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http://www.zoglo.net/blog/yushanglie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선생콤플렉스(우상렬109)
2007년 11월 06일 16시 07분  조회:4652  추천:79  작성자: 우상렬

선생콤플렉스


우상렬


선생노릇하기 대단히 좋아 보이쟈? 거저 서서 말만 하면 되는 갑쟈? 야, 사실 그런 것도 아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지 못해 한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 개새끼는 똑똑하다. 선생은 가난하여 그 똥도 기름기가 없고 별로 먹을 것이 없는 것을 잘 안다. 그래 선생이 어디 한 자리 하는 사람처럼 배가 많이 나왔더냐? 남은 날아가는 돈도 잘 잡는다고 하던데 우리는 겨우 쥐꼬리만한 월급에 매여 산다. 그래서 오바하여 학생들 돈 뜯어먹기도 한다. 선비는 청빈해야 하거늘 하면서도 돈 없는 콤플렉스에 기가 죽는다.

臭老九, 구린내 나는 아홉째라네. 몽고족이 원나라를 세워 사람들을 10등분하여 다스렸는데 선비들을 마지막으로 두 번째  등급인 9등급에 매겼네. 전대의 송나라에서는 선비들이 그래도 대접을 잘 받았는데 정말 일락천장이네. 여기에 선비들을 키워내는 우리 선생들이 포함됨은 더 말할 것도 없네. 그래서 비참하게도 우리 선생 별명이 臭老九가 되고 말았네. 그런데 새 중국이 들어서 문화대혁명시기 臭老九가 死灰复燃해서 또 우리를 괴롭힐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 그래서 호요방이 올라와 교사절을 정해주니 우리는 감지덕지. 그래도 사회에 나가 办事 하나 하자 하면 우리 선생 말이 안 먹혀 들어간다. 출세 뭇 한 콤플렉스가 뼈저리게 스며든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닭 모가지 하나 비틀 맥도 없는 갸날픈 선비라고 하네.  

선생은 깔끔해야 한다. 학생들 앞에 나서는 직업이니 의포단장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값이면 잘 생겨야 한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이전에 사범류 학교에는 지체장애자들을 받지 않았다. 지체장애자들의 선생진출을 원천봉쇄한 셈이다. 그래서 선생이 강의 들어가기 전에는 정장 차림에 면경을 보고 또 보며 깔끔하게 해서 들어가란다. 나처럼 데데하거나 못난 놈은 항상 어깨가 처진다. 깔끔콤플렉스.

선생은 근엄해야 한다. 선생의 그림자는 밟아서도 안 되는 거룩한 존재거늘 어찌 嬉皮笑脸할 수 있다더냐? 값이 떨어지게 스리! 선생의 기본 자세는 站如松이라 소나무처럼 꼿꼿하게 서야 하고 음성은 으험, 으험이 기본 톤이여라. 그리고 선생은 누구하고나 얘, 습니까, 습니다의 최대 정중성의 수양이 깃든 彬彬有礼를 나타내야 한다. 근엄한 선비콤플렉스. 嬉皮笑脸하는 나하고는 영 안 맞다.

선생은 꼿꼿해야 한다. 선생은 真,善,美를 가르치는 지성이다. 이 세상 다들 假,恶,丑로 놀아도 선생만은 出污泥不染.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는 존재-꼿꼿콤플렉스.

선생은 최고의 지성. 먼저 생겨나 소금 한 알이라도 더 먹었으니 말이다. 알 것은 다 안다. 특히 이 세상의 비리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눈꼴 사나운 것이 많다. 그러나 敢怒不敢言, 뒤에서 불평불만만 많다. 그래서 지행합일이 잘 안 되는 명철보신파-명철보신콤플렉스.

선생은 무엇이나 다 아는 척 해야 한다. 적어도 학생들은 우리 선생이 무엇이나 다 아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 기대에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공자가 知之而知之,不知而不知为知라 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선생 위신 쫄딱 녹아난다. 틀리게 가르치고도 옳다고 증명하고 모르면서 아는 척 해야 박학다식해 보인다. 그래야 학생들 존경 받는다. 아는척콤플렉스.

2007-06-12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6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0 자률과 규제 2021-01-13 0 1488
159 우리 좀 우아하게 삽시다 2020-08-24 6 1784
158 불은 누가, 니가 조심해야지, 남자야!-재미나는 김정권의 <불조심> 2020-08-04 0 1032
157 공간거리 2020-06-24 0 1168
156 저자세(低調)와 고자세(高調) 2019-07-30 0 1811
155 [작품평]아픔과 치유 2019-07-19 0 1621
154 [작품평]이색적인 수필과 소설 읽기 2019-07-18 0 1578
153 《살구꽃 피는 계절》을 읊어보셨습니까? - 우상렬 2019-07-16 0 1488
152 [작품평]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손톱> 2019-07-15 0 1078
151 김정권의 시맛으로 좀 느끼해진 설명절 맛을 바꾸자 2019-07-11 0 1020
150 [작품평] 아,그 향긋함... 2019-07-09 0 1093
149 [평론]우리 문학의 새 지평 2019-07-08 0 950
148 [두만강칼럼] 무덤, 그 을씨년스러운 무덤 2018-09-18 0 2141
147 [평론] 성장소설《동물의 사나움》과 《마마꽃 응달에 피다》의 경우(우상렬) 2016-07-22 0 3658
146 문화강국-프랑스 2014-07-23 8 6406
145 아이는 아이답게 2012-11-28 3 7715
144 명예콤플렉스 2012-11-21 4 7869
143 봉살과 매살 2012-11-14 39 8938
142 내려다보기 2012-11-07 5 5747
141 인간의 부모사랑 2012-10-12 1 9026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