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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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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음주문화의 품위
2019년 09월 24일 13시 55분  조회:1417  추천:0  작성자: 최장춘

연변에 술고래가 많다고 소문이 자자해진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간밤에 3차, 4차까지 신나게 돌았다며 평소 늘 어깨에 힘을 싣던 어느 량반이 덜컥 시한부 신세가 되여 뒤늦게나마 참회하는 말 “당초 마누라말을 들었겠는걸…” 불쌍하다 해야 할가, 슬프다고 해야 할가, 행차 뒤 나발 같은 짓이여서 론할 가치가 없겠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는 있는것 같다.

무덤에 핑게가 있듯이 술판에도 갖가지 구실이 따른다. 동창생모임이요, 직장동료모임이요 거기에 결혼, 생일까지 합쳐 매일이다싶이 연분과 친분을 앞세운 관계망 술파티에 사람이 녹는다. 무슨 일을 할라 치면 먼저 술대접 해야 든든하다고 상식처럼 믿는 사람들이 명절 때면 가벼운 선물은 팽개치고 비싼 술상자를 안고 다니는  걸 볼 적마다 기분이 개운치 않다.

술로 맺은 인연이 포도넝쿨처럼 얼키설키 뻗어 왕성함을 자랑해도 일단 술만 끊으면 울창한 숲은 월동을 맞는 식물처럼 통채로 칭칭 감겨져 땅믿 깊숙히 묻어야 되는 판국이라 진작 술과 담을 쌓아야 할 사람도 인맥이 끊길가봐 주저주저한다. 자고로 세상을 휘여잡은 영웅은 많았어도 술잔을 이긴 호걸은 없었다고 했다. 병원근처에 가보면 매일이다싶이 배를 움켜쥐고 우거지상이 된 남성환자들중 대부분 과음탓으로 인기된 것이다. 의사가 정중히 타이르면 그 때뿐이지 며칠 지나면 그새 장새다. 오죽하면 거짓말중 술맹세가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라고 했겠는가.

기쁜 일은 크게, 슬픈 일은 작게 만드는 술의 신비한 힘을 빌어 우리 조상들은 모든 경조사에 술을 빠뜨리지 않고 꼭꼭 챙겨올렸다. 솔솔 풍기는 술향기를 맛보며 덕담을 나누는 분위기가 월등히 좋겠지만 한도를 벗어난 일방적인 술재간은 백해무익이라 화를 좌초하기 십상이다. 춘추시기 초나라장군 자반이 전쟁터에서 술을 마신탓에 패전의 쓴맛을 본걸 감안하면 술이란 존재가 낯과 밤이 다른 야누스 얼굴처럼 사람을 때론 천재와 바보, 만능과 제로 사이를 오락가락 거닐게 하는 ‘요물’인 듯싶다. 오늘까지도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그 ‘요물’에  매료되여 중대한 항목 또는 인사문제를 ‘된다’ ‘안되다’를 술상에 앉아 의론하는 경거망동을 서슴치 않아 사회빈축을 사기도 한다.

리백이 한잔술로 시 백수를 읊었다는 표현을 곧잘 활용하면서도 애주가 도원명이 쌀 다섯말 내놓을지언정 술자리를 단호히 거절한 고사는 망각한 듯싶다. 술잔을 바라보는 엇갈리는 시선을 근근히 주량의 차이로 여기고 자제력을 상실하다 보면 몸과 마음을 죄다 망가뜨리고 만다.

요즘은 술자리의 품위를 바둑이나 장기판의 선수들처럼 ‘초단자’요, ‘고단자’요 하는 명칭으로 구분하는 세상이다. 푼수없이 마구 퍼마시는 초단자와 달리 고단자의 술잔에는 인격이 포함되여있다. 술의 진미를 깨닿는 차원이 높아갈수록 산속의 청신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는 느낌과 같은 맑고 투명하면서도 묘하게 흔들리는 경지에 이른다. 고급술이든 보통 술이든 량이 아니라 흠상에 무게를 두는 스타일은 보통 만끽과 절제를 유기적으로 잘 배합하는 능동성이 탁월하다. 옛날부터 술을 년장자 앞에서 배우라는 뜻인즉 한계와 도를 장악하여 신사의 체면을 지키라는 뜻이였다. 그러찮아도 가끔 술파티에서 인명사고까지 발생하여 뜻밖에 법정놀음의 곤혹을 치르는 오늘날, 음주문화의 실태를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해서야 어이 될말인가, 우수한 사업가들의 술문화를 살펴보면 거개가 자아절제 능력이 뛰여나 술잔을 나누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어울리지만 추호의 흔들림과 혼선을 빚지 않는 자세가 유난히 돋보인다.

솔잎연구에 조예가 깊은 연변장백솔잎연구유한회사 조경수 원장은 2000년 초반에 솔잎술을 제작하여 한때 술시장의 인기를 끌었어도 평소 필요 이상의 술판은 회피했고 꼭 마셔야 할 경우엔 흔쾌히 참여하되 주량을 공제하는 습관이 몸속에 배여있었던 까닭에 20년의 노력을 거쳐 국가급특허 4종류에 18가지 솔제품을 생산하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술을 절제하는 생활 속의 작은 일마저 용단을 못내려 어물거리는 타입에게 더 큰 성공을 기대하는 일은 어불성설에 가까운 헛된 욕심일따름이다.

술이 벙어리도 말을 시킨다고 흥겨워 할수록 독하고 역한 술이 피여낸 얼굴의 웃음기는 몸속의 세포가 아리고 쓰리다 못해 피멍이 들어 갈라터진 흔적을 고스란히 떠올린 굴절된 표현이 아닐가싶다. 이 세상에 부모가 준 생명 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 돈도 명예도 직위도 모두 그다음 차례이다. 몸은 컨디션이 좋을 때 지키는 것이 명지하다. 술을 철저히 깨끗하게 끊기보다 어떤 생각과 습관을 갖고 마주 앉느냐 하는 자세가 음주문화를 바꾸는 원초적인 문제해결의 급선무이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앞장서 실천할 때 사회기풍과 더불어 인간의 품위도 잇달아 좋은 상승선을 타게 됨을 명심해두자.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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