위사건을 이룬다. 그리고 충고를 받아들일수 없는 리유를 말하는 가운데 다른 단위사건이 개입된다.
    잘살게 될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간도로 가는 일, 소작할 땅을 얻지 못하고 허드레일을 하는것 등이 단위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무서운 인간고를 느끼게 된것, 이것도 하나의 단위사건이다. 그리고 배고픈 아내가 귤껍질을 주워먹는 사건, 두부장사를 해보아도 신통하지 않은 사건, 나무를 하다가 중국경찰에 끌려가 곤욕을 당하는 사건이 모두 각각 하나의 단위사건이다.
    그리고 사회제도의 모순을 깨닫고 로모와 처자식을 버리고 무장투쟁집단에 들어가는것이 또한 단위사건이다. 이와같이 여덟개 정도의 단위사건으로 하나의 행동이 이루어지고 이 행동이 바로 전체 소설을 이루고있다.
    플롯이라는 큰 틀을 이루는 요소의 하나로 서사단위를 설정할수 있고 이 가운데 삽화 혹은 일화를 들수 있다. 중심적이야기와 직접 련결되여있지도 않고 다소 주변적이거나 엉뚱한것이기때문에 서사의 중심기능을 담당하는것은 아니다. 에피소드는 작중인물의 행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플롯에는 행동이라는 언어적행위까지를 포함한다.
    운동과 변화라는 이 근본적개념이 플롯의 바탕이다. 플롯의 이러한 력동적요소가 플롯의 탄력이다. 플롯의 탄력은 이야기가 전개되도록 하는 동인으로서 인물의 욕망으로 구체화된다. 리광수의 ≪무정≫에서는 개화와 교육의 욕망이고 리기영의 ≪고향≫에서는 식민지상황에 대한 저항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힘들이 보다 잘 드러나는 경우는 그에 대립하는 다른 힘과 충돌할 때이다. 미국작가 호우돈의 소설 ≪주홍글씨≫에서는 사랑과 자유에 대한 녀주인공의 추구와 청교도통치의 잔혹성이 대립되고 모파쌍의 ≪목걸이≫에서는 자기의 아름다운 동경과 현실의 모순과 불합리에 고민하는 인간ㅡ특히 미모의 녀인으로서의 강한 자존심과 굽힐수 없는 의지가 대립을 이루고있다.
    행동은 하나의 힘이라기보다는 여러가지 힘들사이의 관계이다. 그 힘들이 장애를 만나기도 하고 유리한 요소들을 만나기도 하며 또 서로 결합되기도 하고 반대방향으로 선회하기도 한다. 또 거기에 개입되는 인물이 하나일수도 여러 사람일수도 있다. 따라서 인물성격과 수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구현된다.
소설의 일화나 행동은 소설전체에 비추어 타당성을 지녀야 한다. 이 타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동기부여라 한다. 동기부여는 사건에 대한 론리성과 인과성의 부여라는 점에서 플롯의 개념과 련관된다. 동기부여는 때로 한작품에 적용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 작품안의 인물이나 사건들에 적용된다.
    전통소설의 관점에서는 갈등이 없는 소설을 상상조차 할수 없다. 서사적 작품에서는 갈등은 슈제트구성의 기초로 되고 인물성격 부각의 수단으로 되기때문이다. 문학예술작품에서 갈등은 다양한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 갈등은 크게 기본갈등, 부차적갈 등이 있는데 그 해결방법도 제각기 다르다.
    소설작품에서 의지적인 두 성격의 대립현상, 인물과 인물, 인물과 환경사이의 갈등을 외적갈등이라 하고 한인물의 심리적갈등을 내적갈등이라고 한다. 갈등의 양상을 본다면 ①인간과 인간사이의 갈등, ②인간과 사회사이의 갈등, ③인간과 자연사이의 갈등, ④인간과 인간사이의 갈등, ⑤외적자아와 내적자아 사이의 갈등 등이 있다.
    따라서 갈등의 성질에 따라 슈제트구성이 확정된다. 스토리가 피부라면 플롯은 내부에서 움직이는 뼈대와 같다고 할수 있다. 다른 해석도 있다. 플롯은 하나의 과정이지 대상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플롯은 “이야기의 뼈대”라고 가르쳐왔으나 이는 플롯에 대하여 잘못 된 이미지를 가지도록 할수 있다.
   플롯은 이야기의 요소들을 섞어주는 힘이 있어 이야기의 모든 요소에 스며있다. 즉 플롯은 서로 독립되여 보이는 이야기속의 이미지, 사건 등장인물, 배경들을 련결시키는 점착제와 같다. 무엇에 관한것을 순차적으로 늘여 놓은것을 줄거리 혹은 이야기라 한다면 플롯은 거기에다가 왜?를 첨가시킨것이다.
    플롯과 등장인물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물론이다. 3명정도의 등장인물이 개입될 때 좋은 플롯을 구성할수 있는데 그들간의 관계가 제대로 펼쳐져있어야 한다. 행동없이 인물이 없고 인물이 없다면 플롯도 없다. 플롯은 작품의 방향을 잡아주는 라침판과 같다.
    플롯의 전개방식에는 직선적플롯, 단절적플롯, 삽화병렬적플롯, 산만한 플롯 등이 있는데 작가의 창작개성과 소설내용전개의 수요에 따라 다양한 수법으로 짜여진다. 직선적플롯이란 “왕이 죽었다. 그 슬픔때문에 왕비도 죽었다.”라는 형태로 첫번째 사건이 두번째 사건의 원인으로 되고 다시 두번째 사건이 세번째 사건의 원인으로 되는 단순한 륜리적전진의 형식이 이 형태의 특징이다.
    단선적플롯이란 사건들이 순서점진으로 이어지지 않고 하나의 삽화의 진행도중에 또 다른 삽화가 끼여들어 앞의 삽화가 일단 거기서 끊어진듯 하다가 다시 본래의 삽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되풀이되여 몇개의 삽화가 얽혀나가는데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주제의 해명을 향해 진행되는 형태이다.
    례하여 “왕비가 죽었다. 그러나 왕의 죽음때문이였다는것을 알게 되였을 때까지는 아무도 그 원인을 모르고있었다.”는것이 기본형이다. 이 방법은 서술상에서 기복을 이루어 변화가 풍부할뿐더러 현실처럼 착잡한 양상을 암시하는데 효과적이다. 삽화병렬플롯의 양식은 사실주의적이고 구조에 있어서 삽화적으로 몇개의 저마끔 독립된 이야기내용 줄거리를 여러개의 스토리가 종합적으로 이어놓는 하나의 플롯위에 배렬된다. 다음 산만한 플롯이 있는데 플롯에 대한 명확한 설계가 없이 여러 사건을 엮어서 묶어놓은것 같은 형태이다.
    스토리는 이야기줄거리 자체로서 사건의 전개만을 의미하지만 플롯은 사건이 전개되거나 반전되는 양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한 줄거리는 아니며 오히려 인과관계의 완결이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스토리선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사건이 일어나는 결정적계기로 되는 순간을 “키 모멘트”라고 한다.
    플롯상으로는 일반적으로 절정부분에서 나타난다. 이 순간 앞단계에서 제시되였던 모든 설명과 사건이 하나의 초점으로 모아지며 이야기가 지니고있는 복잡하고 불투명했던 의미가 해명되거나 혹은 그 의미가 함축되여 제시된다. 이런 플롯은 ≪춘향전≫,≪구운몽≫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리기영의 ≪고향≫등도 이러한 플롯을 바탕에 깔고있다. 소설은 이와같이 원초적으로 평정을 깨뜨리고 고초와 모험의 풍파를 겪은후 다시 평정으로 되돌아오게 되는 로정을 보여주는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근원적인 의미구조를 비극적플롯이라고 한다.
   ≪춘향전≫의 결말에 대하여 춘향과 리도령이 만나서 사랑하고 리별한 뒤 춘향이 시련을 당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구조로 끝나야 하는것인가. 만일 ≪춘향전≫이 철저한 비극으로 끝났다면 당대 현실의 모순에 대한 비판의 의미는 강화될것이다. 그리고 민중의 저항이라는 주제 또한 강화될수 있었다.
    그러나 수용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위안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암행어사출도 모찌브는 소설구성적으로 보아서는 크라이막스에 해당하는것이지만 조선후기에 나타나는 민중층의 랑만적꿈을 반영하여 아직 민중층의 의식이 현실적모순의 총체를 인식하지 못한 단계임을 보여준다.
    방황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화된 자아이미지를 발견하게 되는 구조는 현대소설에서 많은 작가들이 택하고있는 주제이다. 비극적플롯으로 된 소설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리유는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긴장과 인간의 운명적질곡을 경험함으로써 전화된 체험을 가질수 있기때문이다.
    소설속의 서사구조가 곧 행위의 구조가 된다. 인물들의 행위, 곧 사건의 구조는 언제나 그 근저에 갈등구조를 깔고있을수밖에 없다. 플롯을 짤때 하나의 국면을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인물들이 갈등을 겪어야 한다.
    2) 소설의 모찌브(모티브ㅡ프랑스어)
    어원상으로는 “운동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한다.(이 용어는 현재는 드믈게 적용된다ㅡ엘 찌모페예브《문예소사전》조쏘출판사 1955년판, 50페지)예술에서는 창작이나 표현의 기본적인 동기를 의미하지만 문학에 국한하여 통용되는 일반적인 의미는 문학텍스트에 자주 반복되여 나타나는 특정한 요소, 가장 작은 서사적단위(낱말, 문구, 사건,기법)을 가리킨다. 주제는 모찌브와 달리 문학전체에 있어서 제시될수 있는 의미론적범주를 가리킨다. 모찌브는 주제를 형성하는데 참여할수도 있고 혹은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소재로부터 주제를 얻었을 때 작가의 내부에 창작의욕이 생긴다. 이와같은 내부충동이 모찌브로서 동기, 리유, 주제를 뜻하며 “이야기의 최소단위로서 이야기를 이루는 핵”이 되며 인상적내용으로 이루어져있어 쉽사리 파괴되지 않고, 쉽게 기억되며 독립적인 생명을 갖는것이다. 주제는 모찌브와 달리 문학전체에 있어서 제시 될수 있는 의미론적범주를 가리키고 모찌브는 주제를 형성하는데 직접 참여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주제를 형성하는데 직접 참여하는 모찌브를 “중심모찌브”라 한다. 예술에서는 창작이나 표현의 기본적인 동기(중심사상)를 의미하지만 문학에 국한하여 통용되는 일반적인 의미는 문학텍스트(각본, 대본)에 자주 반복되여 나타나는 특정한 요소, 가장 작은 서사적단위다.
    어느 모찌브는 생략해도 사건의 련관성이 파괴되거나 전체 이야기의 일관성이 손상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모찌브를 자유모찌브라 하고 주제형성에 꼭 필요한 모찌브를 한정모찌브라고 칭한다. 이야기의 줄거리만을 전달하려면 사건의 행위에 대한 서술 즉 한정 모티브만이 필요할것이다.
   모티브들의 결합방법은 인과관계로서 시간적련속성을 구비한다. 레하면 김동인 ≪감자≫,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이 있다. 성장소설은 현실과의 투쟁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세계속에서 자신의 사명을 의식하고 자아를 발견하면서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을 말한다. 오쓰뜨롭쓰끼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등이 그 좋은 실례로 되고있다.
    모찌브의 결합양식은 사슬식으로서 하나의 계기의 결말이 다음 계기의 가능성의 단계에 다다른다. 그래서 새로운 계기가 련속적으로 이어진다. 삽입적서술도 있는바 사건과 인물에 대해서 자세하게 정보를 제공할 때 명세화하거나 상세하게 만드는 방안이며 련합방식도 있는데 련합되고 삽입된 여러개의 작은 이야기들이 소설플롯의 바탕이 되고 작가의 창작의도를 구체화시킨다.
    고소설의 현실은 그 근저에 항상 환상성이 매개되여있다. 고소설을 구성하는것은 “모찌브”이다. 고전소설을 구성하는 모찌브의 가장 중요한 특질은 환상성이라고 할수 있는데 현실과 초현실의 부단한 교섭속에서 서사가 진행된다. 때로는 괴상할만큼의 초현실적인 환상적모찌브들이 고전소설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미학적원리이자 정신사적함의가 내포되여있다.
    신화성이 짙은 고전소설은 거개 지상과 천상의 이원구도(二元构图)속에서 서사가 진행되는만큼 지상에서 벌어질 일들이 미리 예고되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의 운명이 도인이나 도승과 같은 이인(异人)에 의해 직접 예언되거나 신이한 모찌브를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되기도 한다. 이런 장면에서 적강(谪降), 신물(信物), 꿈 등이 가장 대표적인 모찌브로되고있다.
    3) 소설의 장면과 시간
   소설은 공간구조로 이루어질수밖에 없다. 시간에 중점을 두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서술되는 극적소설과 공간속에서 제한되여있는 인물에 착안점을 두고있는 성격소설로 나뉘기도 한다. 소설에 장면은 시간과 등속으로 전개되는 경우로서 화자의 의견이나 평가같은것은 개입되지 않고 진행되고있는 일이 그대로 독자의 눈앞에 현시된다.
    례하면 “도령은 방안으로 올라가 서가에 쌓인 책들가운데서 한책을 꺼내놓고 급히 책장을 넘기였다.(춘향전) ”보다싶이 이 서술에서는 특정된 행동을 보여주고있을뿐이다. 작가는 작품속에 우주를 창조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그 우주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독자가 인물들의 행동을 리해하는데 시공간구조의 설치는 필수적이다. 여기서 문본시간과 이야기시간이라는 개념이 제기된다.
    이야기하는 시간을 “문본시간”이라 하고 이야기내용의 발전과정을 “이야기시간”이라 한다. “이야기시간”은 이야기가 발생한 자연시간 상태이고 “문본시간” 혹은 “서사시간”은 이야기내용이 서사문본속에서 발현되는 시간상태이다. 전자는 이야기속에 허구적인 사건들사이의 전후관계이고 후자는 작자가 이야기내용을 창작가공한후에 독자에게 제공하는 문본의 질서이다.
    그러나 문본시간과 이야기시간사이에는 가능하게 차이가 날수 있다. 이 량자의 시간관계를 처리하는것은 서사효과를 증대시키는 예술수법이다. 문본시간과 이야기시간과의 관계는 주요하게 시간순서, 시간거리, 빈률 이 세가지 방면에서 표현된다. 서사의 시간은 일종 선색시간이다. 작가는 스스로의 주관적경험에 의하여 작품속에 인물들이 활동할수 있는 의미공간을 창조한다.
    복잡한 형상은 서사시간과 이야기시간에서 순서, 빈률, 과도의 폭등 방면에서 여러가지 혹은 변이와 비틀어짐을 발생한다. 소설의 존재방식은 이야기이며 따라서 불가피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요청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든 그것이 독자에 전달되자면 누구에겐가 의존하지 않으면 안된다. 례를 들어보자.
  
   “창턱아래 작은 꽃병에는 장미꽃이 꽂혀있었다. 장미는 붉었고 모두 여덟송이였다. 그는 손을 뻗어 장미의 보드라운 꽃잎을 어루만졌다.”

    보다싶이 서술의 표면에 화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있다. 글에서 드러난 유일한 존재는 “그”일뿐이다. 그는 장미꽃에 대한 사실을 감지하는 주체이고 장미꽃에 손을 뻗치는 당사자이기도 한것같다. 그러나 이러한 지각과 동작을 알려주는 사람은 그가 아니다. 그러나 독자에게 말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음이 틀림없다. 그게 바로 화자이다.
    작가가 자신이 처한 공간을 작품속에 어떻게 재현시키느냐에 따라 “소설미학은 여러가지 다른 방향으로 분기된다”고 한다. 례하면 이태준의 소설속에 공간은 눈으로 파악된 공간이 아니라 감정으로 파악된, 전설과 신화로 암시된 공간, 상징으로 가득찬 공간이다.
    시간에 중점을 두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서술되는 극적소설과 공간속에 제한되여있는 인물에 착안하는 성격소설로 나뉘기도 한다. 쌔커리의 ≪허영의 시장≫은 사건의 진행에 따라 새 환경이 부단히 나타나는데 환경이 공간적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사회모습을 드러내는 특색을 가진 성격소설이다.
   영국의 문학평론가 포스터에 의하면 인간은 력사 혹은 년대기와 소설을 만들어내도록 강요당한다. 소설의 1장과 2장사이에 일어나는 그 과정을 보이는것이 소설의 본체이다. 시간은 인물의 내재적변화에 영향을 미칠수 없지만 소설에서는 본질적인것과 시간적인것이 분리된다. 원칙적으로 소설이란 인간의 운명을 자신의 내적줄거리로 삼는 형식이다.
    그런데 누구도 시간의 무자비한 힘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소설은 동물적운명을 지닌 인간이 시간의 힘에 맞서 싸우는 기록이라 한다. 루카치의 말처럼 소설의 내적줄거리는 시간의 힘에 저항하는 싸움이다. 이 싸움의 기록을 통해 흘러가버린 삶, 사라져버린것들이 휘황한 빛을 발산하게 된다는 점에서 소설형식이야말로 시간을 문제로 삼는 장르라고 할수 있다.
   소설의 기술방식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서술자가 인물과 사건을 직접 설명하는 방법으로 “요약(파노라마)”하는 직접제시ㅡ말하기로서 설명적, 해설적, 분석적, 론평적이다. 등장인물의 특색이나 특성을 요약하여 설명하는 방법으로 등장인물의 심리를 세밀히 분석하고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독자에게 정확히 알릴수 있다. 이런 기술법은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켜 사건진행의 속도를 긴축시키는 서술방법이다. 서술자의 론평도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를 단축한다.
     다음 서술자가 일정한 장면을 제시하여 보여주는 간접제시(극적제시)법이다. 간접제시법은 인물의 행동이나 대화를 통해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을 묘사하여 보여주기때문에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할수 있고, 사건을 현장감있게 제시할수 있다. 독자는 서술자의 설명이 필요없이 곧 사건이나 인물을 접촉할수 있다. 작가는 인물의 성격이나 정황에 대하여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버린다.

   례1)
    그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첩 써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에 어디까지나 충실하였다. 따라서 의사에게 보인적이 없었으니 무슨 병인지는 알수 없으되 반듯이 누워가지고 일어나기는 세로 모로도 못 눕는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듯. 병이 이다지 심해지기는 열흘전에 조밥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례2)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봐, 아무 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창을 덮은 우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정만 보느냐, 응.” 하는, 말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칠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현진건의《운수좋은 날》에 발취문이다. 앞에 례문은 요약적서술이고 뒤의 례문은 장면에 대한 서술이다. 김첨지의 가난한 생활과 아내의 오래동안의 병고가 압축되고 요약되여있다. 앞에 인용문은 열흘동안의 상황이지만 뒤에 인용문은 불과 일이분 사이의 상황이다. 따라서 요약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라면 장면은 구체적이고 한정적이며 개성적이며 특수성을 띤다는것을 알수 있다. 특히 요약적처리에서 독자는 화자를 의식할수 있지만 장면적처리에서는 화자의 존재를 잊은채 작품의 현장속에 완전히 빠지게 된다. 헤밍웨이의 ≪살인자들≫은 요약이 전혀 배제된 소설이다.
    4. 소설에서의 형상화
   1 ) 형상화
   형상화란 작가, 예술가들이 형상사유와 일정한 수단, 방법으로 형상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문예작품 등에 표현된 생동성, 구체성의 정도를 형상화라고 하며 혹은 문예성질이 없는 연설가운데서 모종 구체적이고 생동한 묘사를 가리키기도 한다.
형상화는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일정한 작가의 의도의 전달이나 문학목적의 수행을 위해 작가가 선택하는 스토리, 재료 및 그 재료에 예술적형태를 부여하는 모든 과정이다. 형상화에는 형상소재, 상상의 운용, 허구의 진행, 적당한 형식의 표현 등이 포괄된다. 형상화는 생활실제에서 출발하여 형상을 부각하고 성숙시키며 완미화하는 과정으로서 추상적개념으로부터 출발하여 개념에 형상의 옷을 입혀주는것이 아니며 글재간을 부린 기교문제가 아니다.
    2) 대화
    대화란 서사적작품 및 극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말이다. 대화를 언어묘사라고도 하는바 문학예술작품 특히는 극작품에서 형상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된다. 대화는 사건의 진전과 내용표현에도 의의가 있지만 개성화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대화묘사의 방법에는 대화와 독백 두가지가 있다.
    등장인물들의 말속에는 그들의 의식정도, 계급출신, 사회지위, 직업, 출신, 지망, 취미, 성격 등 개성적특질들이 표현된다. 개성화된 대화는 작가의 긴 서술을 피할수 있고 인물의 복잡한 심리세계, 정황묘사를 더해줄수도 있다. 즉 대화는 일반화의 기능도 수행한다.
    전통리론은 대화를 인물의 행위라고 설명해 왔다. 작중인물은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말함으로써 이야기의 구축에 참여하는데 대화는 작중인물의 그러한 다양한 활동중의 한가지인 언어행위를 가리킨다. 그러나 대화는 화자에 의존하지 않고 인물들 사이에 발생하는 순수한 언행이다.
    인물대화는 구두어야 하며 인물의 언어를 묘사할 때 지문(화자의 설명)을 잘 배합하여 현재 인물이 어떤 표정, 몸짓, 심리 등을 보이고있는지 독자에게 더 정확히 알려주는데 왼심을 써야 한다. 경우에 따라 지문이 없이 맨 대화로만 쭉 이어지기도 하지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집중력을 잃게 할수도 있다.
   지문은 간접적이기에 객관적신빙성과 무게를 갖고있지만 대화는 직접적이므로 대화자체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대화가 적당히 진행되는 과정에 대화아래에 지문을 넣어 대화의 가벼움을 미봉해주는것을 대화의 다지기기교라 한다. 서술의 속도감을 주기 위해 지문을 절약하고 계주봉을 넘겨받듯 련속대화로 지속시킬수도 있으나 장편에 적격이다. 절대적은 아니지만 지문과 대화의 비률은 단편일 경우에는 보통 7대3으로 설정하고있다.
    대화는 항상 스토리의 방향에 맞게 흘러가야 하며 극에서처럼 명확하고 간결해야 한다. 대화에서는 서사어같은 감을 주는 화려한 말투를 쓰지 말아야 한다. 강조외에는 반복하지 말아야 하고 불필요한 독백은 삼가해야 한다. 생활적질감이 있는 대화묘사는 억지서술보다 전달효과가 훨씬 좋다.
    3) 소설의 분위기창조
    소설에서 물리적, 현실적속성인 환경이 심리적현상으로 상승할 때에 나타나는 독특한 색조가 소설의 분위기이다. 이야기정절을 묘술하고 인물형상을 부각할 때의 과장된 기분으로서 작가의 객관물상에 대한 정서적파악이기도 하고 감정과 경물의 결합되여 심미주객체가 융화되여 일종 예술경계를 형성한다.
    독자들은 인물이나 사건을 둘러싼 배경속에서 그것을 감지하게 된다. 그러하기에 작가의 심미경향은 왕왕 작품의 분위기를 통하여 강렬하게 표현되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서는 우아한 미를 표현하기도 하고 고도로 함축된 은근한 미를 표현하기도 하고 침울하기도 한 여러가지 심미색채를 표현하기도 한다.
   헤밍웨이의 소설 ≪무기여, 잘있거라≫에서 “비”는 작가가 목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구실을 하고있다. 배경은 분위기를 도모하는 간접적인 역할을 벗어나서 좀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목적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는바 소설전체가 비로소 심각한 의미를 갖게 한다.
    분위기를 통하여 주제를 전달할수 있다. 분위기는 배경이나 인물, 정황 등에 의해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정조를 말하며 한편으로 심리적인 측면을 내포하고있다. 단순한 배경은 소설에서 물리적기능만으로 사명을 다하지만 분위기는 소설전체의 성격을 위한 기능적봉사를 하는바 소설의 정신적인 면과 관련된다.
    최서해의 단편 ≪기아와 살륙≫, ≪박돌이의 죽음≫등 작품들은 분위기가 주제의 륜곽을 암시해 주는데 소설의 력사배경과 당시 사회배경을 모르는 독자는 소설에 조성된 분위기에 깊이 젖어들수 없다. 독자의 립장에서는 작가가 의도하는 심리적인 련상작용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리해하여야 한다.
    배경도 궁극적으로 소설에 기여하려면 분위기 혹은 상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어떤 소설에서는 상징의미가 모호하지만 한국작가 김동인의 ≪까치우는 아침≫에서 까치소리는 작품전체에 분위기를 잡아주고 예시하는 상징적구실을 잘 하고있다. 분위기는 배경외에도 어조, 시점, 문체 등에 의해 구체화된다.
    4) 인물성격 창조
    성격이란 용어는 희랍어에서 온것으로서 원래 “새기다(刻印)” 등의 뜻을 가지고있다. 인물성격이란 작품속에 등장하는 사람 즉 행동하는 주체로서 성격이라는 내면적속성까지도 의미하는 개념이다. 성격창조(형상부각)란 인물을 설정하고 의미를 발견하거나 구축해 나가는 일체 예술화과정을 가리킨다.
   소설은 인물성격발전의 화랑이다. 성격은 사건을 결정하는 주체이며 사건은 성격을 증명한다. 영국의 소설가 헨리 제임스는 개성의 창조가 곧 인물의 성격이라고 하였다. 소설에서 성격이 곧 인물로서 플롯, 캐릭터, 테마 등 소설의 구성요소중에서 인물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독일의 극작가 레씽은 성격과 무관한것들은 외면해도 무방한바 작가에게는 오직 성격만이 신성하기에 인물의 특징에 력점을 찍으라고 강조하였다. 허드슨도《문학연구서》에서 “기교면에서 작품의 성공여부는 오로지 성격묘사의 솜씨에 달려있다.  …소설은 오로지 상상력에 호소할수밖에 없으므로 묘사로써 인물의 모습과 행동을 여실히 나타내야 한다.”고 피력하였다.
인물성격에는 개성, 내재성, 정체성 이 세가지 특징이 있다. 인물성격의 개성이란 인간의 공성속에서 다른 인물과 구별되는 성격적인물을 의미한다. 성격은 생명, 령혼의 표현이라고 할 때 필경 내적인것으로서 생활속에서 형성된 사상, 감정의 총화이다. 다음 인물성격의 정체성이다. 헤겔은 “매 하나의 인물은 하나의 총체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이다.”라고 했다. 벨린스끼도 “살아움직이는 인간은 역시 하나의 독특하며 스스로 일체를 이루는 세계”라고 하였다.
    성격화의 방법은 다양하나 성격묘사방법에도 독자에게 인물의 성격을 해설하는 직접적방법, 인물의 성격을 간접묘사하여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간접적방법, 인물의 내적자아를 해부하는 분석적방법의 세가지가 있다. 명명(命名)이나 외모묘사로 그 인물의 특색을 보여주기도 한다.
    (1) 직접적방법: 작가(서술자)가 직접적으로 인물의 특색, 특성을 요약해서 설명하는 방법, 말하기라고도 한다. 례하여 “리대춘은 대포를 잘 불기로 원근에 이름이 나있다.”와 같은 서술이다. 성격이나 심리상태를 직접 분석하고 설명하기때문에 성격의 구체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흥부전≫, ≪장화홍련전≫과 같은 고전소설에서 흔히 쓰이고있다.
   (2) 간접적방법: 인물의 대화나 행동이나 버릇, 대화, 갈등을 장면적으로 보여주는 성격묘사하는 한가지 방법으로 극적방법이라고도 한다. 행동이나 대화를 통해 전형적이고 변하지 않는 성격을 제시한다.
   (3) 분석적방법: 작중 화자(서술자)가 인물의 성격을 직접 설명하는 방법으로서 해설적방법이라고도 한다. 인물의 심리, 잠재의식의 묘사로서 외모묘사에 비해 분석적이고 복잡다단한 인상을 준다. 특히 “의식의 흐름”의 작품들이 이 방법을 택한다. 한국작가 정한숙의 ≪거문고 산조≫를 보자.

...술을 권하면 안 받는것도 아니였다. 그렇다고 강월이 술을 받았다고 하여 취하는 모습도 아니였다. 혹시나 받은 잔은 눈을 속여 쏟아버리는가 하여 살펴보면 그런것도 아니였다. 딴 기생들은 술이 이쯤 되면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여 옆 손님의 품에 안기기가 일쑤지만 강월은 이슬을 담북 머금은 백합모양 더 꼿꼿하기만 했다. 강월은 창과 거문고로썬 손님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만 기생으로선 매운 계집이니 독종이니 욕먹기가 일쑤였다.  

    기생이면서도 기생이 아닌 주인공 “강월”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돈이 판치는 현대사회에서 전통적인 례도를 섬김으로써 인격을 지키고 존엄을 지키려는 인물의 사람됨을 미루어 보여준다. 례: 김동인 ≪감자≫

“뱃섬 좀 치워 달라우요”.
“남 조름 오는데 님자 치우시관.”
“내가 치우나요?”
“20년이나 밥을 처먹고 그걸 못 치워!”
“에이구 칵 죽구나 말디.”
“이년 뭘!”

    이러한 짧은 대화 몇마디에서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남편의 성격이 드러나는데 이것이 행동이나 대화를 통한 극적제시의 방법으로서 해학적방법에 의한 인물의 제시이다. 인물의 특징을 희극적으로 현저하게 과장하거나 조금 황당하게 묘사하여 성격을 제시하기도 하는 일종 기교이다.
주인공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의 변화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환경과 갈등을 겪게 만든다. 주인공을 낯선 환경과 갈등을 겪게 할수도 있고 타인의 환경과 갈등을 겪게 할수도 있다. 반복(패턴)의 수법으로 갈등을 심화시킬수 있다. 여기서 반복이란 동일한 사건이라기보다 련쇄적이며 상승적인 반복을 말한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의 련속반복적인 행운, 그 행운이 지속됨에 따라 고조되는 집에 두고온 병든 안해의 죽음에 대한 불안한 예감은 이 소설의 핵심적인 갈등의 양상이 되고있다. 안해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은 모든 이전의 사건의 초점이 된다.
    상술한 바와 같이 한부의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성격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총체적이다. 헤겔은 “매 하나의 인물은 하나의 총체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이다” 라고 단정하였고 벨린쓰끼도 “살아 움직이는 인간은 역시 하나의 독특하며 스스로 일체를 이루는 세계”라고 규명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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