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칼럼]마음가짐은 젊음의 활력소
최장춘
언젠가 뻐스 안에서 생긴 일이다. 정류소에서 오른 아주머니 한 분이 로인전용카드를 긁고 나서 안쪽에 막 들어가려던 찰나 운전사의 제지를 받았다. 잠간 신분증을 확인하자고 했다. 65세 이상의 로인들에게만 발급된 카드를 젊은이들이 사용하면 운전사가 탑승거부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였다. 뜻밖의 일인지라 아주머니가 주춤하더니 드디여 가방 속에서 신분증을 찾아 건넸다.
삽시에 승객들 초점이 그 아주머니한테 쏠렸다. 또 무슨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다가 손목이 잡혀 망신을 당하지 않을가 은근히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까짓 1원을 아껴서 부자가 되느냐 식으로 따갑게 눈총을 쏘는 사람도 있었다. 이윽고 운전사가 신분증과 아주머니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어줍게 웃으면서 “정말 젊어보이십니다!” 하고 칭찬했다. 그제야 승객들이 영문을 알아차렸다. 아주머니는 오해를 해명하려는듯 일부러 승객들에게 신분증을 추켜들어보였다. “와― 70세이네요!” 맨 앞자리에 앉은 누군가 탄성을 질렀다. 모두들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사람마다 얼굴의 생김새가 저마끔이다. 아마 조물주가 그렇게 규정해놓은 것 같아 지구촌의 수십억 인구는 각자를 가려내기 쉽게 너 따로 나 따로이다. 헌데 지꿎은 욕망 하나만 일치한즉 바로 세월이 가든 말든 젊은 모습으로 살고 픈 마음이다. 그 소망의 넌출을 추슬려 《한비자―<외저설편(韩非子―外储说篇)》에 나오는 이야기를 잠간 살펴보자. 옛날 연왕(燕王)이 어느 길손한테서 문득 ‘불로불사’의 도가 있다는 말을 듣고 흥분했다.
항상 젊어서 살면 얼마나 좋으랴, 부하들 앞에서 위엄도 돋보이고 궁녀들과 풍악소리에 맞춰 실컷 춤판도 벌리고… 왕은 인차 도를 터득하게끔 사람을 보냈는데 그만 미처 배우기전에 길손이 죽어버렸다. 왕은 화가 치밀어 왜 그 길손이 죽기전에 다그쳐 배우지 못했느냐며 부하에게 혹독한 징벌을 내렸다. 먼 후날 늙음을 원치 않아 한 생명을 무참히 짓밟은 포악과 무지를 비꼬은듯 세계적인 작가 피츠제럴드는 아예 나이를 거꾸로 먹는 환상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써냈다.
태여날 때 이미 턱수염이 허연 70세 할아버지여서 딸랑이 장난감 대신 백과사전을 번졌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지더니 혈기왕성한 청년이 되여 예쁜 녀인과 결혼까지 했다. 나중에 안해는 점점 늙어서 파파로인이 되였지만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우유병을 감빠는 젖먹이로 인생의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사람에게는 청춘시절과 더불어 불혹의 시기가 인생중 가장 매력적인 시기이다. 전야의 농작물처럼 사람도 그 시절에 꽃을 피우고 이삭을 패며 흥그러워 들썩들썩 춤사위가 커진다. 황홀한 젊음의 격동은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한껏 부푼 바다마냥 넘실거린다. 하지만 시들지 않은 꽃이 없듯이 사람도 때가 되면 홍안은 슬며시 사라지고 대신 머리에는 희슥희슥 찬서리가 내리고 얼굴 또한 주름이 생긴다. 늙음이란 잘못으로 받는 벌도 아닌데 어쩐지 싫어서 피하며 멀어져가는 젊음의 끈을 잡고 놓지 못한다. 애들처럼 떼질하며 버틸수록 늙음이 미리 지름길로 찾아와 얄밉다. 그 때문에 돈만 생기면 녀성들의 발길이 먼저 미용원을 향하는 것 같다. 평소 그처럼 아껴 먹고 아껴 쓰다가도 얼굴 미용에는 보란듯이 돈을 팍팍 쓴다. 요즘은 녀성들의 뒤를 이어 남성들도 그 대오 속에 끼여든다니 호황을 맞은 미용원 사장님 어깨가 으쓱해진다.
젊음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사는 동안 무척 관심을 갖는 열띤 화제를 놓고 영양사는 음식조절을 첫손에 꼽고 심리학자는 컨디션 조절을 권장하고 의사는 합당한 운동과 수면을 추천한다. 살다 보면 가끔 생물학적인 삶과 정신적인 삶을 분리시켜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어디 가든 자신의 얼굴과 몸매를 자랑하고 싶어 시체멋에 기를 쓰는 노릇이 스스로 육신의 노예가 되여버리기 십상이다. 반면 매사에 인자하고 따뜻함을 품고 사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시들줄 모르는 삶을 누리게 된다. 화초에 쏟아붓는 지나친 물과 영양소가 때론 뿌리를 썩게 만드는 화근이 되듯이 사람도 젊음에 과분하게 집착하면 늘 안타까움을 자초하여 나중에 심신건강이 뒤탈리는 역주행을 맞게 된다.
젊음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의 다듬질을 잘하여 질투심, 허영심 등과 같은 쭉정이를 버리고 동정, 배려, 용서 등과 같은 화끈한 생각만을 골라서 차곡차곡 쌓아놓으면 몸 속에 감도는 기운이 금시 보라빛 젊은 컨디션을 불러와 활력이 넘친다. 창창히 열린 저 하늘이 사시절 푸른 것은 우주의 빛을 가려보려고 성가시게 달려드는 온갖 구름장을 보기 좋게 훌훌 떨쳐버렸기에 가능하지 않을가 싶다.
전국시대 미남자 추기(邹忌)의 멋진 스타일도 그렇고 우리 민족 춘향의 예쁜 모습이 오늘까지 전해온 리유를 똘스또이의 명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찾아보는 것이 어떨가. 추운 날 자신의 외투를 벗어 생면부지의 사나이한테 걸쳐주는 넉넉함에 마음의 창호지가 파르르 떨린다. 얼굴에 비낀 후더운 인간애가 능금알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성숙미로 하여 젊음은 세인들의 부러움을 타고 오래오래 싱싱함을 뽐낸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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